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39
“저는 어린아이가 아니랍니다, 자작님. 그런 짧은 거리쯤은 저 혼자서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용서해 주는 거요?”
그녀는 그가 열어 준 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런 미소를 보고 자작님을 용서하지 않을 수 있는 여자는 이 세상에 없을 거예요.”
“당신은 보기 드문 여자요. 마리아 로쏘.”
그녀가 다시 웃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잖아요?”
마리아가 물에 떠가듯 밖으로 나가자 앤소니는 단호하게 찰칵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악마에게 흘리기라도 한 듯, 자물쇠에 꽂힌 열쇠를 돌리고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당신!”
성큼성큼 네 걸음만에 책상 앞으로 다가서서 그가 우렁찬 소리로 말했다.
“이리 나오시오.”
케이트가 빨리 기어나오지 않자 그는 손을 아래로 뻗어 그녀의 한 쪽 팔을 꽉 잡고 끌어당겨 일어서게 했다.
“설명해 보시오.”
그가 잇새로 말했다.
거의 15분 정도 구부리고 있던 무릎에 갑자기 피가 몰려 다리가 휘청거렸다.
“우연이었어요.”
중심을 잡으려고 책상 모서리를 짚은 채 그녀가 말했다.
“당신 입에서 그 말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우스울 지경이군.”
“사실이에요!”
그녀가 주장했다.
“복도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목을 꿀꺽했다.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와서 이제는 아주,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복도에 앉아 있었는데.”
거칠고 쉰 목소리로 케이트는 다시 말했다.
“자작님께서 그 가수분과 오시는 소리를 들었어요. 저는 그저 피하려고 했을 뿐이라구요.”
“그래서 내 집무실에 침입했다는 거요?”
“이곳이 자작님의 집무실인 줄은 몰랐어요. 저는…….”
케이트는 숨을 들이켰다. 앤소니가 더욱 가까이 다가온 바람에 그의 뻣뻣하고 넓은 옷깃이 이제는 드레스의 보디스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가 다가오는 것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지 유혹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어쩌면 당신은 이곳이 내 집무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검지손가락을 그녀의 뺨을 따라 미끄러뜨리면서 그가 중얼거렸다.
“어쩌면 날 피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지도 모르고.”
케이트는 발작적으로 침을 삼켰다. 침착하려고 노력할 단계는 이미 한참 지나 있었다.
“으으음?”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턱 선을 따라 미끄러졌다.
“대답을 해보겠소?”
케이트는 입술을 벌렸지만 이 대답에 목숨이 걸려 있다 하더라도 한마디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장갑을 끼지 않고 있었고-마리아와 밀회를 나누며 벗은 것이 틀림없었다-피부에 닿은 그의 살갗의 감촉은 너무나 강렬해서 마치 그녀의 온몸을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손을 멈추면 그녀는 숨을 쉬었고 그가 움직이면 숨이 멎었다. 그녀의 심장은 분명 그의 박동에 맞춰 뛰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숨결이 그녀의 입술을 스칠 정도로 가까이에서 그가 속삭였다.
“당신은 뭔가 전혀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케이트는 고개를 저으려고 노력했지만, 근육들이 명령을 거부했다.
“아니었소?”
이번에는 그녀의 머리가 그녀를 배반하고 자기 혼자 저어졌다.
그는 미소를 지었고, 그들은 둘 다 그가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
7
레이디 브리저튼의 음악회에는 페더링턴 부인과 페디링턴 가의 세 자매(프루덴스, 필리파, 그리고 페넬로페로 그들 중 그 누구도 자기 피부색에 어울리는 색깔의 옷을 입지 않았다). 나이젤 버브룩 씨(언제나처럼 그에 대해서 본 필자는 별로 할 말이 없다. 필리파 페더링턴을 제외한 그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물론 셰필드 부인과 캐서린 셰필드 양 등이 참석했다.
셰필드 가로 발송된 초대장에는 에드위나 셰필드 양의 이름 역시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라 본 필자는 단언하는 바이다.
하지만 에드위나 셰필드 양은 참석하지 않았다.
비록 동생 셰필드 양이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브리저튼 경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레이디 브리저튼은 몹시 실망한 듯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자식들을 결혼시키려는 레이디 브리저튼의 의지는 전설적인 바, 장녀가 헤이스팅스 공작과 결혼한 이래 그녀는 장남을 장가들이려고 애쓰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레이디 휘슬다운의 사교계 소식. 1814년 4월 27일
앤소니는 자신이 절대 제정신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녀를 겁줄 작정이었다. 적당히 을러대서 다시는 자기 일에 끼여들 생각일랑 하지 말라고, 자신을 조종할 꿈도 꿔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해시킬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겁을 줄 생각이었으므로 그는 점점 더 순진한 처녀인 케이트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존재감으로 그녀를 압도할 작정이었다. 남자의 체온이 옷사이로 스며들 정도로, 어디까지가 그의 숨결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의 숨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그녀는 아마 알지 못하리라.
