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48
“모두 브리저튼 씨 덕분입니다.”
케이트가 겸손하게 말했다.
“공을 언덕 아래로 보내 주시지 않았다면…….”
“레이디께서 형님의 파멸에 박차를 가해 주시기를 바라고 있었지요.”
콜린이 말했다.
에드위나를 대동하고 마침내 공작이 다가왔다.
“꽤 놀라운 결과로 끝났군.”
그가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다프네가 말했다.
그녀의 남편은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를 슬쩍 쳐다보았다.
“이렇게 된 마당에 계속 시합을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놀랍게도 콜린마저 그의 말에 동조했다.
“그렇고말고 물론이지요.”
케이트의 얼굴은 기쁨으로 빛났다. 공작이 하늘을 슬쩍 보았다.
“게다가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어. 비가 오기 전에 다프네를 들여보내고 싶군. 조심해야 할 상황이고 하니까.”
케이트가 놀라서 다프네를 쳐다보자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전혀 임산부 같지 않았던 것이다.
콜린이 말했다.
“좋습니다. 게임을 이쯤에서 마치고 셰필드 양을 승자로 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여러분들보다 두 주문이나 뒤쳐져 있었는데요.”
케이트가 말했다.
“그렇기는 했지만 브리저튼 팰멜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든 주문을 통과하는 것보다는 앤소니 형님의 공을 호수로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따라서 당신이 우승입니다.”
“셰필드 양.”
콜린은 주위를 훑어보다가 앤소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의 있으신 분 계십니까?”
아무도 없었다. 비록 앤소니가 당장이라도 폭력을 행사할 것 같은 분위기이긴 했지만. 콜린이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셰필드 양이 우승입니다. 그리고 앤소니 형님, 형님이 꼴찌유.”
웃음소리 반 목 메인 소리 반이 섞인, 기묘하게 억눌린 소리가 케이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뭐, 꼴찌라는 것은 항상 있지 않수.”
콜린이 씩 웃으며 말했다.
“전통이니까.”
“사실이지.”
다프네가 합세했다.
“피에 굶주린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전통을 따르는 것을 좋아하지.”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군.”
공작이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다프네와 나는 이만 작별인사를 해야겠군. 정말 비가 오기 전에 다프네를 집안에 들여보내야겠어. 뒷정리하는 것은 도와주지 않고 가도 괜찮겠지?”
물론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곧 공작과 공작부인은 오브리 홀로 돌아갔다.
대화가 오가는 동안 말이 없던 에드위나가 (비록 각양각색인 브리저튼 남매들을 마치 최근에 정신병원을 탈출한 사람들인 양 쳐다보고 있기는 했지만) 갑자기 헛기침을 했다.
“공을 건져내야 할까요?”
언덕 아래 호수를 찌푸린 눈으로 바라보며 그녀가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마치 그런 이상야릇하고도 엉뚱한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는 듯 고요한 호수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호수 한가운데에 빠진 것도 아니잖아요.”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냥 굴러 들어갔죠. 분
명 호수 가장자리에 있을 거예요.”
콜린은 머리를 긁적였다. 앤소니는 여전히 찌푸린 얼굴이었다.
“공을 또 잃어버리고 싶으신 것은 아니실 테지요?”
에드위나가 계속해서 말했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그녀는 메를 집어던지고 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까짓 공, 제가 가져오지요.”
물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자들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 그녀를 돕겠다고 나섰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말씀입니다, 셰필드 양.”
언덕을 걸어내려 가며 콜린이 호기롭게 말했다.
“제가 가져오지요.”
“아, 정말.”
앤소니가 투덜댔다.
“그 놈의 공. 내가 가져오마.”
그는 언덕을 내려가 곧 동생을 앞질렀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케이트의 행동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라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물론 아주 힘껏 쳐서 그녀의 공을 호수 한가운데에 빠뜨렸을 테지만 그래도 여자에게 졌다는 사실이 너무나 창피했다. 특히 그녀에게.
그는 호숫가에 도착하여 안을 들여다보았다. 얕은 곳에 빠졌다면 분홍 공의 밝은 색깔은 분명 물 위에서도 보일 것이었다.
“보여요?”
그의 곁에 멈춰 서며 콜린이 물었다. 앤소니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색깔도 이상했잖니. 아무도 분홍색은 쓰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다 못해 보라색이 분홍색보다는 낫지.”
다른 곳을 살피기 위해 오른쪽으로 몇 걸음 옮기며 앤소니가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보
라색 메는 어떻게 된 거냐?”
콜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모르는 일인걸요.”
“내 생각에는 분명.”
앤소니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보라색 메가 내일 저녁에 기적처럼 팰멜 세트로 돌이올 것 같구나.”
