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2
◈ 012화. 되는데요? (1)
5일 후.
이른 아침, 발할라의 체력 단련실.
“헤엑……헤엑…….”
전력 달리기를 하고 그 옆에서 퍼져 있던 최아린을 바라보고 있던 김주혁은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단련 좀 했다더니 왜 그렇게 죽으려고 해?”
김주혁의 물음에 최아린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
“네가……이상한……거……흐엑……보통……이렇게 하지는-”
“말하다가 숨넘어갈 것 같으니까 숨이나 쉬고 이야기해.”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자리에 앉는 김주혁.
그에 최아린은 한동안 숨을 고르더니 이내 묘하게 불만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이상한 거야. 보통 이렇게 하기는 힘들어.”
“보통이라니? 애초에 몬스터랑 싸우려면 이 정도는 해야 기본 아니야?”
김주혁의 말에 최아린은 고개를 저었다.
“마력을 사용하면 돼.”
“너무 마력에 의지하는 거 아니야?”
“……?”
“뭘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야?”
김주혁의 말에 최아린은 뭔가를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어떻게 당연한 게 되는데?”
“마력을 이용해서 성좌분들한테 힘을 받으면 되잖아.”
“…….”
최아린의 말에 김주혁은 순간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있다 새삼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까 그랬지.”
갸웃.
“뭐가?”
최아린의 물음에 잠시 손을 휘저은 김주혁은 그녀의 말을 통해 또 한번 이 세계의 상식을 떠올리고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 힘을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성좌인지 뭔지 하는 새끼들한테 의지하는 게 당연시되는 세상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김주혁은 이 세상의 상식이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물론 김주혁도 발할라에 들어와 아카데미 내부의 수업과 외부 매체들을 통해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얻었기에 왜 그들이 이런 식으로 성좌들한테 의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빠른 성장이라…….’
빠른 성장.
정확히 말하면 성장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남의 힘을 빌려 쓰는 것이 훨씬 편하기에 지금 이 세상의 사람들은 육체 단련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마력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증거로 지금 이 넓디넓은 단련실에는 김주혁과 최아린,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벤치프레스를 반복하고 있는 오세혁밖에 없었다.
‘저놈은 그런 면에서 똑똑한 편이지.’
김주혁은 시선을 돌려 오세혁을 바라봤다.
척 봐도 더럽게 무거워 보이는 무게로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는 그.
처음 만났을 때는 아주 오만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것이 김주혁의 기억 속에 남아 있어서 같은 반이 된 것을 보고 열등감에 트러블을 일으킬 거라 생각했는데 오세혁은 김주혁에게 한 방에 넉다운 된 그 이후부터는 딱히 오만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저 김주혁이 본 모습은 항상 단련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뿐.
‘뭐, 보아하니 저쪽은 애초에 육체에 재능이 있으니까 그러는 모양인데.’
아무리 재능 때문이라고는 해도 성좌라는 것들한테 힘을 빌리려고 마력을 어거지로 끌어올리는 놈들보다는 좀 더 나아 보였다.
김주혁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상식은 결국 조금 더 편하고 빠르게 힘을 휘두르기 위해 헛짓거리를 하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였으니까.
‘그러다 그 성좌라는 새끼들이 힘을 안 빌려주면 어떻게 하려고.’
그것뿐만이 아니다.
미궁이나 던전에서 만약 며칠 넘게 싸움이 지속되어 마력이 전부 고갈되었을 때는?
애초에 미궁이나 던전에 마력차단이 붙어 있으면?
‘진짜 더럽게 취약하네.’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혀를 차더니 문득 시선을 돌려 최아린을 바라봤다.
“야.”
“?”
“너는 왜 체력 단련을 하고 있냐?”
“……??”
굳이 입을 열지는 않았으나 정말 진심으로 묻는 거야? 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최아린.
그러나 김주혁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빤히 바라보자 이내 이야기했다.
“……네가 하라고 해서?”
“이유는 그것뿐?”
김주혁의 물음에 최아린은 순간 당황한 듯 눈동자가 흔들렸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이걸 하면 네가 알려준다고 했으니까.”
최아린의 말에 김주혁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곤 이내 알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우선 오늘은 여기서 끝.”
