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55
◈ 155화 때가 되었습니다. (2)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바르체는 연기를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멸망의 탑의 성좌들과 최대한 접촉을 피했으며.
언젠가는 그냥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속이 쓰려 그냥 따가운 눈총을 받더라도 김주혁의 제자들에게 붙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제자들이 갑자기 중립문에 들어간 뒤부터 바르체는 그의 제자들과 만날 수 있을 만한 시간이 완전히 줄어들어 버렸고.
그 덕분에 바르체는 제자들과 만나지 않고 줄곧 방 안에서 김주혁과 노가리를 까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바르체는 이 생활이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숨어 있는 지략가가 무슨 말을 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찾아온 뒤로 멸망의 탑의 성좌들은 단 한 번도 바르체를 찾아오지 않았고.
애초에 300년 동안 방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바르체였기에 이런 생활은 썩 익숙했다.
그러다보니 바르체는 어느 순간부터는 내심 제자들을 찾아가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이기도 했다.
녀석들을 찾아갔다면 그때부터는 공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다른 다른 성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있어야 할테니까.
그렇기에 그는 이 생활을 썩 나쁘지 않게 생각했는데.
“때가 되었습니다.”
“…….”
숨어 있는 지략가가 찾아와서 던진 말 한마디에, 바르체는 진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있었다.
‘때? 무슨 때?’
물론 바르체는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기는 했다.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바르체는 그 때가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왜 알지 못하냐고?
그거야 당연히 바르체가 그때 때가 아니라는 말을 한 것은 말 그대로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그냥 입을 턴 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할 배짱은 바르체에게 없었고.
그렇기에 바르체는 최대한 진중한 느낌으로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그런가. 때가 되었나.”
바르체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예……!”
그에 숨어 있는 지략가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아니 시발, 도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바르체는 순간 환희에 젖은 숨어 있는 지략가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으나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말한 그 ‘때’가 무엇인지 생각해 낼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그 때문에 바르체는 절박한 표정으로 머리를 처박고 있는 숨어 있는 지략가를 바라보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머릿속에 벌어지고 있는 생각이 어떤 것인지 알 리가 만무했기에.
“…….”
바르체는 그 순간 머리의 회전을 최대치로 올려 어떻게든 방법을 떠올리려 노력했으나.
“그럼 가시죠.”
곧 들려오는 숨어 있는 지략가의 목소리에.
‘아, 엿됐다.’
바르체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이내 최대한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가도록 하지.”
그렇게 이야기했다.
XXXX
흑단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방.
그곳에는 저번과 같이 미궁주를 포함한 검주와 창주가 있었고.
“……하루만이라고?”
곧 입을 연 미궁주의 말에 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 했다.
“예 미궁주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명백하게 이상합니다. 아직 비안(秘眼)이 고쳐지지 않아 정확한 확인은 어렵습니다만 고작 하루 만에 3계층의 성좌가 모두 당할 리가 없습니다.”
“흐음…….”
고민하는 미궁주.
그렇게 얼마 정도의 침묵이 흘렀을까.
한참이나 고민을 하고 있던 미궁주는 곧 침묵을 깨고는 입을 열었다.
“창주는 어떻게 생각하지?”
곧바로 창주에게 묻는 미궁주의 모습에 검주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곧 그것을 숨기고는 고개를 숙였고.
창주는 미궁주의 물음에 지체없이 대답했다.
“미궁 안에 있는 미궁민들이 생각 이상으로 잘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창주의 말.
그에 순간 검주는 인상을 찌푸리곤 창주를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검주의 입장에서 3계층의 성좌들이 이렇게 빠르게 당한 이유는 미궁민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이상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2계층에 있는 녀석들은 몰라도 3계층에 있던 녀석들은 ’밖‘에서도 어느 정도 쓸모가 있던 녀석들인데……!’
그런 3계층에 있던 녀석들이 미궁에 내려간 지 고작 하루도 안 되는 시간에 완전히 죽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검주는 창주를 바라보았으나 창주는 여전히 흔들림 없는 얼굴로 미궁주를 바라보았고.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미궁주는 입을 열었다.
“창주는 내려보낸 이름이 너무 빠르게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솔직히 말해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내려보낸 이름이 올라올 줄은 몰랐습니다만 그래도 크게 이견을 가질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게 이견을 가지지 않을 정도라…….”
잠시 고민하는 미궁주.
그에 창주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이름들이 올라온 것을 보면 이번에는 조금 더 강도를 올려봐도 될 것 같습니다.”
“강도를 올린다면? 4계층의 성좌들을 내려보내자는 건가?”
“예.”
미궁주의 말에 대답하는 창주.
그러나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검주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미궁주님.”
“왜 그러지?”
“정말 송구하지만, 감히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봐라.”
검주의 말에 답하는 미궁주.
그에 검주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 생각에는 아직 4계층의 이름을 내려보내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미궁주의 물음.
그에 검주는 미궁주에게 현 상황이 명확히 이상하다는 것을 하나하나 짚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당장 비안이 이렇게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2계층의 이름과 3계층의 이름이 이전의 속도와는 다르게 정말 유례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왔다는 것까지.
