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04
◈ 104화. 격의 차이 (2)
“!”
김주혁의 앞으로 주먹을 꽂던 라니아의 팔이 검집에 의해 쳐내진다.
그와 함께, 라니아의 시간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진다.
그렇게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진 시간 속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김주혁이 쥐고 있는 묵색의 검.
라니아는 이 단련장은 마음만 먹으면 몇 방 내로 단련장을 박살 낼 수도 있는 힘이 담긴 주먹이 고작 검도 뽑지 않은 검집에 제압당했다는 것에 경악하면서도 의문을 느꼈다.
분명 김주혁의 검집에는 라니아의 공격 궤도를 바꿀 만한 힘이 담겨 있지 않았다.
허나 그럼에도 그녀의 손은 이미 김주혁의 얼굴이 아닌 그 위를 향해 궤도를 틀고 있었고.
그 찰나의 짧은 시간 동안.
뻐억-!
“카학!?”
그녀는 김주혁의 검집이 자신의 복부를 강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렬하게 느껴지는 고통.
그러나 라니아는 오히려 이 순간이 잘 되었다는 듯 자신의 배를 후려친 김주혁의 검집을 잡으려고 했다.
우선 검을 잡기만 하면 당황할 것이 분명한 김주혁에게 무조건 한 방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허나.
“!”
라니아의 손이 복부에 도달한 그 찰나의 순간에 김주혁은 이미 검집을 회수했고.
“내가 이겼네.”
그다음 순간-
빠아아아악!
라니아는 자신의 머리에 느껴지는 둔탁한 고통과 함께 눈을 까뒤집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부서져 버린 단련장에 그대로 고꾸라진 라니아.
[끝났군.]들려오는 바르체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대충 실력도 확인했으니 더 이상 이러고 있는 것도 시간 낭비잖아?”
[흐음, 네가 볼 때는 어땠나?]바르체의 물음.
그에 김주혁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그대로 쓰러져 버린 라니아를 잠시 바라본 뒤.
“꽤 나쁘지 않네.”
썩 나쁘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가 굳이 라니아의 실력을 확인해 보려 한 이유.
그것은 바로 성좌들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이제 막 이름을 되찾고 언제 어디서 날뛰어도 이상하지 않은 성좌들 때문.
‘뭐 되도록 내가 혼자서 전부 처리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김주혁은 이 세상은 자신의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고, 또한 그렇기에 성좌들이 자신의 편의에 맞춰서 형편 좋게 나와주지 않을 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
‘뭐 한 명씩만 나와주면야 넙죽넙죽 받아먹겠지만.’
만약 성좌들 두셋이 동시에 나온다면?
‘아니, 사실 두셋 정도가 동시에 나오는 건 상관없지.’
그 정도는 조금 빡세기는 하지만 김주혁의 선에서 처리가 가능할 테니까.
그러나 만약 그 이상의 숫자가 한 번에 나타난다면?
거기에 더해 만약 여려 성좌들이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서 깽판을 친다면?
전자의 경우야 어떻게든 될 수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김주혁에게 그리 달가운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순수하게 편리한 측면으로 보면 다들 흩어져서 나오는 게 좋기도 한데.’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편리한 측면이었고 그렇게 성좌들이 여러 곳에서 튀어나왔을 때 김주혁 외에 막을 사람이 없다면 그곳은 굉장히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 자명했다.
그리고 김주혁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사람들의 목숨을 가져다 버려도 된다는 사상을 갖고 있는 싸이코패스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김주혁은 세계구급 계약자인 라니아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나름대로의 대비를 하려고 생각 중이었으나.
‘뭐, 이 정도면 딱히 신경 써서 다른 성좌들이 터져 나오는 걸 내가 직접 대비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김주혁은 거의 신들린 듯 자신에게 공격을 퍼부었던 라니아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당장 김주혁에게 보여준 그녀의 무력은 조금 부족하기는 했으나 충분히 지금까지 김주혁이 상대했던 성좌들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으니까.
‘고생이야 좀 심하게 하겠다만.’
그래도 성좌들을 상대할 수 있는 녀석들이 몇 명 정도 있다는 건 김주혁에게 썩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뭐, 그래도 이후를 대비해서 최아린과 옌랑은 계속해서 단련시키겠지만.’
김주혁은 설가에 간 뒤로 연락이 없는 옌랑과 얼마 전 세계 대항전에서 입은 상처로 쓰러진 최아린을 떠올렸다.
그 둘은 분명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는 했으나 아직 성좌와 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뭐 확실히 이 정도만 봐도 그 녀석들을 상대할 수는 있을 것 같긴 하군.]그렇게 생각하던 중 들려오는 바르체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생각을 멈추고는 답했다.
“이기기는 조금 힘들려나?”
[흐음, 저번에 만났던 홍귀나 화차 정도라면 진신 계약을 해서 ‘현신’까지 한다는 전제하에 이길 수 있을 것도 같긴 하다.]“아, 그러고 보니까 현신도 있었지?”
[그래.]바르체의 대답.
그에 김주혁은 잠시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아니, 근데 생각해 보면 성좌로 현신하면 그냥 이겨야 하는 거 아니야?”
물론 김주혁은 성좌들의 이름을 모르기는 하지만 자신의 제자들이 S급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다른 성좌들도 제자들만큼은 아니겠으나 어느 정도 힘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의문을 내뱉었고.
그에 바르체는 답했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왜?”
