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02
◈ 202화. 큰놈이 내려온다. (3)
이제는 익숙해진 새로운 발할라의 단련실에서.
“……이 새끼 왜 안 내려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김주혁의 중얼거림에 바르체는 대답했다.
“확실히, 이번에는 좀 늦긴 하는군.”
“좀 늦는 정도가 아닌데?”
김주혁이 처음 구멍이 열렸다는 것을 들었을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이었다.
한 달.
일수로 따지면 약 30일.
보통 구멍이 열린 뒤 내려오는 녀석들의 시간을 봤을 때, 그들은 구멍이 열리고 난 뒤 3~4일 정도면 지상에 내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한 달.
그들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그런 김주혁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는 바르체.
물론 김주혁은 그런 바르체의 말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현재 김주혁에게 있어서 시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당장 바르체와 본격적으로 대련을 펼치며 단련하게 된 김주혁은 요즘 단련에 집중한 덕분에 지금까지 몇 개의 이름을 흡수하며 넓어진 한계치를 빠르게 채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늘어난 실력은 분명 앞으로의 싸움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김주혁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뭐 그렇게 단련을 하는 와중에도 결국 흑룡과 싸웠을 때의 그 느낌을 느끼지는 못했다만.’
그럼에도 김주혁은 어느 시점에 와선 그 부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그가 어떻게든 그 느낌을 다시 재현해보고 싶다고 해서 그 느낌이 김주혁이 원하는 형태로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났으니까.
아무튼, 지난 한 달 동안 김주혁은 누군가에 대비하기 위해 단련에 단련을 거듭하고 있었고.
결론은 그 덕에 한 달 전의 김주혁과 지금의 김주혁은 매우 달라져 있었다.
“이 정도면 이번에 내려오는 녀석도 상대 좀 할 수 있으려나?”
“흠.”
김주혁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는 바르체.
“잘 모르겠군, 그래도 여동빈 정도가 상처를 입지 않고 온전히 내려온다고 가정했을 때 무광까지 합세하면 그럭저럭 승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된다만.”
“다른 녀석들은?”
“……다른 녀석들이라.”
바르체는 또 한번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그 녀석들은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빼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역시 그런가?”
“너도 알고 있겠지만 네 제자들의 계약자들은 분명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솔직히 일반적인 인간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강해지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야.”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현재 김주혁의 주변에서 그를 돕기 위해 강해지고 있는 녀석들은 전체적으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저번에도 여동빈이 치명상을 입고 와서 공격이 먹혔을 뿐이지, 아마 치명상을 입고 내려오지 않았다면.”
“반대로 우리 애들이 다 당했을 거다?”
김주혁의 대답에 바르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손으로 열손을 막을 수는 없다만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지. 그리고 우리가 상대했던 여동빈은 치명상만 입지 않았다면 충분히 그 예외에 속할 수 있는 존재였다. 게다가-”
바르체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마 여동빈의 힘이 멀쩡했다면, 분명 너는 아니더라도 네 제자의 계약자 쪽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했겠지.”
“……확실히 그건 그렇긴 하지.”
김주혁은 바르체의 말이 맞다는 듯 동의하곤 곧 아쉽다는 듯 이야기했다.
“만약 연꽃잎을 또 쓸 수 있으면 몰랐을 텐데.”
“그럼 이번에는 너랑 나…… 그리고 무광 정도인가?”
“그래. 나머지는 유감스럽지만 조금 더 힘을 키우거나 아니면 저번처럼 다른 성좌들이 내려왔을 때 도움이 될 거다.”
바르체의 말.
그에 김주혁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슬슬 내려오겠지?”
“뭐 솔직히 이쯤 됐으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언제 내려와도 이상하지 않은 정도가 되기는 했다만.”
“쯧, 이제는 언제 내려올 건지만 좀 알려줬으면 좋겠네.”
혀를 차며 말하는 김주혁.
그리고 그 순간.
“!”
김주혁은 자신의 시야가 비틀리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XXXX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느낌과 동시에 보이는 풍경.
“오랜만이네.”
낡은 판자들을 본 김주혁은 곧바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자리에 앉아있는 길잡이를 바라보았고.
“?”
곧 김주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길잡이의 달라진 점을 알아볼 수 있었다.
“너, 모자는 어디 갔냐?”
그것은 바로 항상 김주혁을 만날 때마다 쓰고 있었던 길잡이의 고깔모자가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엔간한 것들보다 훨씬 큰, 마치 마녀가 쓰는 것 같은 고깔모자가 사라진 뒤 보이는 것은 바로 붉은색의 웨이브진 장발.
그 모습을 보며 김주혁이 묻자 길잡이는 김주혁을 빤히 바라보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내 왜인지 모를 실망감을 드러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에 김주혁은 슬쩍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그녀와 마찬가지로 어깨를 으쓱이며 길잡이의 앞에 마주 앉았고.
그에 길잡이는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곧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위험해.”
“갑자기?”
길잡이의 말에 갑작스럽다는 듯 대답하는 김주혁.
그러나 길잡이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김주혁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정말이야. 이번에 내려오는 존재는 정말 위험해.”
“아니, 그 정도라고?”
적어도 지금까지 생각했을 때 길잡이가 그를 이렇게 불러와 위험하다고 하며 주의를 준 적이 없었기에 김주혁은 길잡이와 마찬가지로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었고 그에 길잡이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미궁주가 파수꾼을 고용했거든.”
