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80
◈ 180화. 용 강림 (4)
흑룡의 눈이 일순 크게 떠진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김주혁의 모습.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붉은 번개를 막고 있던 묵색의 검이 아래로 내려와 있는 장면이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허공을 날고 있는 자신의 오른팔이었다.
붉은 핏물과 함께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유영하는 흑룡의 오른팔.
“……!”
그 상황을 인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어떻게?’
흑룡의 사고가 가속한다.
그는 분명 김주혁이 자신의 공격을 막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의 머리 위에 번개를 떨구었고.
김주혁은 그런 흑룡의 의도대로 묵색의 검을 이용해 번개를 막아냈다.
그와 함께 흑룡은 그대로 도약해 김주혁의 심장을 향해 오른손을 찔러넣었다.
그것으로 끝.
그래, 그것으로 끝났어야 한다.
허나 현 상황은 흑룡이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번개를 막아내고 있던 묵빛의 검은 이미 자신의 오른팔을 가르고 지나갔고.
분명 무신의 가슴을 무자비하게 파헤쳐 심장을 뽑아야만 하는 오른팔은 하늘을 날고 있었으니까.
탓-!
그 사실을 알아차린 흑룡이 순식간에 몸을 뒤로 빼 김주혁과의 거리를 벌린다.
그에 김주혁은 미소를 지으며 묵빛의 검을 들어 올렸고.
흑룡은 인상을 찌푸렸다.
오른팔이 날아갔기 때문에?
아니다.
그렇다면 기분이 나빠서?
그것도 아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흑룡이 인상을 찌푸린 이유는 단 한 가지.
‘보지 못했다.’
그는 무신의 공격을 보지 못했다.
흑룡은 번개를 떨어뜨린 그 순간부터 무신을 보고 있었고 그의 심장을 노리는 순간에도 마찬가지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흑룡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을.
“그런 간단한 속임수에 진짜 속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흑룡의 표정을 보고 김주혁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흑룡이 김주혁에게 시도한 수는 그렇게 고급스러운 전법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머리를 쥐어짠 고급스러운 전법이 아니라고 해서 누구든지 간단하게 파훼할 수 있는 전법은 아니었다.
흑룡이 내리친 번개는 빨랐고.
모든 성좌를 흡수해 능력을 도핑한 흑룡의 움직임은 김주혁이 미처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으니까.
“숨겨둔 한 수가 있었군.”
흑룡의 중얼거림.
“그럼 설마, 내가 아무것도 없이 픽 죽어줄 줄 알았던 건 아니지?”
“……말도 안 되는군.”
그에 김주혁이 피식 웃으며 답하자 흑룡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투로 김주혁을 바라보았다.
‘기량은 그때보다 조금 더 성장했다.’
흑룡은 아주 짧은 시간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그가 어떤지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렇기에 그는 더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무신은 강하다.
그 기량도 분명 300년 전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발전되어 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나를 이길 정도는 절대로 아니다.’
현재 무신의 기량은 자신과 함께 현세로 내려온 대부분의 성좌들을 먹어치운 자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되지 않는 이해.
그러나 흑룡은 곧 고개를 젓곤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어차피 상정 외로 무신이 강하다고 해서 싸움을 그만둘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럼, 나도 진심으로 가도록 하지.”
흑룡은 그렇게 말하며 진득한 마력을 사방으로 뿜어냈다.
그저 근처에서 마력을 느끼기만 해도 질식해 버릴 것 같은 소름 끼치는 마력.
그 모습을 보며 김주혁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이 새끼 생각보다 더 골치 아프네.’
인상을 찌푸린 채 흑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득한 마력을 흩뿌리는 흑룡의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었고.
거기에 더해.
“시발, 이거 반칙 아니야?”
잘라버렸던 오른팔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재생되는 것을 보며 김주혁은 인상을 찡그렸으나.
탓-!
그 순간, 이미 김주혁은 흑룡에게 도약했다.
“!”
그것을 눈치채고 곧바로 몸을 움직이는 흑룡.
그러나 김주혁은 몸을 빼는 흑룡을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쾅! 콰가가각! 쾅!
그때마다 김주혁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붉은 번개.
그러나 김주혁은 번개를 받아치는 쪽보단 오히려 번개를 피했다.
흑룡에게서 떨어지는 순간 귀찮은 일이 벌어질 걸 이미 깨달아 버렸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집요하게 흑룡을 쫓아다닌 김주혁은.
까드드득-!
흑룡에게 닿았다.
“쯧……!”
인상을 찌푸리며 검은 비늘이 덮인 팔로 김주혁의 공격을 받아내는 흑룡.
그의 왼손이 순식간에 움직여 다시 한번 김주혁의 심장을 노린다.
그러나.
탁-!
“엇!”
그의 왼손이 움직이자마자 김주혁은 기다렸다는 듯 흑룡의 오른발을 걸어버렸고.
순간적으로 자세가 무너진 흑룡을 향해 김주혁은 그대로 묵색의 검을 휘두르려 했으나.
“!”
넘어지려는 찰나, 흑룡은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어 김주혁의 품 안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공간을 없애버리는 흑룡.
그는 오히려 이 상황이 기회라는 듯 또 한번 검을 주먹을 움직이려 했으나.
빠아아악!
김주혁은 그대로 흑룡의 배에 니킥을 꽂아 넣었다.
“큭-!”
신음을 흘리는 흑룡.
그러나 김주혁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숙인 흑룡의 얼굴을 칼 손잡이로 후려쳤고.
