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2
“브리저튼 말이니?”
메리가 멍하게 물었다.
에드위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네.”
“그 얘기야 매번 나오는 얘기 아니냐”
“레이디 휘슬다운은 난봉꾼 얘기를 쓰는 게 좋은가 봐요.“
에드위나가 한 마디 거들었다.
“당연히 즐겁겠지.”
케이트가 코웃음을 쳤다.
“지겨운 사람들 얘기를 쓰면 누가 그 여자 신문을 사겠니?”
“그건 사실이 아냐.”
에드위나가 대답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우리 얘기를 썼잖아. 우리가 런던에서 제일 흥미 진진한 사람들도 아닌데.”
케이트는 동생의 순진함에 미소를 지었다. 케이트와 메리는 런던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 아닐지 몰라도 버터색 머리카락과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색 눈동자를 지닌 에드위나는 이미 비길 상대가 없는 1814년의 여인 이라는 칭호를 얻지 않았던가. 반면 평범한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케이트는 대부분 비길 상대가 없는 여인의 언니 정도로 불리곤 했다.
더 심한 별명을 얻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비길 상대가 없는 여인의 노처녀 언니’라 불린 적은 없으니까. 비록 셰필드가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그쪽이 훨씬 더 사실에 가까웠다. 스무 살(양심에 비춰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스물한 살에 가깝다)의 케이트는 런던에서의 첫 번째 시즌을 즐기기엔 약간 나이가 많았다.
하지만 별로 선태의 여지가 없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조차 셰필드 가는 그리 부유한 축에 들지 못했으며, 5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래, 그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만 했다. 아직 구빈원의 도움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전 한 푼 쓰는 데까지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무리 철저하게 절약한다해도 셰필드 가에서 모은 돈으로는 런던에 딱 한 번 다녀올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다. 성수기 요금으로 집과 마차를 빌리고 꼭 필요한 하인을 고용하는 것을 두 번씩이나 되풀이할 여유는 전혀 없었다. 이번 여행을 위해 그들은 지난 5년간 근검 절약해 왔다.
만일 딸들이 결혼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뭐, 그들을 감옥에 집어넣을 빚쟁이는 없지만 서머셋 주에 있는 우아하지만 조그마한 오두막에서 점잔을 빼며 가난한 여생을 보내는 수밖에.
따라서 두 자매는 같은 해에 데뷔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결과 가장 좋은 시기는 에드위나가 막 열 일곱 살이 되고 케이트가 스물 한 살이 되기 전인 지금이란 결론을 내렸다. 메리는 에드위나가 좀더 성숙한 열 여덟 살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케이트는 거의 스물 두 살이 된다. 맙소사. 그 때가 되면 도대체 누가 그녀와 결혼을 해줄 것인가?
케이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 시즌 따위는 필요 없었다. 처음부터 그녀는 자신이 사교계의 관심을 끌 만한 사람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참금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메울 수 있을 만큼 미모가 빼어난 것도 아니고, 선웃음을 친다든지 완곡하게 말하는 법, 우아하게 걷는 법 따위도 끝끝내 몸에 익히지 못했다. 다른 아가씨들은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것들을 할 줄 아는 것 같은데 말이다. 심지어 사악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에드위나조차 우아하게 걷고 우아하게 한숨짓는 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남자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 누구든 그녀를 도와 길을 건네주는 하잘것없는 영예라도 얻기 위해 앞다투어 몰려들고는 했다.
그 반면 케이트는 언제나 어깨를 쭉 펴고 고개를 치켜들고 서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더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으며, 걸을 때면 항상 경주를 하는 것처럼 빠르게 걸었다. 사실 그래서 안 될 이유가 뭐람? 그녀는 항상 의아해했다. 기왕 어디를 가려고 마음먹었으면 최대한 빨리 간다고 나쁠 게 뭐 있단 말인가?
런던에서의 이번 시즌을 두고 굳이 말을 하자면, 그녀는 런던이란 도시 자체도 별로였다. 물론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기는 했다. 하지만 시골에서 그냥 좀 똑똑한 남자와 결혼해도 될 것을 굳이 런던 사교계에 데뷔하여 돈을 이렇게 낭비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메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내가 네 아버지와 결혼했을 때.”
