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01
◈ 201화. 큰놈이 내려온다 (2)
검주 여동빈이 현세로 내려가 죽음을 맞이한 뒤, 도주가 오기 전까지 비안의 관리를 맡게 된 창주는 자신의 앞에서 비안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목에는 검붉은 염주를 두른 채 입가에는 미소를 지은 채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를.
“흥미롭네.”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입가 주변에 있는, 아무렇게나 나 있는 털을 한 손으로 쓰다듬고 있던 그, 파수꾼은 자신의 수염을 한번 만지작거리더니 곧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지금 내가 본 놈이 내 제자를 이겼다 이거야?”
“그렇습니다.”
창주는 여동빈과 그의 관계가 어떤지 지금까지 알지 못했으나 그가 말하는 ‘제자’가 여동빈을 뜻하는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지금 창주의 앞에 있는 파수꾼은 신선(神仙)이었으니까.
“……호오.”
그는 창주의 대답을 듣고 나서도 비안을 통해 한참이나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궁금함이 전부 총족될 때까지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듯, 한없이 집중하고 있는 그.
그 모습을 보며 창주는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그가 비안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눈앞에 있는 파수꾼의 존재 그 자체.
‘만만치 않군.’
창주는 파수꾼의 존재를 보자마자 그가 절대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만만치 않은 것을 넘어 그가 현세로 내려가는 것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 또한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창주는 고작 그를 눈앞에서 본 것만으로 파수꾼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캐치할 수 있었으니까.
“신기하군.”
그렇게 창주가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던 도중 들여오는 파수꾼의 목소리.
그는 어느새 비안에서 눈을 떼고선 창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저 녀석이 이겼다고?”
“저번에도 말씀드렸듯 조금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면-”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네 머리한테 들었거든. 머저리같이 이름을 전부 들고 갔다가 흡수를 못 해서 상처를 입었다지?”
“맞습니다.”
창주의 대답.
그에 파수꾼은 피식 웃으며 창주를 바라봤다.
“진짜야? 이름을 흡수 못 해서 터졌다는 말.”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그 녀석이 자기 이름까지 찾아서 신선의 힘을 오롯이 사용할 수 있게 됐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병신 짓을 했다는 게 말이지.”
파수꾼의 목소리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있으려나? 애초에 병신같이 당장의 힘을 조금 더 찾겠다고 미궁주 아래로 기어간 머저리니까.”
그 목소리에는 분노 또한 없었다.
조금 더 느껴지는 것이라고 해봤자 조금의 흥미뿐, 파수꾼에게서 그 이상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좋아, 그럼 저 녀석을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 이거지?”
“……덧붙여서 미궁주님이 저 아래의 이레귤러를 포함한 바르체와 무광까지 처리를 부탁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 그러고 보니 그런 부탁도 있었지.”
가볍게 대답하는 파수꾼은 이내 알았다는 듯 씨익 웃더니 창주의 앞에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쑤욱-!
아니, 아니었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아니었다.
당장 파수꾼이 허공에 손을 밀어 넣자마자 그의 팔은 어딘가로 들어갔으니까.
‘아공간.’
창주는 그것이 아공간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고.
곧 파수꾼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스윽.
부채를 꺼냈다.
하얀색의 깃털로 만들어져 있는, 척 보기에도 고풍스러워 보이는 부채를.
그리고 곧바로 이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한 장의 부적을 꺼내 든 파수꾼은 이내 창주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럼 미궁주에게 전하도록 해. 이제부터 나는 일을 하러 내려갈 테니까 말이야.”
“!”
파직-!
그와 함께 파수꾼의 손 위를 유영하던 부적이 거친 소리를 내며 타오르기 시작하고, 창주가 무슨 생각이나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화륵!
-파수꾼은 미궁 안으로 움직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
“쯧.”
파수꾼은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상황 자체는 사실 파수꾼이 계속 이곳에 남아 있었다고 해서 그가 뭘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검주를 공격하듯 당장 파수꾼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이었다.
‘그는 분명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분명 파수꾼은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그 상태에서 공격을 한다고 해봤자 파수꾼은 기습을 막아낼 확률이 높았고 그렇게 돼서 자신이 파수꾼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미궁주에게 들어가게 되면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는 일.
창주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못하고 내려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아무런 짓도 하지 못했음에도 창주는 곧 불쾌한 표정을 지우고는 그가 사라졌던 공간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래도, 그건 눈치채지 못한 것 같군.’
지금 당장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했다고 해도, 그는 창주가 은밀히 준비해둔 마지막 조치는 파악하지 못한 것 같으니까.
그렇기에 한동안 그곳을 바라보고 있던 창주는.
“…….”
이내 몸을 돌려 윤회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그가 지금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발만 동동 굴러봤자 딱히 그분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의 계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XXXX
대공동은 평화롭다.
특히 멸망의 탑의 성좌들이 완전히 사라진 뒤로 대공동은 정말로 평화로워졌다.
뭐.
“어쩌라고?”
“뭐? 어쩌라고? 이 새끼들이 아직도 내 죽창맛을 덜 봤구만!?”
