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23
◈ 123화. 목표라는 것 (3)
“아…….”
옌랑은 묘한 탄성을 내뱉으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순간 설원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은 사실 김주혁과 같이 온 섬이었다.
그러나 이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눈이-’
분명 열대지방의 섬으로 보였던 그곳은, 어느새 눈으로 덮여 있었다.
“아.”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옌랑은 또 한번 탄성을 내뱉었다.
푸른 달빛이 은은히 비추고 있는 눈 덮인 섬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그 눈 덮인 섬 위에서 난잡하게 꼬인 마력이 이제는 옌랑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이 눈 덮인 섬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김주혁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옌랑은 멍하니 김주혁의 뒷모습을 보았다.
이 엄청난 광경을 만들어낸 김주혁의 등을.
그때.
“……!”
김주혁은 슬쩍 고개를 돌려 옌랑을 바라봤다.
아무런 말은 없었다.
그저 김주혁은 옌랑을 한번 바라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을 뿐.
그러나 김주혁이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옌랑은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집중해라.
분명 입은 열지 않았으나 그의 의도가 충분히 짐작되었기에 옌랑은 이내 탄성을 내뱉었던 입을 다물곤 다시금 김주혁에게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내.
쩌저적!
허공에 유영하고 있는 마력이 움직임과 동시에, 눈 덮인 설원이 차갑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사방에 얼음기둥이 만들어졌다 사라지고.
그들이 딛고 있는 땅이 순식간에 이리저리 바뀌어 나간다.
“!!”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옌랑은 현재 김주혁이 보여주고 있는 이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직감했다.
현재 김주혁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우선 제대로 사용만 가능하다면 싸움을 자신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렇게 지형을 조종할 수만 있으면……!’
기본적으로 전투라는 것은 반드시 여러 곳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 여러 곳의 상황 중에서는 옌랑이 유리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었고, 반대로 그녀가 한없이 불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이어나가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저 기술을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다면?
꽈아아앙!
김주혁의 앞에 거대한 얼음기둥이 생김과 동시에 사방으로 날카로운 얼음송곳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며 옌랑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분명 저 능력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지금보다도 몇 배는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쩌저저적-!
불현듯 김주혁이 다루고 있던 얼음들이,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얼어붙었던 눈도 마찬가지로 쩌저적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고.
콰창-!
그렇게 얼어붙었던 모든 것들이, 일순간에 부서졌다.
그와 함께 섬에 뿌려지는 얼음 조각.
은은한 달빛과 함께 떨어지는 얼음 조각이 마치 달빛을 머금은 조각처럼 아름답게 보였기에 옌랑은 또 한번 멍하니 떨어지는 얼음 조각을 바라봤고.
그 뒤 김주혁을 바라보았다.
이제 알겠냐? 라는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김주혁을.
“하.”
그에, 옌랑은 저도 모르게 어처구니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김주혁이 강한 것은 예전부터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또한 자신이 김주혁을 따라잡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실은 아주 예전부터 살짝은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번에 성좌와 계약한 뒤, 옌랑은 솔직히 말해 김주혁과 조금 비벼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성좌와 계약하기 전의 자신과, 성좌와 계약한 이후의 자신은 그 능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났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옌랑이 김주혁에게 조금이라도 비등해질 수는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어서, 만약 김주혁이 들었다면 그가 비웃을 정도의 착각이었다.
‘분명 조금 더 따라간 줄 알았는데.’
김주혁은 강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아니, 어쩌면 자신이 현재 생각하고 있는 그 임계점을 초월할 정도로, 김주혁은 강했다.
그렇기에.
“…….”
옌랑은 김주혁에게 경외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이게 내 목표점이야?”
“그래.”
아무리 경외심을 가졌다고 해서, 옌랑은 자신의 목표를 바꾸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기술, 알려줄 거지?”
“글쎄에…… 어쩔까?”
마치 장난을 치듯, 웃음을 지으며 말꼬리를 늘이는 김주혁.
그런 김주혁의 모습을 보며 옌랑은 강렬한 욕구가 기어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
처음, 옌랑은 김주혁을 때려눕히기 위해 그의 아래에서 단련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 그녀는.
‘나란히, 서고 싶다.’
김주혁의 옆에, 나란히 서고 싶었다.
그렇기에.
“알려줘.”
옌랑은, 입을 열었다.
XXXX
그 뒤로 일주일 뒤.
최아린 : (귀여운 토끼가 ‘안녕!’하는 이모티콘)
최아린 : (귀여운 토끼가 ‘안녕!’하는 이모티콘)
최아린 : (귀여운 토끼가 ‘안녕!’하는 이모티콘)
김주혁 : ㅇ?
최아린 : (귀여운 토끼가 ‘헉!’하고 놀라는 이모티콘)
최아린 : (귀여운 토끼가 ‘헉!’하고 놀라는 이모티콘)
최아린 : 내일부터 다시 단련실 갈게.
김주혁 : ㅇㅋ. 그럼 내일부터 시작하면 되겠네.
최아린 : (귀여운 토끼가 고개를 갸웃하는 이모티콘)
최아린 : 알았어.
최아린의 대답.
그에 김주혁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다 답장을 입력했다.
김주혁 : 뭐 하려는 줄은 알고?
최아린 : ㅇㅇ
김주혁 : 옌랑한테 이야기 들었냐?
최아린 : 아니.
