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75
“당신의 꿈을 끝까지 달성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거나 사랑에서 달아날 필요는 없는 거예요. 결국에는 당신 역시 내 아버님처럼 후회를 하게 될 테니까.”
“난 당신을 사랑하길 원치 않았소.”
앤소니가 속삭였다.
“그건 내가 그 무엇보다도 두려워하던 일이었지. 난 내 인생이 어떻게 끝날 것
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소. 너무 익숙해서 아무런 느낌조차 없을 지경이었지. 하지만 사랑은…….”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울먹이는 건 남자답지 않다. 나약하게 보일테니까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은 케이트니까.
그녀에게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두려움을 보여준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래도 자신을 사랑해 주리란 것을 알고 있으니까 앤소니는 이를 데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난 진실한 사랑을 보았소.”
그가 말을 이었다.
“난 사교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닳고닳아 냉소적이기만 한 인간이 아니었어. 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소. 내 어머님 아버님은…….”
그는 말을 멈추고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 평생 해본 것 가운데 가장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자신의 심증에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해야만 하는 말이었다.
“사랑이야말로 이……이……정말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군……내가 죽을 거란 이 확신…….”
그는 적당한 말을 찾으려 애쓰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내가 젊어서 죽으리란 사실을 암을 수 없게 만드는 건 사랑뿐이었소. 도대체, 결국에는 불행하게 끝나리란 것을 알면서 어떻게 누군가를 진정으로 깊이 사랑하겠소?”
“하지만 불행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케이트는 그의 손을 꼭 움켜쥐며 말했다.
“나도 아오. 당신을 사랑하게 되고 나서 깨닫게 되었소. 행여 내가 옳았다 할지라도 나 역시 아버님만큼 밖에 못 살 운명이라 할지라도 내 인생은 불행한 게 아니요.”
그는 몸을 앞으로 내밀어 그녀의
입술에 깃털처럼 가벼운 키스를 했다.
“내겐 당신이 있으니까.”
그가 속삭였다.
“난 우리가 함께 있는 단 일초도 헛되이 할 수 없소.”
케이트의 입술이 미소를 그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그 말은,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는 게 사랑이 아니란 거요. 사랑이란 자신의 마음을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을 찾는 것이고 자신이 평생 꿈꾸었던 것보다 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누군가를 찾는 거요. 아내의 눈을 들여다보며, 내 아내야말로 내가 평생 알았던 그 누구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란 것을 뼛속 깊이 느끼는 거요.”
“오, 앤소니.”
케이트가 속삭였다.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도 당신에게서 똑같은 것을 느껴요.”
“당신이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말하지 말아요.”
그녀는 목 벤 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을 자꾸 떠올릴 필요 없어요.”
“아니.”
그가 말했다.
“당신에게 얘기를 해야만 해. 처음이었소-거의 십 몇년 동안 죽음을 기다려 왔었지만-죽는다는 게 뭔지 안 건 이번이 처음이었소 당신이 죽는다면……내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거요. 어머님은 어떻게 버티셨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소.”
“어머님께는 아이들이 있었잖아요.”
케이트가 말했다.
“당신과 동생들을 포기하실 수 없으셨을 테니까.”
“그래.”
그가 속삭였다.
“하지만 어머님이 겪으셨을 고통이란 게…….”
“사람의 마음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한 모양이에요.”
앤소니는 오랫동안 케이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하나인 것처럼 느껴질 때까지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 뒤를 감싸고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그녀를 찬양하며, 자신의 영혼으로 느끼는 모든 사랑과 헌신과 경의와 기도를 그녀에게 바쳤다.
“당신을 사랑하오, 케이트.”
그의 입술이 그 말을 그녀의 입술 위에 쏟아냈다.
“당신을 너무도 사랑해.”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 이 순간 난……난…….”
그리고는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의 몸 속에서 웃음이 ?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순간의 순수한 즐거움에 압도당한 나머지 그녀를 안아들고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리고 싶었다.
“앤소니?”
그녀가 반쯤은 재미있다는 듯, 반쯤은 혼란스럽다는 듯 물었다.
