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69
“분명 너도.”
그녀가 속삭였다.
“똑같은 모습을 보았을 거야.”
케이트의 손을 쥐고 있던 앤소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나는 스물하고도 다섯이었지만 넌 겨우 세 살이었다. 어린 아이에게 보여서는 안 될 광경이지. 너를 내보내려고 어른들이 애를 썼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대. 네가 어른들을 물어뜯고 할퀴면서 비명을 계속 질러대고 있었는데, 그때…….”
말을 잇지 못하며 메리가 말을 멈췄다. 그녀는 앤소니가 준 손수건을 얼굴로 가져가더니 한참이 지나고서야 다시 말을 했다.
“네 어머니는 거의 임종에 가까워지고 있었지.”
너무나 낮아 거의 속삭이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어른들이 막무가내인 너를 끌어낼 만큼 힘이 센 사람을 겨우 찾아냈는데 그때 번갯불이 방을 꿰뚫었단다. 네 아버지 말씀이…….”
메리는 말을 멈추고 침을 삼켰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네 아버지 평생 가장 오싹하고 끔찍한 경험이었다더구나. 번개가……마치 대낮처럼 방안을 밝혔지. 그런데 보통의 번개와는 달리 그 번쩍 하는 불빛이 순식간에 사라지지를 않았대. 마치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아버지는 너를 쳐다보았는데, 네가 얼어붙어 있었다는구나. 네 아버지 말씀을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거야. 마치 네가 작은 조각상 같았다고 묘사하셨지.”
앤소니가 몸을 움찔했다.
“왜 그러세요?”
그를 바라보며 케이트가 물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어젯밤에도 바로 그랬소. 그렇게 보였지. 나도 정확하게 조각상을 떠올렸거든.”
“그…….”
케이트가 앤소니에게서 메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앤소니가 그녀의 손을 다시 한 번 꼭 쥐어 주고는 메리를 재촉했다.
“계속 말씀하시지요.”
그녀는 고개를 한 번 끄덕했다.
“네 눈이 어머니에게 못박혀 있는 것을 보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얼어붙은 것인지 보려고 네 아버지가 돌아섰는데, 그때……그때 네 아버지가 본 것은…….”
케이트는 살며시 앤소니에게서 손을 빼내고 일어나 메리가 앉아 있는 의자 옆에 발받침을 끌어다 놓고 앉았다. 그녀는 메리의 한쪽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괜찮아요. 메리.”
그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말씀하셔도 돼요. 꼭 알아야만 하니까요.”
메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종의 순간이었어. 네 어머니가 똑바로 일어나 앉았다는구나. 네 아버지 말씀이, 며칠 동안이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앉더래. 몸은 뻣뻣했고, 고개는 뒤로 젖힌 채 비명이라도 지르는 듯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더구나. 그때 천둥이 쳤는데, 너는 분명 네 어머니의 입에서 그 천둥소리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왜냐하면 너는 그 누구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달려와서는 침대에 뛰어올라 네 어머니를 끌어안았으니까.
어른들은 널 떼어내려고 애를 썼지만 너는 손을 놓지 않았지. 네가 비명을 지르고 또 지르며 엄마를 부르고 있었는데 엄청난 일이 일어났어. 벼락이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비가 창문을 뚫고 들어와 버린 것이지. 사방에 유리가 튀고 바람에 비, 천둥, 그리고 또 번개. 너는 그동안에도 쉬지 않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 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침대 위로 다시 쓰러진 후에도 넌 작은 팔로 어머니의 목에 꼭 매달려, 비명을 지르고 흐느껴 울며 어머니에게 제발 일어나라고 가지 말라고 애원을 했지. 어떻게 해도 널 떼어낼 수가 없었대.”
메리가 속삭였다.
“결국에는 네가 울다 지쳐 잠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더구나.”
거의 일 분 동안 방언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마침내 케이트가 속삭였다.
“몰랐어요. 제가 그런 광경을 본 줄은 몰랐어요.”
”
네 아버지 말씀이, 네가 그 일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더라.”
메리가 말했다.