“파수꾼……? 파수꾼은 또 뭐야?”
김주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길잡이는 복잡한 심경을 나타내는 듯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침묵을 이어나가더니 곧 파수꾼에 대해 설명했고.
곧 그녀의 설명을 전부 들은 김주혁은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이레귤러인 나를 죽이기 위해서 전문적인 처리반을 내려보냈다는 거네?”
“맞아, 그것도 상당히 강한 녀석이야.”
“누군데?”
김주혁의 물음.
그러나 길잡이는 고개를 저었다.
“누구인지는 몰라.”
“누구인지 모르는데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김주혁의 대답에 파수꾼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했다.
“누구인지 모르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어, 중요한 건 미궁주가 고용한 게 파수꾼이라는 거지. 애초에 파수꾼은 이레귤러를 처리하는 전문적인 사냥꾼들이야.”
“한마디로, 절대로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거지?”
“그래, 내가 계속해서 말했듯 네가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도 있어. 아무튼 이번 싸움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조심해야 해.”
굉장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여는 길잡이.
그에 김주혁은 잠시 고민하다.
“지금 내가 그 파수꾼이라는 놈과 붙으면 쪽도 못 쓸 정도야?”
곧 이야기했다.
XXXX
단련실.
길잡이와 이야기를 하고 돌아온 김주혁은 이내 무광과 바르체를 불러다 놓고 이야기했다.
“……파수꾼?”
바르체의 물음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던데.”
“파수꾼. 파수꾼이라…….”
“뭐 아는 거 있냐?”
김주혁의 물음.
그에 바르체는 고개를 저었고.
그 옆에서 한참이나 고민을 하고 있던 무광은.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기는 하지만 우선 알고 있는 거라면 있습니다.”
“어, 그래?”
김주혁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무광.
“저는 멸망의 탑주와는 다르게 새로운 이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원래 ‘밖’에 있을 때도 이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한마디로 밖의 정보라면 정말 최소한도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듣던 중에 굉장히 좋은 소식이네, 항상 아무것도 모르는 바르체랑 다르게 말이야.”
“큼.”
김주혁의 험담에 노골적으로 헛기침을 하는 바르체.
“그래서, 파수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뭔데?”
그의 물음에 무광은 짧게 생각한 뒤 곧바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선 제가 알기로 그들은 미궁에 나오는 이레귤러들을 처리하는 직업을 가진 전문적인 사냥꾼들입니다.”
“뭐, 돈 받고 일하는 용역 같은 녀석들인 건가?”
“그렇습니다. 다만 파수꾼들의 경우 돈을 받는 것이 아닌 이름을 받습니다.”
“이름을?”
“예. 그리고 또 떠오르는 정보라면…… 파수꾼은 전체적으로 나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강한 힘이라.”
김주혁이 중얼거리자 바르체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길잡이한테 물어봤다고 하지 않았나? 싸우면 어떻게 될지 말이야. 어떤 대답을 받았지?”
“모른대.”
“뭐?”
“모른다고.”
김주혁은 그렇게 말하며 아까 전 길잡이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는 잘 모르겠어. 당장 네 성장력이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그게 파수꾼한테 먹힐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하는 거야.’
‘네 말처럼 쪽도 못 쓰고 패배할 거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도 솔직히 대답해 줄 수 없어. 솔직히 나도, 지금 내려오고 있는 파수꾼이 누군지도 모를 분더러 파수꾼들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결국 그녀와의 대화에서 얻은 정보는 지금 내려오는 존재가 파수꾼이라는 녀석이라는 것과 더불어 굉장히 강하다는 것.
김주혁은 그렇게 정리해 바르체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아무래도 정말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군.”
바르체의 말을 끝으로 5일 뒤.
[무신문의 도살자가 검은 구멍이 사라짐과 동시에 누군가가 현세로 향했다고 말합니다!]김주혁은 정확히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나려는 시점에 지랄이에게서 파수꾼이 왔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곧 이면의 지배자의 능력을 이용해 파수꾼이 내려온 곳을 향해 움직인 김주혁은.
“…….”
곧 거대한 초원에서 마치 자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서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 남자에게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목에 걸고 있는 검붉은 염주.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그 염주의 중앙에 관리를 하지 않은 듯 자라있는 수염이 보였다.
허나 언밸런스하게도 그다음 김주혁의 시선에 밟힌 것은 바로 부채.
마치 지략가들이나 들고 다닐 것 같은 깃털로 만든 부채를, 척 봐도 우람한 덩치를 지니고 있는 남자가 들고 있었다.
물건 하나하나에는 고풍스러움이 담겨있으나 전체를 바라보면 굉장히 기묘한 조합으로 보이는 남자의 모습.
그러나 김주혁은 그 언밸런스하고, 언뜻 보면 웃길 수도 있을 것 같은 모습을 보고도 감히 웃을 수 없었다.
그것은 바르체와 무광도 마찬가지.
파수꾼이 내려왔다는 소식에 그와 함께 이면의 지배자의 힘을 빌려 초원으로 넘어온 둘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
김주혁을 포함해 그를 마주보고 있는 모두는 본능적으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너구나?”
바로 눈앞의 남자가.
“내 제자를 죽여버린 놈이.”
터무니없는, 강자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