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13
◈ 113화. 귀찮으니까 한 번에 쓸어버린다 (1)
요즘 아델리아 벤트릭은 굉장히 바쁜 삶을 보내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벤트릭의 비밀병기에 대한 이슈 때문.
이미 그 일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기는 했고 그 이후에도 계약자 협회 테러라는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벤트릭 가문에 들어오던 물이 빠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녀는 현재 열심히 노를 젓는 중이었다.
벤트릭 가문의 떨어진 명예를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도 아델리아 벤트릭이 꼭 빼먹지 않고 하루에 두 번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달칵-
점심과 자기 전 저녁, 김주혁 팬카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가입한 이후로 인원수가 그렇게 늘어나지 않는 소소한 팬카페.
사실 맨 처음만 해도 그녀는 김주혁 팬카페에 가입하기는 했으나 직접 글을 쓰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녀가 김주혁의 팬카페에 가입한 이유는 바로 최근 CCTV에…… 아니, 정확히는 CCTV안에 나오고 있는 김주혁 님에게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신 자신의 성좌님 때문이었으니까.
그러나 최근 그녀는 굳이 그녀의 명령을 받지 않고도 하루에 두 번 팬카페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유?
그것은 굳이 따져보자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한 가지는 아델리아 벤트릭이 ‘비밀병기’사태 이후로 김주혁에게 묘한 동경과 동시에 팬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사실 맨 처음만 해도 아델리아 벤트릭은 김주혁이 그저 두려웠고, 또 싫기도 했다.
아니,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아델리아 벤트릭의 입장에서 김주혁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은 존재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처음 초반에 아델리아 벤트릭은 어디까지나 공포로 그를 따랐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는 성좌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김주혁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인과관계에 대해서까지 그녀가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누가 보더라도 김주혁과 성좌님의 관계는 이해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김주혁이 심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거기에 더해 그녀는 얼마 전 김주혁이 성좌님의 능력을 쓰는 것을 보았다.
거기서 아델리아 벤트릭은 정수를 보았다.
그 누구도 도달한 적 없는 벤트릭 가문의 진짜 힘을.
이미 그 시점부터 아델리아 벤트릭의 감정에는 김주혁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감정보다는 그에 대한 동경이 가득 차올랐다.
김주혁에게 있어 그것은 고작 제자의 능력을 빌려 사용한 것이었겠으나 그녀는 거기에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벤트릭 가문의 미래를 보았으니까.
그렇기에 그 뒤부터 아델리아 벤트릭은 김주혁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동경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녀는 부리 가면이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김주혁의 팬카페를 들락날락거렸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이유.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하나를위해 : 안녕하세요.
원펀맨이되고싶은남자 : 오, 하나를위해님, 안녕하세요!
눈속의호랑이 : 하이요.
귀여운토끼 : ㅎㅇ.
검은고양이네로 : 반갑습니다.
최근, 그녀는 이 100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작은 팬카페에 만들어져 있는 한 채팅방에서 친목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나를위해 : 오늘도 피곤하네요ㅠㅠ점심이라 좀 쉬고 있어요.
눈속의호랑이 : 저도 점심 먹고 잠깐 쉬는 중.
검은고양이네로 : 저는 일 좀 끝내고 이제 먹으려고 합니다.
원펀맨이되고싶은남자 : 저도 요즘 안 좋은 일이 생겨서…….
하나를위해 : 아, 아버지께서 살짝 다치셨다고……?
원펀맨이되고싶은남자 : 네…… 솔직히 저랑 조금 데면데면하시기는 한데 조금 걱정이 되어서요.
하나를위해 : 꼭 완치되시길 빌게요 ^^.
원펀맨이되고싶은남자 : 감사합니다 ㅠㅠ
귀여운토끼 : 저도.
검은고양이네로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작 다섯 명 정도가 모여 있는 채팅방.
처음에는 클릭을 실수해 잘못 들어 온 것이 시작이었으나 그들과의 대화는 꽤 재미있었다.
‘실제로는 누가 누구인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이 채팅방이 마음에 들었다.
익명이라는 것은 어쨌든 간에 신뢰하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나? 하는 느낌이 있기도 했으나, 반대로 익명이었기에 아델리아 벤트릭은 이곳에서는 상당히 편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최근 채팅방에 자주 머물며 꽤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에도 채팅방을 연동시켜놓은 상황이었다.
“♩♬~♪”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채팅을 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녀는 문득 점심시간이 조금 흘렀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 다시금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채팅방을 껐고.
그렇게 그녀가 일에 집중하려는 순간.
우우웅!
그녀의 스마트폰으로, 한 통의 연락이 왔다.
XXXX
발할라의 단련실 안에 있는 휴게실에는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서로를 마주 본 채 앉아 있었다.
한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는 바로 얼마 전에 서로 안면을 튼 아델리아 벤트릭과 블랙 캣이었다.
한마디로 그 둘의 사이는 그렇게 어색할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그 둘은 성좌님들의 싸움 때문이기는 해도 서로 면전에다 대고 욕을 하기도 했고, 아델리아 벤트릭은 블랙 캣이 이전번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호의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 둘은 이제 서로 얼굴을 마주 본다면 가볍게 인사를 할 정도의 사이가 되기는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둘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델리아 벤트릭의 경우에는 조금 긴장한 표정까지 짓는 이유는.
