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80)
280화
최연승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비서는 급히 말했다.
“물론 노신 건 아닙니다.”
“드라마와 예능을 보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연구라도 하셨나?”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게 원래 드래곤 황께서 하시는 일이란 게 어쩔 수 없습니다.”
황경룡은 자기가 가진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뛰어난 헌터였고 몬스터 잡는 능력은 있었지만, 자기가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할 능력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황경룡은 닥치는 대로 기업을 사들인 다음에는 쓸만한 인재를 구해서 대표로 꽂아 앉혔다.
어지간한 실무는 그런 인재들이 하는 만큼 황경룡이 나설 일이 없는 것이다.
듣고 있던 최연승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결국 할 일 없다는 거잖나?”
“아닙니다. 드래곤 황의 일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
‘연봉 비싸게 받아서 이러나?’
최연승은 비서가 황경룡한테 협박 받는 것 같아서 살짝 고민했다.
무슨 욕을 해도 황경룡한테 말하지 않을 테니 그냥 편하게 말하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비서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룹의 커다란 흐름을 정하거나, 중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거나, 서로 간의 반목과 불화가 생겼을 때 중재시키는 것들은 드래곤 황께서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비서의 말에 최연승도 어느 정도 표정을 풀었다.
확실히 그럴듯한 부분이었다.
저번에 만나보니 대표들이 능력은 몰라도 성격은 확실히 더러웠던 것이다.
“개같은 성격들이긴 했지.”
“그…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는데요 제가.”
“대충 무슨 소리인지는 알았다.”
대통령과 사우나를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른 클랜들이나 기업들이 견제를 시작하면 국회의원들 찾아가서 어깨동무해서 자기 편 들게 만들고 등등.
“…들을수록 자신이 없어지는데?”
최연승은 난처한 표정으로 아이네를 쳐다보았다.
만약 최연승이 다른 클랜들의 수작으로 정치인을 찾아갈 일이 생긴다면…
-과연.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번에 해외 레이드로 얻은 아티팩트들에 대한 권한을 특별법으로 제정해서 나누려고 한다니! 정말 파렴치한 놈들입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기부금은 얼마나 하실 생각이신지?
-…네 목숨을 살려주는 것만큼 비싼 대가도 없지 않나?
-경비병! 경비병!!
“…이렇게 될 것 같은데.”
최연승의 말에 아이네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게 꼭 최연승만의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상원의원한테 주먹을 날릴 정도로 겁이 없는 헌터는 극히 드물었지만…
“회장님께서도 별로 다르진 않았어. 걱정 마. 당신의 명성과 기업의 재력이 있는 만큼 어지간한 사고는 다 수습이 될 테니까. 저쪽도 돈은 좋아하거든.”
“정말 다 수습이 되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뭐 하기 전에 나한테 한 번 물어봐 줄 수는 있지?”
아이네는 갑자기 불안해졌는지 조건을 덧붙였다.
* * *
몬스터의 소재부터 시작해서 어비스의 광석까지, 레이드 시대의 최첨단 소재를 개발하는 의 대표인 모날리 굽타는 오자마자 작정을 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의 소식은 안타깝지만, 솔직히 말해서 최연승 헌터를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군요.”
“뭐. 그렇겠지.”
최연승은 별로 놀랍지 않았다.
갑자기 황경룡하고 친하게 지내던 헌터가 황경룡 자리에 뚝하고 앉았는데 ‘오오! 환영합니다!’하면 최연승은 대표들의 지능부터 의심해봤을 것이다.
“아니. 무례한… 지금 이 자리에 계시지 않는 회장님의 결정을 무시한 건가? 모날리 굽타. 네가 그러고도 사람인가? 회사 내부고발했다가 업계에서 매장당할 뻔한 걸 구해준 게 누군데!”
“!?”
초고용량 마나 배터리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의 대표, 듀컴스가 끼어들자 모날리 굽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원래부터 앙숙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끼어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저런 ■새끼…?’
