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05
◈ 205화. 신선(神仙)은 놀라고 말았다 (3)
바르체는 정신을 차렸다.
허나 정신을 차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정신을 차린 시점은 종리권이 김주혁을 압도적으로 찍어누르던 시점이었으니까.
츳-!
종리권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하는 그림이 나오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달려드는 김주혁.
그러나 종리권은 그런 김주혁의 필사적인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쳐낸다.
그 시점에서 누군가는 바르체를 타박할 수도 있었다.
당장 정신을 차린 바르체는 어째서 동료의 싸움을 지켜만 보고 있느냐고.
물론 바르체는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었다.
그가 공격에 당해 순간 정신을 잃기는 했으나 바르체는 고작 그 공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바르체가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빈틈을 노려야 한다.’
바로 빈틈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현재 종리권이 보여주는 무력은 압도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당장 지금 이 시점에 제일 강한 김주혁을, 종리권은 아무렇지도 않게 가지고 놀고 있었으니까.
‘만약 김주혁이 진짜 죽기 직전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겠지만.’
그런 존재에게 조금이라도 유효타를 내기 위해서는 기습보다 좋은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바르체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때를 기다리려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바르체의 생각은 쓸데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군.’
그 이유는 바로 김주혁이 종리권의 싸움에서 아예 패배했기 때문.
땅바닥에 처박혀 더 이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김주혁과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는 종리권을 보며 바르체는 어쩔 수 없이 마력을 끌어모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이런 씨발.”
-지 못했다.
붉은 부적을 보며 사정없이 욕을 내뱉고 있는 종리권.
김주혁과 싸울 때만 해도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었던 모습을 떠올린 바르체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그런 종리권을 바라보았고.
이내 종리권은 그 자리에서 김주혁을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더니 곧 그의 앞에 하나의 작은 병과 무엇인가 휘갈긴 부적을 내려두곤.
“미궁주 이 개새끼가…….”
라는 말을 남겨둔 채로 갑자기 부적을 사용해 사라졌다.
그로부터 잠시의 침묵.
그에 바르체는 곧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마력을 흩뿌려 종리권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곤 빠르게 몸을 움직여 김주혁이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아.”
바르체가 김주혁에게 도달한 순간.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종리권이 낮은 탄성을 내뱉으며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
그에 굉장히 긴장한 표정으로 종리권을 바라보는 바르체.
순간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상념이 흐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공격이 오려나?
먼저 쳐야 하나?
고속으로 회전하는 바르체의 머릿속.
그러나.
그런 바르체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종리권은.
피식.
이내 피식하는 웃음을 짓고는 이야기했다.
“역시, 그 머저리 새끼가 이런 걸작을 만들어낼 리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이제야 알겠군. 역시 너였나?”
“……?”
종리권의 말에 순간 핀트를 잡지 못했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은 바르체.
그러나 종리권은 그런 바르체의 멍한 표정에도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거, 그렇게 멍청한 표정 지을 필요 없다. 대충 전후사정은 전부 파악했으니까. 견적이 나오는군. 그동안 어디에 가 있었나 했는데 이런 데에 있었나?”
마치 모든 것을 알아챘다는 듯 이야기하는 종리권.
그러나 바르체는 여전히 침묵했다.
그도 그럴 게.
‘이 새끼, 뭔 소리 하는 거지?’
바르체는 현재 종리권의 대화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그가 말하는 것들 중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기에 바르체는 그저 묵묵히 종리권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바르체의 반응을 살피던 종리권은 순간 뚱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곤 이야기했다.
“뭐, 예나 지금이나 덩칫값 못하게 조심스러운 건 똑같군. 그럼 네가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으니 더 이상 묻지는 않도록 하지.”
아니, 뭘 묻지 않는 건데요?
솔직히 이쯤 되면 바르체의 과거를 너무나도 확정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에 궁금해진 그였으나 여전히 입을 열 수는 없었고.
그런 바르체의 의중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종리권은 불평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근데 그래도 여기 내려왔을 때 눈짓으로 대충 상황 이야기는 해줄 수 있지 않나?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
“괜히 이름 좀 벌러 나왔다가 초상 치를 뻔했잖아?”
“…….”
저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바르체였으나 그는 곧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 그는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었으니까.
애초에 자기만 아는 이야기를 혼자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허나 그런 바르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리권은 손을 슥슥 휘적이더니 이야기했다.
