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7
◈ 017화. 이게 얼마짜리라고? (2)
멸망의 시대의 유물은 비싸다.
물론 누군가는 멸망의 시대의 유물이 비싼 이유를 어디까지나 오랜 시간이 지나 가치가 생겼기에 비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뭐, 사실 어찌 보면 그 생각이 맞기도 하긴 했다.
실제로 유물을 수집하는 컬렉터가 있기는 하니까.
그러나 멸망의 시대의 유물이 비싼 것은 그런 골동품적인 가치보단 아직도 그것들의 실제 사용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한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운만 좋으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사용처가.
‘……만약 이 유물과 관련이 있는 성좌나 이것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성좌가 있다면…….’
멸망의 시대의 유물이 지금까지 엄청난 가격을 가지고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성좌들 때문이었다.
이 세상이 정말로 멸망할지도 몰랐다고 하는 멸망의 시대 이후 나타난 성좌들은 기묘하게도 멸망의 시대에 만들어졌던 물건들에 강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어느 정도냐고 한다면 실제로 30년 전에 아무런 힘도 없는 일반인이 멸망의 시대의 유물을 가지고 있던 것만으로 S급 성좌와 계약을 한 적이 있었다.
S급 성좌.
그들은 수호 성좌들과 같은 등급을 가지고 있는 성좌들이기도 하며 성유물에 속해 있는 다른 성좌들과는 달리 성유물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 성좌들이었다.
아무튼, 그런 S급 성좌와 계약한 남자는 30년이 지난 지금 ‘알케미스트 존’이라는 S급 계약자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물론 모든 유물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성좌들에게 그런 관심을 사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유물은 분명 멸망의 시대에 있었던 유물이기는 했으나 아예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있기는 했었고.
어떤 유물은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알케미스트 존처럼 성좌와 그냥 계약이 아닌 ‘진신 계약’을 할 정도로 절대적인 호감을 사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허나 가문에 속해 있는 이들도 힘든 S등급 성좌의 ‘진신 계약’을 맺을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는 것 자체로 멸망의 시대의 유물은 굉장히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특히 자신 같은 상인한테는 더욱더.
아무리 작은 확률이라고 해도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지갑을 열 수 있는 부자들이 이 마켓에는 매우 많았으니까.
‘……정말로 진짜로군.’
그리고 지금 모리스의 손에 쥐어진 이 자그마한 반지는 몇 번을 확인해도 그 시대의 유물이 맞았다.
그가 끼고 있는 마력안과 30년간 마켓에서 굴러온 그의 안목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반지가 진품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론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애초에 그 시대의 유물은 가짜가 없으니.’
멸망의 시대를 거쳐온 유물들은 미약하긴 하지만 그 특유의 마력 흔적이 남아 있었다.
듣기로는 멸망을 막아내고 난 뒤 터져 나온 마력 파장에 의해 유물들에게 남은 아주 미세한 마력 흔적들이었는데 이 반지는 조금 희미하기는 하지만 분명 그 마력 흔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동안 김주혁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몇 번이고 물품을 확인하던 그는 이내 이야기했다.
“……이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현물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물건이군.”
솔직히 모리스는 당장 눈앞에 놓인 대물에 몇 번이고 고민하기는 했으나 결국 진실을 입에 담았다.
아무리 비싸고 탐이 나는 물건이라도 잘못 먹었다가는 체한다는 것을 그는 30년 동안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으니까.
‘게다가…….’
저 젊은 목소리와 들고 온 물건을 두고 생각해 봤을 때 모리스는 본능적으로 그가 평범한 이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로 한 것이었다.
“그럼 어디로 가야 값을 치를 수 있지?”
“아마 당장 이 마켓에는 값을 치를 수 있는 곳이 없을 것 같군. 경매장에 가보는 건 어떤가?”
“경매장?”
“그래. 경매장이라면 충분히 제값을 받을 수 있을걸세. 특히 멸망의 시대 유물이라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웃돈을 받을 수도 있지.”
“대충 어느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거라 보는데?”
김주혁의 대답에 모리스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자신이 쥐고 있던 판에 조용히 액수를 적어 보여줬다.
“요 정도……?”
“……?”
모리스가 쥐고 있는 판을 바라본 김주혁은 옆에 붙여진 0의 숫자를 세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생각했다.
‘저게 저렇게 비싸다고?’
물론 김주혁도 자신이 들고 있던 보석류들이 어느 정도 비쌀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김주혁은 300년 전에는 나름대로 잘나가는 이들 중 한 명이었고 비고 안에 넣어놓은 것은 그가 고르고 골라 넣어놓은 것들이었으니까.
허나 그렇다고 해서 보석류 하나가 멸망의 시대에 있었던 유물이니 하며 이런 가격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경매에 가서 본격적으로 경쟁이 붙었을 때의 가격이고 보통이라면 보여준 가격에서 10%에서 20% 정도 빠진 가격이 되겠지.”
“경매는 어느 정도 걸리지?”
“경매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매번 다르긴 한데 평균적으로 2주에서 3주 정도 걸리지.”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경매장은 언제나 사람이 많거든. 그래도 2, 3주 정도만 기다려서 경매에 직접 참가하면 내가 말한 정도의 금액은 받을 수 있을걸세.”
“그 말은 2, 3주 후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소리?”
“그렇네. 우선 예약만 해두고 2, 3주 후에 경매를 진행할 때 와야 하지.”
모리스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곤 잠시 고민했고.