모날리 굽타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황경룡이 사라진 심각한 상황에서 그룹의 미래를 걱정하진 못할망정 평소 개인 원한을 풀고 있다니.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일에 대한 걱정을…”
“최연승 헌터는 이미 드래곤 아티팩트를 성공적으로 맡은 것으로 자기 능력을 보여줬다! 이번에 손익계산서도 안 봤나? 저렇게 시야가 좁을 줄이야!”
말을 마친 듀컴스는 최연승을 향해 찡긋 윙크를 날렸다.
-우린 같은 편이다!
…라고 말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최연승 입장에서는 ‘저거 뭐하냐?’하는 생각만 들 뿐.
방심했다가 한 대 얻어맞은 모날리 굽타는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저번에 드래곤 아티팩트 관련 사건은 놀랍긴 했다.
아무리 헌터 출신이라고는 해도 그렇게 아티팩트를 뚝딱 만들어서 내놓을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온갖 쟁쟁한 기업들이 다투고 있는 아티팩트 시장에서 순식간에 치고 나올 줄이야.
황경룡이 기행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 대표들을 머쓱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 무엇보다 회장님께서 결정을 내리셨다면 나는 그걸 믿고 존중할 생각일세.”
이 자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골드블룸이 입을 열었다.
의 대표를 맡고 있는 골드블룸.
성질 더러운 사람들만 모인 이 자리에서 그는 중재자 역할을 많이 맡곤 했다.
“골드블룸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사실, 최연승 헌터가 능력적으로 부족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경험이야 조금 부족할지는 몰라도 우수한 인재들이 있으니 별 문제는 없겠지요.”
“그보다 회장님의 건강 상태가 걱정되는데 언제쯤 회복되시는 겁니까?”
생각보다 대표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앉은 게 아니라 드래곤 아티팩트 건으로 인해 능력을 보여준 게 컸다.
게다가 최근 헌터로서 가장 유명세를 얻고 있지 않은가.
이번 풀더포드 레이드도 그랬다.
쟁쟁한 A급 헌터들이 여럿 참가했지만 결국 이름이 알려진 건 최연승이었다.
결국 말을 먼저 꺼낸 모날리 굽타만 궁지에 몰리자 최연승이 중재에 나섰다.
“못 믿는 건 당연히 각오하고 있었다. 갑자기 앉았는데 그럴 수 있지.”
“과연… 하지만 최연승 헌터. 지금 같으신 겸손한 자세라면 금세 신뢰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골드블룸은 인자한 얼굴로 덕담을 던졌다. 최연승은 의아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런 말이 아니었는데?”
“예?”
“신뢰를 안 하는 건 너희들 자유지만, 내 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면서 버티는 놈들은 지옥을 보게 될 줄 알아라.”
“……”
“……”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냥 사람 좋은 헌터인 줄 알았던 최연승이 본색을 드러내자 대표들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계속 선량한 모습만을 보여줘서 눈치 채지 못했지만 최연승 또한 A급 헌터.
마음만 먹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모두 손가락 하나만으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협박은 안…”
대표 중 한 명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최연승은 기세로 짓눌러버렸다.
아예 입을 열지도 못하게 해버리는 수준.
“자. 다들 불만 없는 거 같군. 만족해줘서 다행이다. 그러면 해산!”
대표들은 황경룡을 대신해서 새로 앉은 사람이 생각보다 좀 미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 *
회의 이후에는 개인 면담 시간이 있었다.
듀컴스는 살짝 아부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요리한 육개장을 먹었을 때부터 난 네가 크게 될 놈일 줄 알고 있었지.”
“……”
최연승은 황당해서 입을 열지 못했다.
‘미친 놈 아니야?’
남의 요리를 먹고 그걸로 인간성을 판단하다니.
과대망상증 환자거나 미친놈이 분명했다.
-아니… 후계자의 요리에 그만한 힘이 담겨 있었을 수도…
-요리가 요리지 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나태의 여신은 괜히 한 마디 했다가 구박을 받고 찌그러졌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물론 있지!”
