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43
“그럴 리가.”
그는 그녀의 비웃음을 무시했다.
“사과를 하고 싶었소.”
그 말에 케이트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충격으로 그녀의 입술은 벌어지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 하셨죠?”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개구리 소리 같다고 앤소니는 생각했다.
“며칠 전 내 행실에 대해 꼭 사과해야겠소.”
그가 말했다.
“당신을 더할 수 없이 무례하게 대했소.”
“키스 때문에 사과하시는 건가요?”
아직도 어느 정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가 물었다.
키스라니? 키스에 대해서는 사과할 생각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는 키스를 하고 나서 사과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사과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키스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은 키스보다는 키스 후에 했던 불쾌한 행동 및 언사에 대해 사과할 작정이었다.
“어어, 그렇소.”
그는 거짓말을 했다.
“키스, 그리고 내가 했던 말들도.”
“그렇군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난봉꾼들은 사과를 할 줄 모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가 단단히 주먹을 쥐었다. 언제나 자신에 대해 멋대로 짐작하여 결론을 내려 버리는 이러한 버릇은, 정말 신경에 거슬렸다.
“당신 눈앞의 이 난봉꾼은 사과를 할 줄 아오.”
그가 자르듯 말했다.
케이트는 깊게 숨을 들이쉰 후 천천히 고르게 내쉬었다.
“그렇다면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잘됐군.”
최대한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집까지 에스코트 해드려도 괜찮겠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 해서 제가 에드위나가 자작님과 결혼해도 좋다고 갑자기 생각을 바꾸리라고는 기대하지 마세요.”
“당신이 그렇게 쉽게 넘어갈 사람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소.”
앤소니가 말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다.
케이트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성격을 감안해 본다 할지라도 놀라울 만큼 직선적인 눈빛이었다.
“자작님께서 저에게 키스하셨다는 사실은 없어지지 않아요.”
그녀가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당신도 나에게 키스했지.”
맞받아쳐 주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의 뺨이 매혹적인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녀가 단호하게 다시 한 번 말했다.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러하오니 만일 자작님께서 에드위나와 결혼을 하신다면…… 일단 제가 자작님의 명판을 무시한다는 가정에서 말이지요. 어차피 그런 문제는 절대 하찮은 것이 아니지만…….”
“그렇겠지.”
융단처럼 매끄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그가 끼여들었다,
“어차피 당신이 그런 것들을 하찮게 여길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소.”
그녀가 그를 노려보았다.
“어찌되었건 간에
, 제가 자작님의 평판을 눈감아 드려 자작님께서 에드위나와 결혼을 하신다 해도 그 일은 저와 자작님 사이에 언제까지나 존재할 거예요.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법이지요.”
“그 일?”이라고 느린 말투로 물어 그녀가 ‘키스’라는 말을 어쩔 수 없이 다시 반복하도록 만들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꼈으나, 앤소니는 케이트를 딱하게 여기고 유혹을 물리쳐 버렸다. 게다가 그녀의 말이 옳기도 했던 것이다.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그 키스가 끼여들 것이다. 지금도, 부끄러움에 분홍빛으로 물든 뺨과 화가 나서 꼭 오므린 그녀의 입술 앞에서, 그는 그녀를 끌어안으면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녀의 입술을 혀로 따라 그리면 어떤 맛일까 따위를 궁금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는 정원 같은 향이 날까? 아니면 넋을 잃게 하는 그 백합과 비누의 향이 아직도 피부에 남아 있을까?
그의 포옹에 녹아 내릴까? 아니면 그를 밀어내고 저택 쪽으로 도망칠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지만 실행에 옮긴다면 에드위나와 결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영영 물 건너갈 것이다.
하지만 케이트가 지적했듯이, 에드위나와 결혼하면 복잡하게 일이 꼬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처형에게 욕망을 품어서야 안 될 말이다.
어쩌면 새로운 신부감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몰랐다. 지루한 일이겠지만.
어쩌면 케이트 셰필드에게 다시 한 번 키스를 할 적당한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곳,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오브리 홀의 정원에서, 꽃들이 그들을 쳐다보고 라일락의 향이 공중에 떠도는 이곳에서.
어쩌면…….어쩌면…….
9
남자란 모순의 동물이다. 그들의 머리와 가슴은 완전히 따로 논다. 그리고 모든 여성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듯, 그들의 행동은 대부분 전혀 다른 신체 부위에 의해 지배된다.
레이디 휘슨다운의 사교계 소식. 1814년 4월 29일
혹은 아닌지도 모르지.
막 머리 속으로 케이트의 입술까지 이르는 최단 경로를 계산하고 있는데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앤소니 형님!”
콜린이 외쳐 불렀다.
“거기 계셨군요.”
자신이 정신이 나갈 때까지 키스를 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셰필드 양은 고개들 돌려 콜린이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저 녀석을 꼭 죽여버리고 말 거야.”
앤소니가 웅얼거렸다.
케이트는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앤소니는 그녀를 무시했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무시하지 않으면 아까처럼 그녀를 원하게 될 텐데 그것은 재앙으로 향하는 지름길일 테니까.