“얼마간은 할래야 할 수도 없었다더구나. 너는 아주 오랫동안 잠을 잤는데, 깨어나고 보니 네 어머니의 병이 옮았다는 것이 확연했지. 하지만 네 어머니만큼 심하지는 않았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니까 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는 절대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 그리고 나은 후에는 네가 얘길 하려 들지 않았대. 네 아버지도 여러 번 시도했었지만 그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네가 고개를 저으며 귀를 꼭 막았다는구나. 결국 네 아버지도 더 이상은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
메리가 주의 갚게 케이트를 바라보았다.
“그 얘기를 해주는 걸 포기하시니까 네가 더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고 말씀하셨다.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하신 것이지.”
“알아요.”
케이크가 속삭였다.
“그리고, 당시에는 분명 그것이 최선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알아야만 했어요.”
용기를 얻으려는 것이라기보다는 뭔가 확인하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는 앤소니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알아야만 했어요.”
“지금은 기분이 어떻소?”
부드럽지만 단도직입적으로 그가 물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모르겠어요. 좋은 것 같아요. 조금 홀가분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나서 케이트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머뭇거리며 느리게 떠오르는 미소였지만 그래도 미소는 미소였다. 그녀는 놀랍다는 시선으로 앤소니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
”
이제 기억이 나니?”
메리가 물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어졌어요.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알게 되어서 좋아요.”
메리는 목에 뭔가 걸린 듯한 소리를 내더니 의지에서 내려와, 케이트가 앉아 있는 발받침대 옆에 앉으며 케이트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울고 있었다. 웃음이 섞인 기묘하게 홀가분한 흐느낌.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행복한 눈물이었고, 마침내 몸을 일으킨 케이트가 앤소니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그도 눈가를 훔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물론 그는 금세 손을 치우고 체면을 차렸지만 그녀는 이미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모든 지성과 감정, 자신의 모든 존재로 그를 사랑했다.
만일 그가 영원히 지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글쎄,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다, 이 뜻깊은 순간에만큼은.
아마도 영원히 하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20
에드위나 셰필드 양이 최근 몹시 정신이 산란해졌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이 본 필자 외에 또 있는지?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사랑에 빠졌다고 하지만, 아무도 그 행운의 주인공의 정체를 모른다.
허나 파티에서 참석한 셰필드 양의 행동으로 미루어보건대, 본 필자는 그 소문 속의 신사가 현재 런던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셰필드 양은 그 어떤 신사에게도 흥미를 나타내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지난 금요일 레이디 모트램의 무도회에서는 혼자 밖에 앉아 있는 광경까지 목격되었다.
혹시 그녀의 구혼자는 지난달 별장 파티에서 만난 사람이었던가? 본 필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약간의 탐문 수사를 벌여야 할 것 같다.
레이디 휘슨다운의 사교계 소식. 1814년 6얼 13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요?”
케이트는 늦은 밤 화장대 앞에서 머리를 빗다 말고 말했다.
앤소니는 창틀에 한 손을 짚고 서서 밖을 내다보는 중이었다.
“내 생각엔 말이지요, 다음 번에는 폭풍우가 쳐도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천천히 돌아섰다. 정말이오?
그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예감이 들어요.”
“예감이라.”
그의 목소리는 자신의 귀에도 이상하고 담담하게 들렸다.
“원래 예감이 가장 정확한 법이지.”
“기묘할 정도로 낙천적인 기분이에요.”
그녀는 은제 브러시를 허공에 흔들며 말했다.
“평생 항상 이 끔찍한 것이 머리 속에 도사리고 있었거든요. 당신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지만……매번 폭풍이 칠 때마다 난 산산조각이 나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생각했을 때……아니, 그건 생각이 아니었어요. 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었다고 할까…….”
“뭘 말이요. 케이트?”
전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그녀의 대답이 두려웠다.
“어떤 식으로든.”
케이트가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몸을 떨며 울음을 터뜨리며, 난 내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냥 알고 있었지요. 이렇게 끔찍한 기분으로는 그 다음날까지 살아 있을 수가 없을 거다는 느낌이랄까.”
그녀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앤소니는 이해했다. 그는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당신은 아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소리라고 생각하실 테지만요.”
그녀는 멋쩍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당신은 항상 이성적이고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현실적이니까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시겠죠.”