“사랑이 또 무슨 의미를 갖는지 당신 일아?”
그가 그녀의 양 옆을 손으로 짚으며 코를 맞대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감히 짐작한 걸 말하지도 못하겠는데요?”
“그 의미는 말이지.”
앤소니가 낮게 읊조렸다.
“당신의 부러진 이 다리가 아주 짜증스러울 정도로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는 거요.”
“아무렴 저만 할까요.”
그녀는 부러진 다리를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앤소니는 얼굴을 찡그렸다.
“두 달 동안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던가?”
“적어도 두 달이오.”
그는 씨익 웃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가 한때 비난했던 난봉꾼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가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내가 아주, 아주 부드럽게 하면 되겠군.”
“오늘밤이오?”
그녀가 꺽꺽댔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나라지만 그 정도로 가벼운 터치를 할 재능은 없다오.”
케이트가 킥킥 웃었다. 그녀 역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 남자를 사랑하과 이 남자도 그녀를 사랑하며, 그가 지금 이 순간 그 사실을 알건 모르건 두 사람은 아주, 아주 늙을 때까지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 정도라면 한 여자를-심지어 그 여자 다리가 부러진 상태라 할지라도-들뜨게 만들만 하지 않은가.
“지금 날 비웃는 거요?”
그가 거만하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은 뒤 곁에 누웠다.
“천만에요.”
“다행이군. 왜냐면 난 지금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하려던 참이거든.”
“그래요?”
그는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밤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줄 수는 없지만 말을 해줄 수는 있다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겠네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다행이군. 왜냐면 그 얘기가 끝난 뒤에는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보여줄 건지에 대해 말해 줄 거거든.”
“앤소니!”
그녀가 새된 소리로 외쳤다.
“먼저 당신 귓불부터 시작하지.”
그가 중얼거렸다.
“그래, 귓불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어.
난 키스를 할 거고, 그 다음에 자근자근 깨물어 줄 거요 그리고 나서…….”
케이트는 숨을 삼키고는 몸을 옴죽거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와 사랑에 빠져 버렸다.
앤소니가 계속 속삭이는 달콤한 말들을 듣다가 그녀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마치 자신 앞에 펼쳐진 미래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매일이 어제보다 더 풍성하고 가솜 벅찬 나날이 될 것이며,
매일 그녀는…….
똑같은 남자와 매일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할까?
케이트는 앤소니의 사악한 말들을 들으며 베개에 고개를 묻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 보자.
에필로그
브리저튼 경이 자신의 저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일을 자축했다-본 필자는 이번이 그의 서른아홉 번째 생일이라 믿는다.
본 필자 초대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일 축하연의 이야기는 본 필자의 귀까지 흘러들어왔다. 본 필자, 원래 매우 세심하게 귀 기울여 듣는 편이다. 듣자하니 아주 웃기는 파티였던 모양이다. 파티는 짧은 콘서트로 시작했다. 브리저튼 경이 트렘펫을 불고, 레이디 브리저튼은 플루트를 연주했다. 백웰 부인(레이디 브리저튼의 여동생)이 피아노포르테로 반주를 맞추겠다고 제안한 듯하나, 그녀의 제의는 거절당했다.
자작 미망인의 말에 따르면, 이보다 음이 엉망진창이었던 콘서트는 본적이 없었다고 하며, 마침내 어린 마일즈 브리저튼 군이 의자를 딛고 일어서서 부모에게 제발 그만둬 달라고 애원을 했다 한다.
또한 그 누구도 아이의 무례함을 꾸짖는 사람이 없다고 해며, 브리저튼 부처가 자신들의 악기를 내려놓자 모두들 커다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전한다.
레이디 휘슬다운의 사교계 소식. 1823년 9월 17일
“그 여자 우리 집안에 스파이가 있나 봐.”
앤소니가 고개를 흔들며 케이트에게 말했다.
케이트는 침대에 들 준비를 하며 머리를 빗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 당신 생일이란 건 몰랐잖아요.”
“아주 사소한 거라고.”
그가 투덜거렸다.
“스파이를 심어둔 게 틀림없어. 그것 외에는 설명이 되질 않아.”