[저번처럼 네 제자가 직접 마석을 이용해 육체를 일정 시간 현신시킨다면 모르겠지만 ‘진신 계약’을 통한 현신은 조금 다르다는 거다.]바르체는 그렇게 말하며 김주혁에게 ‘현신’과 진신계약의 ‘현신’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고.
“……한마디로 현신은 그냥 육체를 만들어서 일정 시간 나오는 대신 성좌한테 리스크가 없고, 진신 계약을 해서 계약자의 육체에 현신하는 건 리스크가 적은 대신에 그릇이 못 버텨서 잘 싸우질 못한다?”
[잘 이해했다.]“아니, 너는 어떻게 그 안에 있으면서 나도 모르는 걸 다 알고 있냐?”
진심으로 신기하다는 듯 묻는 김주혁.
그에 바르체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애초에 이건 1학기에 배운 내용이다만?]“……1학기에?”
[그래, 그것도 굉장히 초반에 배웠다. 아마 너는 자고 있어서 못 들은 것 같지만.]왠지 묘한 감정이 들어가 있는 바르체의 말.
그러나 김주혁은 피식거리며 웃더니.
“네가 다 들어줬으니까 나는 들을 필요 없었네.”
이내 그렇게 이야기하곤 아직도 박살 나 있는 대련장 한가운데에 쓰러져 있는 라니아를 한번 바라보곤.
“아무튼, 진신 계약으로 현신하기만 해도 할 만하단 소리 아니야?”
[그렇다.]“진신계약…… 진신계약이라…….”
이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곰곰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XXXX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발할라 기숙사의 남는 공실.
벌떡!
“……?!”
라니아는 눈을 뜨고는 급하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보이는 것은 발할라 기숙사의 풍경.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라니아는 이내 욱씬거리는 머리와 함께 자신이 기절하기 직전 보았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어느 순간부터 힘도 조절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김주혁을 공격하다, 마지막 순간에 깔끔한 공격 두 방으로 저항도 못 한 채 꼴사납게 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자신의 모습을.
“아…….”
그에 터져 나오는 탄성.
라니아는 새삼스럽게 몰려오는 수치심에 눈을 질끈 감았으나 이내 몇 분의 시간이 지난 뒤.
“후…….”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까 전의 자신의 모습을 차근차근 떠올렸고.
“하.”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 전에 보였던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추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분명 김주혁이 힘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는 은연중 김주혁을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김주혁과의 싸움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다.
아니, 사실 어찌 보면 그건 싸움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성좌의 능력을 끌어다 썼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김주혁에게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으니까.
거기에 더불어 김주혁은 단 두 방으로 라니아를 처리해 버렸다.
그 말은 김주혁이 언제든 원했을 때 라니아를 처리할 수 있었다는 뜻.
한마디로 애초에 그녀는 김주혁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병신.”
그렇기에 라니아는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며 아까 전의 자기 자신을 떠올렸다.
훈수를 한다고 이성을 잃었던 자신의 모습과 더불어.
일개 학생인 김주혁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한껏 기분이 나빠져 있던 자신을.
“…….”
그런 자신의 모습과 김주혁과의 싸움 같지도 않은 싸움을 떠올리며 라니아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김주혁은 고작 학생이 아니었으니까.
김주혁의 훈수는 당연한 것이었다.
김주혁의 무시도, 굉장히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어찌 됐든 간에 그는 분명 자신보다 강했고.
특히.
‘그 마지막 두 방.’
라니아를 기절시켰던 그 두 번의 공격에서, 라니아는 굉장히 압도적인 격차를 느꼈다.
그때 당시 라니아는 김주혁의 공격을 분명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대비도 하지 못했으니까.
아니, 애초에 그 공격은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대비를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았다.
적어도 그때 김주혁이 라니아에게 보여준 그 두 번의 공격은 자신 외의 그 누군가가 오더라도 막을 수 없는 공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것도 고작 검조차 뽑지 않은 검집으로.
그렇기에.
‘나도, 배우고 싶다.’
라니아는, 오히려 패배에 대한 분함보단 정말 오래간만에 배움에 대한 욕구가 솟아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김주혁.”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XXXX
“후.”
이제 막 정오가 지난 시각.
오늘도 평소와 같이 마력 단련을 끝낸 김주혁은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우려던 도중 문득 아까 전의 라니아와의 전투를 떠올리고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까 화차를 흡수한 힘을 조금 실험해 보려고 했었는데 그냥 넘겨 버렸네.’
뭐 사실 라니아의 실력 정도로 김주혁이 제대로 된 실력을 내기에는 그녀가 조금 부족하기는 했다.
‘다음에 다시 한번 산이나 잘라야 하나.’
그렇기에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 누울 준비를 했고.
그 순간.
김주혁은 자신의 몸이 붕 뜨는, 이제는 조금 익숙한 감각과 함께.
“……?”
자신이 아주 낡은 판잣집에 소환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이네.”
김주혁이 주변을 돌아보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
그에 김주혁은 익숙하게 고개를 돌렸고, 곧 그는 낡은 판잣집 끝에 앉아 있는 길잡이를 볼 수 있었다.
넓은 챙모자를 쓰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길잡이를.
“그러게.”
그에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김주혁은 그것이 익숙하다는 듯 느긋한 인사와 함께 길잡이의 맞은편에 앉았고.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야?”
곧 곧바로 본론을 물어오는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슬쩍 미소를 짓더니.
“찾아냈어.”
“뭘?”
“네가 나한테 전에 물었던 ‘투기장’을 열 방법. 찾았어.”
이내 김주혁에게 그런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