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33
◈ 133화. 나는 집에 가고 싶다 (2)
멸망의 탑에는 계층이 존재한다.
1계층부터 5계층까지.
1계층에는 상대하기 어려운 난이도의 몬스터가 존재한다.
2계층에는 나름의 ‘이름’을 가진 존재가.
3계층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존재 중에서도 조금 더 특출난 ‘이름’을 가진 이들이 있고.
4계층에는 위대한 이름을 가진 이들이.
5계층에는 위대한 미궁주가 직접 뽑은 ‘사천왕(四天王)’이 있다.
그리고,
멸망의 탑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6계층에는 멸망의 탑의 탑주, ‘바르체’가 있다.
그렇게 탑주인 바르체를 제외한 다섯 개의 계층 중에서 현재 멸망의 탑 소속의 성좌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맡고 있었던 ‘숨어 있는 지략가’는 4계층의 우두머리였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당연하게도 이런 물음을 던질 수 있었다.
도대체 5계층의 사천왕과 6계층의 바르체를 놔두고 어째서 4계층의 우두머리가 성좌들을 이끌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답은 너무 간단하게 나왔다.
‘사천왕과 바르체가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현재 4계층의 우두머리라고 불릴 수 있을 무력을 가진 ‘숨어 있는 지략가’가 성좌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던 탓은 바로 자신의 윗급 성좌들이 아무도 투기장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해서 ‘숨어 있는 지략가’는 현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유?
물론 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좋다.
기본적으로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것과 같았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이곳이 그런 우두머리의 특권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멸망의 탑이 아니라, 자신과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벌였던 다른 성좌들이 있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곳에서는 죽이려고 해도 죽지 않는다.’
숨어 있는 지략가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인지하고 있었다.
아니, 인지하다 못해 얼마 전 저쪽 성좌의 일방적인 폭행 덕분에 이곳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죽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몇 주 전, 그 미친 연놈들이 했던 것처럼 성좌를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당장 끔찍한 고통을 주는 것은 가능했으니까.
그렇기에 숨어 있는 지략가는 성좌들에게 절대로 저쪽의 일에 관여하지도 말고 신경을 쓰지 말라고 전해두었다.
그 이유는 바로 갈등을 피하기 위해.
물론 멸망의 탑의 성좌들은 그 숫자가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멸망의 탑의 성좌들이 저쪽의 성좌들을 내키는 대로 찍어 누를 수 있을 정도의 숫자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탑주는 몰라도 사천왕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들에게 패배할 확률이 농후했기에 그는 최대한 싸움을 피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싸움을 피하자 성좌들은 이내 자신들을 뒤로한 채 자신들끼리 편을 갈라 노골적인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으나.
그렇다고 해도 지략가는 안심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찢어져 있다고 해도 저 상황이 안정화되고 나면 그들의 시선은 당연히 이쪽으로 돌아올 터였으니까.
그렇기에 숨어 있는 지략가는 이 틈을 이용해 투기장에 나오지 않은 4계층의 성좌들과 사천왕을 찾아보라 지시했으나 당장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4계층의 성좌들을 추가로 셋 정도 찾았을 뿐 사천왕은 찾지 못했다.
숨어 있는 지략가에게는 굉장히 낭패였던 상황.
허나 그렇게 낭패를 겪은 그다음 날, 숨어 있는 지략가는 더 이상 사천왕을 찾지 않아도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마하니 탑주님이 우리와 같이 성좌가 되어 있을 줄이야……!!’
그는 이곳에는 없을 것으로 생각해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던 멸왕 바르체가, 자신들과 함께 성좌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지략가는 곧바로 바르체에게 머리를 넘겼으며 곧바로 저쪽 진영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미 멸망의 탑의 탑주인 바르체가 있는 이상, 그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한 뒤 패배한 성좌들을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숨어 있는 지략가는 그들이 세워놓은 건물을 파괴하기 시작했으며.
“……이 새끼들!”
곧 그는 건물을 부수고 전진하기 시작한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은 성좌들을 보며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XXXX
‘왕권’이라는 성좌 집단을 이끌고 있는 리더이자 S급 성좌 ‘타도하는 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는 눈앞에 보이는 멸망의 탑 집단을 보며 평정을 유지하려 했으나.
“큭.”
결국 그는 멸망의 탑의 성좌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낭패했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그들의 정면에 서 있는 것은 바로.
‘바르체……!’
멸망의 탑의 탑주, 바르체였기 때문이었다.
300년 전, 세계를 멸망시켰던 멸망의 탑의 탑주 바르체.
‘타도하는 자’는 그를 알고 있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읏…….”
“큭…….”
현재 이곳에서 바르체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은 전부 그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애초에 세상에 멸망의 탑이 만들어졌을 때, 그는 세상에 한번 모습을 드러내 그들에게 세계의 ‘멸망’을 예고했던 전적이 있었으니까.
“멸망의 탑의 탑주……!”
그렇게 생각하던 중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에 타도하는 자는 곧 시선을 돌려 안색이 하얗게 질린 다른 성좌를 바라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이제부터 상대해야 하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심리상태를 알려주는 것은 하책 중에서도 최악의 하책.
