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73
◈ 173화 뇌 정지 (5)
무광(武狂)은 원래 신선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는 맨 처음에는 신선이었으나 이후 그는 무(武)에 대한 열정 때문에 괴선(怪仙)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무(武)를 위해 다른 신선들을 죽이고 신선들이 손을 써서는 안 되는 지상을 자기 멋대로 휘젓고 다녔으니까.
허나 신선에서 괴선이 되었다고 해도 무광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괴선이 된 뒤로 몇몇 신선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것도 마찬가지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그 상황 자체가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무광은 신선이라는 직위에는 전혀라고 해도 될 정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가 신선이 된 것은 어디까지나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였고.
수명을 늘린 이유는 자신이 탐구하는 무의 끝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무광은 자신이 괴선이 된 것에도 썩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미궁주의 아래에서 사천왕이 되었을 때 무광은 오히려 그것이 썩 달가웠다.
어찌 됐든 미궁주의 아래에 있으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무를 탐구할 수 있었고.
거기에 더해 자신의 무를 실험할 만한 이들도 꽤나 있었으니까.
물론 그런 녀석들은 한둘뿐이고 대부분은 비리비리한 녀석들 뿐이었으나 무광은 그것에는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어찌 됐든 그에게 중요한 것은 홀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무(武)를 탐구할 공간이 제일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무광으로서는 그렇게 썩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한 미궁민을 만났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 자신을 무신이라고 칭하는 미궁민을.
그때 무광은 자기 자신을 무신이라고 칭하는 그 남자를 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적어도 무광이 보기에 고작 이 자그마한 미궁에서 날뛰어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무신이라고 칭하는 그가 너무나도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
적어도 무광의 입장에서 무신은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곧바로 그 뒤. 단 일합을 겨루는 과정에서 무광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확인했다.
오묘한 것도 아니었다.
또한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애매한 것도 아니었으며.
암연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단 일합을 나누는 과정에서 무광은 확인할 수 있었다.
무신의 무(武)가, 단 하나의 의심할 여지도 없이 자신보다도 높은 곳에 닿아 있다는 것을.
물론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애초에 진짜도 아닌 일개 미궁민이 자신보다 높은 무를 쌓는다?
그것도 자신보다도 길게 살아오지 않은, 그저 양식을 위해 만들어졌을 뿐인 존재가?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한편.
이미 그 시점에 무광은 무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는 무에 관련해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고, 적어도 그가 보기에 무신은 이미 자신보다도 한참 위에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때, 무광은 신선의 좌에 오르고 나서 처음으로 무척이나 재미있는 싸움을 할 수 있었다.
미궁민인 그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무를 쌓을 수 있었는지도 궁금하지 않았고.
미궁민인 그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연륜이 담긴 본연의 무(武)를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무신과의 싸움을 즐겼고.
최후의 최후.
누가 봐도 패배가 확정되었을 때, 무광은 자신을 끝내기 위해 검을 치켜들고 있는 무신을 말했다.
‘누구의 아래에 들어가서 무(武)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이군.’
독선적인 무광이 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든 말.
그 말에.
‘그럼 다음 생에는 그렇게 하던가.’
무신은 그렇게 대답하며 망설임 없이 검을 휘저어 그의 목을 베어버렸고.
“저는 당신에게 무(武)를 배우고 싶습니다! 저를 당신의 제자로 받아주십쇼!”
“아.”
곧 이어지는 무광의 말에, 김주혁은 새삼스레 그때 무광과 했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아니…… 그거 진심으로 한 말이었어?’
김주혁은 무광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물론 김주혁이 300년 전의 기억을 이제야 새삼스레 기억해 냈다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 대화 내용은 김주혁의 머릿속에 있었으니까.
다만 김주혁이 그 대화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지 않은 이유는 딱히 김주혁이 그 대화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그때 당시를 생각해 보면 조금 진지하게 말을 했던 것 같긴 한데.’
생각해 보면 그때 당시 무광의 모습은 굉장히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는 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기는 했다.
다만 김주혁은 딱히 진지하게 받아친 것이 아니기에 대화 내용이 아닌, 그 이상은 제대로 기억하지 않고 있었을 뿐.
“…….”
김주혁이 그렇게 묘한 표정으로 무광을 바라보고 있자, 그는 새삼스럽게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맨 처음에 이름을 가지고 내려왔을 때 무신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부터 시작해.
자신을 위해 사방으로 퍼질 성좌들을 한곳으로 모았다는 것까지.
그리고 그런 일을 자랑스레 말하는 무광의 앞에서.
“어, 그래…….”
김주혁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XXXX
다음 날.
“……그러니까, 저 사람이 사천왕 중 한 명인 무광……이라 이거죠?”
“맞아.”
“저희 성좌님과도 붙으면 접전일 거라는……?”
“맞아.”
“……그럼 지금 우리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그렇지.”
“정말로?”
“어.”
단련실.
