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14
◈ 114화. 귀찮으니까 한 번에 쓸어버린다 (2)
S급 미궁인 어비스 콜로니에 있는 대형 유동 마석은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것은 미국 계약자 협회가 대형 유동 마석의 폭발성을 제외하고 에너지로서 사용할 수 있다는 발표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나 실질적인 이유는 당연히 대형 유동 마석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대형 유동 마석을 보며 몇몇 이들은 그 대형마석을 건설현장에 사용하거나, 악인집단이 테러에 사용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으나 단연코 그것은 불가능했다.
대형 유동 마석은 정제를 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툭’하는 정도로 건들기만 해도 대형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런 위험성 때문에 대형 유동 마석은 쉽게 구할 수 없었다.
특히 현재 미국 계약자 협회 아래에 있는,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정제되어 있는 대형 유동 마석은 구하는 방법이 아예 없다고 봐도 좋았다.
애초에 미국 계약자협회 지하에 꽁꽁 숨겨져 있는 정제된 대형 유동 마석은 협회가 혼신의 힘을 들여 탄생시킨 것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기에 S급 미궁인 어비스 콜로니를 관리하고 있는 로테오 길드의 길드장이자 S급 성좌인 ‘높지대 속 푸른 손’과 계약한 그 남자, 로렌스는 입을 열었다.
“우리에게는 정제가 되어 사용이 가능한 대형 유동 마석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마켓의 오너라고 해도 그 위험한 물건을 함부로 팔 수는 없습니다.”
그는 얼굴에서 척 드러나는 단호함을 보인 채로 블랙 캣을 바라봤다.
조금 전, 길드 내부의 보안을 모조리 무시하고, 거기에다 방 내부에 걸려 있는 이동 마법진 차단까지도 무시하고 그의 앞에 나타난 마켓의 오너.
그는 로렌스에게 조금 급한 안건이다보니 무례했다며 슬쩍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 뒤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것은 바로 대형 유동 마석의 판매에 대해서.
그러나 로렌스는 조금 전 말했던 것처럼 대형 유동 마석을 판매할 생각은 없었다.
첫 번째로 블랙 캣이 원하는 정제된 대형 유동 마석은 그에게 없었고.
두 번째로 로렌스는 블랙 캣이 정제되지 않는 대형 유동 마석을 원하더라도 그 위험한 물건을 팔 생각이 없었다.
물론 위험하다는 이유로 대형 유동 마석을 팔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로렌스가 엄청 평화를 사랑해서 그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질적으로 로렌스가 마석을 팔지 않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괜히 팔았다가 저게 이상한 곳에서 사용하기라도 한다면.’
아니, 이상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옮기다가 실수라고 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로렌스가 져야 하기에 그는 블랙 캣에게 절대로 블랙 유동 마석을 판매할 생각이 없었다.
“흐음.”
그렇게 로렌스가 단호함을 담은 표정으로 블랙 캣을 바라보자 그는 한동안 무엇인가를 고민하듯 자신의 가면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정제되지 않은 마석도 당연히 팔지 않겠다는 소리군요?”
“맞습니다. 설령 제가 판매하더라도 현재 미궁 내에 있는 마석들은 정제가 되지 않은 터라 가져가실 수도 없을 겁니다.”
로렌스에 답변에 또 한번 침묵한 채 고민을 이어나가는 블랙 캣.
“…….”
그렇게 얼마의 침묵이 지났을까?
툭.
블랙 캣은 조금 전까지 만지고 있던 고양이 가면에서 손을 놓은 뒤 입을 열기 시작했다.
“확실히, 당신이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잘 알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계약자 협회야 마석 정제 기술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협회 탓을 할 수 있지만, 만약 제게 팔 경우 제가 이 마석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책임을 질 수도 있겠죠.”
“…….”
“그러니 이렇게 하도록 하죠.”
슥-
블랙 캣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허공에 휘저어 하나의 종이와 펜을 꺼내더니 이내 그곳에 무엇인가를 적어 로렌스에게 건냈고.
