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ild grows up to be the devil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완결
설마 싶었다.
또다시 프리킥 상황에서 연속해서 실점을 허용하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막아 세우던 제 팔을 해치며 배후로 뛰쳐나간 레이를 보는 존나로의 두 눈은 그만 빠질 듯이 커져 버렸다.
“무슨……?!”
황당한 음성이 절로 새어 나왔다.
분명 대길의 슈팅 밸런스는 좌측 파 포스트로 향하게끔 되어있었다.
조금 전 프리킥 득점처럼 왼발 아웃프런트로 때리지 않을까 싶었다.
골키퍼, 돈나롬마도 슬며시 우측 파 포스트를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언제든 몸을 던지고자.
한데,
툭-!
촤락!
골망이 물결쳤다.
존나로의 동공도 크게 흔들렸다.
[오오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골입니다아아아아!]엉덩이를 들썩여가며 지켜보던 해설진은 격정적이게 외쳤다.
[한 템포 빠른 슈팅이었어요! 디딤발일 줄 알았는데 오른발 콧발로 빠르게 때려 찼습니다!]그 말대로였다.
슈팅 동작 당시 상체가 완전히 좌측으로 기운 것과 달리 대길은 오른발, 콧발로 반대 방향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이 탓에 수비벽이며 골키퍼며 모두가 일시적으로나마 얼었다.
그 직후가 더 문제였다.
[이어 수비벽 끝, 마테오 지뉴의 발등을 맞고 굴절된 볼이 우측 하단 구석으로 향하면서 득점으로 연결됐습니다아!] [행운! 행운이 따른 슈팅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존나로 가투소의 얼굴은 이제 허탈감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허, 참.”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황당한 웃음까지 새어 나왔다.
‘이렇게 진다고……?’
땅볼 슈팅에 대비해 수비벽 뒤로 선수 한 명까지 드러누워 있었다.
그런데 대길에게 있어 그런 것 따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누군가는 운이 따른 슈팅이라 할지도 몰랐다.
아마 상당수가 그리 여길 것이다.
때렸는데, 하필 우측 수비벽 끝, 선수의 발등 바깥쪽을 맞고 굴절된 볼이 재수 좋게 포스트 구석으로 꺾였노라.
하지만 존나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제자리에서 포효와 함께 곧바로 동료들에게 둘러싸이는 대길을 보며 중얼거렸다.
“완전히…… 노리고서 찼네.”
때마침,
삐, 삐, 삐이이이이이이-!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존나로는 땀과 빗물에 흠뻑 젖은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내며 중얼거렸다.
“졌네, 졌어.”
* * *
“이겼네!”
경기를 관전하던 그렉 스토브는 휘슬 신호와 함께 벌떡 일어나 외쳤다.
그 옆에 있던 러셀 크로도 평소와 달리 번쩍 일어나 불끈 쥔 주먹을 휘둘렀다.
“그래, 그거지!”
그 표정은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또 감회에 젖었다.
오늘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게 된 것이니까.
또 대길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그렉 스토브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혼자서 5골이라니. 믿어지나?”
그 의문에 러셀 크로는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걸린 채 답했다.
“그럼. 내 클라이언트니까.”
비와 땀, 그리고 흙으로 얼룩진 유니폼을 입은 아들이 전광판에 고스란히 잡혔다.
맞은편 관중석, 미야는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흐흐흡, 흐흐흡!”
마치 전쟁을 치르고 온 듯한 모습에 기쁨보다 먼저 눈물이 범람한 것이다.
뒤이어 미야는 힘겹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이겼어! 우리 아들이 이겼다고오오!)
TV로나마 시청 중이었던지, 수신음 뒤 곧바로 형만의 흥분 어린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미야는 울먹이며 화답했다.
“응, 이겼어!”
그녀는 덧붙였다.
“대길이가 우리 아들인 게 너무 자랑스러워서 눈물이 멈추지를 않아……!”
* * *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석은 어느 때보다 들썩였다.
일부는 괴성을 지르며 펜스를 넘나들 정도였다.
“이리와 대끼리이이이!”
“잉글랜드가 최고다아아아아!”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있던 포치와 해수스 패레즈는 득달같이 뛰어나왔다.
