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19
◈ 119화. 세계를 구한 놈 (2)
땡중.
로건은 저번에도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김주혁을 혈사자의 단원이라고 생각해 그를 만나러 왔을 때, 이면의 지배자에게 땡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때 당시의 로건은 그 땡중이라는 단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는 했어도 그 단어에 대해 성좌님에게 묻지는 않았다.
그 땡중이라는 말이 성좌님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고, 거기에 더해 땡중이라는 단어가 모욕적인 언사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로건은 눈치가 없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김주혁은 성유물인 파멸자의 염주를 받자마자 자신의 성좌님과 대화를 하는 듯하더니 곧바로 그 정체를 알았다는 듯 땡중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도대체 뭐지……?’
다시금 무럭무럭 샘솟는 궁금증에 로건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김주혁을 빤히 바라보았고.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던 김주혁은 이내 이야기를 끝냈다는 듯 자신이 들고 있던 염주를 로건에게 넘겨주었다.
“내 정체가 궁금하다고 했지?”
자신의 성좌님과 이야기를 한 뒤로 곧바로 바뀌는 말투.
그러나 로건은 그런 김주혁에게 별다른 말을 하진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김주혁은 가볍게 답했고.
“300년 전 세계를 구한 사람.”
“예……?”
“300년 전 세계를 구한 사람이 나라고.”
“…….”
“자세한 건 땡중한테 물어봐 내가 전부 이야기해 줘도 된다고 말해놨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게 대답이 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그런 김주혁의 말에, 로건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XXXX
굉장히 화려하게 지어져 있는 2층 저택.
그 안에서 로건은 홀로 굉장히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눈앞에 띄워져 있는 알림창 때문.
꿈뻑.
한번 눈을 감았다 떠도 그 알림창은 바뀌지 않았고.
꿈뻑.
또 한번 더 눈을 감았다 떠도 마찬가지로 그 알림창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기에 로건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알림창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결국 정리를 해보자면 김주혁의 정체는 정말로 300년 전 멸망의 시대 때 세계를 구한 사람이라는 말입니까?”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거기에 더해 성좌님에게 일권(一拳)을 알려주기도 하고……?”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그분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지, 라고 회상하듯 중얼거립니다.]“…….”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의 이어지는 대답에 순간 멍을 때린 로건은 이내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이게 말이 되나?’
말 그대로, 이게 말이 되나? 하는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지금 아카데미 학생으로 있는 김주혁이 사실은 300년 전 세계를 구했던 구원자의 환생이며 성좌들을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그걸 도대체 누가…….’
믿을까, 라고 생각하려던 로건은 문득 김주혁의 무력을 떠올렸다.
“…….”
확실히 김주혁의 무력은 일반적인 학생은 이미 아득히 초월했다.
아니, 애초에 김주혁을 학생과 비교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렇다면 계약자에 비교하나?
그것도 웃긴 일.
그럼 현재 계약자 업계의 1위인 자신과 비교하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웃긴 일밖에 되지 않는다.
적어도 로건은 정신을 잃기 직전이기는 하지만 김주혁의 무력을 앞에서 목도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제대로 건들지 못했던 성좌를 묵색의 검 하나로 완전히 썰어버리는 김주혁의 모습을.
그것은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김주혁이 300년 전의 구원자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다.’
만약 김주혁이 300년 전에 세계를 구했던 구원자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너무 알맞게 잘 떨어졌다.
김주혁의 그 압도적인 무력부터 시작해서.
어째서 벤트릭 가문과 마켓의 오너가 김주혁을 모시고 있는지까지, 모조리 설명이 되었기에.
“허…….”
로건은 묘하게 감탄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고.
그렇게 로건이 멍하니 감탄하고 있는 도중.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노파심에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겠다 합니다.]로건의 눈앞에 뜬 알림창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성좌님?”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블랙 캣의 말은 꼭 듣는 게 좋을 거라고 합니다.]“블랙 캣의 말이라면…… 아.”
로건은 아까 전을 떠올렸다.
하루 뒤 곧바로 검을 준비해 오겠다는 말과 함께 로건은 이면의 지배자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한 번에 돌아올 수 있었고, 그곳에서 블랙 캣은 로건에게 말했다.
“절대로 지금 들은 사실에 대해 외부 발설을 하지 말라는 말 말입니까?”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확실히 저도 그 이야기를 외부에 하고 다니지는 않을 겁니다만, 성좌님이 그렇게 당부하실 정도입니까?”
로건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주혁을 떠올렸다.
물론 지금까지의 행보를 봤을 때 그의 성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할 만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성격이 아예 개차반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김주혁의 정체를 알고 나선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굉장히 합리적이고 겸손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로건은 그런 성좌님의 말에 의문을 표했으나 곧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는 알림창을 띄웠다.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중요한 것은 그분이 아니라 그 제자들이라고 말합니다.]“제자들……이라면 혹시 부리 가면과 이면의 지배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되묻는 로건.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일화 중 하나를 말해주겠다고 합니다.]“일화……요?”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예전에 김주혁에게 개기던 거대한 무력집단 중 ‘해적’이라는 집단이 있었다고 그때를 회상하며 말합니다.]“예.”
