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7
“그건 왜지요?”
자작이 나직하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그는 입술을 비죽거렸다.
“부탁입니다.”
“자작님께선 제 동생에게 구애하려고 저와 함께 춤을 추고 계십니다. 이런 것엔 저도 익숙하답니다. 에드위나의 구혼자한테 관심을 받는 것 말이에요.”
그녀는 스탭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앤소니는 또 다시 밟히기 전에 발을 멀찌감치 떨어뜨렸다. 그녀가 ‘바보들’ 이 아니라 구혼자 라고 말했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말씀을 계속하시지요.”
그가 중얼거렸다.
“자작님께선 제가 동생의 남편감으로 바랐던 남자가 아닙니다.”
케이트가 말했다. 그녀의 태도는 직선적이었으며, 지성적인 갈색 눈은 단 한 번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자작님께선 난봉꾼입니다. 악당이시지요. 저는 제 동생을 자작님 근처 5미터 반경 내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할 작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몹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난 동생분과 함께 오늘 저녁 왈츠를 추었지요.”
“그런 일은 앞으로 절대 일어나지 않올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에드위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당신 몫이오?”
“에드위나는 제 판단을 믿는답니다.”
그녀가 새침하게 말했다.
“그렇군.”
그는 최대한 신비스런 목소리로 말하려 노력했다.
“몹시 흥미로운 일이오. 나는 에드위나 양이 성인이라 생각했는데.”
“에드위나는 고작 열일곱에 지나지 않아요.”
“그렇다면 당신은 아주 어른이란 뜻인가? 고작 스무 살에?”
“스물한 살입니다.”
그녀가 물어뜯듯 말했다.
“아. 그러니까 레이디께선 남자들에 대해 전문가란 뜻이오? 특히 남편감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런 레이디께선 언제 결혼이라도 해보셨던가? 음?”
“제가 미혼이란 건 자작님도 잘 아실 텐데요.”
그녀가 이를 갈며 말했다.
앤소니는 미소를 짓고 싶은 마음을 쭉 참았다. 이런, 이런. 케이트 셰필드 양을 약올리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내 생각엔 말이요.”
그가 일부러 천천히 신중하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동생분에게 모여드는 남자들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나 보군요. 그렇지 않소?”
그녀는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그렇지 않았소?”
그녀가 마침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소.”
그가 중얼거렸다.
“당신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군.”
케이트가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바람에 앤소니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만일 춤을 추고 있지만 않았어도, 생각에 잠긴 척 턱을 쓰다듬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잡고 있었기에, 별 수 없이 사뭇 진지한 척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눈썹을 치켜올릴 따름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엔 말이오.”
그가 덧붙였다.
“날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판단한 건 커다란 실수라는 거요.”
케이트가 입술을 한일자로 팍 다물었다. 그리고는 간신히 말했다.
“자작님을 조종하려 든 적은 없습니다. 그저 제 여동생에게 다가가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이죠.”
“바로 그것만 보더라도 당신이 남자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소. 적어도 난봉꾼에 악당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뜨거운 숨결을 그녀의 뺨에 뿜어댔다.
그녀는 예상대로 몸을 떨었다.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같은 부류는 원래 그 무엇보다 도전을 즐긴다오.”
음악이 끝나갔다. 두 사람은 댄스 플로어에서 서로를 마주본 채 멈춰 섰다. 앤소니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플로어를 벗어나기 직전, 그는 그녀의 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대고 속삭였다.
“셰필드 양. 레이디께선 내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도전장을 던진 것이오.”
케이트는 그의 발을 밟았다. 아주 세게. 어찌나 세게 밟았던지 그의 입에서 전혀 난봉꾼이나 악한답지 않은 날카로운 비명이 새어나왔다.
앤소니가 노려보자 그녀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인 뒤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어는 그게 전부라서요.”
그의 눈이 어두워졌다.
“셰필드 양. 당신은 상당한 골칫거리요.”