로렌스는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더니.
“……!!”
이내 곧 깜짤 놀랐다는 표정으로 종이에 적혀진 금액을 바라봤다.
꿈뻑. 꿈뻑.
눈을 두어 번 감았다 떠봐도, 바뀌지 않는 금액.
“넉넉하게 열 개만 내주시면 좋을 것 같군요.”
“이…… 금액은?”
“당연히 제가 제시하는 마석값입니다.”
블랙 캣의 대답에 로렌스는 또 한번 시선을 내려봤다.
‘공이 하나……둘……셋……넷……다섯…….’
몇 번이고 새겨져 있는 공의 숫자를 세보는 로렌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블랙 캣은 여전히 그가 이야기하기를 가만히 기다렸고.
결국 한동안 종이에 적혀 있는 숫자를 세고 있던 로렌스는.
‘후우…….’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엄청나게 많은 돈이다.’
그냥 많은 돈도 아니었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돈!
심지어 협회가 제시했던 금액을 가뿐히 상회하다 못해 이단 옆차기에 면상에 죽통을 꽂을 정도로, 블랙 캣이 제시한 돈은 그야말로 엄청난 액수였다.
그러나.
‘침착해, 미래를 생각해라 로렌스.’
블랙 캣이 제시한 돈은 로렌스의 마음을 흔들기는 했으나 그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저 돈은 한 번밖에 들어오지 않아, 미래를 보는 거다.’
로렌스는 미래를 생각했다.
저 돈을 받고 블랙 캣에게 마석을 넘겨줬다가 혹여나 그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야말로 피곤해지는 데다가 그가 혹여나 이상한 마음을 먹고 마석을 쓴다면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은 자명한 일.
게다가 정제도 되지 않는 마석을 원한다는 것은 분명 마석을 파괴에 사용할 것이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로렌스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는 이야기 하-
“저는!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ㅇ-”
“지금 바로 계약에 응하시면 금액을 두 배로 올려드리죠. 물론 돈은 전부 현금으로 바로 준비해드리고요.”
“-이 맞습니다. 바로 준비하도록 하죠.”
-기에는, 그것은 너무나도 큰돈이었기에 로렌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XXXX
마켓 중심에 있는 거대한 빌딩.
“그러니까, 이름이 없다고?”
김주혁의 물음에 해골 가면을 쓴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미 투귀님에게 모든 것을 바치기로 한 그 시점부터, 저희는 이름을 버렸습니다.”
해골가면의 말에 김주혁은 굳이? 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자신의 앞에 여전히 부복해 있는 4명의 남녀를 한번 보곤 말했다.
“그러니까, 이름은 내가 지으면 된다?”
“원하신다면 명령하신 대로 이름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 무슨 말이라도 듣겠다는 듯 고개를 숙인 해골가면.
그런 그를 보며 김주혁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아니,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키운 거야?’
물론 김주혁의 제자들은 어떻게 보더라도 그를 잘 따르기는 했으나 결코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소심이가 자신의 호법이랍시고 키운 애들은 제자 같은 느낌보다는 광신도를 키운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김주혁은 순간 묘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김주혁은 그 생각을 접어버리곤 곧 입을 열었다.
“그럼 간단하게 하자. 해골가면이 전호법,”
“받들겠습니다.”
“후드 쓴 녀석이 후호법.”
“예.”
“해골마스크가 좌호법”
“받들겠습니다.”
“눈에 두건 쓴 녀석이 우호법. 지금부터 너희는 이렇게 부른다.”
“알겠습니다.”
김주혁의 말에 불만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 네 명의 호법을 보며 그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했으나.
“준비가 끝났습니다.”
곧 뒤에서 들려오는 블랙 캣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하던 생각을 멈추고는 이야기했다.
“전부 다?”
“예. 이제 남은 것은 김주혁 님께서 원하시는 곳에서 사용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블랙 캣의 보고.
