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29
동생과 비교하는 미련한 짓을 저지르다니. 그것이 칭찬이었다는 걸 그녀는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삼페인이라도 얼려 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브리저튼 경께서도 동생분만큼이나 잘생기셨군요.”
콜린은 다시 한 번 코웃음을 쳤다. 이번에는 거의 목이 졸린 듯한 소리였다.
“괜찮으신지요?
셰필드 양이 물었다.
“괜찮을 겝니다.”
앤소니가
으르렁거렸다.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계속 콜린에게 관심을 집중했다.
“정말 괜찮으세요?”
콜린은 열심히 고개를 끄떡였다.
“목이 간질거려서요.”
“혹시 양심의 가책 때문이 아닐까요?”
앤소니가 은근히 말했다.
콜린은 일부러 형에게서 몸을 돌려 케이트를 바라보았다.
“저는 가서 레모네이드를 한 잔 더 마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그가 헉헉대며 말했다.
“혹은.”
앤소니가 말했다.
“좀더 강한 것을 마시는 게 어떨까? 헴록(미나리 과의 독초, 혹은 거기서 뽑은 독약)같은 건 어때?
셰필드 양은 얼른 손을 입에 가져갔다. 아마도 겁에 질린 웃음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으리라.
“레모네이드로도 충분합니다.”
콜린이 가볍게 받아넘겼다.
“제가 가져다 드릴까요?”
셰필드 양이 물었다. 앤소니는 그녀가 이미 한 발을 뒤로 빼고 달아날 구실만 찾는 중이란 것을 눈치챘다.
콜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혼자 갈 수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다음 번에는 저와 춤을 추시기로 약속하셨던 걸로 압니다만, 셰필드 양.”
“상태가 안 좋으시니 만큼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그녀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레이디를 혼자 내버려두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어찌 제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콜린의 눈동자가 더욱 사악하게 빛나는 모습에 셰필드 양이 점점
더 불안해하는 것이 보였다. 왠지 전혀 불쌍하게 여겨지지 않고 이 상황이 재미있기만 했다. 자신의 반응이 좀 비상식적이라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캐서린 셰필드 양의 뭔가가 그의 성깔을 자극했으며, 그녀와 싸우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기고 싶었다. 물론, 당연한 일이지만.
“형님.”
콜린이 갑자기 너무도 순진하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앤소니는 동생을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번에 누군가와 춤을 추기로 약조를 하신 건 아니실 테지요?”
앤소니는 아무 말도 않고 동생을 노려보기만 했다.
“잘됐다. 그러면 형님이 저 대신 셰필드 양과 춤을 춰주시겠습니까?”
“그럴 필요는 없으십니다.”
바로 그 순간 셰필드 양이 불쑥 말했다.
앤소니는 동생을 노려보다가 셰필드 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앤소니가 마치 자기 앞에서 처녀 열 명의 순결을 빼앗아 버린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답니다.”
콜린이 연극조로 과장해서 말했다. 형과 셰필드 양이 단검을 날리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곤경에 처한 레이디를 저버리는 행동은 절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다니요.”
앤소니는 자기도 아주 비신사적인 행동을 해볼까 심각하게 고려해 보았다. 콜린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는 것은 어떨까.
“정말이지.”
셰필드 양이 얼른 말했다.
“차라리 혼자 있는 편이 자작님과
춤을…….”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 앤소니가 결심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 안 그래도 피를 나눈 형제가 그를 바보로 만든 터에, 날카로운 혀를 가진 에드위나의 노처녀 언니에게 멍하니 서서 모욕을 당하고 있지는 않으리라. 그는 셰필드 양의 팔에 묵직하게 손을 턱 내려놓으며 말했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시는 것을 막게 해주십시오. 셰필드 양.”
그녀의 몸이 경직되었다. 아까부터 뻣뻣하기가 거의 막대기 수준이었는데 거기서 어떻게 더 굳어질 수 있는 건지, 신기하다고 앤소니는 생각했다.
“뭐라고 하셨지요?”
그녀가 말했다.
“제가 알기로.”
그가 매끄럽게 말했다.
