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0
◈ 010화. 머가리 학살자 (2)
빠아악!
[자, 잠!]“뒤져!”
빠각!
[아니 이야기를-!]“뒤져!”
[끄겍!]“제발 뒤져!”
김주혁의 손발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바르체의 온몸을 구타하고, 바르체는 여러 가지 비명으로 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이제 그-]빠아아악!
“그만하긴 뭘 그만해! 넌 아직 더 맞아야 돼!”
빠각!
“이건 내 미래를 없애버린 죄!”
빠아아악!
“이건 내 비고들 중 절반을 날려버린 죄!”
[그건 내가 한 게 아니잖-! 껙!]“닥쳐!”
뻑-!
“걍 뒤져 이 새끼야!”
바르체를 조지기 시작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김주혁은 단 한 번의 휴식도 하지 않고 바르체를 후려 팼고.
“후…….”
[끄으으으……]김주혁의 기준으로, 어느 정도 꽤 시간이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돼서야 그는 구타를 멈추고 엉망진창이 된 채 자빠져 있는 바르체를 바라보곤 물었다.
“그런데, 왜 네가 여기에 있냐?”
조금 전과는 다르게 스트레스가 풀렸다는 듯 산뜻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김주혁.
[……싸이코패스인가.]“틀렸어.”
[그럼 아닌가?]“내가 싸이코패스가 아니라, 네가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거야. OK?”
[……]짜게 식은 눈으로 김주혁을 바라보는 바르체, 그러나 김주혁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김주혁의 성격이 아무리 좆같다고 해도 얼굴부터 마주 보고 곧바로 죽빵을 날리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저 새끼는 맞을 만하지.’
김주혁이 저 새끼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봤던가?
당장 인생 좀 살 만하게 지위랑 돈, 그리고 명예까지 쌓아놓고 그걸로는 모자라서 자신의 노후까지 스무스하게 책임져 줄 수 있는 제자도 다섯 명이나 만들었다.
게다가 그 제자 다섯 명을 만드는 데에는 또 얼마나 시간을 쏟았는가?
솔직히 김주혁이 나름 험하게 굴리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그의 제자들은 적어도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을 정도로 강했다.
한마디로 김주혁은 저번 생을 행복한 노후를 위해 올인했다 이 말이었다.
근데 이 새끼는?
“아, 생각하니까 또 화나네.”
빡!
김주혁을 죽임으로써 그가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을 아예 누려보지도 못하게 해버렸다.
몇십 년을 준비한 노후를!
단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하게!
[끄……이제 슬슬 그만하는 게 어떤가? 만약 네가 이 상태에서 더 이상 나를 공격한다면 나도…….]“너도 뭐?”
흠칫.
분명 마력이 없는, 그저 심상 세계 속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 주변에 스멀스멀 사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에 바르체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
[그보다 너는 지금 이곳이 궁금하지도 않나?]“……이곳?”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고서는 이곳의 묘한 이상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여기 뭐야?”
김주혁이 본 것은 회색으로 된 공간이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그저 모든 것이 회색으로 되어 있는 공간.
[이곳은 심상 세계지.]“심상 세계?”
[그래, 정확히 말하면 성유물 속의 공간이라고 말하는 게 더 이해가 빠르겠군. 어디까지 정보를 얻었는지는 짐작이 안 가는데, 성유물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바르체의 물음에 김주혁은 저번 수업 때 배운 것을 떠올리곤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곳이 성유물 속이라고?”
[정답이다. 네가 보고 있는 내 모습도 어디까지나 심상 세계에 구현된 몸일 뿐 내 신체는 이미 300년 전에 소멸했다.]“……잠깐, 그럼 한마디로 네가 성유물 속에 들어가 있다는 거네?”
[그렇지?]“그럼 네가 성좌란 소리야?”
김주혁의 물음에 바르체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정답이다. 나는 성좌가 되었지.]“웃는 거 봐라, 존나 재수 없네.”
[…….]“뭘 봐?”
[꼭 이야기하는데 초를 치는군.]“초 말고 다른 것도 치고 싶은데, 지금 쳐도 되냐?”
그 말에 서둘러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피우는 바르체.
김주혁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르체를 바라보곤 이야기했다.
“너 진짜 바르체 맞냐? 어째 300년 전이랑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김주혁은 300년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바르체의 모습을 떠올렸다.
멸왕(滅王)이라고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힘과 더불어, 직접 멸망의 탑을 지구에 끌고 내려와 자신과 동귀어진했던 바르체의 모습을.
적어도 김주혁이 기억하기로 그때의 바르체는 싸가지는 없을지언정 굉장히 진중하고, 또한 과묵했던 기억이 있었다.
[뭐, 어느 쪽이 진짜 성격이냐고 묻는다면 그쪽보다는 이쪽이 진짜 내 성격이다.]“지랄.”
[무슨 소리지?]바르체의 물음.
그러나 김주혁은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젓곤 이내 이야기했다.
“그건 됐고, 그럼 이제 슬슬 설명이나 해봐라.”
[……무슨 설명을 말하는 건가?]“?”
[?]빠아아악!
[껙! 도대체 왜 때리는 건가! 300년 전이라면 상관없지만, 지금은 힘도 없어서 한 대 맞는 게 엄청난 고통이란 말이다!]“엄살 그만 부리고 말 안 하면 한 대 더 때린다.”
[알았다! 알았다고!]바르체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들었던 손을 내려놓는 김주혁.
그런 그를 보던 바르체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했다.
“맞아.”
[그럼 혹시 그 알림창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 수 있겠나?]바르체의 물음에 김주혁은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입을 열었다.