벤치에서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서 있던 동료들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50m 전력 질주를 했다.
이어 그들은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을 와락, 부둥켜 끌어안았다.
장내 아나운서는 외쳤다.
[잉글랜드으으! 잉글랜드가 2030 월드컵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누르고 당당히 우승컵을 거머쥡니다!] [최종 스코어 5 : 4!]장내 아나운서는 감격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자그마치 64년……! 1966년도에 첫 월드컵 우승컵을 차지한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차지하는 잉글랜드입니다!]그 말대로였다.
항상 잉글랜드는 훌륭한 스쿼드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륙 간 대회에서만큼은 아쉬운 성적을 거뒀었다.
그렇듯 삼사자 군단은 간절히 기다리며 원하고 있었다.
세계 최정상임을 증명하는 FIFA 월드컵 우승을 말이다.
“크흐흡, 흐흐흡!”
동료들을 일일이 끌어안은 레이 버드는 이제 눈물범벅이 되었다.
“내가 우승 일원이 되다니…… 우리 아빠도 해보지 못한 업적인데……! 크흐흡!”
자밀 갤러해드는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파도처럼 들썩이는 팬들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내주었다.
이번 국가대표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딘 헨더슨은 스태프에게서 건네받은 휴대폰으로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했다.
그 외에도 몇몇은 주저앉아 승리의 눈물을 보였다.
대길은 그런 동료들 하나하나 바라보며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우승컵이라.’
FIFA 월드컵 우승컵은 킴 해리슨 시절을 포함해서도 처음 차지하는 것이었다.
힐끗.
돌아보니 대형 전광판을 통해 보았다.
한 장인이 실시간으로 우승컵 한가운데, ‘United Kingdom’이라는 글귀를 새기고 있는 것을 말이다.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발밑에서부터 묘한 전율이 차올랐다.
삼사자 군단은 두 팔을 하늘 높이 쳐들어 보다 큰 응원가를 열창했다.
이윽고 대길은 고개를 돌렸다.
페널티 아크 아래, 한 선수가 보였다.
남들은 다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유독 그 녀석만이 삐딱하니 서서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존나로.”
대길은 픽하니 웃으며 그 이름을 불렀다.
후끈한 성격답게, 존나로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한 뒤였다.
물론 그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눈썹을 까딱여 가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형.”
* * *
[잉글랜드, 이탈리아와 연장 접전 끝에 5 : 4 승리!] [64년 만에 월드컵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잉글랜드!] [마우리시오 포채티노 ‘우리 선수들이 아주 자랑스러워!’]경기 다음 날이 되어서도 세계 언론은 들끓었다.
월드컵 시즌이 도래했을 때만 하더라도 상당수 언론은 프랑스, 이탈리아의 우승을 점치고 있었다.
뻔한 이유였다.
잉글랜드는 항상 좋은 스쿼드를 보유했음에도 결승전, 혹은 그 문턱에서 좌절했으니까.
일종의 저주와 같았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FIFA 월드컵에서 정상 차지한 삼사자 군단!] [알랙스 퍼거슨 ‘현 잉글랜드는 황금세대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야’.] [조재 모리뉴 ‘잉글랜드는 향후 10년간 최고의 위치에 있을 것’.]모두가 말하고 있었다.
잉글랜드가 최고라고.
그중에서도 대길을 향한 평가는 가히 절대적이었다.
[대끼리, 골든 부츠 수상!] [대끼리, 월드컵에서만 21골 달성!]2030 월드컵.
대길은 오랜 시간 최다 골 주인공이었던 쥐세프 퐁텐느(13골)를 8골이나 앞서는 수치로 기록을 경신해 버렸다.
이는 72년 만에 깨진 대기록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끼리, 골든 볼 수상!] [대끼리, 골든 볼, 골든 부츠에 이어 베스트 영 플레이어까지 석권!]골든 볼은 월드컵 최우수 선수에게 수여되는 상이었다.
또 베스트 영 플레이어상은 만21세 이하 최우수 신인 선수에게 수여된 상.
그리고 대길은 만20세이므로 당당히 이 상을 차지했다.