“방금 레이디께서는 곧 후회하게 될 말을 하실 뻔하셨답니다.”
“아뇨.”
셰필드 양이 사뭇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절대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반드시 후회하셨을 겁니다.”
앤소니가 불길하기 짝이 없는 투로 말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팔을 움켜쥐고 질질 끌다시피 플로어로 데리고 나갔다.
3
브리저턴 자작이 에드위나 양의 언니인 캐서린 셰필드 양과 함께 춤추는 모습 또한 목격되었다. 이것은 오직 한 가지 의미일 수 밖에 없다. 에드위나 셰필드 양이 지난 주 스마이드-스미스 음악회에서 기묘하고도 전례 없는 선언을 한 이래, 댄스 플로어에서의 캐서린 셰필드 양의 인기가 날로 급상승했음을 본 필자는 놓치지 않고 주목하고 있던 바이다.
걸혼하는 데 언니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독자가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스마이드-스미스와 ‘음악회’란 단어를 한 문장 안에 사용해도 좋다는 판단을 내렸단 말인가? 본 필자 역시 과거에 그 이름이 붙은 모임에 몇 번 참석해 본 바, ‘음악’이란 단어로 불리기에 윤리적으로 용납되는 것은 단 한 가지도 들은 적이 없음을 밝혀 두는 바이다.
레이디 휘슬다운의 사교계 소식, 1814년 4월 22일
자신이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케이트는 떨떠름하게 자각했다. 그는 자작이고, 그녀는 서머셋에서 온 귀족이라고 부르기조차 우스운 하급 귀족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사람들로 꽉 찬 무도회장 한가운데에 서 있지 않은가. 아무리 처음 본 순간부터 그가 싫었다고 해봐야 소용없다. 그와 춤을 추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잡아끄실 필요는 없어요.”
그녀가 새된 소리로 말했다.
자작은 보란 듯이 그녀의 팔을 놓는 시늉을 했다.
케이트는 이를 빠드득 갈며 이 남자에게 절대로 동생을 줄 수 없다고 맹세했다. 그의 매너는 지나치게 차가울 뿐더러 우월감에 차 있었다. 게다가 불공평하게도, 지나치게 잘생기기도 했다. 벨벳 같은 갈색 눈동자는 머리카락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180센티미터가 넘는 훤칠한 키의 소유자였다. 그래도 185센티미터는 안 될 것 같았지만. 고전적인 아름다움(자신은 원래 미술을 하기 때문에 여러 작품들을 보아 왔으므로 충분히 그런 판단을 내릴 만하다고 생각했다)을 갖춘 입술은 마치 미소를 지을 줄 모르는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자, 그렇다면.”
두 사람의 발이 익숙한 리듬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자 앤소니가 말했다.
“왜 날 그리도 싫어하시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케이트는 그의 발을 밟고 말았다. 맙소사. 이토록 직설적일 줄이야
“뭐라고 하셨지요?”
“내가 미운 건 이해하지만 아예 내 발을 잘라 버리기까지 하고 싶은 거요. 셰필드 양.”
“실수였어요.”
정말 실수였다. 비록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우아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이 별로 미안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자작이 생각에 잠긴 어조로 말했다.
“당신 말을 믿는 게 왜 이토록 힘든 걸까요.”
케이트는 단박에 결정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최고의 공격이다. 그가 직설적으로 나온다면 나도 거기에 맞춰 주자
“아마도.”
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만일 자작님의 발을 밟는 것으로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제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여자란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껄껄 웃었다. 예상했던 반응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지신이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런 것은 아니었다.
“좀 그만둬 주시겠습니까 자작님?”
그녀가 다급하게 속삭였다.
“사림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야 2분 전부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오.”
그가 대답했다.
“나 같은 남자가 당신 같은 여자와 춤을 추는 일은 흔치 않거든.”
제대로 겨냥해 던진 낚싯대였건만 불행히도 빗나가고 말았다.
“그렇지 않답니다.”
그녀가 가볍게 대답했다.
“저를 통해 에드위나의 호감을 사보려고 노력한 눈먼 바보들이 자작님이 처음은 아니니까요.”