“그럼 곧바로 시작해 볼까.”
그에 김주혁은 미소를 지었다.
XXXX
“아, 귀찮은데 그냥 나가서 다 때려 부수면 안 되나?”
“그러게, 이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이제 슬슬 답답하다고, 어차피 때려 부술 거 그냥 재미있게 한바탕 놀고 가면 되는 거지 도대체 뭐 이렇게 질질끄는 거야?”
성좌들의 모임터가 되어 있는 티아라의 은신처.
현재 그곳에는 슬슬 기다림에 지친 성좌들이 하나둘씩 볼멘소리를 하며 입을 열고 있었고.
흑록은 그렇게 슬슬 불만이 차오르고 있는 성좌들을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흑록의 입장에서는 성좌들이 날뛰어서는 안 되었으니까.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
그렇기에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이 불러 모은 성좌들을 달래고 있었고.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흑록은 슬슬 차오르고 있는 성좌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푸욱-!
“커억……!”
조금 전, 불만을 가진 성좌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던 성좌 중 한 명인 ‘열쇠지기’의 심장에 구멍이 뚫리기 전까지만 해도.
“!?”
순식간에 일어난 일.
흑록이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일어난 순간 열쇠지기의 심장을 파고들었던 묵색의 검은 순식간에 위로 쳐올려져 그의 몸을 반토막 내버렸고.
“우선 제일 귀찮은 새끼 죽이고.”
그와 함께,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왼손에는 묵색의 검을 들고 있는 한 남자.
그에 성좌들은 그 남자에게 달려들기보다는 그를 바라보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모두가 눈치채기도 전에 이곳에 잠입해 자신들과 같은 성좌를 단 한 번에 죽여 버렸으니까.
별다른 마력을 흩뿌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긴장하기 시작하는 성좌들.
“네 녀석, 누구냐……!”
그렇게 침묵이 지속되던 와중 들려오는 흑록의 물음에 묵색의 검을 들고 있는 남자, 김주혁은 스윽 하는 웃음을 짓곤 흑록과 그 옆에 청아귀를 바라보곤 물었다.
“내가 누굴 것 같은데?”
오히려 되묻는 김주혁.
그에 청아귀는 인상을 찌푸렸고, 흑록 또한 마찬가지로 인상을 찌푸리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읊조렸다.
“……네 녀석이 흑백쌍귀를 죽였나?”
“설마?”
“아니라고……?”
“아니, 그 녀석들 말고 홍귀랑 화차도 내가 직접 죽였는데?”
피식 하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김주혁.
그 대답에 흑록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김주혁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초에 흑록이 생각하는 평범한 계약자였다면 성좌를 죽이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아마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은신처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며.
‘게다가’
기본적인 신체능력이 다른 일반 성좌들보다는 약하다고 해도, 열쇠지기를 그렇게 죽일 수는 없었을 테니까.
거기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쇠지기의 능력을, 알고 있다고?’
김주혁은 분명 열쇠지기를 죽이며 그렇게 말했다.
‘우선 제일 귀찮은 새끼를 죽인다’는 말을.
“네 녀석, 정체가 뭐냐?”
그에 흑록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물었고.
김주혁은 스윽 웃으며-
“뭐, 내 정체가 알고 싶다는데 알려드려야지.”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보단, 마력을 주변에 흩뿌리듯 주변으로 퍼트렸고.
그 순간.
“!!!”
성좌들은 김주혁에게서 뿜어나오는 마력을 느낌과 동시에 전부 얼어붙고 말았다.
그들은 지금 김주혁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시……시발……!”
그도 그럴 것이.
“모두-”
지금 김주혁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는 마력은 300년 전, 자신들의 목숨을 취했던 무신의 것이라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도망처!!!”
성좌들은 자신들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누군가에게서 터져 나온 공포감 어린 목소리에.
“튀……튀어!”
“튀어라!!”
모두 김주혁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