욕망이 맨 처음 따끔따끔하게 피부를 찌르기 시작하는 것도, 그녀의 존재의 핵심에서 천천히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리라.
그 천천히 피어오르는 열기는 분명 거기에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처녀인 그녀는 경험 많은 시선 한 번으로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원을 수 있을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녀가 아는 것은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 그가 훨씬 더 힘이 세고 강인하며, 그의 은밀한 피신처를 침범한 것이 얼마나 커다란 실수였는가 하는 것뿐이다.
거기서 그만둘 작정이었다. 불안감과 숨막힘만을 선사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3센티미터도 채 남지 않았을 때, 갑자기 둘 사이의 인력이 놀랍도록 강해졌다. 그녀의 체취는 그지없이 매혹적이었으며, 그녀의 숨소리가 그를 너무도 흥분시켰다. 그녀에게 불러일으키려던 욕망의 불꽃은 순식간에 자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그는 욕망의 뜨거운 발톱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 그녀의 뺨을 따라 그리던 손가락은 어느 순간엔가 그녀의 머리 뒤로 돌
아가 끌어당겼고, 그는 분노와 욕망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며 케이트의 입술을 취했다.
그녀는 그의 입술 위에서 헉 하고 숨을 삼켰다. 그녀의 입술이 벌어진 순간을 틈타 앤소니는 입술 사이로 혀를 미끄러뜨렸다. 품안에서 그녀는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져 있었으나 그것은 아마 놀라움 때문인 듯했다. 그래서 앤소니는 점점 더 대담하게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쓸어 내린 뒤 엉덩이의 부드러운 곡선을 움켜쥐었다.
“이건 미친 짓이야.”
그는 케이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하지만 그녀를 놓아줄 만한 움직임은 취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는 혼란스런 신음으로 대답했다. 몸이 조금 유연해졌다. 그는 그녀를 더욱더 끌어당겨 몸에 꼭 끌어다 붙였다.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니 애당초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욕망이 그의 혈관 속을 달리고 있었고 그녀가 너무도…….
너무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앤소니는 신음을 하며 그녀의 입술을 떠나 살짝 짭짜름한 그녀의 목을 맛보기 시작했다. 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는 예전에 안았던 그 누구보다 더 완벽하게 그의 몸에 맞아들었다. 마치 그의 이성이 고려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뭔가를 그의 몸이 발견한 듯이.
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뭔가가…… 이거다란 느낌을 주었다. 그녀의 느낌이 그랬고 그녀의 체취가 그랬다. 그녀의 맛이 그랬다. 만일 옷을 모조리 벗기고 여기 서재 바닥 카펫 위에서 그녀를 안는다면 그녀는 그의 몸 아래 꼭 맞게 느껴질 것이며, 그를 꼭 맞게 감쌀 것이다-이거다란 느낌을 줄 것이 분명하다.
자신과 말다툼을 하지 않는 케이트 셰필드는 온 영국에서도 최고로 손꼽을 만한 여성임을 앤소니는 깨달았다.
그의 포옹에 갇혀 있던 그녀의 팔이 천천히 그의 옆구리를 지나 등에 머뭇거리듯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 희미하지만 이마의 얇은 피부 위에서 희미하긴 하지만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그에게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승리의 신음 소리를 내며 앤소니는 다시 그녀의 입으로 입술을 움직여갔다. 열렬히 키스하며, 그녀에게 시작한 것을 계속해 보라고 도전했다.
“오, 케이트.”
앤소니는 신음하며 케이트가 책상 모서리에 기대게 될 때까지 뒤로 밀었다.
“맙소사. 당신은 너무도 맛있어.”
“브리저튼?”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는 오히려 질문에 가까웠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그가 속삭였다.
“뭘 해도 좋으니 말은 하지 마.”
“하지만…….”
“말하지 말라니까.”
그는 말을 자르며 손가락을 케이트의 입술에 가져갔다. 그녀가 입을 열어 논쟁을 시작하면 이 완벽한 순간이 망가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케이트는 양손을 그의 가슴에 가져다 대고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며 숨을 헐떡였다.
앤소니는 욕을 내뱉었다. 듣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만큼 심한 욕이었다.
