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65
◈ 165화. 양선을 꼬셔라? (3)
양선이 자폭하기까지 남은 시간 5시간 11분.
“…….”
김주혁은 분명 아까보다도 조금 더 냉정해 보이는 것 같은 양선을 보며 머리가 아프다는 듯 조금 전 양선에게 급발진을 하던 테일러를 떠올렸다.
그 뒤 곧바로 얼굴색이 사색으로 변하더니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자신에게 대가리를 박고 사라진 테일러를.
‘어차피 양선은 부동심 상태라 더 기분이 나빠지고 좋아지고 할 것 같진 않은데.’
현재의 양선은 부동심 상태.
애초에 공격도 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무엇인가를 느끼지도 않고 있는 상황이라 테일러가 그런 짓을 했어도 딱히 상황이 나빠지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테일러가 한 짓 때문에 김주혁은 다시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진짜 뭔 짓을 당해도 안 빡치는구나.’
김주혁은 아까 전 테일러가 한 짓을 떠올렸다.
양선의 얼굴에 죽빵을 갈기고 머리털을 붙잡는 테일러의 모습을.
아마 자신에게 그런 짓을 했더라면 단번에 죽이는 것이 아니라 1년에 걸쳐 끔찍한 고통을 남겨줄 것 같은 그 짓을 당하고도, 양선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양선이 한 것은 그저 차가운 눈으로 테일러를 바라본 것뿐.
생각해 보면 김주혁이 예전 멸망의 탑을 올라 양선을 상대할 때에도 양선은 우선 자폭 능력을 사용하면 그가 뒤지게 패더라도 그 어떤 동요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한동안 양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김주혁은 이내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블랙 캣.”
“예?”
“네가 해봐.”
“……네? 제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김주혁.
그에 블랙 캣은 순간 ‘아니, 저건 좀…….’이라는 눈빛으로 김주혁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자신 없는데요…….”
“얼굴이 있잖아.”
“……얼굴이요?”
확실히 블랙 캣의 얼굴은 김주혁을 포함한 다른 이들이 봤을 때 상당히 미남이었다.
오죽하면 아델리아 벤트릭이 요즘 단련을 하면서도 묘하게 블랙 캣을 신경 쓰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겠는가.
“한번 해봐.”
언젠가 보았던 그 모습을 또 한번 떠올린 김주혁은 노골적으로 싫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블랙 캣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고.
“…….”
이내 블랙 캣은 김주혁의 눈빛을 봄과 함께 곧 지금 이 상황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곤.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는 양선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시작한 블랙 캣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정확히 30분 뒤.
“……실패했습니다.”
블랙 캣은 힘없는 표정으로 돌아오며 그렇게 대답했다.
“왜 와꾸를 못 써?”
답답하다는 듯 입을 여는 김주혁.
“아니, 애초에 제 얼굴을 어떻게 사용하라는 겁니까……!? 게다가 저 녀석은 제가 이야기를 해도 듣는 척도 안 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한단 말입니다!”
그에 블랙 캣은 억울하다는 답하고는.
“……양한테 무시당하는 기분, 최악이야…….”
이내 그렇게 중얼거리며 트라우마 모드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김주혁은 이내 로건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번 해보는 걸로?”
“……내가 말인가?”
로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주혁.
“……난 유부남이다만.”
“오.”
“?”
“유부남이면 더 잘 꼬시겠네. 이미 결과물이 있다는 거잖아.”
김주혁의 한마디.
그에 로건은 멍한 표정을 짓다 이내 고개를 젓곤 이야기했다.
“아니, 그것도 전부 옛날이야기고 지금 내 나이는 40대인데…….”
로건은 비교적 결혼을 일찍해서 로건 주니어라는 아들이 있었고, 고등학생씩이나 되는 아이를 가졌다기에는 조금 정정한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결혼을 하고 고등학생 아들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에서 정정한 나이라는 거지, 여자를 꼬시기에 정정한 나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특히 지금의 아내를 만난 뒤로 다른 여자와는 아예 손도 대지 않은 로건은 애초에 누구를 꼬시라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조차도 잡히지 않았기에.
로건은 자신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감이 없다만.”
로건의 한마디.
“흐음…….”
그에 고민하는 김주혁.
그러나 그는 곧 이야기했고.
“그래도 한 번만 시도해 보자. 우선 어떻게든 해봐야 할 것 아니야?”
“……알았다.”
곧 그런 김주혁의 설득(?)에 로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양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뒤.
“……이거, 생각보다 멘탈에 타격이 강하군.”
로건은 트라우마 모드가 켜진 블랙 캣의 옆에 앉아 중얼거렸다.
“내가 고작 저런 양머리한테 무시당할 줄이야…….”
마치 현타가 온 것 같은 말투로 중얼거리는 로건.
그런 그를 보며 김주혁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역시 안 되나.’
사실 솔직히 말하면 김주혁은 블랙 캣과 로건이 양선을 꼬실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다.
그가 우선 양선을 시켜본 것은 어디까지나 ‘혹시나?’하는 생각 때문.
‘역시나였네.’
김주혁은 시선을 돌려 블랙 캣과 로건을 쳐다보았다.
양선을 꼬시러 갔다가 멘탈에 스크레치가 난 것처럼 트라우마 모드가 켜져 있는 둘.