그렇게 한동안 검주의 말을 듣고 있던 미궁주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결론은, 아무래도 미궁의 상황이 이상해 보인다 이 말인가?”
“그게 맞습니다. 게다가 이미 3계층의 이름이 싸그리 몰살당한 것으로 보아 4계층의 성좌들을 내려보내도 저희의 목적인 질 좋은 이름을 만들기에는…….”
검주가 그렇게 이야기 하며 말을 줄이자 확실히 말이 맞는 것 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미궁주.
그에 검주는 슬쩍 시선을 돌려 창주를 바라봤다.
여전히 무표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창주.
검주는 그런 창주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네 녀석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뜻대로는 안 될 거다……!’
물론 검주는 창주가 정확히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었고, 실제로 검주의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가 보여주는 모습이라고는 시종일관 창을 손에쥐고 있는 모습과 무뚝뚝한 얼굴뿐.
그러나 그럼에도 검주는 직감적으로 자신의 옆에 있는 창주가 무엇을 꾸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창주가 하는 조언은 분명 겉으로는 미궁주의 풍족한 수확을 돕기 위한 조언이기는 했고 실제로도 맞았으나 검주는 그곳에서 석연찮은 느낌을 받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검주는 무표정한 창주를 노려봤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확실히, 이름이 이렇게 빠르게 당해버리면 미궁민들이 고난과 역경을 느끼지 못할 것 같기는 하군.”
곧 이어지는 미궁주의 이야기에 검주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그래서 검주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지?”
곧 미궁주의 물음에 검주는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제 생각에는 사천왕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천왕을?”
“예. 미궁민들이 이 정도로 강하다면 필시 사천왕을 보내야만 어느 정도 고난과 역경을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검주의 말에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미궁주.
그에 검주는 슬쩍 시선을 돌려 창주의 모습을 확인했고.
‘역시……!’
검주는 아주 순간적이기는 하나 창주의 시선이 잠시 흔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시 무엇인가가 꼬였다는 듯 살짝이나마 흔들리는 눈빛을 보여준 창주.
그에 검주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으나.
“그래서, 창주는 어떻게 생각하지?”
“저도 검주의 말이 어느 정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고난과 역경이 없다면 질 좋은 이름이 생산될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곧 이어지는 창주의 말에 검주는 순간 요상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검주의 표정이 미처 지워지기도 전에.
“그럼 이번에는 아래에 있는 녀석들 대신 사천왕 중 한 명을 내려보내도록 하지.”
미궁주는 그렇게 말하며 이야기를 끝냈고.
그 뒤.
‘……도대체 뭐지?’
검주는 사라지는 창주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인상을 찌푸리곤.
‘아무래도 최대한 빠르게 비안이 이상해진 이유를 알아내야겠어.’
이내 그런 생각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XXXX
대공동 반대쪽, 멸망의 탑의 성좌들이 있는 곳에서 숨어 있는 지략가는 투기장으로 나온 바르체를 보며 환희했다.
‘내가 맞췄어!’
사실 숨어 있는 지략가는 지금까지 바르체가 이야기했던 아직 때가 아니라는 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었고.
솔직히 말해 그는 아직까지도 바르체가 말한 ‘때’에 대한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적어도 숨어 있는 지략가의 머리로는 멸망의 탑의 탑주인 바르체가 생각하고 있는 ‘때’라는 것을 맞추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웠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만약 바르체가 이야기한 때에 자신이 찾으러 오지 않는다면 그는 탑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숨어 있는 지략가는 사실상 바르체가 말하는 ‘때’를 그냥 찍었다.
당장 무신이 환생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이 시점에, 막연히 탑주님이 말한 것이 이때가 아니었을까 하며 그냥 질러버린 것이었고.
그 도박은 성공했다.
실제로 탑주님은 숨어 있는 지략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투기장으로 나왔으니까.
그렇기에 숨어 있는 지략가는 이제부터 바르체가 무엇을 보여줄지에 대해 기대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다른 멸망의 탑의 성좌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모두 투기장으로 빠져나온 바르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순간 만인의 시선을 받고 있는 바르체는 주변을 슥 한번 돌아보더니 눈을 슥 감았고.
곧 그렇게 성좌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멸망의 탑의 성좌들을 모두 바르체에게 집중하고 있는 상황.
그에 바르체는 서서히 눈을 뜨더니.
“…….”
이내 한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에 성좌들은 바르체가 어느 곳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시선을 돌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구멍?”
“구멍이……!”
곧 멸망의 탑의 성좌들은 곧 바르체가 바라본 곳에 이전에 뚫렸던 빛이 새어 나오는 구멍과는 다르게 칙칙한 색의 어두운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오……오오!”
“도대체 무슨 일이……!”
“역시 탑주님이 무엇인가를……!”
“역시 바르체 님이셔!”
다들 감탄하며 하늘에 뚫린 검은 구멍을 바라보았고.
그것을 맨 처음 발견해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바르체는.
‘몰라 저게 뭐야, 무서워…….’
검은 구멍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