“브리저튼 경, 더 두꺼운 부츠를 장만하셔야겠군요.”
그녀의 팔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당신을 샤프론들과 노처녀들의 피신처로 돌려보내 주기 전에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겠군.”
케이트는 숨을 멈췄다. 차가운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당신 동생에게 구혼할 것이오. 차기 레이디 브리저튼 감으로 적당하다는 판단이 서면, 난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거요.”
케이트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일었다.
“그렇다면, 자작님이야말로 에드위나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이 경께 있다고 착각하시는 모양이로군요. 잊지 말아 주세요. 자작님. 비록 자작님께서 에드위나가 적당한…….”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단어를 내뱉었다.
“레이디 브리저튼 감이라는 결론을 내리신다 하더라도 에드위나 쪽에서 거절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는 단 한 번도 사냥감을 놓쳐 본 적이 없는 남자의 자신감을 드러내며 케이트를 내려다보았다.
“만일 내가 에드위니헤게 청혼한다면 그녀는 거절할 수 없을 거요.”
“여태껏 그 어떤 여자도 자작님의 매력에 저항하지 못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는 대답 대신 거만하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림으로써, 당신이 알아서 생각하란 표정을 지어 주었다.
케이트는 팔을 핵 뿌리친 뒤 의붓어머니에게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분노와 증오로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지만 두려움 따윈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 절대 거짓이 아닐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가 정말로 그토록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라면…….
케이트는 진저리를 쳤다. 그녀와 에드위나는 아주, 아주 커다란 위험에 빠진 것이다.
그 다음날은 성대한 무도회가 열린 여느 때의 다음 날과 별 차이가 없었다. 셰필드 가의 응접실은 ‘에드위나 셰필드 양께’ 란 새하얀 카드가 꽂힌 꽃다발로 넘쳐났다.
그냥 ‘셰필드 양께’ 라고만 써도 충분했을 텐데. 케이트는 얼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하지만 에드위나의 구혼자들은 케이트가 아닌 에드위나에게 확실히 꽃다발을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그런 그들을 탓할 수 있으랴.
물론 셰필드 가의 아무도 그런 착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꽃은 대부분 에드위나 앞으로 오니까 아니, 대부분이 다 뭔가 지난 달 이 집으로 배달된 꽃다발은 하나도 빠짐없이 에드위나게 온 것뿐이었다.
하지만 최후에 웃는 자는 자신이라고 케이트는 생각했다. 에드위나는 대부분의 꽃향기에 재채기를 해대기 때문에 결국 그 꽃들은 고스란히 케이트의 방에 꽂히게 되었으니까.
“참 예쁘구나.”
그녀가 섬세한 난초를 사랑스럽다는 듯 매만지며 말했다.
“넌 딱 내 침대 옆에 어울리겠구나. 그리고 넌…….”
그녀는 몸올 굽혀 완벽하기 그지없는 백장미 부케 향을 맡았다.
“내 서랍장 위에 있으면 눈이 부실 거야.”
“항상 꽃에게 얘기를 하오?”
케이트는 풍부한 저음의 남자 목소리에 홱 돌아섰다. 하나님 맙소사. 푸른색 모닝 코트를 입은 브리저튼 경은 죄악이라 할 만큼 핸섬했다. 도대체 이 인간이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도대체 당신 같은 인간 따…….”
그녀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머리 속에서야 얼마든지 상스러운 말을 쓸 수 있지만 이 인간 앞에서 실수를 할 수는 없다.
“어인 일이신지요?”
앤소니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거대한 꽃다발의 위치를 바꾸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분홍색 장미. 완벽한 꽃봉오리. 사랑스러웠다. 심플하고 우아했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으면 골랐을 바로 그런 꽃이었다.
“구혼자가 젊은 레이디의 집을 방문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던가요?”
그가 중얼거렸다.
“이니면 내가 에티켓 책을 잘못 읽은 거요?”
“제가 여쭌 건.”
케이트가 으르렁거렸다.