“그 외의 모든 건 다 정확하게 쓴 것 같더군요.”
케이트가 거들었다.
“난 항상 그 여자를 존경해 왔다고 했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끔찍하진 않았다고.”
앤소니가 투덜거렸다.
“우린 심각하게 끔찍했어요.”
그녀는 브러시를 내려놓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우린 항상 끔찍해요. 하지만 적어도 노력은 하잖아요.”
앤소니는 아내의 허리에 팔을 감고 정수리에 턱을 올려놓았다. 그녀를 가만히 품에 안고 있는 것보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도무지 다른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궁금할 지경이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었군요.”
케이트가 중얼거렸다.
“당신 생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어요.”
앤소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른아홉. 살아서 이 날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아니,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케이트를 자신의 마음 속에 들여놓은 순간 이후, 그의 두려움은 천천히 녹아서 사라져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서른아홉 살이 되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뭔가 마음이 놓이는 구석이 있다.
그는 오늘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서재에 틀어박혀 아버지의 초상화를 바라보는 데 할애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그는 말을 하고 있었다.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아버지의 초상화에 대고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세 아이들 이야기를 했으며, 형제들의 결혼과 그들의 아이들에 대해 얘기했다. 어머니 얘기를 했다. 어머니가 최근에 유화를 배우기 시작하셨는데 생각보다 꽤 솜씨가 훌륭하다는 말도 했다. 아버지에게 케이트 이야기를 했다.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영혼을 해방시켜 주었는지, 자신이 얼마만큼 그녀를 사랑하는지.
결국 이것이야말로 아버지가 그에게 바랐던 것임을 그는 깨달았다. 맨틀피스 위에 놓인 시계가 종을 치기 시작했다. 열두 번째 종이 칠때까지 앤소니와 케이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제 끝났네요.”
케이트가 속삭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침대로 갑시다.”
그녀는 몸을 뺐다. 그녀가 미소짓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축하하고 싶은 거예요?”
앤소니는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갔다.
“그것보다 나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데. 당신은 다른 좋은 생각 있소?”
케이트는 고개를 저은 뒤 웃음을 터뜨리며 침대로 달려갔다.
“그 여자가 칼럼에 또 무슨 말을 썼는지 봤어요?”
“그 휘슬다운이란 여자 말이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앤소니는 아내 양옆으로 손을 짚으며 그녀에게 추파를 던졌다.
“우리 얘기요?”
케이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난 상관없소.”
“콜린 도련님 얘기인데요?”
앤소니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여자 정말이지 콜린 얘기를 끊임없이 써대는구먼.”
“어쩌면 도련님을 짝사랑하는지도 모르지요.”
케이트가 말했다.
“레이디 휘슬다운이?”
앤소니는 눈을 굴렸다.
“그 늙어빠진 여자가?”
“나이가 많지 않을지도 몰라요.”
앤소니는 비웃듯 코방귀를 뀌었다.
“그 여자는 쭈그렁바가지 노파야, 당신도 알면서.”
“난 모른다니까요.”
그녀는 그의 손을 피하며 이불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난 그 여자가 젊은 아가씨일 것 같아요.”
“내 생각은.”
앤소니가 선언했다.
“지금 이 순간 레이디 휘슬다운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거요.”
케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그는 그녀 옆으로 들어가 둥그런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움켜쥐었다.
“그것말고도 나은 일이 있거든.”
“그래요?”
“훨씬.”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귀를 찾았다.
“훨씬, 훨씬, 휘어얼씬 나은 일.”
브리저튼 저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우아하게 장식된 작은 방에서 한 여인이-더 이상 꽃처럼 해사한 젊음은 아니나, 절대 쭈글쭈글하거나 늙지는 않은-책상에 앉아 깃펜과 잉크병과 함께 종이 한 장을 꺼내들었다.
양옆으로 고개를 움직여 목을 풀어 주며, 그녀는 종이에 펜을 가져간 뒤 글을 써 내려갔다.
레이디 휘슬다운의 사교계 소식. 1823년 9월 19일
아, 친애하는 본지의 독자들이여, 본 필자의 귀에 이런 소식이 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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