“증……발이요?”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그분은 별 신경도 안 쓰고 가만히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제자들이 그 녀석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그 이외에도 예전에 그분이 무관을 만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도시’중 한 곳에서 김주혁을 압박하려는 시도가 왔던 적도 있었다고 말합니다.]“그건, 어떻게 됐습니까?”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그다음 날에 도시를 총괄하던 도시장과 그 사설 병력들이 모두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종래에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모든 피를 토해내고 죽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그 이외에도-]그 이후로 로건은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에게 어째서 자신이 김주혁의 제자들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듣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한동안 듣고 있던 로건은.
“감사합니다, 성좌님.”
식은땀을 흘리며 그렇게 중얼거리곤.
“아무래도, 굉장히 각별하게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정체를 듣지 말걸’
괜스레 김주혁의 정체를 들은 것을 살짝이지만 후회했다.
XXXX
다음 날.
[드디어 흡수하는 건가?]“그래.”
김주혁은 자신의 방에서 매우 기대가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당장 어제는 혹시나 열쇠지기의 이름까지 흡수해 버릴까 봐 일부러 참고 있었으나 길잡이에게서 반지의 세세한 사용법을 알게 된 이상 이름을 흡수하는 것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흡수할 이름은 총 23개.’
물론 열쇠지기의 업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원래 김주혁이 흡수해야 할 이름은 이것보다 많아야 했다.
그가 잡은 성좌는 서른이 넘어갔으니까.
그러나 김주혁이 열쇠지기의 이름을 제외하고서라도 23개의 이름을 흡수하는 이유는 바로 길잡이에게 몇 개의 이름을 넘겨주었기 때문이었다.
‘시야를 가린다고 했지.’
김주혁은 아까 전 투기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미궁의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서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위쪽에 있는 녀석들은 이쪽을 볼 수 없는 구조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위쪽에 있는 이들은 멸망의 탑을 아래쪽으로 내려보내기 전까지는 미궁 내의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 이유는 바로 미궁 내의 마력 순환과 그 구조 때문이라고 하고 그것에 대한 설명도 해주었지만, 김주혁은 그런 복잡한 설명은 애초에 듣고 싶지 않았기에 그대로 넘겨 버렸다.
어차피 김주혁에게 있어서 길잡이에게 들은 중요한 사실은 딱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바로 멸망의 탑을 내려보내기 전까지 미궁주는 미궁 내의 상황을 대략적으로는 몰라도 자세하게는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위쪽에서는 그나마 미궁 내의 상황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가 한 곳 있기는 하다는 점이었으며.
세 번째는 길잡이가 김주혁에게 받은 이름으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미궁의 상황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로’에 장난질을 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심플한 세 가지 사실.
그렇기에 김주혁은 길잡이에게 계속해서 통로에 장난질을 칠 수 있도록 그녀에게 몇 개의 이름을 넘겨주었고.
그 덕에 김주혁에게 남아 있는 이름은 23개였다.
그러나 김주혁은 딱히 넘긴 이름이 아쉽지는 않았다.
당장 몇 개를 넘겨도 김주혁에게 남은 이름은 23개나 되었으며 무엇보다 향후 조금 더 편안하게 이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아직 위쪽에 김주혁의 존재를 계속 숨길 필요가 있었으니까.
[23개의 이름을 흡수하면 한 번에 전성기에 가까워질 수도 있는 건가?]바르체의 물음.
그에 김주혁은 잠시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웃하다 대답했다.
“솔직히, 전성기까지는 못가더라도 꽤 능력이 많이 올라오긴 할 것 같은데?”
[굉장히 나쁘지 않군.]바르체의 대답.
그에 김주혁은 대답하지 않고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이 끼고 있는 반지를 한번 바라보곤.
“후우-”
마력을 반지를 향해 마력을 밀어넣기 시작했고.
우우웅-
반지에서 마력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푸른색의 빛을 내기 시작하는 반지.
그러나 이미 화차나 홍귀를 먹어 치울 때 몇 번이고 보았던 빛이었기에 김주혁은 놀라지 않고 그대로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곧.
우우우우우웅!!!!
조용히 공명하던 반지가 어느 순간 폭발적인 진동음과 함께 주변으로 마력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대략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반지에서는 점점 푸른빛이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이내 완전히 푸른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김주혁은 눈을 떴고.
“……음?”
[왜 그러지?]곧바로 눈을 뜬 김주혁의 의문 어린 목소리에 바르체는 물음을 던졌다.
그에 한참 동안이나 대답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김주혁은.
“……이거 좀 신기한데?”
이내 그렇게 말하며 바르체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했고.
그렇게 바르체와 바뀐 몸에 대한 변화를 얼마간 이야기하고 있자.
“김주혁 님, 로건이 광검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곧 김주혁은 방문을 열고 들어온 블랙 캣에게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