만일 그녀가 내 속을 알 수만 있다면. 앤소니는 갑자기 취기와 비슷한 것을 느끼며 눈을 비댔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균형 감각을 잃었는지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기만 바라며 비틀비틀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
다행히 케이트는 화장대 위에 놓인 화장품 병과 자질구레한 것들로 관심을 옮겼다. 어쩌면 그가 자신의 말도 안 되는 두려움을 비웃을까 봐 그를 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화장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폭풍이 지나가면 언제나, 난 내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을 했구나, 참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구나. 그래요 뭐, 어차피 전에도 폭풍은 견뎌 봤고, 그래도 다 살아남았으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이성적으로 알고 있다고 해도 도움이 되질 않았어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앤소니는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고개를 끄덕였던가,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비가 내리면, 머리 속엔 폭풍 생각밖에 안 나요. 물론 겁이 나면서요. 그리고 나서 해가 고개를 내밀면, 난 또다시 아주 한심했구나 깨닫게 되지요. 하지만 다음 번에 또 폭풍이 치면, 또 똑같은 거예요. 다시 한 번 난 내가 죽을 거라 생각하지요. 내가 죽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예요.”
앤소니는 토할 것 같았다. 몸이 마치 남의 몸처럼 느껴졌다. 안간힘을 써도 아마 한 마디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봐라보았다.
“내가 죽지 않고 다음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 건 딱 한 번, 오브리 홀의 서재에서였어요.”
케이트는 일어서서 앤소니 곁으로 다가와 앞에 무릎을 꿇으며 뺨을 그의 무릎에 얹었다.
“당신과 함께였던 때.”
그녀가 속삭였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것은 사실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도 자각하지 못했다.
케이트 역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바로 그 기묘한 느낌이야말로 수년 동안 앤소니에게 고립감을 가져다주던 존재가 아닌가 마치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뭔가 기본적이고도 끔찍한 진실을 자신만이 알고 있다는 느낌.
하나 그의 감정은 케이트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녀의 공포가 가끔, 바람과 비와 번개에 의해서만 깨어나는 감정이었다면 그의 감정은 항상 그의 주위를 맴돌았으며, 아마 죽는 날까지 그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또한 그녀는 그와는 달리 이제 그것을 극복했다.
케이트는 지신의 악마와 싸워 승리를 거뒀다. 그런 그녀에게 질투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별로 우아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를 몹시 아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폭풍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것에 짜릿함과 안도감과 무한한 기쁨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좋고 순수한 감정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질투를 느꼈다. 너무도, 너무도 질투가 났다.
케이트는 이겼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악마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것을 두려워하길 거부했던 그는, 이제 두려움에 몸이 굳어진다. 그것은 바로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맹세했던 일이 일어나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내를 사랑하게 되고 나니, 죽어서 그녀 곁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은 시에 불과할 뿐, 길고 아기자기한 소설이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도대체 누구를 탓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탓하고 싶었다. 왜 이 끔찍한 저주를 내게 지워 주고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을까? 그의 삶으로 들어와 자신의 삶이 끝나는 것을 두렵게 만든 케이트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제길, 그래서 기분이 나아지기만 한다면 길거리를 걷는 낯선 사람에게 욕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진실은 그 누구도 탓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누군가를 가리키며 “이건 다 네 탓이야.”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꼭 누군가를 탓해야 기분이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유치하다는 것은 알지만 가끔씩은 유치한 기분을 느낄 권리가 있지 않은가?
“난 정말 행복해요.”
케이트가 여전히 그의 무릎에 기댄 채 중얼거렸다.
앤소니도 행복해지고 싶었다. 삶이 단순할 수 있기를, 행복할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그냥 행복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 자신의 근심 따윈 잊고 그녀와 함께 기뻐해 주고 싶었다. 이 순간 자신을 잊고 미래를 잊고 그저 그녀를 품에 안고…….
갑작스레, 그는 그녀를 안고 일어섰다.
“앤소니?”
케이트가 놀라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대답 대신, 앤소니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만나며, 마음이 어딘가로 달아날 때까지, 자신이 육체에 의해서만 지배될 때까지 키스하길 원했다. 생각 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조차 원치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뿐이다.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길 바랐다. 그는 아내를 품안에 안아들고 침대로 걸어가 매트리스에 내려놓고 금세 자신의 몸으로 그녀의 몸을
덮었다. 몸 아래 느껴지는 그녀는 대단했다. 부드럽고 강인하며, 그의 몸 안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무엇이 갑작 레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것을 감지하고 그와 함께 공유하길 원했다.
