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29
◈ 129. 네 번째 제자 (1)
김주혁에게는 총 다섯 명의 제자가 있다.
그리고 그 다섯 명의 제자는 무신문(武神門)의 광신도라 불리며 주변 이들에게 상당한 악명을 쌓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의 제자들은 무신문이나 김주혁을 욕하는 이들을 절대로 가만두지 않았으니까.
만약 김주혁이 직접 나서서 그만두라고 하는 경우에는 스승님의 말을 따라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긴 했다.
김주혁의 제자들에게 있어서 그의 명령은 하늘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반대로 김주혁의 명령이 없다면 그의 제자들은 무신문이나 스승의 험담이 흘러나오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기에 무신문(武神門)의 광신도에 대한 악명은 꽤 높았다.
허나 그런 무신문(武神門)의 광신도 중에서도 한 명.
무신문(武神門)의 광신도라는 이름에 갇혀 있지 않고, 다른 별명을 얻은 제자가 한 명 있었다.
다섯 제자 중에 오직 단 한 명만이 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들은 어째서 무신문(武神門)의 광신도라는, 다섯 명을 총칭하기 쉬운 말을 두고 단 한 명만을 다른 별명을 붙였을까?
그것은 바로 그 한 명이 무신문(武神門)의 광신도라는 틀에 끼워 맞추기가 힘들 정도로, 미친놈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주혁의 제자들의 손속이 마냥 가볍다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부리가면만 해도 김주혁을 욕한 도시의 시장과 그 동료들을 중독시켜 버렸으며.
이면의 지배자는 무신문과 김주혁을 모욕한 ‘집단’을 통째로 용암 한가운데에 빠뜨려 버렸다.
투귀에 이르러선 김주혁을 몰래몰래 욕하고 다니는 일당들의 목을 전부 비틀어버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제자들의 손속은 다른 이들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오히려 못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김주혁의 제자들 중 한 명은 무신문(武神門)의 광신도가 아닌 다른 별명으로 불렸다.
“……도살자 아니랄까 봐, 칙칙한 거 봐라.”
부리가면이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자.
이면의 지배자와 투귀는 그 감상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곤 주변을 바라보았다.
아니, 사실 그것은 풍경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지금 그들이 들어온 공간에는 꾸며져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는, 기묘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방이었으니까.
그렇게 부리가면이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돌아본 지 얼마나 지났을까?
“……뭐야, 사저들이 왜 여기에 있어?”
곧 주변을 돌아보고 있던 그들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굉장히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듯 자라 있는 머리.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조금은 붉은빛이 감돌고 있는 무복이었고.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 굉장히 나태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왜 온 공간을 이렇게 시뻘겋게 칠해놨어?”
한심하다는 듯 묻는 부리가면의 물음.
그에 김주혁의 네 번째 제자이자 다른 제자들에게는 지랄이라고 줄곧 불리던 그는 세상만사가 귀찮다는 듯 하품을 하며 입을 열었다.
“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라서?”
총기 없는 눈빛으로, 그저 허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여는 그는 이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면의 지배자와 투귀를 보더니 잠시 고개를 갸웃하곤 물었다.
“그래서, 이건 무슨 상황인데?”
공허한 표정으로 묻는 그.
그것은 300년 전의 재회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허무한 대화였으나 부리가면은 그에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보면 몰라? 투기장의 문이 열려서 들어온 거잖아?”
“아, 그래?”
자신이 물어봤지만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 듯 멍하니 대답한 그는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입을 열었다.
“그래서 굳이 날 찾아온 이유가 그냥 안부 인사나 하자고 찾은 건 아닐 테고. 일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겠지?”
“잘 알고 있네.”
부리가면의 대답.
그러나 그는 여전히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대로 제자리에 누워 이야기했다.
“그런데 좀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난 여기서 움직일 생각이 없어. 지금은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거든.”
“왜?”
“왜긴 왜야, 내가 이러고 싶으니까 그런 거지.”
여전히 귀찮다는 표정으로 입을 여는 그.
그에 부리가면은 순간 오묘한 표정으로 모든 것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빠져 있는 자신의 사제를 바라보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피식.
이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듯 웃음을 짓고는 여전히 귀찮다는 듯 눈을 감고 있던 그에게 말했다.
“그래? 진짜 그대로 있겠다 이거지?”
“그래.”
그리고.
“지금 우리가 찾아온 게, 스승님의 널 찾아오라고 한 것 때문이라고 해도?”
“……뭐?”
부리가면의 웃음기 섞인 말과 함께, 공기가 변했다.
그저 느긋하기만 했던 표정이 찬찬히 굳어지기 시작하고.
총기 없이 흐리멍덩했던 시선이 다시금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느껴지는 것은 조금은 섬찟하게 느껴지는 무언가.
그 속에서, 조금 전까지와는 다른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부리가면을 보고 입을 열었다.
“사저, 다시 말해봐. 뭐라고?”
“또 말해줘? 스승님이 시켜서 왔다니까?”
조금은 한심하다는 듯 슬쩍 뜬 눈으로 대답하는 부리가면.
그에.
“흐.”
조금 전까지 무섭게 굳어 있던 그의 표정이, 웃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흐흐흐……!”
그것도 입가가 찢어질 듯, 희열에 찬 웃음으로.
“그거 정말이지?”
“내가 굳이 스승님 명령 아닌데 또라이인 너를 찾으러 올 리가 없잖아? 게다가, 애초에 너도 그 목소리 듣지 않았어? 스승님이 환생할 거라 했잖아?”