곧.
“여기서 팔면 대금을 전부 못 준다고 했지?”
“그렇네.”
“얼마 정도 부족한데?”
“……대충 4분지 1정도 부족하군.”
“그럼 그 가격에 팔지.”
“……뭐?”
모리스는 남자의 말에 저도 모르게 얼빠진 대답을 내뱉고 말았다.
XXXX
그다음 날.
발할라의 단련실에서 줄곧 운동을 하던 김주혁은 마켓에서 만든 익명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돈은 어찌 됐든 옳다.’
거기에 추가로 돈은 보기만 해도 즐겁다.
그건 김주혁이 300년 전부터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물론 최근에 와서야 멸망의 탑 덕분에 돈에 그리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았었고 당장은 돈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이라 시선을 다른 데 두고 있었지만 역시 돈은 좋았다.
그런 김주혁의 행동을 보며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었다.
도대체 그렇게 돈을 좋아하면서 왜 일반 가격보다 덜 받고 반지를 내어주었냐는 물음을.
그리고 거기에 김주혁은 너무나도 확실하고 간결하게 대답해 줄 수 있었다.
‘귀찮아서.’
김주혁은 돈을 좋아한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탐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다다익선이라고 해서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에 미친 아귀마냥 시간적 손해와 귀찮음을 감수하면서까지 돈을 박박 긁어모으는 부류는 아니었다.
그렇게 하려면 귀찮음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했으니까.
거기에 아직은 발할라에 묶여 있는 김주혁의 특성상 한 달에 한두 번만 외출이 허락되는 발할라 내에서 경매장에 날짜를 정해서 오가기는 힘들었다.
‘뭐, 사실.’
그런 것보다도 김주혁이 그냥 빠르게 반지를 팔아버렸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그냥 그가 가지고 있는 보석류가 더럽게 많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300년 전, 그가 묻어놓은 멸망의 시대의 장신구가 말이다!
‘당장 내가 꺼낸 반지만 해도 8개.’
거기에 아직 파보지는 않았지만 남아 있을 거라 생각되는 비고들에 있는 보석류와 장신구의 수만 생각해도 20개는 가볍게 넘어간다.
그 말은 한마디로 김주혁은 이제 돈에 관련해서는 딱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가 되었다.
그가 미친 짓을 하지 않는 한 말이었다.
‘존버 코인 달달하네~’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통장을 주머니에 집어 놓고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단련을 시작했고.
“주혁아! 우리 밥 먹을까?”
“……선생님, 오늘 주말인데요?”
“주말에도 출근해서 네가 쓰는 논문을 도와줘야 하니까 연습하고 있어!”
“진짜 싸이코패스세요?”
“싸이코패스하면 내 조수 해줄 거야?”
“…….”
-그는 단련을 다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단련실로 불쑥 찾아온 릴리야를 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XXXX
서울 잠실역 근처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의 개인실.
“오랜만이네? 동생.”
록딜 벤트릭은 자신의 앞에서 실실 웃고 있는 한 남자, 디세라 벤트릭을 바라봤다.
록딜과 마찬가지로 금발을 가지고 있기는 했으나 그 외모는 록딜과 굉장히 많은 차이가 났다.
우선 록딜과는 다르게 디세라의 얼굴에는 이런저런 상처가 많았다.
거기에 덤으로 평범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그의 2배 정도 되는 굉장히 비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다 그 비대한 체구와 옷 사이사이로 보이는 흉터들은 디세라가 얼마나 험하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었다.
허나 록딜 벤트릭은 그런 디세라에게 일말의 동정이나 연민도 느끼지 않았다.
아니, 록딜은 오히려 디세라를 좋아하는 쪽인지 싫어하는 쪽인지를 묻는다면 싫어하는 쪽이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벤트릭 가문의 방계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아둔하고 멍청했으니까.
그럼에도 록딜이 디세라와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오랜만입니다. 형님.”
-그가 꽤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대가만 지불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너무나도 잘 처리해 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하며 음식을 먹기를 잠시.
곧 디세라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왜 불렀냐? 네가 취하려던 여자가 생각보다 앙칼지냐?”
디세라의 눈이 시선을 돌려 저 멀리에 있는 유리아를 음욕 섞인 눈으로 바라보자 록딜은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건 아닙니다. 형님이 생각보다 처리를 잘 해주셔서 순합니다.”
“내 일처리가 조금 완벽하긴 하지. 그럼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다름이 아니라-”
록딜은 그렇게 서두를 꺼내며 김주혁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디세라는 이내 적당히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발할라 1학년 1위인 김주혁한테 치욕을 당했으니 되갚아달라?”
“맞습니다.”
“1위면 좀 치겠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형님에 비할 바는 못되겠지요.”
웃으며 이야기하는 록딜.
그에 디세라는 피식 웃더니 이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했다.
“그래서 죽여달라는 거야?”
그의 입에서 나온 살벌한 단어.
록딜은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건 형님께서 알아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그건 내가 알아서 하고, 판은 제대로 깔아 놨고? 설마 저번처럼 판도 제대로 안 깔아 놓고 나보고 날뛰라는 건 아니지? 저번이야 팰리스 가문이라 편했지만 발할라는 그렇게 하기에는 힘들다?”
디세라의 말에 록딜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짓곤-
“걱정 마십시오, 형님.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판은 제가 전부 알아서 깔아놓을 테니 형님은 그냥 그 녀석을 어떻게 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특유의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