케이트는 이미 잠자리에 들 준비를 갖추고 있었으므로 잠옷은 그의 숙련된 손가락 아래 쉽게 벗겨졌다. 그녀를 만져야만 했다. 느껴야만 했다. 그녀가 바로 거기 자신의 몸 아래 있다는 사실과 자신이 이 자리에서 그녀와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 그녀는 어깨에서 묶는 스타일의 정교한 은청색 실크 란제리를 입고 있었다. 그 옷은 남자를 흐물흐물 녹일 의도로 디자인된 것이었으며, 앤소니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실크 아래 느껴지는 그녀의 따스한 피부는 뭔가 미치도록 에로틱한 구석이 있었다. 그의 손이 가차없이 그녀의 몸 위를 달리며 그녀를 만지고 움켜쥐며, 그녀를 자신에게 영원히 묶어놓을 수 있는 일이란 일은 모두 다했다.
만일 할 수만 있다면 그녀를 자신의 몸 안으로 집어넣어 영원히 그 안에 가둬 두고 싶었다.
“앤소니?”
그가 잠시 그녀의 입에서 입술을 땐 순간 케이트가 헐떡였다.
“당신 괜찮아요?”
“당신을 원해.”
그는 낮게 신음하며 그녀의 잠옷을 다리 위까지 걷어올렸다.
“지금 당신을 원해.”
케이트의 눈이 충격과 흥분으로 휘둥그레졌다. 그는 일어나 앉아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그녀를 짓누르지 않으려고 양 무릎에 체중을 실었다.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
그가 속삭였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눈부셔.”
케이트는 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손을 들어
희미하게 수염 그림자가 생기기 시작한 그의 뺨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앤소니는 그녀의 손을 잡은 뒤 고개를 돌려 손바닥에 키스했다. 그녀의 다른 손은 그의 목 뒤로 타고 내려갔다.
그의 손가락이 느슨하게 리본으로 묶여 있는 섬세한 란제리 어깨 끈을 찾았다. 살짝 잡아당기기만 해도 매듭이 풀렸으나, 일단 실크가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하자 앤소니는 참을성을 잃고 말았다. 그는 란제리를 그녀의 발치까지 단숨에 잡아당겨, 자신의 시선 앞에 그녀를 낱낱이 발가벗겼다.
거친 신음을 내뱉으며, 그는 자신의 셔츠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단추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순식간에 바지마저 벗어 버렸다. 마침내 침대 위에 남은 것은 두 사람의 맨몸뿐. 그는 다시 그녀 위로 몸을 드리우며, 근육질의 허벅지로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기다릴 수가 없어.”
그가 거칠게 말했다.
“당신에게 배려를 해줄 수 없을지도 몰라.”
케이트는 열에 들뜬 신음을 내뱉으며 그의 엉덩이를 쥐고 그를 자신의 입구로 안내했다.
“배려는 필요 없어요.”
그녀가 헐떡였다.
“그리고 당신이 기다리길 원치도 않아요.”
그리고 그 순간 말은 끝나 버렸다. 앤소니는 뱃속에서 솟아오르는 원시적인 흐느낌 소리를 내며 그녀 안으로 돌진해 한 번의 강렬한 움직임으로 자신을 묻었다. 너무도 빠른 그의 침입에 그녀의 입이 놀라 동그랗게 벌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아니, 그보다 더 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의 무자비한 사랑의 행위가 그녀 몸 갚은 곳에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를 너무도 원한 나머지 숨이 다 가빠왔다.
두 사람은 부드럽지도, 조심스럽지도 않았다. 그들은 뜨거웠으며, 땀으로 범벅이 되어 탐욕을 불태웠다. 두
사람은 의지력만으로 이 순간을 영원히 남기려는 듯 서로의 몸을 꼭 끌어안고 격렬한 절정에 다다랐다. 그들의 몸이 울부짖음과 동시에 뒤로 한껏 휘며 밤으로 녹아들어갔다.
두 사람은 서로의 품속에 몸을 말고 가쁜 호흡을 조절하려 했다. 케이트는 무한한 만족감에 눈을 감고 압도적인 나른함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앤소니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