“아떻게 집안으로 들어오셨느냐는 거예요. 아무도 자작님께서 오신 걸 알려주지 않았는데요.”
그는 고갯짓으로 복도를 가리켰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어왔소. 현관문을 두드렸지.”
한껏 빈정대는 말투에 케이트는 쩌증 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앤소니는 못 본 척 계속 말을 이었다.
“놀랍게도 집사가 나오더군요. 그래서 집사에게 명함을 건냈소. 그랬더니 응접실로 안내하더군. 내가 아주 비틀리고 음흉한 속임수를 썼다고 말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소만.”
그가 인상 깊을 정도로 거만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지극히 공명정대하고 정상적인 방법을 썼다오.”
“멍청한 집사 같으니.”
케이트가 중얼거렸다.
“집사란 원래 손님을 응접실로 안내하기 전에 먼저 집주인이 ‘집에 있는지’ 부터 확인해야 하는 건데.”
“혹은 내가 찾아올 경우엔 어떤 상황에서도 ‘집에 있다’ 고 하라는 지시를 받았을지도 모르지.”
그녀는 가시를 꼿꼿이 세웠다.
“전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브리저튼 경이 쿡쿡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런 상상은 한 적이 없다오.”
“에드위나도 그런 적이 없구요.”
그가 미소지었다.
“어머님은 어때요?”
당연하지.
“메리.”
그녀가 신음했다. 그 한 마디에 세상 모든 비난이 다 담겨 있었다.
“아니, 어머님을 이름으로 부른단 말이오?”
그가 물었다.
케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는 의붓어머니랍니다. 하지만 사실, 제가 아는 어머니란 메리뿐이에요. 아버지께선 제가 세 살 때 재혼을 하셨답니다. 왜 아직까지 의붓어머니를 메리라고 부르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의 갈색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케이트는 그 순간 자신이 이 남자-정확하게는 자신의 숙적 -에게 자신의 인생 일부를 보여줬다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해요”란 말이 마구 입 밖으로 튀어나가려 하는 것을 느꼈다. 아마 반사적인 행동이리라. 원래는 지나치게 허물없이 군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에겐 무슨 일이 있어도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말을 했다.
“안됐지만 에드위나는 집에 없답니다. 그러니 헛수고를 하신 셈이네요.”
“아, 그거야 모를 일이지요.”
자작이 대답했다. 그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꽃다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커다란 한 개의 꽃다발이 아니라 조그만 꽃다발 세 개였다.
“이건.”
그는 꽃다발 하나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에드위나 양에게. 이건.”
그는 두 번째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당신 어머님께.”
그의 손에 들린 꽃다발은 이제 한 개. 케이트는 쇼크 상태로 멈춰섰다.
완벽한 분홍색 꽃봉오리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다. 케이트에게도 꽃다발을 가져다 준 유일한 이유는 에드위나를 감동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하지만 제기랄, 전에는 그 누구도 그녀에게 꽃다발을 가져다 준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는 지신이 얼마나 간절하게 꽃을 받고 싶어했는지 그녀 자신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그가 마침내 마지막 분홍색 장미 꽃다발을 내밀며 말했다.
“당신을 위해.”
“감사합니다.”
그녀가 꽃다발을 안아들며 망설이듯 말했다.
“예쁘군요.”
케이트는 몸을 굽혀 짙은 장미향을 들이마신 뒤 만족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메리와 저까지 생각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는 목례를 했다.
“오히려 내가 더 기쁘오. 고백하건대, 내 여동생의 구혼자 중 한 사람도 내 어머님께 꽃다발을 가져왔었소. 그토록 기뻐하시는 모습은 처음이었다오.”
“동생분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어머님 말씀이신가요?”
그녀의 예리한 질문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 모두.”
“그래서, 그 구혼자 분은 어떻게 되었지요?”
케이트가 물었다.
앤소니가 씨익 마성을 띤 미소를 지었다.
“내동생과 결혼했지요.”
“흐음. 같은 일이 매번 반복된다고 볼 순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