매번 메리는 그렇게 말했다.
“난 널 내 배를 앓아 낳은 자식처럼 애정과 헌신을 다 바쳐 키우겠다고 맹세했단다.”
케이트가 딱 한 마디 ‘하지만’ 이라고 말을 꺼냈지만 매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게다가 난 돌아가신 네 어머니에게도 책임감을 느낀다. 네가 행복하게 결혼해서 안락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그 책임의 일부란다.”
“전 시골에서도 행복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는걸요.”
케이트가 대답했었다.
메리가 반박했다.
“런던으로 가면 고를 수 있는 남자의 폭이 훨씬 넓어져.”
그러자 에드위나도 끼여들었다. 언니가 없으면 너무도 괴로울 거네, 어쩌네 하며. 케이트는 동생이 불행해하는 모습은 절대 볼 수가 없었으므로 결국 그녀의 운명은 결정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이곳에 있었다. 런던의 그럭저럭 살 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곳에 자리잡은 월세 집의 약간은 퇴색한 응접실에 앉아……
그녀는 왠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여동생의 손에서 신문을 홱 낚아채 버렸다.
“케이트 언니!”
에드위나가 까악 비명을 질렀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에 달랑 세모꼴로 남아 있는 신문지 조각을 보며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 다 안 읽었단 말이야!”
“도대체 얼마 동안이나 읽고 있었는데 아직 못 봤어?”
케이트가 뻔뻔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도 오늘 실린 브리저튼 자작 얘기가 읽고 싶다고.”
평화로운 스코틀랜드의 호수에 종종 비유되곤 하는 에드위나의 눈동자가 짓궂게 반짝였다.
“사아앙당히 자작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네? 우리에게 감추고 있는 비밀이라도 있나 봐?”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이 사람을 알지도 못하는걸. 하긴,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난 반대편으로 달아날 테야. 이 남자야말로 우리가 피해야 할 바로 그런 부류의 인간이라고 이런 남자라면 얼음덩어리 같은 여자라도 유혹해서 녹여 버릴 수 있을걸.”
“케이트!”
메리가 소리쳤다.
케이트는 얼굴을 찌푸혔다. 의붓어머니가 듣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그녀가 덧붙였다.
“듣자하니, 그 사람 제 나이보다 더 많은 정부를 갖고 있다던데요.”
메리는 그 말에 대답을 해야 좋을지 말지 망설이듯 그녀를 잠시 바라 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에게 할 얘기는 아니다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다 그렇단다.”
케이트는 얼굴을 붉혔다. 자신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점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들으니 약간 기운이 빠졌다.
“뭐, 그렇다면 딴 사람들의 두 배는 더 될 거라고요. 어쨌든 그 남자는 평범한 남자들보다 훨씬 더 방탕해요. 그 남자가 구애를 해오더라도 에드위나는 절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너 역시 이번 시즌에 데뷔했다는 걸 잊지 말아라.”
메리가 상기시켰다.
케이트는 한껏 빈정대는 시선을 메리에게 보냈다. 만일 자작이 셰필드 가의 사람에게 구애하기로 마음먹는다면, 그건 절대 케이트가 아닐 거란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신문에 난 기사 어디에도 언니 의견을 바꿔 줄 만한 내용은 없어.”
에드위나가 어깻짓을 하며 몸을 숙여 케이트의 손에 들린 신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사실대로 말하면 꼭 그 남자 얘기만 난 것도 아닌걸. 그저 일반적인 난봉꾼에 대한 기사일 뿐이야.”
케이트는 인쇄된 활자를 훑어보았다.
“으음.”
그녀가 말했다. 경멸을 표시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었다.
“어쨌거나 나도 이 여자 말이 맞다고 생각해. 아마 올해는 이 남자도 누군가에게 잡혀 줄 마음이 없을 거야.”
“넌 항상 레이디 휘슬다운이 맞다고 생각하는구나.”
메리가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
“거의 항상 옳은걸요.”
케이트가 대답했다.
“인정하세요. 가십 칼럼니스트치곤 센스가 아주 좋아요. 여지껏 제가 런던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에 대해 아주 정확한 판단을 내렸더라고요.”
“판단은 너 스스로 내리는 거란다, 케이트.”
