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08
◈ 108화. 검은 도깨비, 휜 도깨비 (2)
미국 계약자 협회.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계약자 협회는 최초로 만들어진 계약자 협회로, 협회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계약자 협회는 다른 협회들보다도 한층 위의 권력을 가지게 될 예정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대형 유동 마석’ 때문.
S급 미궁인 어비스 콜로니에서 발견된 거대한 마석은 사실 원래라면 굉장히 위험한 폭발성 물질이었으나.
최근 미국 계약자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한 연구팀에서 대형 유동 마석의 위험성을 제거하고 그 에너지를 일반 마석과 같은 마력으로 만드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협회의 힘을 독점하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일반인의 시선에서 보면 결국 협회는 협회였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시선에서 볼 때였고, 사실상 협회는 서로 국제 협회를 제외하고는 ‘협회’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을 뿐이지 사실상 나라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길드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무튼, 그렇기에 이번에 미국 계약자 협회는 ‘대형 유동 마석’으로 다른 협회들보다 분명 앞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미국 계약자 협회의 협회장 ‘골라드.G.닐스’는 대형 유동 마석의 계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된 어제부터 어떻게 국제 협회 모임에서 미국 협회의 영향권을 늘릴까 하는, 행복에 겨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래.
바로 아까 전까지.
“도대체……?”
미국 계약자 협회의 중간 건물에서 조금 전까지 행복에 겨운 고민을 하고 있던 협회장 닐스는, 어느새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계약자 협회를 망연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사람들이 백악관보다도 화려하게 지었다며 칭찬하던 협회의 본관은 이미 반절이 무너져내려 아포칼립스 적인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고.
그 앞에 과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넓은 초록빛의 화단은 불에 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
그렇게 한동안 완전히 박살 나 있는 협회를 망연하게 바라보고 있던 그는 이내 시선을 돌려 이 일을 만들어 낸 장본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컥-?”
닐스의 정신은, 그 괴물을 얼굴을 본 그 순간 끊겨 버렸다.
XXXX
로건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돌아왔을 때 협회는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으니까.
그래 그것도 완전하게.
그리고 그렇기에 로건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국 계약자 협회는 소속되어 있는 그의 입으로 할 만한 말은 아니기는 했으나, 굉장히 테러에 대한 방비가 잘되어 있었다.
아니 잘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 계약자 협회는 최초로 만들어진 계약자 협회로, 지금까지 많은 테러 위협을 받았고, 그렇기에 미국 계약자 협회에는 테러에 관련된 방비들이 잘되어 있었다.
오죽하면 시민들이 미국 계약자 협회는 백악관보다도 안전할 거라는 소리조차 할 정도니까.
그러나 그 말이 또 거짓은 아닌 것이 정말 미국 계약자 협회는 정말 엄청난 방비를 하고 있었다.
당장 협회의 건물에 걸려 있는 마법진만 해도 수백 개.
거기다 그 수백 가지의 마법진의 종류 또한 여러 가지 테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전부 달랐다.
그뿐인가?
협회에는 그런 마법적인 조치 이외에도 물리적인 보안 기계들도 수십 개가 넘게 깔려 있었고, 거기에 더해 협회 내부의 보안 인력만 해도 몇백 명이 가볍게 넘어갔다.
그래. A급에서 B급 사이의 계약자들이 무려 몇백 명이나 상시 대기를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것은 미국 계약자 협회가 굉장히 거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나 그렇다고 해도 보안 인력이 몇백 명이라는 것은 정말 엄청난 숫자였다.
그래서 로건은 자신이 처음 넘어왔을 때 본 장면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본 미국 계약자 협회의 모습은 완전히 개박살이 나 있었으니까.
그것도 그냥 개박살이 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더 이상 건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반파가 되어 있었다.
전통과 역사를 머금고 있는 협회의 건물이.
그렇기에 로건은 맨 처음 반파된 협회를 보며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이야, 이걸 사네?”
“그러게, 다른 놈들은 얼굴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그대로 눈깔 까뒤집던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된 두 성좌…… 아니, 괴물을 보며 로건은 협회가 어째서 저렇게 처참하게 박살 났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크…….”
로건은 이를 악물고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자신의 옆구리를 틀어쥐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그런 로건의 모습이 우습다는 듯 낄낄거리고 있는 두 성좌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적어도 로건이 보기에 그들의 모습은 성좌라기보단 괴물로 부르는 게 어울릴 정도로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뭐 애초에 흑귀(黑鬼)인 네 얼굴을 봐도 기절하지 않은 걸 보면 그래도 인간 최강자는 이 정도는 하나 보네.”
백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는, 이레즈마가 그려져 있는 해골 가면을 그대로 뒤집어쓴 채 한쪽에는 거대한 몽둥이를 걸치고 있는 괴물이 말하자.
“그건 나도 알아. 네 몽둥이질도 한 번 정도 버틴 거 보면 그래도 인간 최강자는 좀 다르다 이거지.”