그와 함께 김주혁은 곧바로 흑룡에게 일격을 꽂아 넣으려 했으나.
콰아아앙!
“쯧-!”
김주혁은 결국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번개에 의해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고.
그와 함께 다시금 전투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주혁은 흑룡이 번개를 제대로 다룰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들었고.
흑룡은 그런 김주혁을 최대한 떼어 놓으려 하며 계속해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런 전투 속에서, 흑룡은 자신의 앞으로 달려드는 김주혁을 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무신의 기량은 자신보다도 못했다.
그것은 신체 능력도 마찬가지.
그러나 분명 김주혁보다도 우위에 서 있는 흑룡은 분명 기본 스펙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김주혁에게 밀리고 있었다.
꽈드드득-!
“큭!”
저도 모르게 신음을 터트리며 어느 순간 자신의 앞에 도달한 김주혁을 바라보는 흑룡.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이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를 보지도 않고 피해버리는 그를 보며 흑룡은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곤.
콰가가각-!
“!”
곧 순간적으로 마력을 발산해 김주혁에게 기습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조금 전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
그러나 김주혁은 침착하게 검을 회수해 흑룡의 기습을 막아냈고.
그다음 순간.
빠아아악-!
“큭-!?”
김주혁은 흑룡에게 일격을 허용했다.
짜증이 날 정도로 끔찍한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는 김주혁.
그는 갑작스레 조금 전과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는 흑룡의 모습에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고.
반면 조금 전까지 수세에 몰리고 있던 흑룡은 자신의 몸 주변으로 검붉은 마력을 풀풀 흘려대며 입을 열었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시발, 보여줄 거면 한 번에 보여주던가 왜 지랄이야?”
짜증 섞인 김주혁의 목소리.
그러나 흑룡은 이전보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네게 포식한 녀석들의 능력치를 억지로 소화하면서까지 상대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다.”
“……소화한다고?”
“그래, 내 능력인 포식은 상대방을 먹어 치우는 것으로 일정 능력치를 빼앗아 올 수 있지, 하지만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이렇게 바로 소화를 시킨다면-”
츳-!
“!”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거다.”
꽈아아앙!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다가온 흑룡이 검은 비늘로 뒤덮인 주먹을 휘두른다.
그에 김주혁은 순간적으로 검을 들어 올려 공격을 막아냈으나.
‘이런 씹-!’
단 한 번 공격을 막아낸 것만으로도 아까 전 번개를 막아내는 것 이상으로 저릿거리는 손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허나.
“빨리 끝내도록 하지.”
“!”
김주혁에게 감상을 내뱉을 수 있는 시간은, 그때부터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꽝!
흑룡의 주먹이 김주혁의 몸을 강타한다.
그와 함께 두 눈을 부릅뜨는 김주혁.
그는 그 와중에도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해 검을 들어 올리려 했으나.
빠아아악!
“칵-!”
흑룡이 더 빨랐다.
마치 조금 전까지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듯 김주혁의 눈에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무자비하게 주먹을 내뻗는 흑룡.
김주혁은 맞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검을 들어 올려 방어를 해보려 했으나.
빠가각-!
흑룡은 너무 빨랐다.
김주혁의 시선이 쉴새 없이 돌아간다.
앞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앞으로.
앞에서 지면으로.
그리고.
“무신, 확실히 너는 대단하다. 분명 이름을 소화시키기 전에도 너와 나의 기량은 이미 천지 차이였음에도 내가 밀리고 있었으니까.”
김주혁이 흑룡의 주먹을 어거지로 막아냄과 동시에, 그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아무리 네가 무신이라고 불리며 자신만의 무(武)를 수련했다고 해도, 역시 압도적인 기량 앞에선 무의미하다.”
“지, 랄……!”
흑룡의 말에 답하는 김주혁.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 네 모습을 봐라. 내 말이 틀린 것 같나?”
허나 흑룡은 여전히 차분한, 오히려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김주혁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김주혁의 상태는 도저히 정상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힘들어 보였으니까.
당장 입고 있던 옷은 완전히 해져버렸고, 분명 깨끗했던 몸 이곳저곳에는 조금은 흉해 보이는 흉터들이 몇 개 정도 새겨져 있었다.
그야말로 몇 분 전과 비교하기에는 너무나도 처참한 모습.
허나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
-김주혁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을.
“치기인가 자존심인가, 아니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도피의 웃음인가?”
그 웃음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 물음을 던지는 흑룡.
“어떨 것 같은데?”
거기에 김주혁은 오히려 맞춰 보라는 듯 그렇게 대답했다.
“내가 보기에 그저 네가 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패배를 부정할 뿐인 치기를 보이고 있는 것 같군.”
“정말 그렇게 생각해?”
“뭐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한번 확인해 보면 되겠네.”
곧 김주혁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미소를 짓곤 자신이 쥐고 있는 묵빛의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
전투 중에 갑작스레 검을 납도하는 김주혁의 모습에 의아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는 흑룡.
그러나 김주혁은 그런 흑룡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검을 집어넣었고.
곧 그는 자세를 잡았다.
검집을 쥔 오른손은 허리춤에.
왼손은 검을 언제든 잡을 수 있게 검 손잡이에.
양다리는 몸을 확실하게 지탱하기 위해 앞뒤로 벌려졌고.
그 마지막.
“아무리 무(武)를 단련해도 압도적인 기량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지?”
“……뭐?”
김주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러니까, 한번 막아봐.”
그대로 검을 쥐었고.
“나를.”
그다음 순간.
“!”
무신류(武神流)가, 세상에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