어쨌건 간에, 전혀 타이밍이 맞지 않은 콜린의 방해에 고마워해야 할 형편이었다. 몇 초만 더 있었더라도 케이트 셰필드에게 키스를 했을 테고, 그것은 그의 인생 최악의 실수로 기록될 터였으니까.
한 번 키스한 것은 어떻게든 변명할 수 있다. 특히 그 날 밤 집무실에서 그녀가 몹시도 그를 몰아세웠으니까 하지만 두 번째는…… 글쎄,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남자라면 당연히 에드위나 셰필드에게 구혼하던 것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앤소니는 아직 그 정도로 뻔뻔해지진 않았다.
에드위나와 결혼하려던 계획을 하마터면 휴지조각으로 만들 참이었다는 사실을 그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거지? 에드위나야말로 그의 목적에 딱 어울리는 완벽한 신부감이 아니던가. 문제는 그녀의 참견쟁이 언니가 옆에 있을 때면 그의 두뇌가 혼란을 일으킨다는 점이었다.
“앤소니 형님.”
콜린이 다가오며 다시 말했다.
“셰필드 양.”
그는 두 사람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콜린은 잘 알고 있었다.
“이거 놀라운 일이로군요.”
“그저 어머님의 정원을 구경하던 것뿐이에요.”
케이트가 말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형님과 마주친 것이고요.”
앤소니는 그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프네와 사이먼이 왔습니다.”
콜린이 말했다.
앤소니는 케이트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내 여동생 부부요.”
“공작님 말씀이신가요?”
그녀가 예의바르게 물었다.
“바로 그 사람이라오.”
그가 툴툴대며 말했다.
콜린은 큰형이 언짢아하자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형님께선 결혼을 반대하셨지요.”
그가 케이트에게 말했다.
“두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이 사뭇 못마땅하신 모양입니다.”
“말도 안 되는 개…….”
앤소니가 대뜸 말했다가 케이트 앞에서 욕설을 내뱉기 직전에 멈췄다.
“내 여동생이 행복하다니, 나도 몹시 기쁩니다.”
그는 전혀 기쁜 기색 없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저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기 전에 그 망할 개…… 인간을 흠씬 때려 줄 기회를 놓쳐서 아쉬운 것뿐이오.”
케이트는 웃음을 참다가 사레들릴 뻔했다.
“그렇군요.”
마음과는 달리 실제 표정은 멀쩡한 얼굴과는 거리가 멀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말은 어쨌거나 그렇게 했다.
콜린은 형님을 보기 전에 마지막으로 케이트에게 한 번 씨익 웃어 주었다.
“다프가 팰멜(옛 공놀이의 일종)을 하자는데, 형님은 어쩌시려우? 그거 안 해본 지가 거의 몇 년은 된 것 같네. 일찍 시작하면 어머님께서 우리를 위해 초대하신 나약한 아가씨들에게서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콜린은 케이트를 돌아다보며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미소를 흘렸다.
“물론 현재 이 자리에 계신 레이디는 제외하고 말이지요.”
“물론 그렇겠지요.”
그녀가 웅얼거렸다.
콜린은 앞으로 몸을 숙였다. 초록색 눈동자가 장난기로 반짝였다.
“그 누구도 레이디를 나약한 아가씨라 부르는 실수는 하지 않을 겝니다.”
그가 덧붙였다.
“그 말은 칭찬인가요?”
케이트가 신랄하게 물었다.
“의심할 나위 없이.”
“그렇다면 우아하게, 선의로 받아들이지요.”
콜린은 웃음을 터뜨리며 앤소니에게 말했다.
“난 저 아가씨가 마음에 든다니까요.”
앤소니는 전혀 재미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팰멜을 해보신 적은 있으신지요, 셰필드 양?”
콜린이 물었다.
“불행히도 없답니다. 그게 무슨 게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잔디 위에서 하는 게임이랍니다. 무척 재미있지요. 이곳보다는 프랑스에서 훨씬 인기 있는 게임입니다. 그쪽에선 빠이유 마이유라
부른다더군요.”
“어떻게 하는 게임인가요?”
케이트가 물었다.
“코스를 따라 크로케처럼 조그마한 문을 설치합니다.”
콜린이 설명했다.
“그리고는 나무 메로 나무 공을 쳐서 그 문을 통과시키는 것이지요.”
“간단한 게임인 것 같군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절대 아닙니다.”
콜린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브리저튼 가 사람들과 그 게임을 할 때는 절대 간단할 수가 없지요.”
“그게 무슨 뜻이지요?”
“그 말은.”
앤소니가 끼여들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규칙을 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거요. 콜린은 문을 나무 뿌리 근처에 설치하는 둥…….”
“형님은 호수 바로 앞에다가 문을 설치하셨으면서.”
콜린이 끼여들었다.
“결국 다프네가 그 빨간 공을 연못에 빠뜨리고 나서 다시는 못 찾았잖아요.”
케이트는 브리저튼 자작과 함께 오후를 보내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펠멜이 너무도 재미있는 경기 같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제가 낄 자리가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이미 저를 나약한 아가씨들의 무리에서 제외시켜 주셨으니까요.”
“물론입니다!”
콜린이 말했다.
“우리 같은 모사가와 사기꾼 사이에는 딱 어울리실 겝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브리저튼 씨가 그런 말을 하시니, 칭찬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