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16
◈ 116화. 성좌 몰살(沒殺) (2)
청아귀(靑餓鬼).
푸른 피부를 가지고 있는 그는 사실 겉으로 보기에 그리 위압감이 풍기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한 자신 이외에 다른 이들에게 힘을 자랑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멸망의 탑의 2계층에서 그를 무시하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청아귀가 적어도 2계층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의 강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강자.
청아귀는 강자다.
그렇기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성좌들은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촤아아악-!
청아귀의 머리가 느긋하게 허공을 유영함과 동시에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어나온다.
허공을 날고 있는 청아귀의 얼굴은 아직까지 무엇인 일어난 것인지조차 모르겠다는 듯 의문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고.
툭.
곧, 그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그 자리에 서 있던 성좌들은 그 현실이 무엇인가 비현실처럼 느껴졌기에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곧.
쿵!
조금 전까지 금방이라도 김주혁을 죽여버리겠다는 듯 잔뜩 근육을 긴장시키고 있었던 청아귀의 몸이 넘어갔다.
그것으로 시작.
츠츳! 촤아아악!
그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다른 성좌의 목이 허공을 난다.
그리고 그제야, 성좌들은 상황을 깨닫고는 순식간에 마력을 끌어올리며 김주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츳!
아무리 성좌들이 주변을 돌아봐도.
츠즛!
그들은 김주혁을 찾을 수 없었다.
촤아아아악!
김주혁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성좌의 목이 허공을 난다.
그 순간을 성좌들은 보고 있었다.
동료의 목이 그대로 잘려 하늘을 나는 그 모습이.
그러나 분명 그 모습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좌들은 김주혁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극도의 모순.
단 한 방으로 거대한 빌딩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는 우두(牛頭)의 머리가 하늘을 날고.
이 공간 전체를 얼음으로 뒤덮을 수 있는 설조(雪鳥)의 몸이 절반으로 분리된다.
또한 사람에게 접근에 수십, 수천 명의 이지를 조종할 수 있는 심귀령(心鬼靈)의 온몸이 순식간에 난도질당하며.
한 번의 비명으로 계약자들의 몸을 터트려 버릴 수 있는 충락성(蟲樂聲)의 목이 잘린다.
분명 단 한 명이 떨어져 날뛰는 것만으로 세계를 박살 낼 수 있을 만한 수십의 재앙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스러져 가는 모습.
“도……도망쳐야 돼!”
“도망치긴 개뿔! 뭐라도 해봐야지. 보이지 않으면 공간째로 전부 박살을 내버리면 될 뿐이다!”
벌써 열이 넘어가는 성좌들의 목이 베어지자마자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는 성좌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검은 멈추지 않고 성좌들이 무슨 짓을 하든 마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무미건조하게 성좌들의 목을 베어버렸고.
그렇게 단 3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말도…… 안 돼…….”
김주혁은, 티아라의 은신처에 모여 있던 모든 성좌들을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죽여버렸다.
단 한 명만 도시에 떨어뜨련 놔도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성좌들을.
“……도대체.”
이제 남은 것은 이 검은색 반투명한 결계를 유지하고 있는 흑록뿐.
“내가 말했지? 전부 죽인다고.”
김주혁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흑록은 두 눈을 부릅뜨며 자신의 앞에 나타난 김주혁의 모습을 바라봤다.
붉은 견갑을 낀 채,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김주혁의 모습을.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흑록을 바라보며 김주혁은 비아냥댔다.
“설마, 정말로 내가 아무런 준비 없이 너희를 죽이러 왔다고 생각했어?”
그런 김주혁의 말에 망연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흑록.
그런 그를 보며 김주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철저하게 준비해오길 잘했네’
사실 김주혁은 흑록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싸움은 김주혁이 만약 단 하나의 준비도 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경우, 자신의 패배가 너무나도 확실하게 그려졌으니까.
그것은 김주혁이 모질이와 발광이의 힘을 빌릴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변수가 될 수 있는 점은 바로 김주혁이 바로 정보를 손에 쥐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 정보다.
김주혁은 정보를 쥐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대략적인 정보가 아닌, 이 티아라의 은신처에 어떤 녀석이 몇 명이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게다가 거기서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김주혁이 이 은신처에 있는 성좌들의 능력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좀 신기하긴 하네.’
솔직히 김주혁은 처음 흑귀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는 했으나 이 계획을 짰을 때 조금 이상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이름을 받고 현신한 성좌들 대부분이 2계층에 있었던 성좌들이었으며 거기에서 더 특이한 것은 그 성좌들이 모두 김주혁이 죽였던 성좌라는 점 때문이었다.
‘내가 죽인 녀석들이 꽤 많기는 했는데…….’
멸망의 탑의 2계층은 굉장히 넓었고 김주혁이 직접 죽인 녀석들보다는 죽이지 못한 이들이 더 많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번은 죽여봤던 녀석만 이름을 가지고 내려왔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기에 그는 실제로 열쇠지기를 죽이기 전에도 혹시나 흑귀가 거짓말을 치지 않았나 하는 확인을 했다.
‘결국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성좌들의 숫자와 그들을 이끄는 리더.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능력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이번 싸움에서 큰 변수로 작용했고.
거기에 더해.
‘마석도 마석이지만 역시 소심이 능력이 좋기는 하네.’