김주혁 : 그런데 어떻게 내가 뭘 할 건지 알아?
최아린 : 주혁이가 시키는 거잖아.
김주혁 : 그러니까 그 내용을 어떻게 아냐니까?
최아린 : 내용은 모르는데?
김주혁 : ??????
최아린 : 주혁이가 시키는 거잖아.
김주혁 : 근데?
최아린 : 그걸로 충분해.
“아…….”
최아린의 답변에 김주혁은 멍한 표정을 지었으나 새삼스레 그녀가 약간 이상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 ‘ㅇㅋ’라는 짤막한 답변을 했고.
곧 김주혁은 귀여운 토끼가 괜스레 몸을 흔들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고는 그대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이제 가는 건가?]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자마자 곧 들려오는 바르체의 물음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름달도 떴는데 이제 하라는 대로 해봐야지.’
김주혁은 그렇게 중얼거리곤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떠 있는 보름달은 슥 바라본 김주혁은 이내 수납 스킬을 이용해 4개의 아티팩트를 모두 챙겼고.
“이제 슬슬 움직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곧 뒤에서 들려오는 블랙 캣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몸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준비는 전부 끝났냐?”
김주혁의 물음.
그에 블랙 캣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S급 미궁인 공간의 벽은 우선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무인도에 자리하다 보니 소유주가 없어 별다른 제지 없이 곧바로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좀 신기하긴 하네.”
“어떤 면이……?”
“아니, 보면 다들 던전 소유권이다 미궁 소유권이다 하면서 애새끼들 마냥 땅 가르기 하고 있는 와중에 그건 또 안 건드려서 한 말이야.”
김주혁의 말.
그에 블랙 캣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아마 공간의 벽은 위치도 위치고 무엇보다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 관리하는 게 훨씬 귀찮기에 방치된 상활일 겁니다. 심지어 다른 미궁이나 던전처럼 폭주가 일어나는 종류의 던전이나 미궁도 아니라…….”
“그래?”
김주혁의 물음에 블랙 캣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이내 자신의 뒤에 곧바로 검은 공간을 만들어 내곤 입을 열었다.
“이곳으로 들어가시면 곧바로 공간의 벽의 입구 쪽으로 들어가실 수 있게 됩니다.”
블랙 캣의 말.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곤 검은 공간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오.”
김주혁은 곧 검은 공간을 넘어가자마자 척 봐도 굉장히 기이해 보이는 입구를 바라볼 수 있었다.
미궁의 입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단면을 가지고 있는 입구의 모습에 김주혁은 잠시 입구의 모습을 확인하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김주혁은 자신이 가져온 네 개의 아티팩트 중에서 ‘잊을 수 없는 자의 유리잔’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의 물’을 꺼내 들고는 곧바로 미궁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블랙 캣의 말을 떠올렸다.
‘우선 조사한 정보로만 말씀드리면 공간의 벽은 들어가면서부터 지독한 멀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몬스터나 함정이 없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다만 멀미 현상이 지독하게 심해서 1분 이상 있으면 정신을 유지할 수 없으니 굉장히 유의해야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멀미라. 확실히 좀 그렇긴 하네.”
확실히 김주혁이 걸음을 옮겨 미궁의 안쪽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극심한 멀미 증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세상이 정육면체가 되어 사방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느낌.
그러나 김주혁은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이미 길잡이에게 공간의 벽에 대한 내용을 이미 숙지한 상태였고.
그렇기에 그는 이 솟구치는 멀미를 잠재우는 방법 또한 알기 때문이었다.
퐁-!
김주혁은 미궁 안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들고 있던 돌아올 수 없는 강의 물의 뚜껑을 따곤 곧바로 그 내용물을 잊을 수 없는 자의 유리잔에 담아.
꿀꺽.
곧바로 원샷해 버렸다.
그리고.
“효과 확실하네.”
김주혁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의 물을 마시자마자 조금 전까지 솟구치던 현기증과 멀미 증상이 단 하나도 없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와 함께 김주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미궁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얼마 정도 들어갔을까?
김주혁은 어느새 자신이 입구의 빛조차도 들어오지 않는, 아예 시커먼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리에서 멈췄다.
보이는 것은 어둠.
들리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런 칠흑 같은 암흑 한가운데에 얼마나 멍하니 서 있었을까.
김주혁은 이번엔 자신이 가져온 아티팩트 중 하나인 ‘모든 것을 중재하는 망치’를 꺼내 들고는.
“후-”
크게 한숨을 내쉰 뒤.
“흡!”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힘껏 땅을 내리쳤다.
꽈아아앙!
마치 폭음이 터진 것 같은 엄청난 소리.
그러나 김주혁은 그 상태에서 멈추지 않고 또 한번 더 땅을 내리쳤고.
그렇게 김주혁이 세 번째로 땅을 내리쳤을 때.
우지지지직!
지금껏 잠잠하기만 하던 땅이, 조금씩 우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직후.
콰가가가가각-!!!
김주혁이 딛고 서 있던 땅의 지반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며 그 땅에서 거대한 빛이 솟아 올라오기 시작했고.
콰아아아아아앙──────!!!
이내 김주혁이 딛고 있던 땅이 완전히 박살 남과 동시에 김주혁은 자연스럽게 지하를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으나 그는 당황스러움보다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찾았다.”
김주혁은 무너진 지반의 지하에, 자신이 지금 찾고 있는 거대한 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