“…….”
“…….”
“…….”
바로 그런 둘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한 남자 때문이었다.
팔에는 일교를 상징하는 문신이 그려져 있는, 해골가면을 쓴 남자 때문.
‘……일교(一敎)?’
그 남자의 정체를, 아델리아 벤트릭과 블랙 캣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교라는 집단은 사회 혼란을 야기하지 않기 위해 사회에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그들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명하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잘 알려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슨 이유를 가지고 행동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일교는 벌인 일 하나하나가 굉장히 거대한 일들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아델리아 벤트릭은 괜히 긴장에 찬 모습으로 일교를 바라봤고.
블랙 캣의 경우는 조금 묘한 표정으로 일교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적대하거나 하진 않았다.
애초에 지금 이곳에서 일교를 적대해 봤자 득이 되는 게 하나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김주혁이 부른 자리에 일교가 있다는 건 일교의 성좌도 김주혁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
“…….”
“…….”
불편한 침묵이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투귀님이 지금 두 분의 성좌에게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저’라고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침묵은 줄곧 입을 다물고 있었던 가면을 쓴 남자에 의해서 깨졌다.
“저희 성좌님도 ‘오랜만이야’라고 전해달라고 하시네요.”
“이면의 지배자님 께서도 ‘너도 잘 지냈어?’라고 전해달라고 하십니다.”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나는 듯한 대화에 블랙 캣과 아델리아 벤트릭은 일교의 성좌가 김주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 뒤로 그 셋은 성좌들의 말을 전하며 간단한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대화를 진행했을 때, 아델리아 벤트릭은 문득 일교의 성좌인 투귀가 굉장히 점잖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교의 성좌는 굉장히 점잖은 말투로 하나하나 존댓말을 해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성좌님이 이면의 지배자와 대화했을 때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었던 점잖은 모습에 아델리아 벤트릭은 신기함을 느꼈고.
일교의 성좌인 투귀가 굉장히 예의 있고 젠틀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조금 전까지는.
“‘흐음, 그렇게 해서 벤트릭 가문에 속해 있는 녀석들이 스승님에게 칼을 빼 들었다는 이야기 인가요?’라고 말씀하십니다.”
“‘맞아’라고 대답하시네요.”
“‘그럼 그 친구들 명단 좀 나중에 정리해서 주시겠어요? 전부 죽여 버려야 하니까요.’라고 말씀하십니다.”
“?”
“‘감히 스승님한테 칼을 빼 들다니 제정신이 아니네요? 감히.’”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굉장히 분노가 차오르는 일이네요……. 그냥 지금 당장 다른 녀석들을 시켜서 죽여 버릴 테니까 이름만 불러주세요.’”
“?????”
“‘빨리요. 사저.’”
“??????”
“‘빨리.’”
갑자기 김주혁에게 누군가가 칼을 들이밀었고, 칼을 들이민 녀석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돌변하기 시작하는 투귀의 모습에 아델리아 벤트릭은 멍하니 입을 벌렸고.
그렇게 그녀가 식은땀을 흘리며 성좌님이 하실 말씀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다 모였네?”
휴게실의 문을 열고 김주혁이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가면을 쓴 남자.
그와 함께 블랙 캣과 아델리아 벤트릭이 인사를 하고. 김주혁은 그런 인사를 가볍게 받은 뒤 곧바로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
“안부 인사는 잘하고 있었냐?”
“예.”
“잘하고 있었습니다.”
“잘하고 있었어요…….”
후반에 갑작스레 섬뜩해져서 그렇지……라는 감상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인 아델리아 벤트릭과 블랙 캣.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인 채 자리에 앉아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너희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사실 전화로 해도 되는 거긴 한데 우선 제자들끼리 안부라도 서로 묻는 게 좋지 않나 싶어서 모이게 했지.”
김주혁은 그렇게 말하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너희들 ‘대형 유동 마석’이라고 아냐?”
“이번에 미국 계약자 협회에서 말하던 대형 유동 마석을 말씀하시는 거면 알고 있기는 합니다.”
“저도 알고 있어요.”
“그 마석이 사실 굉장히 위험한 폭발물이라던데, 맞아?”
김주혁의 물음에 아델리아 벤트릭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예, 제가 알기로 대형 유동 마석은 S급 미궁인 어비스 콜로니에서 나오는 물건인데 아마 제대로 된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그냥 툭 건들기만 해도 대형 폭발을 일으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 대형 폭발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데?”
“그것까지는 자세하게 알 수 없지만…… 우선 곧바로 조사해서 말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뭐, 그럴 것까진 없어, 대형 폭발이라고 하니까 대충 그쯤 터지는 거겠지.”
손을 휘적거리며 이야기하는 김주혁.
“그런데, 대형 유동 마석은 어느 용도로 찾으시는 겁니까?”
그에 가만히 앉아 있던 블랙 캣이 입을 열자, 김주혁은 기다렸다는 듯 웃음을 짓더니-
“요즘 테러를 많이 당하잖아?”
“……테러 말입니까?”
“그래서 나도 테러나 한번 해주려고.”
-그렇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