“그래! 그렇지! 스승님이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실 리가 없지! 맞아! 맞다고!!”
부리가면의 말에 호응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멋대로 혼잣말을 하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그의 모습.
분명 조금 전까지 이 세상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지랄이의 모습에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투귀가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고.
“역시, 스승님이 환생했다고 말하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게. 저 새끼 한번 맛이 가면 막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닌데…….”
이면의 지배자가 혼자서 흐흐거리는 지랄이를 바라보며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잠시, 부리가면은 혼자 히히덕거리는 지랄이에게 입을 열었다.
“야, 혼자 실실 쪼개지 말고 빨리 네 성유물 근처나 봐봐. 스승님이 기다리고 계실 테니까.”
“뭐! 정말!?”
“그럼 구라겠냐?”
“아니 씹, 그럼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스승님이 기다리시는데!”
“…….”
부리가면의 표정에 순간 ‘이 새끼가 진짜.’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사라졌으나 지랄이는 그런 부리가면의 모습은 보지도 않은 채 곧바로 힘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곧 그의 눈앞에 하나의 화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보이는 것은 바로 익숙한 김주혁의 모습.
“이분이 스승님이야?!”
“보면 몰라? 마력 확인 좀 해라.”
이제는 슬쩍 틱틱거리는 부리가면.
그에 지랄이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려고 했으나.
[김주혁? 아, 그 녀석인가? 요즘 학생 중에서는 꽤 잘나간다고 하던 그 학생? 뭐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해서 거만해진 건 이해하겠다만 장소를 가려라,]“?”
곧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그는 말을 멈췄고.
[나는 ‘호스티드 기사단’의 단장이자 계약자 랭킹 5위인 로드밀러다. 네가 조금 평판이 있다고 해서 나한테 그렇게 버릇없이 고개를 쳐들 급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다음부터는 행동을 조심하고 예의를 지켜라, 고작 일개 학생 따위가 애초에 이사장실에 아무런 노크도 없이 함부로 들어오는 것부터가 실례다. 알았나?]그다음 순간.
“아.”
“사라졌네.”
“……그러게 말입니다.”
부리가면과 이면의 지배자. 그리고 투귀는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지랄이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봐야 할까요?”
감이 안 잡힌다는 듯 입을 여는 투귀.
그에 이면의 지배자는 애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도와주러 가자고?”
“아뇨, 어차피 혼자서도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래도 스승님이 기다리실 텐데 다시 데려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투귀의 말.
그에 부리가면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내가 볼 때 스승님이 말하는 거 아니면 지금 이름 나왔던 네 놈 전부 뒤질 때까지 안 올 것 같은데?”
“저도 그것 때문에 데리러가자고 한 겁니다.”
“그래?”
“……사제 성격상 안 죽는다는 걸 알아도 죽을 때까지 죽이지 않겠습니까?”
투귀의 말.
그에 그 말을 듣고 있던 부리가면과 이면의 지배자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러네.”
“지랄이는 그러고도 남죠…….”
이내 그렇게 말하며 이미 그가 사라져 버린 입구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XXXX
발할라의 이사장실.
김주혁은 자신을 향해 심각한 표정으로 일침을 날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나는 ‘호스티드 기사단’의 단장이자 계약자 랭킹 5위인 로드밀러다. 네가 조금 평판이 있다고 해서 나한테 그렇게 버릇없이 고개를 쳐들 급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마치 자신이 진짜 기사라는 듯 옛날 중세시대의 기사들이 입을 것 같은 푸른색 문양이 여기저기에 음각되어 있는 갑옷을 걸치고 있는 그 남자.
“다음부터는 행동을 조심하고 예의를 지켜라, 고작 일개 학생 따위가 애초에 이사장실에 아무런 노크도 없이 함부로 들어오는 것부터가 실례다. 알았나?”
자신을 로드밀러라 소개한 남자가 열심히 떠들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김주혁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김주혁은 로드밀러에게 별말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애초에 김주혁이 이 이사장실에 들어온 이유는 블랙 캣이 홍아의 목함을 이사장실에 놓아 두었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그것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사실 블랙 캣에게 시켜 목함을 단련실로 가지고 오게 할 수도 있었으나 그가 있던 단련실과 이사장실은 그리 먼 것도 아니었기에 김주혁은 직접 몸을 움직였고.
이사장실에 들어오자마자 김주혁은 굉장히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로드밀러와 만난 것이었다.
그게 끝.
김주혁은 로드밀러가 블랙 캣의 손님이겠거니 하며 집무실에 있는 목함을 집었고.
그런 김주혁에게 로드밀러는 물었다.
‘너는 누구지?’
가벼운 물음.
그에 김주혁은 별다른 생각 없이 답해주었고.
그 한마디의 답변에 로드밀러는 갑자기 혼자서 발화하기 시작하더니 김주혁에게 그런 말을 쏟아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상황.
“허.”
그렇기에 김주혁은 목함을 들다 말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고.
그에 로드밀러의 인상이 더더욱 찌푸려졌다.
“……지금 헛웃음을 지은 거냐?”
“그럼 헛웃음 안 짓게 생겼나?”
김주혁의 답변.
그와 동시에 로드밀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더니 이내 무력시위라도 하려는 듯 마력을 끌어올리려 했으나.
그 순간.
“……?”
로드밀러는 찰나의 순간 그 앞에 떠오르는 알림창을 멍하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