조금 전 흑귀(黑鬼)라고 불렸던 온통 검은 피부에 소름끼칠 정도의 섬뜩한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그는 백귀(白鬼)를 보며 입을 열었고.
그들은 로건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 근데 우리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뭐가?”
“그, 뭐라고 했더라? 무슨 마석을 가져오라 하지 않았나? 그거 찾으러 여기 와 있는 거잖아.”
백귀의 말에 흑귀는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그렇긴 하지 그래도 조금 노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우리가 가져가지 않을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긴 하지.”
“그래도, 이제 슬슬 끝내고 마석 챙기자고, 노는 건 다음에도 되니까.”
흑귀의 말에 백귀는 알았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옆구리를 부여잡고 있는 로건을 바라봤고.
그에 로건은 어거지로 자세를 잡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마력을 끌어올리면서도 느껴지는 지독한 무력감에 로건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로건은 THE ONE에 올라오고 나서부터 이런 지독한 무력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못 이긴다.’
로건은 본능적으로 눈앞에 두 괴물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눈앞의 괴물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감.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도망치라고 합니다.]‘그게 가능했으면 그랬을 텐데…….’
로건은 아까 단 한 번 격돌한 것만으로도 이미 자신이 저 괴물들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상처를 입은 지금은 더욱더.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도망치지 못한다고 해도 로건은 절대로 순수하게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THE ONE’이니까.
아무리 괴물들이 강하다고 해서, 그는 이렇게 허무하게 꺾이고 싶지는 않았다.
‘성좌님, 혹시 현신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로건의 물음.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만약 지금 현신했다간 네 몸이 버티지 못할 거라 합니다.]‘지금 이곳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골치가 아프다는 듯 고민합니다.]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성좌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거세게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마력.
그에 순간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던 두 괴물의 표정이 변했고.
“흡!”
로건은 현신이 진행됨과 동시에 일시적으로 상처가 회복되는 것을 느끼며 마력을 끌어올리지-
빠아아악!
“커억!?”
-못했다.
이유는 로건이 마력을 흩뿌리는 순간 그의 앞에 나타나 목을 틀어잡은 백귀 때문.
“크하가각!”
백귀의 거대한 손에 잡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로건을 보며 피식 웃은 백귀는 입을 열었다.
“이거 웃긴 놈이네, 우리가 설마 네가 대놓고 뭔가 하려는 걸 기다려 줄 거라고 생각했어?”
“이거 멍청한 놈이네.”
“아니, 아니지. 생각해 보면 얘들은 서로 힘 빌려 쓰다 보니까 서로 힘 빌려다 쓰느라 이런 걸 당연하게 생각하잖아.”
“그건 그렇지.”
한심한 표정으로 로건을 바라보는 백귀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로건을 보며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야,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 녀석 네 계약자 기억에도 남아 있다며?”
“그렇지? 현 계약자 중 1위라고 했던가? 뭐…… ‘THE ONE’인가 뭔가 하는 병신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고 했던 것 같던데.”
“그렇지? 내 기억에도 남아 있단 말이야? 근데…… 진짜로 이게 THE ONE 맞아? 이렇게 약한 놈이?”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백귀.
그에 로건은 수치심을 느꼈으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런 백귀의 말에 흑귀는 피식 웃더니 이야기했다.
“뭐, 맞겠지.”
“이야, 그럼 지금 화차나 홍귀 그 새끼도 이런 병신들한테 죽은 거야? 솔직히 그 새끼들이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이런 놈들한테 픽픽 죽을 놈들은 아닌데?”
“……또 생각해 보니까 그건 그렇긴 하네? 뭐어, 그냥 물량으로 밀려서 죽은 거 아니야? 숫자로 밀어붙이면 좀 힘들 수도 있지.”
흑귀의 말.
그에 백귀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뚱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래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이제 슬슬 가자고.”
이내 그렇게 이야기하며 로건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넣기 시작했다.
“카학!”
그에 어떻게든 백귀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로건.
그러나 그는 곧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이 행동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를 악문 채 백귀의 얼굴을 노려봤고.
그런 로건을 바라보던 백귀는 입가에 환한 웃음을 짓고는 아주 서서히 힘을 넣기 시작했다.
조금.
조금.
조금.
우드-
조금.
손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뒤트는 로건.
그런 그를 보며 백귀는 찢어질 듯한 웃음을 지었고.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정신을 차리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정신을 차리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정신을 차리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정신을 차리라고 합니다!]로건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흐려지는 의식을 느끼며 이제는 완전히 흐려진 백귀의 얼굴을 바라봤다.
‘끝인가…….’
로건의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나지막한 독백.
그렇게 로건은 완전히 흐려지는 시야를 닫기 위해 눈꺼풀을 내리기 시작했고.
그 순간.
촤아아악!
로건은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흐려진 시야가 급격하게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크아아악!?”
로건은 팔이 잘린 백귀와.
“……김……주혁?”
로건의 앞에 서 있는 김주혁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