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gressman bows RAW novel - Chapter (823)
823화
[강원에서 불어온 盧風, 빛고을도 쓸었다…盧, 광주 경선서 42.4% 득표로 ‘1위’] [‘2위’ 서범교, “광주는 盧 후보 지지하는 분들 많은 것 일찍이 알고 있어”] [‘2연승’ 노헌창, 1새한∙2혁신 계파구도 깼다] [“단일화 논의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민희수 측, 처음으로 단일화 언급했다]노헌창이 강원도에 이어 광주 경선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노헌창 바람이 제대로 일었다는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민희수 캠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일단 단일화 없이 자력으로 경선을 돌파할 가능성은 제로가 됐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했다.
민희수와 참모들은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의준 의원이 선제적으로 발언했다.
“단일화를 띄워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실 겁니다.”
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고, 민희수 역시 침묵으로 동의했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시점입니다. 우리한텐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대구 경선 전에 단일화하는 것이 하나, 그리고 부산 경선 전에 단일화하는 것이 둘입니다.”
의원들이 딱히 발언권을 다투지 않자 이의준이 계속 말을 이었다.
“솔직한 속내로는 대구 경선 이후에 단일화하는 게 바람직하긴 합니다. 홈그라운드에서 확실한 지지세를 확인함으로써 노 의장의 기세를 좀 누른 상태에서 단일화를 해야 우리한테 유리할 겁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제안이라…….”
“예, 그래서 두 가지 옵션이라고 말씀을 드린 겁니다. 노 의장 쪽에서는 대구 경선 전에 단일화하기를 원할 겁니다.”
“대구가 우리 입장에선 노다진데 까보지도 못하고 단일화하는 건 좀 아쉽기는 하네.”
민희수 캠프 참모들은 입술만 우물거리다가 일제히 민희수를 바라봤다.
결정은 순전히 민희수의 몫이었다.
민희수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무거운 입술을 뗐다.
“여러분께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그는 호흡을 고르며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제가 노헌창 의장님보다 나은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그럼요.”
대답한 의원은 속으로 뜨끔했다.
이런 건 숨도 안 쉬고 즉답을 해줘야 하는 건데 머뭇거리고 말았다.
민희수의 얼굴에 잠깐 웃음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단일화를 한다면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들 하십니까.”
“뭐, 여론조사를 돌리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근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좀 어렵습니다. 각서 건의 여파가 남아 있어서 일반 국민 대상으로는 승산이 없어요.”
“…….”
“경선처럼, 당원 내지는 지지층 비율을 높게 잡은 여론조사로 결판을 내자고 하는 수밖에요.”
“그렇게 하자고 하면, 노 의장님이 그걸 받아주겠습니까.”
민희수가 묻자 이의준 의원은 떨떠름한 웃음을 지었다.
“그야 장담은 못 하겠습니다만, 역제안을 해 오지 않겠습니까. 일반 국민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로 협상을 하자고. 그렇게 조건을 놓고 몇 번 줄다리기가 이어지겠지요. 그러다 경선이 임박하면 어느 쪽으로든 결판이 나지 않겠습니까.”
“진통이 심하겠죠.”
“심할 겁니다. 정치가 다 그렇죠, 뭐.”
“…….”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일단 여론조사 조건부터 협상을 해볼까요? 제가 김석주 의원하고 교분이 좀 있으니 직접 소통을 해보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시죠, 하는 대답을 당연히 기다리며 이의준은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했다.
하지만 민희수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일단 기다려보시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아… 그런데 충북 경선은 몰라도 대구 경선 전까지는 결정을 하셔야 합니다. 지지부진한 협상을 생각하면 지금도 전혀 이르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후보님.”
“오래 고민하지는 않을 겁니다.”
“…예, 그럼.”
민희수는 모인 사람들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떴다.
의원들은 참았던 한숨을 쉬며 쩝, 입맛을 다셨다.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민희수는 캠프 사람들이 세 개 층을 통으로 쓰는 호텔 방에 앉아 위스키를 마셨다.
이런 중요한 때에 술은 당연히 금물인데도, 이런 중요한 때가 아니라 평소에도 술을 입에 잘 대지 않았는데 이날만큼은 그런 청승을 떨고 싶어졌다.
그마저도 두어 모금이었다.
안주는 없었다.
있다면 자꾸 유령처럼 귓전을 배회하는 두 마디의 말이었다.
민희수는 대통령감이 아니다.
조석훈의 말.
니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
노헌창의 말.
두 노인의 말이 끊임없이 웅웅 울렸다.
그는 바위처럼 미동도 없이 식어가는 술잔을 앞에 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다음날.
민희수가 기자들 앞에 섰다.