“?”
“예산을 늘려줘! 지금 의 예산을 늘려준다면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해서 다른 놈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지금 시장에 버티고 있는 중국, 유럽, 인도, 한국 놈들을 박살낸다고 생각해봐.”
“…한국?”
“……”
듀컴스는 자기가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상대의 국적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듀컴스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 그래도 경쟁사니까…”
“……”
“…알겠어. 한국 쪽은 협력하면 되잖나.”
“……”
“대답이나 좀 해줘!”
“이제까지 안 늘렸던 예산을 어떻게 늘릴 수 있지?”
드래곤 인더스트리는 그 자체가 하나의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외부의 별다른 투자 없어도 황경룡의 막대한 재산으로 지원이 가능한 강력한 기업 그룹.
하지만 그렇다고 무에서 유(有)가 만들어질 수는 없었다.
“그 재수 없는 모날리 굽타한테 갈 예산을 이쪽으로 돌려서…”
“안 된다. 다음.”
“아니! 치사하게!!”
듀컴스는 투덜거렸지만 최연승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뒤로도 차례대로 대표들이 들어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의외로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최연승 회장님. 사실 제가 기획하고 있는 대단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오. 뭐지?”
제약회사, 드래곤 바이오팜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장샤오보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최첨단 인공농장 프로젝트입니다. 어비스에서만 자라는 약초를 지구에서 키우는 프로젝트죠. 성공한다면 제약 시장에 커다란 혁명이 닥쳐 올 것입니다.”
“오오… 잠깐. 왜 그런 프로젝트를 황경룡 회장이 있을 때는 말을 안 했지?”
“음. 그게. 아주 살짝 부작용이 있어서 말입니다…”
“뭐지?”
“땅이 심각할 정도로 오염됩니다.”
“……”
최연승은 정색했다.
이거 미친 놈 아니야?
그 시선을 눈치 챘는지, 장샤오보가 급히 말했다.
“당연히 대책을 준비해왔습니다!”
“그래? 뭐지?”
“중국 정부한테 땅을 빌려서 거기서 기르는 겁니다.”
“……”
“나중에 발각되더라도 수습하기 쉽습니다. 공무원하고 당 간부들한테 뇌물 좀 쥐어주면 바로 넘어갈 수 있…”
아이네가 옆에서 귓속말을 했다.
-좀 미친 계획을 많이 내놓는 사람이니까 조심해.
-…왜 저런 놈을 대표로?
-능력은 확실하거든. 대만 출신이라 중국 쪽에 좀 가차없긴 하지만 이해해줘.
“음… 일단 고민해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대표들은 이 때다 싶었는지 반려됐던 프로젝트들을 슬쩍 꺼내오거나, 새 프로젝트를 구상해서 내놓았다.
최연승이 보기에 그럴듯한 것도 있었고 희한하고 괴상망측한 것도 있었다.
-나는 봐도 잘 모르겠구나.
-사업이란 게 원래 그렇지.
최연승은 옛날을 떠올렸다.
다들 C급 이하 헌터였을 때, 레이드로 번 돈을 어떻게 써야 불릴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이다.
-클랜을 운영하고 우리 클랜원들을 지원해주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단 말이지. 연승아. 너 좋은 투자 아이템 없냐?
-그러고 보니 게시판에서 비트코인이란 걸 봤는데…
-야. 그런 장난감을 누가 돈 주고 사냐!?
-누가 1만 개로 피자를 살 수 있었다고 하던데요.
-어휴. 그런 미친놈이 있단 말이야? 세상이 참… 그런 거 말고 좀 쓸만한 투자 아이템이 좋은데.
물론 황경룡은 다 말아먹었다.
그만큼 사업은 어려운 것이다.
-천칭의 여신한테 물어보는 건?
-…여신한테???
-지금 후계자도 여신의 지능을 무시한 거 맞지? 분명히 그런 것 같은데?
-아, 아닌데.
최연승은 오랜만에 말을 더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