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68
◈ 168화 팬카페 모임 (3)
모든 것이 흑단으로 되어 있는 그곳.
“그래서, 한 명이 양선을 완전히 처리했다?”
“예.”
미궁주가 있는 그곳에서, 검주는 조금은 심기가 불편해져 있는 미궁주에게 그가 조금 전까지 보았던 일들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양선이 지상으로 내려감과 동시에 자폭능력을 활성화했고, 자폭이 터져나가는 그 순간에 한 남자가 그런 양선의 자폭 능력을 막아낸 것까지.
그 이야기를 단 하나도 빠짐없이 들은 미궁주는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으나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느낌으로 침묵을 유지하더니.
“한마디로 규격 외의 존재가 생긴 것이 확실하다는 소리군.”
이내 그렇게 이야기했고.
곧 그 뒤로부터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그는 이내 시선을 돌려 검주의 옆에 똑같이 부복해 있는 창주를 바라보았다.
“네 생각은 어떻지?”
미궁주의 물음.
그에 검주는 은근슬쩍 시선을 돌려 창주를 바라봤고, 창주는 잠시 고민을 하는 기색을 보이는 듯 하더니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어디까지나 미궁주님이 생각하시는 대로 움직이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미궁주님도 아시다시피 규격 외의 존재는 분명 ‘다른 곳’에서도 골칫거리 취급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미궁주의 모습을 확인한 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 면만 보면 규격 외의 존재는 곧바로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조금만 반대로 생각해 보시면 저 규격 외의 존재가 미궁주님께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미궁주님도 아시다시피 규격 외의 이레귤러의 ‘이름’은 가지고 있는 힘부터가 다르니까 말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위험하지. 너도 알 텐데? 규격 외 존재가 얼마나 귀찮은 존재인지.”
미궁주의 대답.
그러나 창주는 그런 미궁주의 대답에도 그것이 맞다는 듯 고개를 조아리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허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규격 외의 존재들에게는 분명 일장일단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장일단이라…….”
“물론 어느 선택을 하셔도 미궁주님께서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장 규격 외의 존재를 처리하셔도 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이름을 수확하실 수 있으니 좋고.”
“규격 외의 존재를 살려두면?”
“조금의 리스크를 가지는 대신 굉장히 큰 수확물을 얻을 수도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창주의 말.
“조금의 리스크라고 하기에는 다른 곳에서 규격 외 존재들이 저지른 짓이 너무 크지 않나?”
미궁주의 말.
그에 창주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
“말씀드렸듯 규격 외 존재를 처리하지 않고 놔두는 것은 분명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규격 외 존재를 처리하지 못하는 이들에 한할 뿐.”
“……나는 리스크가 없다?”
창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분명 리스크는 존재합니다. 규격 외의 존재들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런 이들이니까요. 다만 미궁주님에게는 그 리스크가 최소화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리스크의 최소화라…….”
“현재 미궁주님은 이미 미궁을 세 번 정도 수확해 많은 수확물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은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다문 창주.
검주는 그런 창주를 쯧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곤 이내 미궁주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미궁주님, 아무리 수확물이 많다고 하더라도 규격 외의 존재는 지금 확실히 처리해 놓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검주의 말.
그에 입을 여는 창주.
“저도 검주의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
순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창주를 바라보는 검주.
“다만 제 말씀은 규격 외 존재를 꾸준히 관찰하며 지켜보는 선택지도 있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어차피 미궁주님이 가지고 계신 이름은 미궁 내에서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창주는 슬쩍 미궁주를 올려다보며 이야기 했다.
“솔직히 지금 가지고 계신 이름만 있으면 규격 외 존재가 거슬릴 때 얼마든지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창주의 말에 미궁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확실히 미궁 내에서는 이름이 사라지지도 않았고, 현재 미궁주가 모은 이름은 아무리 규격 외의 존재가 날뛰더라도 찍어누를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이름의 숫자는 많았으니까.
그러나 미궁주는 그 말 뒤로 오랜 시간 동안 답을 내지 않았다.
아무리 규격 외의 존재를 찍어 누를 수 있더라도 그는 그 누구보다도 리스크를 쥐는 것을 거북해했으니까.
그렇기에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날 정도로 단 한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고 계속해서 고민을 하고 있던 미궁주는.
“좋아,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지.”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결정을 내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XXXX
[……지금 네 제자들이 멸망의 탑의 성좌들 중 몇 명을 잡아 뒤지게 패고 있다.]“뭐?”
점심을 먹던 도중 들려오는 바르체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건 또 뭔 소리야?”
슬쩍 이해가 안 된다는 말투로 되묻는 김주혁.
그에 바르체는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네 제자들이 성좌들 몇 명을 잡아 뒤지게 줘패고 있다.]“왜?”
[그건 나도 모른다. 애초에 나도 이번에야 말로 네 제자들한테 찾아가서 의탁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 그 장면을 보게 됐다.]그런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그냥 맞을 짓 해서 뒤지게 쳐맞고 있는 거 아니야?”