“죽창 같은 소리하고 있네, 고작 기사단 나부랭이가 일국의 국왕한테 그딴 개소리를 하는 거야!”
물론 평화롭다고 해서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마저도 도왕은 굉장히 평화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니뭐니 해도 저곳에서 열심히 티격태격 하고 있는 저들의 싸움은 저 이상으로 커지지 않을 테니까.
‘지금은 무신문이 있으니까.’
무신문.
사실 300년 전의 무신문은 딱히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적어도 도왕이 알기로 300년 전 무신이 무신문을 만든 이유는 정말 속물적인 이유였다.
‘무신문을 만든 이유? 당연히 내 노후를 위해서지.’
조금 열화되기는 했으나 그때의 김주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던 도왕은 시선을 돌려 이제는 슬슬 치고받기 시작하는 성좌들을 바라봤다.
“죽여주마!”
“너야말로 모가지 씻어라!”
벌써부터 마력을 흩뿌려대며 서로에게 사정없이 무기를 휘두르는 성좌들.
허나 그런 그들의 싸움을 말리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까도 생각했지만 애초에 저 둘의 싸움은 결국 저 둘의 싸움으로만 끝날 테니까.
‘설마 다시 만들어진 무신문이 대공동의 질서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사실 도왕은 무신문이 다시 만들어질 때까지만 해도 무신문이 대공동에 강한 작용을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생각 이상으로 현재 무신문이 대공동의 평화에 기여하고 있는 기여도는 매우 높았다.
‘뭐, 그렇다고 딱히 하는 건 없지만.’
정말이다.
무신문이 하고 있는 것은 없었다.
당장 무신문의 제자들은 조금이라도 현오 형한테 도움이 될만하도록 계약자들을 훈련시키고 있었고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
그나마 유일하게 계약자가 없는 무신문의 도살자가 대공동에 상시 남아 있긴 하지만 그 녀석은 딱히 스승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허나 그럼에도 무신문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평화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당장 그 누구도 가볍게 찍어누를 수 있는 거대한 집단은, 작은 집단들의 분쟁을 최소화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한동안 성좌들이 치고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도왕은 곧 시선을 돌려-
“말해.”
“뭐가 좋은데?”
-설난신…… 아니, 설난신과 대화를 하고 있는 부리가면과 이면의 지배자를 보고 있었다.
……거기서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흐음. 보통 남자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드가 단단하게 형성이 되어 있더라도 어느 순간 들어가면 그 가드가 확연히 약해지는 법이지.”
설난신에게 연애 상담을 받고 있는 부리가면과 이면의 지배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 조용히 앉아있는 투귀는 덤.
“그러니 어느 시점에서는 계속해서 아양을 부리는 것 보다는 강력하게 한번 찔러줘야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이거지.”
“강력하게…… 찔러?”
“흐음…….”
설난신의 말을 굉장히 진지하게 듣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경청하는 둘.
그러나 그 모습과 이야기를 한동안 듣고 있던 도왕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 둘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니…… 저걸 연애 강의라고 해주고 있는 건가?’
적어도 도왕이 들었을 때, 설난신이 이야기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도저히 연애 강의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미묘한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왕은 생전 이성 관계가 없었다.
허나 그런 그라고 하더라도 설난신이 말하는 연애 강의는 뭔가가 근본적으로 조금 어긋나 있었다는 것은 분명 느끼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이성관계라는 게 아무런 무드 없이 무지성으로 가져다 박는다고 되는 게 아닐 텐데…….’
도왕은 굉장히 착잡한 표정으로 설난신의 무지성 연애강의를 듣고 있는 무신의 두 제자를 보았다.
솔직한 말로는 조금 말리고 싶다만 문제는 저 설난신의 이상한 연애 강의에 옌랑이 조금은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내가 봤을 때는 절대 그런 쪽으로 해석될 만한 게 아닐 텐데…….’
도왕은 그렇게 생각하며 설난신의 대화를 듣고 있는 현오형의 제자들을 보았으나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째 조용하다 싶었는데, 열렸네.”
도왕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대공동에 열린 거대한 구멍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XXXX
“대공동이 구멍이 뚫린 것을 보니 이제 슬슬 다음 녀석이 내려오겠군.”
도살자에게 전해 들은 바르체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번에는 누가 내려오려나?”
“그건 내려와 봐야 알겠지. 이미 멸망의 탑의 성좌들이 전부 내려온 시점부터 누가 내려올지는 전혀 모르게 되어버렸으니까.”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했다.
“좀 아쉽네.”
“어차피 누가 내려오는 걸 안다고 해봤자 그 녀석의 전체적인 전투 능력을 모르는 한 결국 원점이지 않나.”
“그것도 그렇긴 하지.”
김주혁의 긍정.
“그냥 준비나 철저하게 해둬야겠네.”
그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인 뒤 이내 그렇게 이야기했고, 곧 바르체는 거기에 긍정하고는 곧 이어서 대련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발할라의 겨울방학이 찾아왔을 때.
“……이 새끼 왜 안 내려와?”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하늘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