“……너는 안 가?”
“나는 한 세트 더할 거야. 너도 할래?”
“…….”
김주혁의 말에 순간 눈동자가 떨리는 최아린을 보며 그는 피식 웃으며 손을 휘적였다.
“안 해도 상관없어. 게다가 슬슬 학교 갈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
김주혁의 말에 최아린은 왠지 안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 이따 보자는 말과 함께 체단장을 나가버렸다.
“후욱- 후욱-”
그와 함께 시작된 김주혁의 체력 단련.
[너도 슬슬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한참이나 뛰고 있자니 들리는 바르체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답했다.
‘어차피 얼마 안 걸리니까 이것만 하고 움직이면 돼.’
며칠 동안 바르체와 함께 지낸 결과, 이제 김주혁은 육성이 아닌 생각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그와 대화가 가능해졌다.
[최아린이라고 했나? 확실히 보는 눈이 있군. 네 도를 보고 그런 말을 하다니 말이야.]‘나도 그게 신기해서 조금 알려줄 생각이 든 거지. 그보다 이곳은 이야기하면 할수록 신기하던 말이야.’
[무엇을 말하는 거지?]‘성좌들 말이야. 이 새끼들은 도대체 다 뭐야?’
[나도 우선은 성좌이긴 하다만, 300년 동안 갇혀 있기만 해서 성좌들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겠군.]‘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이 안 되네.’
김주혁의 쓴소리에 바르체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애초에 300년 동안 감옥 독방에 처박혀 있던 것과 같은 신세였는데 뭘 바라지?]‘어째 대답이 좀 꼽다?’
[뎃……?]김주혁이 슬쩍 짜증을 내자 곧바로 찌그러드는 바르체.
[……흠흠, 아무튼 나를 데리고 두 번째 조건이 있는 대로 가보면 뭔가 생각날 수도 있지. 안 그런가?]‘그러니까 아직 박살 안 내는 거잖아.’
김주혁의 말에 바르체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이내 화제를 바꿨다.
[그래도 확실히 신기하군, 그 일이 있고 나서 벌써 5일째인가?]‘뭐가 5일째야?’
[너한테 깝치던 그 녀석들 말이다.]‘아, 걔들?’
[솔직히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로 아무런 말도 없군.]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피식거리며 5일 전을 회상하곤 대답했다.
‘내가 말했지? 어차피 뭐 못한다니까.’
김주혁은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지만 300년 전 그 더럽고 추악했던 업계 안에서 그런 녀석들을 상당히 많이 보았다.
자신보다 약한 자를 찍어 누르려 하지만 강한 녀석에게는 꼼짝하지 못하는 병신들.
거기에 더해서 자신이 가진 것을 절대로 잃지 않으려 하는 마인드까지.
적어도 김주혁이 보기에 레릭은 딱 그 인간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녀석이었다.
‘나한테 처발렸다고 말하면 자기도 잃을 게 많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기에 김주혁은 레릭에 대한 생각보다도 그 이후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떤 놈이려나.’
레릭 패거리와 김주혁이 엮일 건더기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도 레릭이 일부러 자신에게 와서 시비를 걸었다는 것은 누군가가 뒤에서 그에게 사주를 했다는 뜻이었다.
‘……누구지?’
그러나 김주혁은 레릭에게 사주를 했던 녀석들을 쉽게 특정할 수 없었다.
‘……나한테 욕먹은 놈이 한둘도 아니고.’
발할라에 입학한 지 2주 차가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슬슬 사라지긴 했으나 맨 처음에는 김주혁에게 찾아왔다 욕을 처먹고 돌아간 이들이 매우 많았기에 그는 쉽게 누군가를 특정할 수 없었다.
‘제일 좋은 점은 그 양아치한테 물어보는 건데…….’
솔직히 사주한 놈이 괘씸하기는 하지만 또 그렇게까지 해서 들쑤시고 다니기에는 귀찮고 무엇보다 시간이 아까웠기에 김주혁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뭐, 꼬우면 또 덤비겠지.’
XXXX
가상 전투 체험실.
