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5
◈ 015화. 애들이 조금씩 이상한 것 같은데? (2)
“뭐……? 또라이?”
“그럼 열 번 넘게 말 걸고 아니라고 사람 빡치게 하면 그게 정상인이냐 이 싸이코패스야?”
김주혁의 분노 어린 목소리에 유소연은 순간 윽, 하는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으나 이내 지지 않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그래도 또라이는 아니거든!?”
“또라이 맞아!”
“아니라고!”
“맞다고!”
“아니라고!!!”
“맞다고!!!”
“아니야!!!”
이를 악물며 바락바락 우기는 유소연을 보며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품에 수납되어 있는 촌검을 꺼내 드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김주혁은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니까.
‘머리통을 날려버릴까? 한 방이면 바로 저 정신질환을 고칠 수도 있다……!’
오른손을 까딱거리며 순간적으로 고민하던 김주혁이었으나 이내 그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알았어. 아니라고 해줄게.”
“아니라고 해주는 게 아니라 아니라니까!”
“알았어. 그럼 이제 용무는 끝난 거지?”
“응? 아, 으,응.”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유소연.
“그럼 나 간다.”
그런 그녀에게 김주혁은 손을 한번 휘적거린 뒤 빠르게 걸음을 옮겼고, 순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유소연은 본래의 목적을 떠올리고 뒤늦게 김주혁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
김주혁은 이미 복도에서 사라지고 난 뒤였기에 유소연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한편, 그렇게 기숙사로 돌아온 김주혁은 곧바로 무공을, 정확히 말하면 마력을 쌓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뭐, 준비라고 해봤자 그저 땀이 많이 흐를 수도 있으니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는 것뿐이었지만.
[마력 수련인가?]‘그래. 뭐 요즘 놈들이 하는 마력 수련이랑은 다를 테지만.’
김주혁은 이전번 수업을 통해 요즘 계약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몸에 마력을 쌓는지에 대해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비효율의 극치.’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계약자들은 마력을 심법이나 노력으로 쌓는 것이 아닌 특수한 공간을 통해 ‘효율기’라는 장치를 이용해 마력을 흡수하는 식으로 마력을 쌓고 있었다.
물론 현대의 방법이 아주 완벽히 틀린 것은 아니긴 했다.
어찌 됐든 장치를 통해 마력을 쌓는다면 내공심법이나 다른 방법으로 수행하는 것보다 단시간에 많은 마력을 몸에 담아 둘 수 있으니까.
당장 이 세상이 성좌라는 것들에게 기대기 위해 마력만 기이하게 몰빵하는 세계인 것을 생각해 보면 마력 심법이 이런 식으로 진화한 것도 이해가 가능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이제 통상적인 상식으로 잡혀 버린 것이, 김주혁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알고 있었다.
‘뭐, 맨 처음에야 좋겠지.’
김주혁이 알고 있는 심법이나, 마력을 한계까지 사용해 사용량을 늘리는 법은 분명 힘도 들고 시간도 엄청나게 걸리는 데에 비해 마력은 턱없이 적게 모인다.
그에 비해 효율기를 통해 마력을 흡수하는 녀석들은 단기간에 엄청나게 많은 마력을 흡수한다.
당장 이것만 보면 누가 봐도 효율기쪽이 더 좋게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
‘저렇게 단시간에 대기 중에 있는 마력을 빨아들여봤자 그 질은 더 없이 떨어진다.’
그래, 당장은 많아 보일 수도 있다.
마력을 흡수하는 당장은.
허나 그렇게 흡수한 마력은 결국 아무리 자신의 몸에 흡수해 봤자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할뿐더러 그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말해보자면 심법으로 모은 마력으로는 단 한 줌 정도로 할 수 있는 일을 효율기로 모은 마력은 엄청난 양을 때려 박아야만 가능하다 이 말이었다.
‘뭐, 몇몇 가문들은 효율기와 가문에서 내려오는 심법을 사용해 마력을 모으는 녀석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마력의 질이 아주 조금 올라갈 수는 있어도 이미 효율기로 마력을 흡수한 시점에서 끝이었다.
“후우.”
그렇기에 김주혁은 효율기로 마력을 흡수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예전에 알고 있던 심법을 통해 마력을 쌓을 생각이었다.
뭐, 사실 무공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만한 것은 아니었다.
김주혁이 알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300년 전에는 헌터라면 누구나 했었던 토납법의 일종을 그가 나름대로 개조한 물건이었으니까.
“후우-”
크게 한숨을 내쉰 김주혁이 자신의 몸에 있는 마력을 느낀다.
그의 몸에 느껴지는 마력은 맨 처음보다는 늘어나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아주 티끌만큼이나 작은 마력이었다.
허나 그 작은 마력으로도 그가 알고 있는 소주천을 행하기에는 충분했고, 그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마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시작된 소주천.
그리고.
“……이것 봐라?”
김주혁은 이 육체가 가진 성능을 깨닫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XXXX
이 세상에는 악인이라는 존재들이 있었다.
악인(惡人).
이름만 들어보면 마치 인간형 몬스터를 표현한 것 같은 이 명칭은 몬스터에게 붙는 것이 아닌, 사람에게 붙는 명칭이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계약자가 아닌, 가진 힘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계약자들에게 붙는 명칭.
그들에게 붙는 것이 바로 악인이라는 칭호였다.
“악인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많기는 하지만 단체 또한 많다. 그리고 그 단체 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바로 국제적 범죄 집단으로 알려져 있는 ‘일신자(一信者)’다. 그들은 성좌 중에서도-”
그다음 날 수업 시간.