“그럴지도 모르지요.”
눈으로는 계속 물 속을 살피며, 앤소니 곁을 약간 더 지나쳐서 콜린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운이 좋으면 오늘 오후에라도 돌아올지도 모르고요.”
앤소니가 평이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는 널 죽이고 말겠다.”
“물론 그러시겠지요.”
콜린이 물을 훑어보더니 갑자기 검지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켰다.
“어 ! 저기 있다.”
“그 분홍 공은 호수 가에서 60센티미터 정도 들어간 얕은 곳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깊이는 기껏해야 30센티미터 정도 될 것 같았다. 앤소니는 작은 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부츠를 벗고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게 생겼던 것이다. 케이트 셰필드라는 여자만 만나면 항상 부츠를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일이 생기는 것 같았다.
아니지, 그는 쓸쓸히 생각했다. 에드위나를 건져주기 위해 서펜틴 호수로 뛰어들었을 때는 부츠를 벗을 시간이 없어서 부츠 가죽이 완전히 망가졌었다. 그 꼴을 보고 그의 시종이 기절할 뻔했고 끙 소리를 내며 그는 바위 위에 앉아서 신발을 벗었다. 에드위나를 구하는 데에야 고급 부츠 한 컬레쯤 버려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 우스꽝스러운 분홍색 팰멜 공을 건지는 데에는 솔직히, 그것 때문에 발을 적시는 것조차 아까웠다.
“혼자서도 잘하실 것 같군요.”
콜린이 말했다.
“그럼 나는 가서 셰필드 양이 주문을 뽑아내는 것이나 도울게요.”
앤소니는 졌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이 차가운가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맙소사. 그녀였다. 그는 몸을 돌렸다. 호숫가에 케이트 셰필드가 서 있었다.
“주문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소?”
다소 퉁명스럽게 그가 말했다.
“에드위나가 하고 있습니다.”
“얼어죽을, 셰필드 양이라는 사람이 너무 많아 탈이군.”
그가 작은 소리로 투덜댔다. 자매들은 한 시즌에 동시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법이라도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무엇이라 하셨죠?”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이며 그녀가 말했다.
“얼어죽겠다고 했소.”
그는 거짓말을 했다.
“오, 미안합니다.”
그 말이 그의 주위를 끌었다.
“거짓말.”
그가 마침내 말했다.
“뭐, 그래요.”
그녀가 인정했다.
“자작님을 이긴 것은 미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작님께서 동상에 걸리시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어요.”
갑자기 앤소니는 그녀의 발가락을 보고 싶다는, 정신이 나간 듯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이 여지에게 욕망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는 이 여자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자신이 기묘하고도 비틀린 방식으로나마 그녀를 좋아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리고 정말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녀도 지신을 똑같은 심정으로 좋아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입장이 바뀌셨다면 작작님도 저와 똑같은 행동을 하셨을 거예요.”
케이트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물을 헤치며 걷기만 했다.
“그러셨을 거예요!”
그녀가 우겨댔다.
그는 몸을 숙여 공을 건져내다가 옷소매를 적셨다. 망할.
“알고 있소.”
그가 대답했다.
“오.”
그가 그렇게 인정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듯, 그녀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다시 뭍으로 올라와, 호숫가의 흙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서 발에 달라붙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여기.”
담요로 여겨지는 물건을 내밀며 그녀가 말했다.
“헛간에 있더군요. 내려오는 길에 들렀어요. 발을 닦으실 것이 필요할것 같아서.”
앤소니는 입을 열었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고맙소.”
마침내 그는 겨우 말하고 담요를 받아들었다.
“저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랍니다.”
케이트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요.”
“어쩌면 그 말씀이 사실일지도 모르지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에드위나와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끄신 건 잘못이셨어요. 순전히 저를 화나게 하려고 그러셨던 거죠?”
공을 옆에 내려놓고 발을 닦으려 바위 위에 걸터앉다가 그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결혼을 고려 중인 여자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그랬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거요?”
그녀는 살짝 얼굴을 붉혔지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평생 이렇게 자기 중심적인 말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만. 네, 제 생각으로는 그저 저를 화나게 하시려고 시간을 끄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녀의 말이 옳았지만 그렇게 말해 줄 수는 없었다.
“사실은, 에드위나 양이 지체한 것이었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방으로 가서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 준비가 끝날 때까지 내 서재에서 기다렸소.”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고 케이트가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나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오.”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졌다는 듯한 표정에 왠지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약간은 나쁜 사람인가?”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분위기가 다시 평소대로 가벼워지자 분명 대화하기가 한결 편해진 모양이었다.
“오, 물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