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92
◈ 192화. 내게 뒤를 보이지 마라 (1)
마켓 빌딩 최상층에 있는 블랙캣의 집무실에서.
블랙캣은 최근 마켓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사실 알아볼 필요도 없이.’
블랙캣은 왜 최근에 마켓이 바뀌었는지 정도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현재 마켓에 변화가 생긴 이유는 바로 악인 때문.
며칠 전 이면의 지배자를 통해 모든 멸망의 탑 성좌들이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것을 들었던 블랙캣은 마켓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뭐 악인들이 없다고 해서 마켓이 망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마켓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 중에는 악인들도 있었기에 현재 마켓에는 조금 변화가 생기고 있었고.
그 덕에 블랙캣은 김주혁이 일주일간의 휴식시간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아니, 사실 블랙캣이 마켓의 변화 때문에 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블랙 캣은 분명 마켓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여러 부분을 관리하지만 결국 실무를 하는 것은 그가 아닌 그의 부하들이니까.
한마디로 현재 블랙 캣이 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옌랑을 그냥 백련회로 돌려보내는 건 어떨까?]바로 이면의 지배자 때문이었다.
“그건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면의 지배자에게 몇십 번이고 더 들었던 말을 받아치며 피곤하다는 듯 입을 여는 블랙캣.
[그런가?]“그…… 애초에 옌랑을 저희 쪽에서 강제로 백련회로 돌려보내면 김주혁 님께서 굉장히 싫어하시지 않을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예?”
[왜, 스승님이 옌랑을 보낸다고 싫어하는데?]갑작스레 온도가 3도 정도 내려간 것 같은 차가운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림과 동시에 블랙캣은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으나.
[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자, 잠시만요! 성좌님!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그럼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건데?]“그러니까…… 이건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김주혁님께서도 옌랑을 써먹기 위해서 성장시키는 데 나름대로 힘을 쓰시지 않았습니까?”
[그렇지.]“그런데 그렇게 힘을 써놓으셨는데 갑자기 중국으로 보내버리면 써먹기가 어려워지니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그건 그냥 수시로 데려오면 되잖아.]“……그렇긴 한데 아직 김주혁 님께서는 꾸준히 옌랑을 가르쳐주고 계시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함부로 보내는 건 좀…….”
[이제 설난신 그 새끼가 붙어서 가르쳐주고 있잖아?]“그래도 김주혁 님이 말하지도 않았는데 저희가 몰래 어떻게 해보는 건 좀…….”
[……그건 확실히 그렇긴 해.]그와 함께 침묵하는 이면의 지배자.
그에 블랙캣은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 대화, 도대체 몇 번째지.’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블랙캣은 이면의 지배자와 이 대화를 냉정하게 오십 번 정도는 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으아아아……. 도대체 걔는 왜 거기서 뇌절을 해서!’
블랙캣은 대충 단련실 내부의 이성 관계도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어떻게 파악하고 있냐고?
그거야 당연히 블랙캣이 눈치가 좋아서라고 보기보다는.
‘그냥 대놓고 저러고 있는데 안 보이는 게 이상한 거지.’
그냥 블랙 캣의 눈치가 평범하더라도 전부 눈치를 챌 수 있도록, 전부 대놓고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옌랑은 밤마다 들어와서 김주혁의 수건을 훔쳐 가고.
최아린은 몰래 들어와 텀블러를 훔쳐 간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성좌인 이면의 지배자는 옛날부터 노골적으로 자신의 스승님인 김주혁을 좋아한다는 티를 내고 있고.
정황상 옌랑이 뇌절을 칠 때 아델리아 벤트릭의 반응을 보니 그건 부리가면도 마찬가지.
‘……도대체 내가 어쩌다가 이런 일이 끼게 된 거지.’
사실 이미 성좌님이 김주혁을 좋아하는 시점부터 이런 일은 예견이 되어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이건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그렇기에 한동안 고민을 하고 있던 블랙 캣은.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무슨 일이 있어도, 이면의 지배자님과 김주혁 님을 이어야 한다!’
다시금 시작되는 이면의 지배자의 목소리를 듣고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결심을 하고 말았다.
지금 당장은 이렇게 이면의 지배자님의 짜증을 받아낼 수 있다.
조금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 정도는 가능하다는 판단이 그에게는 있었다.
허나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 혹시 김주혁이 이면의 지배자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조금 묘한 분위기가 된다면?
‘그때는, 절대 감당 불가다.’
거기까지 생각을 한 블랙캣은 다시금 다짐했다.
무조건 김주혁과 이면의 지배자를 이어주기로.
XXXX
“안 그래도 부르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조금 나빴네.”
바르체와 이야기하며 길잡이를 만나러 오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주혁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이야기했다.
“거, 부를 거면 조금 빠르게 부르지 그랬어?”
김주혁의 대답.
그에 길잡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이곳에서도 꽤 할 일이 많아서 말이야. 그러다 보니까 조금 늦었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이 쓰고 있던 고깔모자를 고쳐 쓰고는 이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김주혁을 한번 바라보더니.
