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34
풀밭 위로 올라서다가 케이트는 다시금 발을 헛딛을 뻔했다. 멈춰서서 잠시 호흡을 고르는 순간 공포가 그녀를 덮쳤다. 그들은 거의 서펜틴호에 다 와 있었다.
오, 안 돼.
조그만 뉴튼은 호수 안으로 뛰어드는 것을 무엇보다도 좋아했다. 게다가 햇빛마저 따가웠기에, 호수는 더더욱 유혹적으로 비철 것이다. 게다가 온몸에 수북하게 털이 난 뉴튼은 거의 5분 동안 넘어지면 목이 부러질 만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지 않았던가. 아 물론 비만견 코기에게 있어서 그만큼 빨랐다는 얘기지만.
비만견 코기가 180센티미터가 넘는 자작을 충분히 따돌릴 정도로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로웠다.
케이트는 스커트 자락을 3센티미터 정도 걷어올렸다. 구경꾼들은 알 바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체면을 차리며 얌전을 떨 수는 없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달리기 시작했다. 뉴튼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브리저튼 경이 뉴튼을 잡아 죽이기 전에 그를 막을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그는 개를 죽이고 싶어할 게 틀림없다. 이 상황에서 개를 죽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성자일 것이다.
레이디 휘슬다운이 쓴 말의 1퍼센트만 맞는다고 할지라도 그가 성자가 아니란 것은 확실하다.
케이트는 꿀쩍 침을 삼켰다.
“브리저튼 경!”
그녀는 이제 추격을 그만두라는 말을 하려고 그를 불렀다. 뉴튼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10센티미터가 간신히 넘는 다리로는 어차피 곧 지치게 마련이니까
“브리저튼 경! 우리는 그냥…….”
케이트는 뛰어가다가 헛발질을 했다. 저기 서펜틴 호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에드위나일까?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우아하게 앞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여자는 분명 에드위나였다. 옆에서는 버브룩 씨가 경황없이 마차를 수리하려고 하는 듯 보였다.
뉴판은 순간적으로 멈춰 섰다. 케이트와 동시에 뉴튼도 에드위나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코스를 바꿔 기쁜 듯이 컹컹 짖으며 자신이 사랑해마지 않는 ‘그분’ 을 향해 달려갔다.
“브리저튼 경!”
케이트가 다시금 외쳤다.
“저기 좀 보세요. 좀 보시라고요! 저기에…….”
앤소니는 케이트의 목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녀가 손가락으로 에드위나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저래서 망할 놈의 개가 갑자기 90도로 몸을 틀었군. 앤소니도 뉴튼을 따라 홱 몸을 틀다가 하마터면 진흙 위에 엉덩방아를 찧고 미끄러질 뻔했다.
저 개를 죽여버리고 말
테다.
아니, 케이트 셰필드를 죽여버리고 말리라.
아니, 어쩌면…….
앤소니가 한참 기분 좋게 복수를 꿈꾸고 있는데 에드위나가 갑자기 새된 소리로 외치는 것이 들렸다.
“뉴튼!”
앤소니는 자신이 결단력 있는 사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가 허공으로 몸을 날려 에드위나에게 달려드는 것을 본 순간 그는 충격으로 그 자리에 못 박히고 말았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조차 이 익살스런 광대극의 대미를 이토록 훌륭하게 장식하진 못했으리라. 그 모든 장면이 정상 속도의 반쯤 되는 느린 동작으로 앤소니의 눈앞에 천천히 펼쳐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개는 에드위나의 가슴에 정면으로 부딪히리라. 에드위나는 뒤로 휘청거리며 쓰러질 것이다.
바로 서펜틴 호수 안으로
“안 돼애애애애애!”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몸을 날렸다. 자신이 아무리 영웅적인 행동을 시도한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으리란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풍덩!
“하나님 맙소사!”
버브룩이 비명을 질렀다.
“에드위나 양이 홀딱 젖어 버렸어!”
“가만히 거기 서 있지만 말게.”
앤소니가 버럭 외치며 사건 현장인 연못으로 달려갔다.
“좀 도우라고!”
버브룩은 그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는지, 그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서 있을 따름이었다. 앤소니는 몸을 굽혀 에드위나의 손을 잡은 뒤,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괜찮으십니까?”
그
가 쉰 소리로 물었다.
에드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푸푸거리며 요란하게 재채기를 하느라 대답을 할 경황이 없었다.