결승전, MOM에까지 선정되면서, 사실상 대길은 21세기 최고의 공격수임을 만천하에 선포한 것이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2030-2031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또 한 차례 리그 우승컵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 FA컵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트레블을 달성.
대길은 리그에서만 40골을 기록해 득점왕에 올랐다.
에두와르도 카마빙가는 도움왕을 차지.
* * *
2031-2032시즌은 리그 우승컵만 차지했다.
* * *
2032-2033시즌은 또다시 연속해서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우승컵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최강의 클럽임을 증명해냈다.
* * *
2034년.
시즌을 앞두고 강 대길, 존나로, 레이 버드, 포사, 내가 고차라니는 낚시터에 발을 들였다.
오래전 레이 버드는 이곳에서 참돔을 잡았었다.
이후 크게 소문이 나는 바람에 평일 낮 시간대가 아니면 항상 인파로 가득 찼다.
그리고 지금은 평일 낮 시간대였으므로 그나마 한적한 시간…….
다섯 사람은 캠핑 의자에 나란히 앉아 바다를 보고 있었다.
물론 낚싯대를 명당 두 개씩 고정해 놓고서.
레이 버드는 간절히 기도했다.
또 참돔이 잡히기를.
그때였다.
“나, 바르셀로나 간다.”
존나로 가투소가 툭 내뱉었다.
나름 긴 시간 고민 끝에 토로한 것이다.
존나로는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
“바르셀로나에서 내 몸값으로 1억 파운드를 불렀대. 그 외 주급도 아주 좋았고. 나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싶었어. 물론 너희와의 맨체스터 생활은 최고였지.”
존나로는 조금은 눈시울이 붉어진 듯 콧잔등을 찡그렸다.
“마음 같아선…… 은퇴 직전까지 함께 뛰고 싶으나……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해. 하지만 언제고 또 함께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난 그런 확신이 있어. 너희들도…….”
말을 끝맺으려다 말고 존나로는 미간을 구깃거렸다.
“아니, 나 혼자 이야기해? 뭐라고 말 좀 해보지? 슬프다거나. 뭐야? 너희들. 왜 찌에만 집중하는 건데.”
가만 보니 누구도 슬퍼하거나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그 소심하고도 감수성이 풍부한 내가 고차라니까지도 그저 평온하게 물고기가 잡히기를 바라고 있을 뿐.
존나로는 어처구니없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배신감이란…… 그래, 아무렇지 않다 이거지? 우리가 함께한 추억들은 죄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뭐, 그런 거였다?”
대길이 자주 쓰는 말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잠자코 있던 대길이 힐끗, 눈동자만 굴려 화답했다.
“병신아.”
“……?”
존나로가 배신감과 억울함에 찬 눈길로 바라보았다.
대길은 피식하니 웃었다.
“기사 안 보냐.”
“기사……?”
존나로가 반문하자 옆에 있던 레이가 대신 휴대폰을 검색해 건넸다.
“자, 이것 봐. 병신아.”
의아한 얼굴로 휴대폰을 건네받은 존나로는 화면을 빤히 보다 말고 그만 놀라고 말았다.
“허억?”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5인방 동시 영입!] [1년 전, 마우리시오 포채티노 영입한 바르셀로나! 드디어 포치의 아이들 영입 임박!] [유니크 스트라이커, 레이 버드! 6천만 파운드에 바르셀로나 합류!] [대끼리, 1억 파운드+ 신성 파우치, 안소 파티와 트레이드!] [계약 만료 1년 앞둔 내가 고차라니! 3천만 파운드에 영입하는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든든한 수비수 포사! 바르셀로나가 FA로 영입!]“이게 뭔……!”
의문 어린 외침과 달리 존나로의 얼굴은 이제 어느 때보다 밝아졌다.
평소 자기 위주의 기사만 읽었던 탓에 해당 소식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자세히 보니 해당 기사도 불과 1시간 사이에 연달아 업로드되었다.
대길은 그런 존나로를 보며 선언했다.
“가서 레알 마드리드부터 박살 내자. 적어도 10년간은 라리가 우승컵 차지하지 못하게.”
화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