메리가 가볍게 말했다.
“가십 칼럼 따위를 읽고 판단을 내리는 건 좋지 못한 일이야.”
케이트는 의붓어머니의 말이 옳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또다시 ‘흐음’이란 소리를 낸 뒤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휘슬다운은 런던의 모든 간행물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임에 틀림없었다. 이 가십 칼럼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발행되기 시작했는지 모른다-듣자하니 작년 언젠가부터라던데.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레이디 휘슬다운이 누구든(이무도 그녀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분명 꽤 많은 친구를 둔 사교계 인사임이 분명하다. 그저 밖에서 몰래 관찰만 하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칼럼에 싣는 이 많은 가십들을 다 수집할 수는 없을 테니까.
레이디 휘슬다운은 언제나 가장 최근 소식만을 실으며, 다른 칼럼니스트들과는 달리 등장 인물들의 실명을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일례로 지난주에는 케이트에게 노란색이 어올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의견을 숨김없이 피력했다.
“짙은 머리색의 캐서린 셰필드 양이 노란색 드레스를 입으면 마치 불에 탄 수선화처럼 보인다.”
케이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레이디 휘슬다운에게 모욕을 받지 않으면 사교계에 제대로 데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을 전에도 여러 차례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누가 보더라도 사교계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에드위나조차 케이트 혼자서만 레이디 휘슬다운에게 모욕을 받았다고 샘을 내기까지 했었다.
비록 케이트는 런던 사교계에 데뷔하고 싶은 마음이 애초부터 없었다지만 기왕 사교계의 소용돌이 속에 몸을 번졌으니 완전히 실패하기는 싫었다. 가십 신문에서 공격을 받는 것이 사교계에서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잣대라면 그렇게 받아들여 주리라. 남들이 다 그렇다는데 굳이 반박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페넬로페 페더링턴이 오렌지색 새틴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지나치게 익은 감귤류에 비유되었다고 자랑한다면, 케이트 역시 팔을 내저으며 사뭇 연극조로 한숨을 내쉬며 말해 줄 것이다. “네, 난 불타버린 수선화래요.” 하고.
“언젠가는 말이야.”
메리가 뜬금없이 검지로 안경을 밀어올리며 말했다.
“누군가가 그 여자의 정체를 밝혀낼 거야. 그러면 상당히 곤경에 처하게 될걸.”
에드위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정말 누군가가 그 여자 뒤를 캐고 다닐 거라 생각하세요? 거의 일년 동안이나 정체를 검추고 있었잖아요.”
“결국 이 정도로 커다란 일은 명생 비밀로 할 수 없는 법이란다.”
메리가 대답했다. 그녀는 노란색 실을 펜 바늘을 자수틀에 찔러 넣어 천 위에 긴 선을 수놓았다.
“어디 두고 보렴. 조만간 그 여자 정체가 들통날 게다. 그렇게 되면 정말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커다란 스캔들이 런던을 뒤흔들 거라고.”
“저라면 말이죠.”
케이트가 한 장짜리 신문지를 뒤집으며 말했다.
“그 여자가 누군지 알게 되면 저의 제일 친한 친구로 삼겠어요. 정말이지 중독될 정도로 재미있는 사람일 거예요. 게다가 누가 뭐라 하든, 그 여자 말은 항상 옳아요.”
바로 그때 꽤 피둥피둥한 케이트의 코기(웨일즈 산의 작은 개) 뉴튼이 거실 안으로 깡충깡충 뛰어들어왔다.
“개는 밖에다 내놓으라고 했지 않니!”
메리가 꾸짖었다. 그리고는 개가 그녀의 발치로 달려와 뽀뽀를 해달라는 듯 마구 헥헥대자 비명을 질렀다.
“케이트!”
“뉴튼, 당장 이리 와.”
케이트가 명령했다.
개는 메리를 애티는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어정어정 케이트에게 다가가 소파 위로 뛰어오른 뒤 앞발을 그녀의 무릎에 걸쳤다.
“개털이 온통 언니 드레스 위로 날리잖아.”
에드위나가 말했다.
케이트는 뉴의 숱 많은 캐러멜색 털을 쓰다듬으며 어깻짓을 했다.
“뭐, 어때.”