그가 씩 웃었다.
“구혼자가 아니라 바보들이라?”
케이트는 그의 눈을 들여보다가 그 안에서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기색을 발견하고 놀라고 말았다.
“설마 제게 실수로 맛난 미끼를 던져 주신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물지 않았잖소.”
그가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케이트는 표나지 않게 다시 그의 발을 밟을 수 없을까 해서 고개를 숙여 살폈다.
“내 부츠는 상당히 두껍다오. 셰필드 양.”
그가 말했다.
케이트는 놀라 고개를 퍼뜩 들었다.
그의 입술 한쪽이 미소 비슷하게 치켜 올라갔다.
“눈 역시 빠르다오.”
“그러신 것 같군요. 저 역시 자작님 앞에서는 발을 조심해야겠습니다.”
“이런, 이런.”
그가 느릿하게 말했다.
“그거 칭찬이었소? 이거 충격을 받아 죽을지도 모르겠군.”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싶으시면 그렇게 하시지요.”
그녀가 쾌활하게 말했다.
“어차피 더 이상의 칭찬은 듣지 못하실 듯싶으니까요.”
“내게 상처를 입히는군요. 셰필드 양.”
“어머, 피부는 부츠처럼 두껍지 않으신 모양이로군요?”
“아,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소.”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은 믿기가 어렵네요.”
자작은 그녀가 웃음을 그치길 기다렸다가 말했다.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소. 도대체 왜 날 증오하는 거요?”
케이트의 입에서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질문을 되풀이할 줄은 몰랐다. 아니, 차라리 잊어 주길 바랐었다.
“증오하진 않습니다, 자작님.”
케이트는 아주 조심스럽게 단어를 골랐다.
“자작님을 알지도 못하는걸요.”
“누굴 증오하는데 꼭 그 사람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라오.”
그가 겁이 날 만큼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부드럽게 물었다.
“자, 셰필드 양 당신은 겁쟁이가 아니잖소. 내 질문에 대답해요.”
케이트는 한참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건 사실이다. 맨 처음부터 이 남자가 그리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에드위나에게 구혼하는 것을 축복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줄 마음도 전혀 없었다. 개심한 난봉꾼이 최고의 남편이 된다는 말 따위는 단 한순간도 믿어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애당초 난봉꾼이란 개심 할 수 없는 종족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선입견을 바꿔 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매력적이었고, 진실하며 직선적이었다. 휘슬다운에 나와 있는 이야기가 모두 과장이라고 금세기 런던 최악의 난봉꾼이란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득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역시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원리 원칙과 진실을 소중히 여기는 남자라고 판단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가 자신을 에드위나와 비교하는 실수만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그보다 더한 거짓말은 없다. 자신이 심한 추녀가 아니란 것쯤은 안다. 얼굴이나 몸매도 봐줄 만한 정도는 된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에드위나와 동등한 선상에 놓일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에드위나는 정말이지 최상품 다이아몬드였으며, 자신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여자 이상은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자작이 한 말은 거짓이며, 거짓말을 한 데에는 무슨 다른 꿍꿍이속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도 장님은 아닐 테니까.
차라리 다른 공치사를 했다면, 신사니까 예의상 그런 말을 했다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심지어. 그가 진실에 가까운 말을 했더라면, 오히려 기분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에드위나의 미모에 비교한 것은…….
케이트는 동생을 사랑했다. 진심이었다. 에드위나의 마음이 외모만큼이나 아름답고 빛을 발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질투하는 거라 생각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왠지 그런 비교를 당하면 마음 속 어딘가가 꿈틀거렸다.
“증오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가 마침내 대답했다. 그녀의 시선은 앤소니의 턱에 못 박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겁쟁이를 원래 싫어했고, 자기 자신이 겁쟁이처럼 구는 것은 더더욱 침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억지로 눈을 들어 그에게 시선을 맞췄다.
“하지만 좋아할 수는 없군요.”
그의 눈 어딘가에서 그녀의 솔직함에 고마워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건 왜지요?”
자작이 나직하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