케이트는 쪼르르 달려갔다. 방 끝까지 달아날 수는 없었지만 높다란 등받이가 달린 일인용 소파 뒤까지는 물러선 상태였다. 적어도 그가 팔을 뻗어 닿지 않을 만큼 먼 곳이었다. 그녀는 딱딱한 등받이를 움켜쥐고 잽싸게 그 뒤로 몸을 피했다. 두 사람 사이에 튼튼한 가구 하나쯤은 놓아 두는 것이 현명할 것 같았다.
자작은 이무리 봐도 기분이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
왜 그런 짓을 하셨죠?”
그녀가 물었다. 속삭임처럼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리였다.
그는 어깻짓을 했다. 아까보다 화는 약간 풀련 것 같지만 좀더 심드렁한 태도였다.
“그러고 싶었으니까.”
케이트는 잠시 숨을 삼켰다. 비록 짧은 문장이기는 했으나 수없이 복잡한 의미를 내포한 질문에 그토록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녀가 불쑥 말했다.
“하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그런 일이 일어났잖소.”
“절 좋아하지도 않으시잖아요!”
“맞소.”
“게다가 저도 자작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그렇다고 여태껏 얘기해 왔었지.”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몇 초 전엔 그 사실이 그리 명확하지 않았긴 하지만, 당신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겠소.”
케이트는 수치심에 뺨이 붉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그의 음탕한 키스에 반응을 했었다. 그런 자신이 키스를 먼저 시작한 자작만큼이나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굳이 그 점을 들어 그녀를 놀릴 필요가 있었을까. 천하의 비열한 인간 같으니. 그녀는 관절이 새하얗게 드러날 때까지 의자 등받이를 움켜쥐었다. 자신이 의자를 브리저튼에 대한 방어막으로 삼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고 싶은 자신을 가로막는 도구로 쓰고 있는 건지, 그 경계가 이젠 모호해졌다.
“당신이 에드위나와 결혼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어요.”
그녀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겠지.”
그는 중얼
거리며, 천천히 몸을 움직여 의자 반대편으로 다가섰다.
“당신이 그러리라 생각하지도 않았소.”
그녀의 턱이 살짝 치켜올라갔다.
“게다가 저 역시 당신과 결혼하지 않으리란 건 분명해요.”
그는 팔걸이에 양손을 얹고 몸을 기댔다. 두 사람의 얼굴은 이제 몇센티미터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았다.
“프로포즈를 한 기억조차 없군.”
케이트는 움찔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방금 제게 키스를 하셨잖아요!”
그가 껄껄 웃었다.
“키스한 모든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했다면, 난 이미 예전에 중혼죄로 감옥에 갇혔을 거요.”
케이트는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는 의자 등받이가 무슨 생명줄이나 되는 양 거기에 매달렸다.
“당신은 명예란 것을 모르는 인간이로군요.”
그녀는 마치 침을 뱉듯 말했다.
앤소니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한 손이 뻗어나와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는 몇 초 동안 그렇게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자신과 마주보게 했다. 그가 무척 위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절대 사실이 아니오. 만일 당신이 남자였다면, 결투를 신청했을거요.”
케이트는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는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와 시선이 얽히고, 미동조차 허용하지 않는 그의 강인한 손가락이 닿은 뺨의 피부는 화상을 입은 듯 후끈거렸다. 마침내 그녀는 이 남자에겐 절대 하지 않으리라 맹세했던 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애원했다.
“부탁이에요.”
그녀가 속삭였다.
“놓아주세요.”
그는 불에 데기라도 한 듯 화들짝 그녀에게서 손을 했다.
“사과하겠소.”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배인 것은 설마……놀라움일까?
아니, 그것은 불가능해. 그 무엇도 이 남자를 놀라게 할 순 없어.
“당신을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소.”
그가 부드럽게 덧붙였다.
“그래요?”
그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어쩌면 당신에게 겁을 주려던 것이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프게 하려던 건 아니었소.”
케이트는 떨리는 다리로 뒤로 물러섰다.
“당신은 난봉꾼 외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목소리에는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떨림과 훨씬 적은 경멸이 배어 있었다.
“알고 있소.”
그가 어깻짓을 하며 말했다. 눈 안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던 불꽃은 어느새 사그라들어 희미한 장난기만이 배어 있었다.
“내 천성인데 어쩌겠소.”
케이트는 또다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갑자기 바뀌어 버린 그의 분위기에 발을 맞춰 줄 만한 기력은 남아 있질 않았다.
“저는 이만 가보겠어요.”
“가시오.”
그가 손짓으로 문올 가리키며 정중하게 말했다.
“절 가로막을 수는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