허나 실패했다고 해서 자폭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양선을 그냥 이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양선을 이대로 놔두면 서울이 아니라 한국이 박살 나버릴 터였으니까.
그렇기에 한동안 양선을 앞에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던 김주혁은.
“야. 있냐?”
결국 지원군을 부르기로 했다.
XXXX
양선이 자폭하기까지 정확히 4시간이 남은 시점.
이미 서울과 그 일대는 테러로 인한 대피로 인해 굉장히 소란스러운 상황이었고.
발할라 아카데미 안에서는.
“한번 해봐.”
“옙!”
현재 남녀 할 것 없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발할라 부지 한쪽에 모여있었다.
그것도 그냥 모여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치 장기자랑을 연습하듯 양선이 보이지 않는 근처에서 열심히 혼자 뭔가를 연습하고 있는 이들이 부지 한쪽에 모여있었다.
그리고.
“…….”
김주혁이 양선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려 부지 한쪽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자.
[……이걸로 가능할 것 같나?]곧 바르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솔직히 나도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는데 우선 해보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그런 바르체의 목소리에 답한 김주혁은 열심히 무엇인가를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김주혁이 지랄이를 통해서 불러온, 현재 무신문에 가입되어 있는 성좌들의 계약자들이었다.
그것도 그냥 계약자들이 아니라.
[선수들이라고 했던가?]‘뭐, 지랄이의 말로는 그렇다고 하던데.’
바로 사람을 꼬시는 데 전문인 선수들이 이 부지에 모여있었다.
[확실히 이성 관계에 강할 것 같은 친구들이 많은 것 같긴 하군.]바르체의 말.
그 말에 김주혁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이 부지에 모여 있는 이들 중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여자든 남자든 그렇게 못났다고 할만한 마스크를 가진 이들은 거의 없었으니까.
‘역시 선수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마스크가 되어야 하는 건가.’
그렇기에 김주혁은 새삼스레 부지 내에 모인 선수(?)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으나.
“음?”
곧 시선을 한쪽으로 돌리자마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김주혁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그의 기준으로 봤을 때 굉장히 특이한 스타일을 가진 이들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저런 애들도 잘 먹히나?’
금발에 까맣게 타들어간 피부, 거기에 척 봐도 나 양아치다, 싶은 마스크를 가지고 있는 남자가 굉장히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본 김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뭐 알아서 잘하겠지.’
이내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금발 태닝 양아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왠지 선수들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아저씨들도 있는 것 같았으나 김주혁은 마찬가지로 신경 쓰지 않고, 이 중에 누군가가 양선의 평정심을 흔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다.
그리고 그렇게 도살자들이 모아온 선수(?)들이 양선을 꼬시기 시작한 지 세 시간.
“망했네…….”
이제 양선이 자폭하기까지 단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이 돼서도 선수들은 양선을 꼬시지 못했다.
오히려 처음에는 호기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선수들도 우선 양선을 한번 꼬시러 가는 순간 그때부터 얼굴이 죽상이 되는 게 비일비재했다.
그것도 여자든 남자든 똑같이 말이다.
“……좋지 않은데.”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김주혁.
상황 자체는 조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기는 했으나 현 상황은 분명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양선을 꼬시지 못하면 그대로 서울이 날아가 버렸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고.
“이제 제가 나설 차례가 됐군요.”
곧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주혁은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아직 남아 있었나?”
김주혁의 시선에 보이는 것은 한 남자였다.
그것도 평범해 보이지만, 일말의 자신감에 차 있는 남자.
그는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예, 제가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할 수 있겠어?”
김주혁의 물음.
그에 남자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제가 꼬시는 게 좀 빠릅니다.”
“빠르다고?”
“예.”
자신감 있게 대답하는 남자.
아무리 자신이 선수라고 하는 애들에게 묻더라도 이런 반응이 나온 적은 없었기에 김주혁은 썩 신기해하며 말했다.
“그럼 한번 해봐.”
“예!”
김주혁의 말에 여전히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한 남자는 곧 굉장히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양선에게 걸음을 옮겼고.
곧.
“?”
고작 1분도 안 되는 시간만에 남자는 양선에게서 몸을 돌려 김주혁에게 돌아왔다.
“뭐야?”
“못 꼬셨습니다.”
“???”
당당하게 말하는 남자.
“……아니, 못 꼬셨어?”
“하지만 빨랐죠.”
“……???”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그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으로 마지막으로 남았던 선수를 내보냈고.
‘실패인가.’
김주혁은 쯧, 하고 혀를 차며 차디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양선을 바라보고는 슬슬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30분도 안 남았네.”
양선이 자폭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결국 꽤 오랜 시간 양선의 부동심을 깨뜨려 보려고 했으나 300년 전과 마찬가지로 김주혁은 부동심을 깨뜨릴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나.’
김주혁은 여전히 서 있는 양선을 보며 자폭 능력을 막을 생각을 접었다.
애초에 지금 자폭을 막는 것은 김주혁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왔고.
실제로 300년 전의 김주혁은 실제로 양선이 자폭 능력을 막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김주혁은 딱히 지금 상황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폭한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지금의 그에게는 양선의 자폭을 무위로 돌릴 방법이 한 가지 있었기에, 김주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