“셰필드 양!”
케이트가 제방 앞에서 끽 하고 멈춰서는 것을 보며 그가 버럭 외쳤다.
“아니, 레이디말고.”
옆에서 에드위나가 움찔하는 것을 느끼고 덧붙였다.
“레이디의 언니 말입니다.”
“케이트 언니요?”
그녀는 눈에서 더러운 물을 깜박여내며 말했다.
“언니는 어디에 있나요?”
“멀쩡하게 하나도 안 젖은 채 둑 위에 있습니다.”
그가 내뱉었다. 그 뒤, 그는 케이트가 있는 방향으로 소리를 질렀다.
“레이디의 벌어먹을 개를 꼭 붙잡고 계시오!”
뉴튼은 의기양양하게 서펜틴 호에서 걸어나와 풀밭에 앉아 있었다. 아주 행복한 듯 혀를 빼어물고 헉헉거리며. 케이트는 얼른 뉴튼 곁으로 다가가 목줄을 잡았다. 앤소니는 자신이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음에도 그녀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웬일이람? 그가 신랄하게 생각했다. 저 망할 여자한테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지각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그는 에드위나에게 몸을 돌렸다. 그녀는 연못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여전히 사랑스러워 보이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레이디를 이곳에서 나가게 해드리겠소.”
앤소니는 쉰 목소리로 말한 뒤, 에드위나가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팔 안에 안아들고 마른 땅으로 걸어나갔다.
“세상에 저런 일이 다 있다니.”
버브룩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앤소니는 아무
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 머저리를 물에 처박지 않고서는 절대 대답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도대체 저 자식은 무슨 생각을 한 건가? 저 개라고 부르지도 못할 가련한 짐승에게 떠밀려 에드위나가 물에 빠지는 꼴을 가만히 서서 보고만 있었다니.
“에드위나?”
케이트는 뉴튼의 목줄을 손에 쥔 채 최대한 가까이 다가왔다.
“괜찮니?”
“레이디, 이만하면 되었지 않소.”
앤소니는 쥐어짜듯 말하며, 두 사람 사이가 채 30센티미터도 되지 않을 때까지 다가왔다.
“저 말씀이신가요?”
그녀가 숨을 삼켰다.
“그녀를 좀 보시오.”
그는 케이트에게서 조금도 시선을 떼지 않고 손가락으로 에드위나 쪽을 가리키며 내뱉었다.
“에드위나를 좀 보란 말이오!”
“이건 사고였어요!”
“전 정말 괜찮아요!”
에드위나가 외쳤다. 언니와 자작 사이에 오가는 이글거리는 분노에 약간 겁을 먹은 목소리였다.
“춥긴 하지만 괜찮아요!”
“그것 보세요.”
케이트는 엉망진창이 된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발작적으로 침을 삼켰다
“사고였다고요.”
앤소니는 팔짱을 끼며 눈썹을 치켜올릴 뿐이었다.
“저를 믿지 않으시는군요.”
그녀는 숨을 내쉬었다.
“자작님께서 저를 믿지 못하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군요.”
앤소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케이트 셰필드가 바보도 아니고 멍청이도 절대 아닌 그녀가 여동생을 조금도 질투할 줄 모른
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록 그녀가 이 불운한 사건을 막을 수 방법이 전혀 없었다 해도, 지신은 멀쩡한데 에드위나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몹시 아름다운 생쥐이긴 하지만 확실히 물에 빠진 쥐는 쥐다.
하지만 케이트는 아직 말을 끝낸 것이 아니었다.
“제가 에드위나를 다치게 할 만한 일은 절대로 하지 않으리란 사실은 접어 두고라도.”
그녀가 경멸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제가 어찌 이 놀라운 일을 성공시킬 수 있었겠어요?”
그녀는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한 손을 뺨에 가져갔다.
“아, 그렇군요. 제가 코기들만의 비밀 언어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제가 뉴튼에게 제 손을 벗어나 달리라고 명령을 했었지요. 게다가 제게는 미래를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에드위나가 바로 여기 서펜틴 호 옆에 서 있으리란 것도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뉴튼에게 얘기했답니다-우리는 서로 마음이 이어져 있으니까요. 그때는 뉴튼이 제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그런 식으로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었답니다. 방향을 바꿔 에드위나를 향해 달린 뒤, 그 애를 호수에 빠뜨리라고.”