김주혁의 물음.
그에 바르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이야기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만.]“그런데?”
“심하게?”
[많이 심하게 말이다.]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제자들의 모습을 떠올렸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럴 애들 아닌데?”
[뭐?]“그럴 애들 아니라고.”
물론 김주혁은 자신의 제자들이 어디 가서 맞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제자 중 몇 명의 성격이 그리 좋지 않은 것도 알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김주혁이 단 하나, 제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게 있다면 그건 바로 제자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구를 패는 녀석들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마 뒤지게 맞고 있던 놈들이 뭔가 잘못한 거겠지. 거기다 그렇게 심하게 누구를 조지는 것도 못 봤고.”
김주혁의 확신에 가득 찬 대답.
그에 바르체는 저도 모르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김주혁의 말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니었으니까.
적어도 그가 대공동이나 300년 전, 멸망의 탑에서 무신의 제자들에 대한 행보를 보았을 때 제자들은 김주혁의 말과 별 차이 없이 행동했다.
기본적으로 잘못이 없는 이들에게는 손을 대지 않고 자신들에게 적대하거나 잘못이 있는 이들에게만 손을 쓴다.
그건 바르체도 알고 있었다.
다만 김주혁이 한 가지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김주혁의 앞에서만 보여주는 모습이라는 것.
바르체는 알고 있었다.
김주혁과 제자들이 멸망의 탑에서 떨어졌을 때 줄곧 멸망의 탑에서 김주혁을 욕했던 녀석들이 제자들에게 어떤 꼴을 당했는지에 대해서.
[…….]그러나 바르체는 그 점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입을 다물기로 했다.
지금 당장 바르체에게 가까운 건 김주혁이 아니라 그의 제자들이었으니까.
“그래서, 너는 또 제자들이 애들 뒤지게 패서 못 나갔다고?”
[그렇다.]“아니 왜 이렇게 쫄보야?”
네가 제자들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렇다, 라는 말을 하려던 바르체는 또 한번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았고.
김주혁은 이내 별다른 말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깨를 으쓱인 뒤 점심을 먹으며 스마트폰을 휘적였다.
그리고.
[설가의 가주, 벤트릭 가문의 가주, 최진 가문의 부가주가 한 자리에 모이다!?]“?”
김주혁은 이슈 게시판에 올라와있는 한 개의 게시글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XXXX
마지나 카페에서 조금 많이 떨어져 있는 고급 초밥집에 룸 안에서.
““…….””
다섯 명의 남녀는 서로를 보며 굉장히 뻘쭘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기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은.
‘…….’
바로 로건 주니어였다.
“…….”
사실 그는 내심 이번 모임을 가지면서 내심 다른 이들이 자신을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모임에 참석한 뒤 하나를위해와 검은고양이네로, 그리고 귀여운토끼는 로건 주니어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로건 주니어는 전혀 기쁜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진짜 이 사람들이 채팅방 맴버라고?’
그는 굉장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컵에 따라져 있는 물을 마시며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김주혁 팬클럽의 채팅방 맴버를 보았다.
한 명은 한국의 5대 가문이라고 불리는 최진 가문의 부가주로서, 최근 발할라 아카데미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가작 주목받고 있는 계약자 중 한 명인 최아린이었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이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문인 설가의 가주로서 말도 안 되는 재능으로 중국에 있는 모든 가문을 힘으로 때려눕힌 세기의 천재 옌랑이 있었다.
사실 여기까지만 봐도 로건 주니어의 이름은 조금 빛이 바랬다.
그러나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맴버를 본다면?
“…….”
로건 주니어는 자신의 옆에서 물만 홀짝이고 있는 아델리아 벤트릭을 보았다.
아델리아 벤트릭.
벤트릭 가문의 가주이자, 최근에는 유럽 전역에 나름대로 힘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해진 인물.
여기까지 오면 로건 주니어의 이름은 빛이 바래는 것 정도가 아니라 그냥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로건 주니어는 안심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일반인이 있어서 다행이다.’
적어도 로건 주니어의 앞에는 조금 잘생기긴 했으나 분명 자신이 딱히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일반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채팅방에서 순위를 나누는 것 자체가 조금 웃긴 일이었으나 그럼에도 로건 주니어는 자신이 꼴찌(?)가 아니라는 생각에 굉장히 안도한 표정으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물을 깨작거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고.
그러던 순간.
“……솔직히, 블랙 캣님은 예상 못 했네요.”
아델리아 벤트릭이 눈앞의 남자를 보며 이야기했다.
“정말 몰랐어.”
“……애초에 이 상황이 웃긴 것 같은데.”
거기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최아린과 옌랑.
그에 로건 주니어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
“블랙……캣이요? 혹시 마켓의?”
이내 그런 물음을 던졌고.
그에 조금 전까지 어색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남자, 아니 블랙 캣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긍정했다.
그리고,
“……아.”
로건 주니어는,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