발할라의 상급 교관 중 한 명이자 ‘미궁 몬스터’ 과목 전문으로 담담하는 그녀 ‘릴리야’는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굉장히 엄한 교관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테스트를 조금 여유 있게 하는 다른 교관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굉장히 철저하게 시험을 치고 또한 가차없이 점수를 깎아버리니까.
또한, 몇몇 다른 교관들이 은근히 받는 뒷돈 같은 것도 그녀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아무튼, 굉장히 철저하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다른 이들에게는 그리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하는 그녀, 릴리야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김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그녀가 저번 주에 봤던 쪽지시험 때문이었다.
“……김주혁 학생, 시험을 제대로 본 게 맞는 건가요?”
“제대로 본 거 맞는데요?”
“이래도요?”
릴리야가 김주혁의 앞에 빗금이 잔뜩 처져 있는 시험지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 빗금이 처져 있는 시험지 위에는 점수가 표기되어 있었다.
0점.
그러나 김주혁은 자신의 시험지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네. 제대로 본 거 맞는데요?”
그 말에 릴리야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아무리 그녀가 철저하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이 교과목이 학생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교과목이기 때문이었고, 그녀도 기습적으로 치른 쪽지시험에 많은 성적을 요구하던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학생들의 점수는 좋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0점은……!’
릴리야는 인상을 찌푸리며 김주혁의 시험지를 읽어나갔다.
미궁 몬스터 돌 고블린을 처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 배에 칼빵을 놓는다.)
당신은 직선인 미궁에서 자신에게로 돌진하는 정글 고블린 8마리를 발견했다. 그때 할 일로 맞는 것은?
( 달려오는 놈들에게 한 방에 칼침을 놓는다. )
“하!”
만약 이런 것 말고 조금 정상적인 답변이 써져 있더라면 릴리야는 굳이 지적하지 않고 오늘 하루 시험지에 냈던 몬스터의 특성을 전부 알려주고 그 상대법까지 몸소 보일 예정이었다.
그래, 이것만 아니라면.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건가요?”
앙칼지게 입을 여는 릴리야 교관.
그녀의 하얀 눈동자가 사정없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고 있음에도 김주혁은 여전히 평온하게 대답했다.
“장난 안 쳤는데요.”
“……돌 고블린을 처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배에 칼빵을 놓는 건가요?”
“네. 한 방에 보낼 수 있는데요?”
“……돌 고블린의 항마력은 공식 랭크는 B+예요. 일반적인 검기는 안 먹힌다는 소리죠. 그런데 배에 칼빵을 놓겠다구요?”
“네.”
김주혁의 대답에 릴리야는 어이없다는 듯 자신의 하얀 단발을 한번 쓸어내곤 들고 있던 리모컨을 조정했다.
크륵- 게륵 게르륵-!
그와함께 만들어지는 돌 고블린.
고블린이라는 용어에 맞지 않게 일반적인 성인 남성과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는 돌 고블린을 한번 확인한 릴리야는 이내 김주력에게 턱짓했다.
“해봐요.”
“네?”
“해보라고요. 만약 당신이 이 시험지에 적힌 대로 모두 해낼 수 있다면 점수를 다시 고쳐드릴 테니까요. 아니면 못 하시겠어요?”
릴리야의 말에 김주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깨를 으쓱이며 체험실 옆에 비치되어 있던 검 한 자루를 집어 들고는 돌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시건방지기는.’
그녀도 김주혁에 대해 듣기는 했었다.
김이군 교관이 기선제압을 하려고 소환했던 몬스터 120마리를 전부 잡았다는, 현재 발할라 교관들 사이에서 많은 말이 나오고 있는 학생.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김주혁이 돌 고블린을 배때지를 찔러서 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몬스터 120마리야 진짜 김주혁이 타고난 천재라서 잡았을 수도 있지만 돌 고블린의 배를 찔러서 죽인다는 것은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이야기기 때문이었다.
항마력도 있는 데다 도를 다루는 계약자 같은 경우는 A급 계약자 이상의 마력이 아니면 공격이 잘 먹히지 않아 타격기로 처리하는 것이 돌고블린 이었으니까.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푹! 끄에에엑!
“됐는데요?”
“……?”
릴리야는 배에 구멍이 난 채 사라지는 돌고블린을 보며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