한참 ‘악인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열심히 떠들고 있는 역사 교관을 보며 김주혁은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좋은 몸이 거기까지 망가져 있었던 거지?’
그것은 바로 이 몸에 대한 생각.
김주혁은 육체를 단련하며 그의 육체가 엄청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재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나 어제 마력을 다뤄봤을 때, 김주혁은 이 몸이 마력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엄청난 재능은 아니다.
육체와 마력에 대한 재능은 분명 있었지만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탓인지 천재에는 닿지 못했다.
그러나 김주혁은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애초에 그는 범재 중에서도 하위권, 그 어딘가에서부터 어거지로 바득바득 기어 올라온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까.
아무튼, 그것을 떠나서 김주혁이 의혹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이 몸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몸 상태였다.
‘……보통 재능이 있다면 몸이 이렇게 망가지기도 쉽지 않은데.’
범재는 아무리 개지랄을 해도 안 되는 반면에, 가지고 있기만 하면 좀만 움직여도 금방금방 실력이 오르는 게 바로 재능이다.
한마디로 재능이라는 건 사람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 몸은 어떤가?
‘완전히 병신이었지.’
상태가 평균적인 것도 아니고 계약자로서 생각해 봤을 때는 완전히 박살이 나 있다고 봐도 무방했던 몸을 떠올린 그는 자신이 환생하기 전에 무엇인가가 있었다고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김주혁이 굳이 이 몸의 과거 행적 같은 것을 찾아볼 생각은 없었다.
‘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 귀찮으니까.’
그렇게 김주혁이 이 몸에 대한 생각을 접기 시작했을 때쯤.
툭툭-
김주혁은 자신의 팔을 미약하게 건드리는 느낌에 시선을 돌렸고.
“?”
곧 그는 자신에게로 내밀어져 있는 자그마한 쪽지를 보고 시선을 위로 올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유소연을 바라보았다.
어제 그 일로 아직 끝난 것이 아닌지 그녀는 오늘에 와서는 아예 자신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서 한참 동안 무엇인가를 꾸물꾸물거리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곤 그녀가 내민 쪽지를 받았다.
그리고 펴본 쪽지 내용.
‘……진짜 싸이코패스인가?’
이걸 정말로 대답해 줄 만한 가치가 있을까? 라고 십수 번은 생각한 김주혁이었으나 이내 그는 쪽지 시험을 볼 때 말고는 사용하지 않았던 샤프를 통해 그녀에게 대답해 주었다.
[왜.]야, 바로 아래에 써서 쪽지를 넘겨준 김주혁.
그때부터 그녀는 쪽지를 보며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무려 30분이 넘은 뒤에서야 그에게 다시 쪽지를 넘겨주었다.
[그, 니가 저번 미궁 몬스터 수업에 잡았던 돌 고블린 있잖아. 그거 어떻게 한 거야?]쪽지에 써 있는 내용에 김주혁은 시선을 돌려 유소연을 쳐다봤다.
도대체 무엇인 쪽팔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얀 피부가 붉게 상기되어 있는 모습에 김주혁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피식 웃고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한 뒤 답변을 적어나갔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외출 신청이 가능하니까 외출이 필요한 인원들은 전부 외출 신청해라.”
그 와중에 끝난 수업.
교관이 모든 말을 마치고 나갈 때쯤이 돼서야 김주혁은 썼던 쪽지를 고이고이 접어 유소연에게 넘겼다.
“!”
김주혁이 넘긴 편지를 빛과 같은 속도로 낚아채는 유소연.
그런 그를 보며 김주혁은 피식 웃은 뒤 이야기했다.
“야, 그거 여기서 열어보지 말고 꼭 기숙사 가서 열어봐라.”
“……왜?”
“내 영업비밀이거든. 다른 사람이 알면 곤란하니까. 알았지?”
김주혁의 장난스러운 웃음이 담긴 물음에 유소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김주혁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정확히 한 시간 뒤 기숙사에서.
[안알랴줌]“으아아아악!! 이 개새끼!!”
유소연은 비명을 질렀다.
XXXX
그날 오후, 체력 단련실.
최아린: (귀여운 토끼가 울고 있는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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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왜왜왜왜왜ㅇㅙ.
최아린: 나 내일은 단련 못할 것 같아, 내일 외출해서……
김주혁: ㅊㅊ
최아린: ?
김주혁: ?
최아린: ?
김주혁: 잘 갔다 오라고.
최아린: (토끼가 꺄르륵 웃는 이모티콘)
최아린: (토끼가 꺄르륵 웃는 이모티콘)
최아린: (토끼가 꺄르륵 웃는 이모티콘)
최아린: (토끼가 꺄르륵 웃는 이모티콘)
최아린: (토끼가 꺄르륵 웃는 이모티콘)
김주혁: 봤으니까 그ㅁᅟᅡᆫ.
그제야 메시지가 끊기는 것을 보며 김주혁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텀블러에 담아 놓은 물을 마셨다.
‘얘는 왜 내가 대답할 때까지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인지 모르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텀블러를 바라보고 있자 바르체가 말을 걸어왔다.
[열심히로군.]‘내일 단련 못 할 거 생각하면 좀 열심히 해둬야지.’
[내일은 다른 걸 할 생각인가?]‘외출 좀 하려고.’
[아, 그러고 보면 외출을 할 수 있다고 했지.]‘너는 아무런 말도 없으면서 항상 보고 있나 보다?’
[심심하거든.]심심하면서도 정확한 이유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래서, 왜 나가는 거지?]그의 물음에 김주혁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돈 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