“맨 위에는 멸망의 탑이 다시 나타나는 소리가 쓰여 있고 그다음에는 그냥 무구와 기억을 찾으라는 말이랑 같이 성좌의 방으로 가라고 쓰여 있었는데?”
[나머지 다른 문장은 없나?]“있기는 한데, 전무 검은색 네모로 칠해져 있어서 읽을 수가 없어.”
김주혁의 말에 바르체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곤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이야기했다.
[우선, 내가 파악한 내용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데, 들어보겠나?]“파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이 시스템창 네가 한 거 아니야?”
김주혁의 말에 무슨 생뚱맞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은 바르체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했을 리가 있겠나? 나는 네게 죽임당한 후 300년간 아무런 힘도 없이 이 속에서만 지내왔다.]“……뭐야 그럼?”
[그러니까 내가 나름대로 파악한 것을 알려주겠다 이 말이다.]바르체는 그렇게 말하며 김주혁을 바라봤고.
김주혁은 곧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턱짓을 했다.
그와 함께 시작된 이야기.
김주혁은 한동안 바르체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너는 나한테 죽어서 소멸당한 뒤에 눈을 떠보니 성좌가 되어 성유물 속에 모든 힘을 잃은 채 갇혀 있었다는 거네?”
[맞다.]“그래서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려니 네게도 시스템 창이 떠올랐고?”
[맞다, 나 같은 경우는 자네와 접촉해 기억을 되찾으라는 시스템 창이 떠올랐지.]“다른 건 안 뜨고?”
[유감스럽지만 그게 끝이다. 적어도 내 시스템 창에는 환생한 ‘김현오’와 접촉하십시오. 라는 내용밖에 떠오르지 않았지.]“그래서 네가 생각한 건 이 모든 짓이 너를 멸망의 탑의 탑주로 만든 ‘그’의 소행 같다……. 뭐 이런 말이지?”
[맞다. 사실 말하자면 나를 멸망의 탑의 탑주로 만들었던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너와 마주치고 나서야 떠올렸다.]“그가 대체 누구인데?”
[나도 모른다, 정말 이상하다만 마치 그 부분만 기억이 사라진 것처럼 공백인 상태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탑주로 만들었다는 것뿐이지.]“……그럼 결국 너를 탑주로 만든 놈이 나를 환생시켰고 너를 이곳에 가둬뒀다?”
[뭐, 적어도 내 추측으로는 그렇다. 그건 그렇고 자네도 뭔가 떠오르는 기억은 없나?]“나?”
[그래,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자네도 무구와 기억을 찾으라는 시스템 창이 떠올라 있지 않았나?]“그건 그런데…….”
김주혁은 곰곰이 자신의 머릿속을 뒤져봤으나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잃어버린 기억이 없는데……?’
바르체는 기억이 잘려져 있는 것처럼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김주혁은 딱히 그런 부분이 없었다.
당장 멸망의 탑에서 있었던 일도 마찬가지고, 자신의 이전 기억을 떠올려 봐도 잘린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전부 멀쩡할 뿐.
‘뭐지?’
김주혁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바르체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뭐 만약 별다른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마 네가 기억을 찾는 것은 다음일 수도 있겠군.]“다음?”
[그래, 네 상태창에 떠 있던 게 무구와 기억이라고 하지 않았나?]“그랬지.”
[그럼 무구는 찾았으니 다음번에 찾는 건 기억이 아니겠는가?]“아, 그러면 여기가 무구 속이라는 거야?”
[맞다.]바르체의 대답에 김주혁은 순간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무엇인가 깨달았다는 듯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 지금 네가 들어 있는 곳이…….”
[그 설마가 맞다. 나는 네가 사용했던 무기 중 하나인 ‘촌검(忖劍)’을 성유물로 삼아 성좌가 된 상태다.]하.
“지랄 났네.”
XXXX
“……혹시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니겠지?”
“아닌데요.”
“……정말로?”
“아니, 애초에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정신 오염으로 죽을 수도 있다면서요?”
성좌의 방 건물 외곽.
김이군은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는 김주혁을 바라보며 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신 오염을 당한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튼, 저는 그럼 가볼게요?”
“……알겠다. 돌아가도록.”
김이군이 무엇이라고 묻기도 전에 입을 여는 김주혁 덕분에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뭐지, 이 불안한 느낌은?’
김이군은 평범하게 건물을 나서고 있는 김주혁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성좌의 방에서 있었던 일을 정리하며 기숙사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던 김주혁은.
“야, 싸가지.”
“……?”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튀어나오는 양아치 패거리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자주 보자고 했지?”
묘하게 비틀린 웃음을 지은 채 다가오는 양아치 패거리와 그 중간에서 웃음을 짓고 있는 선라이즈 가문의 레릭.
여덟 명이나 되는 패거리를 이루어 온 그들은 당장이라도 자신들이 이겼다는 듯, 승리감에 도취된 표정으로 김주혁에게 걸어와 앞에 섰다.
“여기서 보니까 반갑지?”
김주혁은 그 말에 슬쩍 주변을 돌아보았다.
보이는 것은 그저 한 줄로 이어져 있는 비포장도로.
아무래도 발할라 부지가 넓고 성좌의 방이 다른 건물들과 떨어진 위치에 있다 보니 지금 그들이 있는 이곳은 주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
김주혁이 주변을 돌아보고 상황을 눈치챘다는 것을 깨달은 레릭은 가학성이 넘치는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
빠아아악!
-지 못했다.
레릭이 순식간에 날아감과 동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아 얼어붙은 패거리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아아- 이 묵직하고도 서늘한 감각. 300년 만이군.”
김주혁은.
“빡침을 참았던 기나긴 시간, 지긋지긋하던 차였다.”
악마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이제 머가리 학살자 김주혁으로 돌아갈 때다!”
촌검(忖劍)을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