“우선 그동안 아래쪽에서 있었던 일 좀 알려줄래? 말했다시피 위에서는 대충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 수 있지만 아래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파악을 못 하거든.”
곧 그렇게 이야기했고.
“뭐…….”
그런 길잡이의 말을 들은 김주혁은 우선 그녀에게 지상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럼 우선 사천왕은 전부 어떻게 넘긴 상태네? 거기에다가 멸망의 탑의 탑주였던 바르체까지 합류했고?”
“뭐 그렇지.”
김주혁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길잡이.
그러더니 그녀는 곧 자신의 모자를 고쳐 쓰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아직 안심해서는 안 돼. 당장 네게 합류한 이들은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아마 반대로 네 세력이 커진 만큼 너를 제거하려고 할 거야.”
“……저번에 해줬던 이야기인가?”
김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길잡이.
“내가 말했다시피 미궁주는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는 존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
“아마 나한테 바르체랑 무광이 붙은 걸로 내가 예상을 벗어난 존재라는 게 확실하게 됐다…… 뭐 이런 건가?”
“맞아. 그 덕분에 이제 앞으로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지. 물론 나는 수시로 미궁주쪽의 상태를 파악해서 너한테 알려주겠지만 말이야.”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이야기했다.
“그럼 바르체보다도 더한 녀석이 내려올 수도 있다 이거네?”
“아마 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럴 확률이 높은데…… 솔직히 이 뒤에는 미궁주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뭐, 그렇다고 해도 말했다시피 이쪽도 계속 당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길잡이는 그렇게 이야기 하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듯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곧 그런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던 김주혁은 곧 입을 열었다.
“그리고, 우선 뭣 좀 물어보고 싶은데.”
“뭘 물어보고 싶다고?”
길잡이의 물음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가 말해줬던 것 있지? 연꽃잎 말이야.”
김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길잡이는 슬쩍 김주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할 거라고 생각은 했어. 나로서는 조금 답하기 어려운 것들이라 조금 꺼려지긴 하지만.”
“도대체 왜 말하기가 어려운 건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 김주혁.
그러나 그녀는 김주혁의 말에 답하지 않고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우선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혹시 그 이후에도 특별한 일이 추가적으로 있었어?”
길잡이의 물음.
그에 김주혁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연꽃잎을 시작으로 흑룡과 싸울 때 느껴졌던 이질감과 갑작스레 성장력이 늘어난 일, 거기에 더해서 최근에는 길잡이가 준 반지의 기억에 대해서 본 것까지.
“……영험의 기억을 봤다고?”
“그래, 최근에 이름을 흡수하니까 기억이 떠오르더라고.”
“…….”
그 말에 순간 묘하게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하는 길잡이.
김주혁은 금방이라도 길잡이의 침묵을 깨고 싶었으나 곧 차분하게 기다렸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아무래도, 말해줄 게 조금은 생긴 것 같네.”
길잡이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XXXX
비안이 있는 곳이자 검주의 관리처이기도 한 그곳에서 검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을 볼 수 있었다.
“네 녀석, 왜 이곳에 왔지?”
그것은 바로 창주.
보라색 빛의 창을 들고 있는 그는 평소에는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검주의 관리처에 서 있었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고는 서 있는 창주.
그에 검주가 인상을 찌푸리자 창주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검주가 지상으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보고하라는 미궁주님의 명령이다. 거기에.”
창주는 곧 자신의 품에서 붉은 과실을 하나 꺼내 검주에게 건넸다.
“미궁주님께서 허락하신 네 이름이다.”
“…….”
창주가 건넨 붉은 과실을 보며 무엇인가 수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검주.
그러나 그는 얼마 있지 않아 창주가 내민 과실을 받았고.
“그 과실을 삼키면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다.”
곧 이어지는 창주의 말에 검주는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네 녀석,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웃기지 마라, 네 녀석은 분명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냐?”
으르렁거리며 말하는 검주.
그러나 창주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은 채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검주를 바라봤고.
그에 검주는 사정없이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그가 건넨 과실을 바라보았다.
‘이름에 이상은 없다.’
애초에 창주가 관리하기 이전 윤회소를 관리하던 검주였기에 그가 내민 과실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금방 간파할 수 있었으나.
‘역시 이상해. 뭔가가 이상하다.’
검주는 무엇인가 찜찜하다는 느낌을 벗을 수가 없었다.
“…….”
“…….”
그렇기에 생긴 잠시간의 대치.
그러나 검주는 곧 짜증이 난다는 듯 몸을 돌리곤 곧 과실을 입에 머금었다.
결국 어쨌든 간에 검주는 미궁주의 명령을 받아 지상으로 내려가야 했으니까.
와삭.
검주의 입안에 붉은 과실이 한입에 들어가고.
그 순간.
“무슨 일을 꾸민 적은 없다.”
검주는 창주의 목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푸욱-!
자신의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두 눈을 크게 떴고.
“다만 내가 항상 한가지 해주고 싶은 말은 한 가지 있었다.”
“네, 녀석……!!!”
창주는.
“내게 등을 보이지 마라.”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