에드위나는 한숨을 쉬었지만 그래도 뉴튼을 쓰다듬어 주었다.
“또 뭐라고 쓰여 있어?”
그녀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몸을 앞으로 숙였다.
“뒷면은 아예 보지도 못했단 말이야.”
케이트는 동생이 툴툴거리자 미소를 머금었다.
“별 거 없어. 헤이스팅스 공작과 공작 부인 얘기 조금. 이번 주 초에 런던으로 돌아온 모양이네. 레이디 댄버리의 무도회에 나왔던 음식의 목록. 놀라울 정도로 맛있었다는데? 또한 지난 월요일 페더링턴 부인이 입었던 드레스에 대한 꽤 불행한 묘사.”
에드위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면 페더링턴 가를 꽤 자주 헐뜻는 것 같아.”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 뭐니?”
메리가 수틀올 내려놓고 일어서며 말했다.
“그 여자는 말이지, 목에 무지개가 휘감겨도 딸들 드레스 색깔은 못 고를 게다.”
“어머니!”
에드위나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케이트는 웃지 않으려고 얼른 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 메리는 원래 누구를 비난하거나 하는 말은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드물게 그런 말을 할 때면 정말 기발한 표현을 쓰곤 했다.
“뭐, 사실이잖니. 자꾸만 막내에게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히는데, 누가 봐도 그 불쌍한 아이는 파란색이나 민트색을 입어야 한단 말이야.”
“제게도 노란색 옷을 입히셨었잖아요.”
케이트가 잊지 않고 상기시켰다.
“그래, 그건 정말 미안하다. 다시는 가게 직원 얘기를 듣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지 뭐니. 처음부터 내 판단을 의심하지 말았어야 해. 크기를 줄여서 에드위나에게 입히면 되겠지.”
에드위나는 케이트보다 머리 하나만큼 작고 피부색도 훨씬 밝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케이트가 동생을 바라보고 말했다.
“아, 옷을 고칠 거면, 소매에 달린 레이스도 꼭 떼어 달라고 해. 거추장스러워서 신경이 쓰일 뿐더러 무척이나 가렵다고. 애쉬번 무도회 때 정말이지 내 손으로 레이스를 잡아뜯을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했었어.”
메리는 눈을 굴렸다.
“네가 그런 걸 다 참았다니,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구나.”
“난 놀랐지만 고맙지는 않아.”
에드위나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레이디 휘슬다운이 그걸 봤으면 얼마나 크게 떠들어댔을지 생각 봐. 아주 재미있었을 텐데.”
“아. 그래.”
케이트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기사 제목이 상상이 간다. ‘불에 탄 수선화, 스스로 꽃잎을 뜯어 내다’.”
“난 이층으로 간다.”
메리는 딸들의 수다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녁 파티에 참석해야 된다는 것 잊지 말아라. 둘 다 떠나기 전에 좀 쉬어두는 게 좋을 거야. 오늘도 분명 늦게 돌아오게 될 테니까.”
메리가 수틀을 챙겨 방안을 나설 때까지 케이트와 에드위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녀가 방을 나서자마자 에드위나가 케이트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늘밤에 뭘 입을지 결정했어?”
“녹색 망사 드레스를 입을까. 흰색을 입어야 할 것 같긴 한데, 내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언니가 흰색을 안 입으면 나도 입지 않을 테야.”
에드위나가 사뭇 충직하게 말했다.
“난 파란색 모슬린이나 입을래.”
케이트는 고개를 끄덕인 뒤 손에 들린 신문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뉴튼은 무릎에 벌렁 드러누워 배를 만져 달라고 보채고 있었다.
“지난주에 버브룩 씨가 파란색 옷을 입은 네 모습이 마치 천사 같다고 하시더구나. 네 눈동자 색깔에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면서.”
에드위나가 놀라 눈을 깜박였다.
“버브룩 씨가 그런 말을 했다고? 언니에게?”
케이트는 고개를 들었다.
“물론이야. 널 짝사랑하는 남자들은 모두들 내게 네 칭찬을 하려고 안달이 나 있어.”
“정말? 왜?”
케이트는 천천히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건 말이지, 에드위나, 네가 저번 스마이드-스미스 음악회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언니의 동의 없이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