아델리아 벤트릭과 블랙 캣, 그리고 최아린과 옌랑은 단련실 한쪽에서 홀로 수련을 하고 있는 무광을 바라보며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한동안 그런 무광을 바라보고 있던 옌랑은, 온몸에 회로도 문신을 한 채 진지하게 무술을 펼치고 있는 무광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사천왕이라며?”
“그렇지?”
“그럼 한마디로 너 빼고는 이곳에서 저 녀석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 아니야?”
옌랑의 말.
그에 최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은 경계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맞아, 조금 위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야 어디까지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만, 확실히 위험해 보이기는 합니다.”
다른 이들의 말.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걱정은 굉장히 합당한 것이었으니까.
허나 그럼에도 김주혁이 무광을 굳이 처리하지 않고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인 이유는 그게 썩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김주혁이 무광을 받아들인 제일 큰 이유는.
‘봉인주라…….’
무광이, 스스로의 힘을 봉인해 자신에게 맡겼기 때문이었다.
“…….”
김주혁은 자신의 주머니 안에 있는 붉은색의 봉인주를 떠올리고는 무광을 바라봤다.
거의 대부분의 마력을 빼앗겼음에도 애초에 마력은 실질적인 싸움에만 도움이 될 뿐 무(武)를 배우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수련을 이어나가는 그.
‘물론 아직 덥석 믿기에는 그렇지만.’
어차피 충분히 리미트는 걸려 있었기에 지켜보기엔 썩 나쁘지 않았다.
‘거기다 조금 믿을 만하다 싶으면 전력으로 써먹을 수도 있기도 하고.’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집중해 수련을 하고 있는 무광을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새삼스럽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델리아랑 블랙 캣은 그렇다고 치고 너희는 왜 여기에 있냐?”
그가 그런 물음을 던진 이유는 바로 최아린과 옌랑 때문이었다.
최근 단련실에서 단련을 하는 것은 블랙 캣과 아델리아 벤트릭뿐, 최아린과 옌랑은 이미 오래전부터 단련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단련을 하고 있었다.
현재 그녀들이 하고 있는 수련은 이제 단련실에서 할 수 있는 단련이 아니라 조금은 넓은 곳을 사용해야 했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이 단련실에 최아린과 옌랑이 있다는 것에 새삼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고.
그에 옌랑과 최아린은 순간 고민하는 듯 슬쩍 고개를 갸웃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무엇인가 확실치는 않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에 김주혁이 슬쩍 고개를 갸웃하자.
“이게 좀, 확실치는 않은데.”
“뭔데?”
“아무래도 조금 더 수련이 잘되는 느낌이라서……?”
“……나도.”
“……??”
이내 김주혁은 옌랑과 최아린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XXXX
“아니 시발, 이게 도대체 뭐야?”
비안을 통해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던 검주는 저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욕설을 막으려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전에 보았던 광경을 떠올렸다.
이레귤러와 무광이 대치하고 있는 그 상황을.
분명 그 상황은 누가 보더라도 금방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이었다.
이레귤러는 금방이라도 검을 뽑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고, 무광은 내려보낸 이름의 성좌들과 함께 이레귤러를 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거기에서 싸움이 일어나기는 했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이레귤러와 무광의 싸움이 아니라 무광과 성좌들의 싸움이었다는 것.
갑작스레 이레귤러를 적대하고 있던 무광은 불현듯 자신의 옆에 있는 성좌를 죽여버렸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온 다른 성좌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그것도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당장 이 상황만 봤을 때도 검주는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쪽에서 무광을 보낸 것은 이레귤러를 시험하고 조질 수 있으면 조지라고 보내놓은 것인데 녀석은 이레귤러를 조지는 것이 아닌 성좌들을 조졌으니까.
그런데 검주는 그 상황에서 더욱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이레귤러를 조지라고 내려보낸 무광이 갑작스레 이레귤러에게 무릎을 꿇었기 때문.
딱 거기까지 봤을 때 검주는 저도 모르게 이건 또 뭐야 시발!? 이라는 욕설을 내뱉었으나 그런 검주의 외침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무광은 갑작스레 이레귤러의 수하로 들어갔다.
그게 지금까지의 상황.
“…….”
검주는 습관적으로 비안을 이용해 이레귤러한테 봉인주로 모든 힘을 헌납한 채 수련이나 하고 자빠져 있는 사천왕 중 한 명을 보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으나.
“하아…….”
곧 그는 고뇌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결국 비안을 확인한 것은 검주였고, 이 상황을 미궁주님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도 검주였다.
헌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은 미궁주님에게 보고 했을 때 절대로 좋은 소리를 듣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를 내려보낸 것은 미궁주의 생각이고 실제로 이름을 내려보낸 것은 창주였으나 어찌 됐든 욕은 보고하는 놈이 들어야 했기에 검주는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보고하지?’
한번 확인을 해보려고 했는데 무광이 갑자기 이레귤러에게 무릎을 꿇고 그의 수하로 들어가서 확인을 못 했습니다?
“하…….”
보고할 내용을 생각하자마자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상황에 검주는 눈을 질끈 감았으나 그는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어찌 됐든 이 상황을 보고해야 했으니까.
“시발…….”
그렇기에 검주는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으며 미궁주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