“비아냥거리는 건 어울리지 않소. 셰필드 양.”
“자작님께 어울리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지요. 브리저튼 경.”
앤소니는 앞으로 몸을 숙였다. 그는 악에 받친 듯 턱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여자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애완동물을 키워선 안 된다고 생각하오.”
“남자들은 개나 여자 양쪽 모두 통제할 수 없는 한, 애완동물이 딸린 여자와 함께 공원을 산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케이트도 지지 않고 쏘아붙였다
.
앤소니는 간신히 화를 참으며 귀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레이디, 당신이야말로 사회의 암적인 존재요.”
그녀는 마치 그의 모욕에 응수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그 대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개를 향해 돌아선 뒤 말했다.
“몸을 털어라, 뉴튼.”
뉴튼은 고개를 들어 앤소니를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분고분하게 그에게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온몸을 흔들어 물기를 털어 버렸다. 연못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앤소니는 그녀의 목덜미를 옴켜쥐려 했다.
“난……당신을……죽여 버리고 말 테야!”
그가 버럭 외쳤다.
케이트는 재빨리 몸을 숙인 뒤 에드위나의 곁으로 달아나 버렸다.
“자, 자, 브리저튼 경.”
그녀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동생 뒤에 안전하게 자리를 잡고 비아냥거렸다.
“아름다운 에드위나 앞에서 화를 내셔서야 되겠어요?”
“언니?”
에드위나가 다급하게 속삭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자작님을 못살게 구는 거야?”
“그러는 자작님은 왜 이렇게 날 못살게 구시는데?”
케이트가 쇳소리를 냈다.
“어.”
버브룩 씨가 불쑥 말했다.
“저 개 때문에 저도 젖었습니다.”
“뉴튼 때문에 우리 모두가 젖었어요.”
케이트가 대답했다. 나까지도 말이지. 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귀족 나리의 얼굴에서 놀라
움과 분노를 본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당신!”
앤소니가 성이 잔뜩 나 케이트를 가리키며 외쳤다.
“조용히 하시오.”
케이트는 침묵을 지켰다. 더 이상 그를 자극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금방이라도 그의 머리가 폭발할 것처럼 보였다. 아까 그에게서 뿜어나오던 위엄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의 오른쪽 소매는 에드위나를 물에서 끌어낼 때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며, 부츠는 이제 어떻게 해보지도 못할 지경으로 망가졌다. 온몸이 군데군데 물로 젖어 있었다. 그것은 모두 뉴튼의 전문가다운 물 털기 솜씨 덕분이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말씀드리지.”
그가 낮고도 위험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말입니다.”
버브룩 씨가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브리저튼 경이 맨 처음 입을 연 사람을 죽여 버릴지도 모르는 상태란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난 마차 수리를 끝내겠습니다. 그리고는 셰필드 양을 집으로 바래다 드려야죠.”
행여나 어떤 셰필드 양을 말하는지 헛갈리기라도 할까 봐 그는 애드위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버브룩 씨.”
앤소니가 이를 갈며 말했다.
“마차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는 알고 있소?”
버브룩 씨는 몇 번 눈을 깜박였다.
“당신 마차의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는 알고 있소?”
버브룩의 입이 몇 차례 뻐끔거렸다. 그가 간신히 말했다.
“몇 가지 의심은 듭니다. 그 중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겝니다.”
케이트는 앤소니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에서 혈관이 꿈틀거리는 것에 그녀는 매혹당했다. 여태껏 이토록 한계까지 몰린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그의 성질이 폭발할 것 같아서 어렴풋이 두려움을 느끼며, 그녀는 조심조심 에드위나의 뒤로 반 발자국 물러섰다.
자신이 겁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자작은 어떤 식으로든 자제력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로 담담했다.
“이렇게 합시다.”
세 쌍의 눈이 기대로 커졌다.
“난 저리로 가서.”
그는 한 20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저도 모르게 자꾸 이쪽을 흘끔거리고 있는 신사 숙녀 한 쌍을 가리켰다.
“몬트로스에게 잠시 그의 마차를 빌릴 수 있을지 부탁해 보겠소.”
“네.”
버브룩이 목을 쭉 빼며 말했다.
“저 사람 저프리 몬트로스입니까? 이야. 못 본 지도 한참 되었는데.”
또 다른 혈관이 팔딱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관자놀이 근처였다. 케이트는 힘을 내기 위해 에드위나의 손을 꼭 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