물론 대형 유동 마석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면의 지배자가 직접 공수해 와 ‘중력장 아공간’에 놓아둔 대형 유동 마석들은 성좌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으나 그들의 마력을 굉장히 많이 소모하게 했으니까.
그러나 결국 김주혁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바로 소심이의 능력이었다.
‘……차단이라.’
차단.
조금 더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은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운 이 능력은, 마력을 잘 다루기만 하면 모습부터 시작해 모든 기척을 없앨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심이의 능력인 차단이 완벽한 기술이 아니기는 했다.
만약 은신을 사용한다고 해도 마력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결국 들키는 것은 한순간이니까.
한 마디로 소심이의 능력은 잘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능력이었고, 김주혁은 그런 소심이의 능력을 사용하기에는 매우 적합했다.
심지어 김주혁은 소심이의 능력을 완벽하게 사용하기 위해 그녀를 자신의 몸에 현신시키기까지 했기에, 그는 성좌들에게도 들키지 않을 정도의 정교한 은신을 할 수 있었고.
‘여기에 어떤 놈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으니, 순서대로 썰어버리면 끝이지.’
김주혁은 그 상태에서 당장 이 섬 전체를 공격할 수 있는 성좌들을 차례차례 처리했고.
이미 대형 마석을 막느라 마력을 소모한 성좌들은 방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모조리 김주혁의 손에 명을 달리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은 이제 흑록뿐.
“솔직히, 너한테는 좀 고마워하고 있어.”
“……뭐?”
“지금 이거 말이야.”
김주혁은 씨익 웃으며 이 섬을 막고 있는 검은색 반투명한 벽을 가리키곤 이야기했다.
“이거 덕분에 성좌들이 아무도 도망 못 가서 죽이기가 편했거든.”
김주혁이 이 계획을 짜며 유일하게 걱정한 것.
그것은 바로 성좌들이 진작에 눈치를 까고 도망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흑록은 생각지도 못하게 김주혁을 가두겠다는 이유로 검은색 반투명한 벽을 깔았고, 그 덕분에 김주혁은 너무나도 편하게 힘이 빠진 성좌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었다.
“큭…….”
그 말에 이를 악물며 김주혁을 바라보는 흑록.
그러나.
“거기다가 네 계획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열심히 성좌 불러 모은 것도 너 아니야?”
“그걸 어떻게!”
곧 흑록은 그다음, 김주혁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고.
“뭘 그렇게 새삼스럽게 놀라? 애초에 너 300년 전에도 뒤진 애들 힘 흡수하다가 나한테 반갈죽 당한 거 기억 안 나냐?”
“……!”
정곡을 찔렸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흑록.
확실히 김주혁의 말대로 흑록은 일부러 다 같이 움직이면 훨씬 더 오랫동안 이곳에서 즐길 수 있지 않겠냐는 말로 성좌들을 모았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일 뿐.
흑록은 분명 자신들 만으로는 이 세계 멸망하지 않을 거란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고, 그렇기에 흑록은 성좌들을 한곳에 모여 날뛰게 한 뒤 먼저 죽은 성좌들의 이름을 빼먹을 생각이었다.
다른 성좌들은 그게 불가능했지만, 흑록의 능력은 성좌와 가까이만 있다면 죽은 뒤 다시 ‘위’로 올라가는 이름을 낚아채 자신의 힘으로 흡수하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물론 그렇게 되면 이름을 빼앗긴 녀석은 소멸하게 되지만 흑록은 딱히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강해지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흑록은 300년 전에도 이름을 흡수하는 행위를 반복해 자신의 힘을 키웠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행동하려 했다.
더 강한 힘을 위해.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그러나 이미 흑록의 계획은 그가 무엇을 하기도 전에 박살이 나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바로 김주혁 때문.
하지만, 흑록은 비웃음을 짓고 있는 김주혁을 바라보면서도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어차피 이게 끝이 아니다.’
어차피 그는 이곳에서 죽어봤자 다시 위로 올라갈 뿐, 실제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당당한 표정으로 김주혁을 마주 바라봤고.
“얼씨구 죽어도 상관없다 이거지?”
그런 김주혁의 말에도 흑록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대답해봤자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김주혁의 만족감만 채워줄 테니까.
“그래 그럼, 이야기하지 마.”
그런 흑록의 의지가 느껴진 것일까, 김주혁은 이내 자신의 검을 쥐곤 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네가 나한테 도움을 한 가지 줬으니까 나도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줄게.”
그런 와중에 다시 입을 여는 김주혁.
그에 흑록은 침묵하려 했으나.
“넌 여기서 죽어도 위로는 못 올라간다?”
“뭐?”
이어지는 김주혁의 말에 흑록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고, 그는 그 순간 눈을 부릅뜨며 볼 수 있었다.
분명 죽어서 ‘위’로 향해야 하는 성좌들이, 모조리 김주혁의 반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 사실을 흑록이 깨닫고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잘 가라.”
김주혁은 이미 흑록의 앞에 접근해 있었고.
“네 힘은 내가 잘 쓸게.”
“!!!”
촤아아악!
흑록이 입가에 잔뜩 비웃음을 머금은 김주혁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이 잘려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해서 김주혁은 은신처에 모여 있는 모든 성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죽여 버리는 데 성공했고.
그날 저녁.
“이제 투기장의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아.”
김주혁은 자신을 소환한 길잡이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