그러나 이곳에 있는 성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낭패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르체와 멸망의 탑의 성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모순적으로 이곳에 있는 모두는 그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이곳에서 ‘성좌’로 남아 있다는 말은, 곧 그들이 300년 전의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명성이 있었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그러나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낭패감을 숨기지 못하는 이유는 바르체를 보자마자 몰려오는 압도적인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그런 압도적인 트라우마.
성좌들은 바르체를 그저 마주한 것만으로도 그런 압도적인 트라우마를 느끼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 ‘타도하는 자’는 이를 악물고 바르체를 바라봤다.
마치 모든 것을 방관하는 듯한 눈빛으로 마치 시선에 자신들 따위는 없다는 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
마치 자신들은 애초에 적으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듯한 눈빛에 타도하는 자는 이를 악물었다.
‘그동안 가만히 있던 것은 바르체를 찾기 위함이었나……!’
확실히 타도하는 자는 도왕과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어째서 그렇게 살육과 전투를 좋아하는 멸망의 탑의 성좌들이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그러나 그런 의문을 너무나도 가볍게 흘려 버린 것이 실책이 되었기에 타도하는 자는 눈을 질끈 감았으나 이내 다시금 눈을 부릅떴다.
‘여기서 지면 안된다……!’
타도하는 자는 짐작하고 있었다.
만약 이곳에서 멸망의 탑의 성좌들에게 패배하게 되면 이후 무슨 일이 펼쳐질지에 대해서.
그렇기에 그는 절대 이 싸움에서 무승부로 끝나는 일이 있더라도 져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이곳에 있는 이상 죽지는 않겠지만, 죽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기에 타도하는 자는 머리를 굴리며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하며 필사적으로 눈을 굴리다.
“아……!”
이내 그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그의 시선이 쏠린 곳은 바로 이번 회의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무신문(武神門)의 광신도들이 있는 곳이었다.
당장 싸움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이 상황을, 그저 느긋하게 제자리에 앉아 구경하고 있는 무신문(武神門)의 광신도와 한 명의 성좌.
그 모습을 확인한 타도하는 자는 이내 그들에게 간절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XXXX
멸망의 탑의 성좌들과 그 맞은편에 존재하는 성좌들이 금방이라도 서로에게 달려들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그 상황 속에서 멸망의 탑의 성좌들의 가운데에 끼어 있는 멸망의 탑의 탑주 바르체는 멍한 표정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바르체는 정말 진지하게 어쩌다 자신의 상황이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기 시작했다.
‘그래, 처음에는 탑에 있었던 녀석들이 찾아온 게 시작이었지.’
사실 바르체는 투기장에 나갈 생각이 없었다.
알다시피 바르체는 다른 성좌들과 달리 전성기 때의 힘을 단 하나도 사용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결심과는 다르게 바르체는 탑에 있었던 녀석들이 찾아오자마자 결국 공간을 박차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한 가지 이유는 바르체가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를 굳이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나머지 한 가지 이유는.
‘……간만의 상전 대접에 너무 설렌 게 가장 큰 실책인가.’
그렇다, 바르체는 지난 300년 간 홀로 지냈고 특히 김주혁을 만나고 난 뒤에도 딱히 상전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애초에 김주혁은 바르체를 상전 대접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바르체에게 있어 2계층에 있는 녀석들의 상전 대접은 굉장히 오랜만이었고.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그는 분위기에 휩쓸려 투기장으로 나간 것이 컸다.
그리고 그 뒤에, 곧바로 바르체는 후회했다.
당장 나가서 상전 대접을 받는 것까지는 좋았다.
거기에 더해 항상 자신에게 삐뚜름한 태도를 고수하던 사천왕이 없는 부분에서는 아주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그 녀석들이 없으면야 바르체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이상에야 그에게 대드는 성좌가 있을 리가 없을 테고, 그는 성공적으로 힘이 없다는 것을 숨길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그 직후에 곧바로 바르체가 멸망의 탑 소속 성좌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는 것이었고.
이미 바르체가 무엇인가가 매우 잘못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바, 바르체!”
“멸망의 탑의 탑주……!”
이미 그는, 당장 저쪽 성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으니까.
“…….”
모든 성좌들의 눈빛이 바르체에게 향한다.
누군가는 바르체를 보며 낭패감을.
누군가는 바르체를 보며 패배감이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바르체는 그런 그들의 낭패감과 패배감이 어린 시선을 느낄 수조차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는 녀석들과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위로 돌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누구라도 바르체의 시선을 본다면,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명백하게 파악할 테니까.
만약 그가 멸망의 탑에 있는 어떤 녀석처럼 끝내주는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모르겠으나 애초에 바르체는 연기에는 정말 천부적일 정도로 재능이 없었기에 어거지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성좌들에게서 시선을 돌렸고.
결국.
멸망의 탑의 성좌들과 저쪽 성좌들이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하기 위해 기세를 끌어올리는 것을 느끼며.
‘집에, 가고 싶다.’
그 중간에 껴 있는 바르체는, 그렇게 처량한 생각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