그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
“저는 이 시간부로 모든 경선 일정을 중단하고 대선 예비후보 직을 내려놓겠습니다.”
그의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은 크게 술렁였지만, 민희수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많은 분께서 저에게 미래의 희망을 걸었지만, 저는 그분들의 희망을 담아낼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송구한 마음을 안고 물러나 대구시장으로서의 소임에 충실하겠습니다.”
민희수는 중간에 울먹이거나 호흡을 가다듬지 않고, 일상어를 말하듯 덤덤했다.
“저는 노헌창 후보의 지지를 선언합니다. 깊은 식견과 오랜 경륜을 지닌 노헌창 후보야말로 대통령에 어울리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걸었던 기대를 노헌창 후보께 걸어주십시오. 그분은 그 기대에 부응하실 겁니다.”
민희수는 간신히 웃어 보이며 말을 맺었다.
“질문은 더 받지 않겠습니다. 오늘부로 민희수 경선캠프는 모든 활동을 종료합니다. 성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민희수가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뜨자, 기자들이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후보님!”
“갑자기 돌연 사퇴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노헌창 후보와 교감이 있었습니까?”
“강원도 경선 결과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후보님! 후보님! 후보님!
기자들의 애타는 부름에 민희수는 끝까지 응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 자리를 떴다.
민희수의 결정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혁신계의 젊은 리더로 옹립되고, 대구시장으로서 성공적인 행정을 펼치면서 대권후보로 떠오른 이후, 대통령은 몰라도 대통령 후보는 자신의 몫이라고 확신했다.
조석훈이 주제넘게 자신을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규정했을 때 그 확신은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그 확신은 어느 시점부터 뿌리째, 급속도로 흔들렸다.
그 시작은 노범기의 불출마 종용이었다.
다음을 노리라는 노범기의 간절한 제안에 자기 확신은 쉽게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백수하와의 내키지 않은 각서 건을 제안받았을 때, 이게 아니면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이 불안은 다시 불어났고.
종내 노헌창의 귀에 들어가 뺨을 맞을 때 다시 불어났다.
그리고 경선이 진행되면서 자기 계파의 온전한 지지마저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계속 숫자로 확인이 되면서 점점 결심이 섰다.
참모들의 미지근한 협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지지자들,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는 객관적인 현실까지 마주하고 나서야 민희수는 움켜쥔 주먹을 풀었다.
민희수는 기자들에게 나서기 전에 참모들에게 이 결정을 통보했다.
참모들은 예의상 만류하기는 했지만, 거듭 의지를 밝히자 두 번 말리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잘 결정하셨다고 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민희수냐, 노헌창이냐가 아니라 계파의 확실한 승리였다.
그들에게 통보한 이후 민희수는 직접 노헌창에게 결정을 전했다.
노헌창은 한참 말이 없다가 대답을 내놓았다.
‘내 좋으라고 내린 결정은 아일테니 고맙다고는 안 하께.’
“…….”
‘애썼다, 희수야.’
“…….”
‘내가 니를 심하게 몰아붙였던 건 미안타. 하지만 후회는 안 한다. 니한테 거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그랬다. 기대도 없으모, 그렇게 몰아붙이지도 않았다. 그저 사고만 치지 말아돌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만 봤겠지.’
“…….”
‘니는 얼마든지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 내 지켜보꾸마. 니도 내 지켜바라.’
“…알겠습니다.”
‘고생했다.’
노헌창은 전화를 끊고 기자들 앞에 나섰다.
그는 와글와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했다.
“민희수 후보의 지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민 후보 전화를 받고 나니 옛날 생각이 났어요. 내가 꼬마였을 적, 아주 오래전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노헌창은 손을 앞으로 모으고 말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쌀밥이 귀해가, 어쩌다가 한 번씩 고봉밥으로 한 공기 예쁘게 나오면 다행이었습니다. 요즘 같으면 얼라들 먹일 텐데, 그땐 장유유서니 하는 마인드가 워낙에 셀 때라 그렇게 한 공기 나오모 애들한테 안 주고 할아버지 잡수시라고 드렸습니다. 내 오늘 한참 후배인 민 후보의 지지를 받으이, 그때 할아버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할아버지는 밥숟가락 들고 딱 잡수려고 하시다가도, 내가 군침 똑똑 흘리며 빤히 바라보면 민망하셨는지, 내가 가여웠는지 크게 한술 떠서 내 입에 물려주시곤 했어요. 그런데 오늘의 내는 그러지는 못할망정 후배의 밥그릇을 뺏어가 내 앞에 놓고 꾸역꾸역 씹게 되었습니다.”
노헌창은 복잡한 미소를 머금었다.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염치없게도 꼭꼭 씹어서 밥풀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치우려 합니다. 민 후보에게 걸었던 많은 분들의 기대와 희망을 조금도 흘리지 않고 내 안에 다 담아내겠습니다. 그렇게 한 그릇 싹 비우고, 운동화 끈 콱 졸라매고 정권교체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 반드시 대통령이 되겠십니다.”
[민희수 업은 노헌창, 충북 경선에서 57.2% 득표…서범교와 두 자릿수 차 ‘대승’] [‘최대 승부처’ 대구 경선서 노헌창 59.5% ‘압승’…TK 맹주 민희수 지지 ‘주효’] [서범교 자신하던 수도권에서도 이변은 없었다…인천 경선, 노헌창 과반 득표로 1위] [‘GO’냐, ‘STOP’이냐…‘노자룡 안방’ PK 경선 앞두고 서범교 캠프 경선 일정 고심] [서범교 안방으로 불러들인 노헌창…부산 경선에서 69.6% 득표로 ‘쐐기’] [서범교, 경선포기 결정…盧 지지 선언할 듯] [서범교, “노헌창 아래 일치단결해서 반드시 정권교체”] [서범교, “보내주신 지지자 성원에 무한한 감사”] [노헌창, 국민혁신연합 대선후보 확정] [시민당, 전당대회 열어 김신두 대선후보로 확정…득표율 48.8%로 김신두 세 번째 대선에서 첫 본선진출] [내일당, 오늘 대선후보 선출…차재림 득표율에 관심]차재림은 생일 케익의 촛불을 끌 때보다도 약한 입김만으로 다른 후보들을 잠재웠다.
내일당 전당대회장.
“기호 1번 정기택 후보, 누적 득표율 10.2%.”
“어이구, 차 후보 상대로 두 자릿수나 나왔네.”
정기택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기호 2번 김혜정 후보, 득표율 3.2%. 기호 3번 최동희 후보, 득표율 5.6%, 기호 4번 차재림 후보 득표율 67.5%.”
다른 후보들은 질투심보다는 단순한 경외심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
“기호 5번 박수인 후보 득표율 13.5%. 이로써 우리 푸른내일당 대통령 후보에 기호 4번 차재림 후보가 당선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변영호 전국위원장의 선언에 다른 후보들은 일제히 일어나 차재림에게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고, 운집한 당원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차재림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그들과 악수를 나누고 당원들 앞에 두 손을 번쩍 들어 화답했다.
[푸른내일당 대선후보 차재림 당선] [與野 대선 대진표 확정…차재림-노헌창-김신두-백수하]서울 모처 호텔.
아시아신문 창간 50주년 기념식.
여러 개의 원탁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가운데, 노헌창은 가운데 가장 앞줄에 있는 원탁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그가 도착해 앉아 있는데, 그 옆에는 익숙한 이름이 쓰인 팻말이 서 있었다.
[푸른내일당 차재림 후보]애써 그쪽으로 시선을 안 주고 정면을 응시하던 그때.
출입구 쪽이 웅성웅성 시끄러워졌다.
노헌창은 손등으로 코를 슥 훔쳤다.
‘거물 납시었구만.’
차재림이 큰 무리를 이끌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장내의 모든 이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차재림이 몰고 온 웅성웅성은 이쪽으로 점점 가까워졌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차재림의 모습이 온전히 육안으로 확인되자, 노헌창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재림은 노헌창을 확인하고 잰걸음으로 종종 달려갔다.
“후보님, 먼저 와 계셨네요.”
“차 후보, 축하해요. 압도적으로 당선되셨더구만.”
차재림은 노헌창이 내민 손을 잡으며 화답했다.
“후보님도 축하드립니다.”
“차 후보가 완전 얼라였을 적에 여의도 공원에서 농안법 갖고 투닥거렸던기 기억에 선한데, 언제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커버렸으까 싶네.”
“제가 많이 크긴 한 모양입니다. 후보님 엄살을 다 듣고.”
노헌창은 차재림의 손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차 후보 총리 하면 참 잘할 거 같은데. 내 대통령 되모 총리 한번 할래요?”
“제가 아무리 잘해도 해보신 분만큼 잘할까요. 두 번 총리 하는 진기록에 도전할 생각 없으십니까.”
“내 총리만 해본 게 아이라 대통령도 한 번 해봤는데. 차 후보 말대로라모 그것도 차 후보보다 잘하겠네요?”
“대행을 카운트에 넣을 거면 출마하시면 안 되죠. 헌법은 소급 적용이 안 되는데…….”
아유, 이 쥐방울만 한 게.
둘이만 있었으면 반말 찍찍하면서 꿀밤 한 대 쥐어박아 줬을 텐데.
노헌창은 어정쩡한 웃음만 흘렸다.
“흐흐흐…….”
“아하하…….”
“흐흐흐흐…….”
“아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