“아무튼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할 테니까 걱정 말고, 내 이야기도 좀 잘해주고.”
알지? 라고 말하며 바르체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는 종리권.
그 묘한 압박감에 바르체는 결국.
끄덕.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그에 미소를 지은 종리권은.
“좋아.”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부적을 사용했고.
부적이 발동되던 중, 종리권은 무엇인가 할 말이 떠올랐다는 듯 살짝 웃음을 짓더니.
“아, 그리고 위에 똘똘한 놈으로 잘 뽑았더라.”
“?”
“그럼 위에 선물도 놓고 갈 테니까. 다음에 보자고.”
이내 그렇게 이야기하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홀로 남은 바르체는.
“????”
한동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XXXX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고급 병실.
“……이걸 주면서 그 녀석이 사라졌다 이거야?”
“그래.”
그곳에서 김주혁은 바르체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자그마한 병을 들어 보았다.
마치 거대한 호리병을 아주 조그마하게 조각해 놓은 듯한 모습.
그것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던 김주혁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몇 번이고 주무르더니 이야기했다.
“이게 도대체 뭔 상황이야?”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김주혁의 물음.
솔직히 말해 김주혁으로서는 정신이 들자마자 들은 소리가 굉장히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우리를 뒤지게 패다가 그렇게 다 후드려 패더니 마지막에는 이 병이랑 이 쪽지를 두고 사라졌다고?”
김주혁은 그렇게 말하며 부적에 써 있는 말을 읽었다.
[못 알아봤소. 선물들 드리고 가지.]단 한마디.
도대체 뭘 못 알아봤다는 것인지는 쓰여 있지 않은 담백한 한마디는 김주혁의 궁금증을 극도로 증폭시켰기에 김주혁은 한동안 그 쪽지를 바라봤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바르체는 곧 이야기했다.
“우선, 한 가지 이야기해 보자면 그 공청석유는 분명 영약 중에 영약이다.”
“……이 쪼그만 게?”
“그래, 산군일 때의 기억을 찾아보니 그 공청석유라는 게 굉장히 대단한 영약인 것 같더군.”
“그걸 도대체 왜 나한테 주는데?”
김주혁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종리권을 떠올렸다.
그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도 그저 몇 개의 종이 쪼가리로 김주혁을 아무렇지도 않게 농락했다.
한마디로 김주혁을 가볍게 뛰어넘는 강자라는 소리.
그런데 자신을 죽이러 온 그런 강자가 도대체 왜?
김주혁의 머릿속에 아까와 같은 의문이 몰아치고 있자 잠깐 생각을 정리하듯 입을 다물고 있던 바르체가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이야기로 대충 추측을 해보면 그는 나와 너를 아는 듯했다.”
“나를 안다고?”
“그래, 더 정확히는 300년 전의 과거가 아닌, 더 과거의 너와 나를 아는 듯하더군. 그 녀석은 마치 나를 아는 듯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야. 그와의 대화는 아까 이야기해 주지 않았나?”
바르체의 물음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서 대화를 못 따라가고 있는데 혼자서 씨부리다가 갔다며?”
“……뭐, 그렇지. 그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해 보면 분명 그 남자는 눈치채고 있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를 안다는 듯 행동했다. 거기에-”
바르체는 김주혁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마 정말 과거의 너와 나는 어떤 관련이 있던 것 같더군.”
“너와 내가?”
“이야기를 들어보면 종리권은 내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너도 관련이 되어있다는 투로 이야기를 했다.”
바르체의 말.
그에 한동안 침묵하던 김주혁은 곧 짜증이 도진다는 듯 사정없이 인상을 찌푸렸으나 바르체는 어깨를 으쓱이다 문득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면.”
“또 왜?”
“그 녀석이 했던 말 중에 두 개 전하지 않았던 말이 있다만.”
“그건 또 뭔데?”
“한 가지는 위에 똘똘한 놈으로 잘 뽑았다는 말이랑.”
“……?”
“다른 한 가지는, 위에 선물을 두고 가겠다고 하더군.”
“……선물?”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의문을 품었다.
XXXX
“크, 꼼짝없이 장난질에 당해버렸군.”
창주는 눈앞의 파수꾼, 아니 종리권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이유는 창주가 미궁주의 부름에 의해 미처 비안을 보지 못한 사이에 그가 일을 모두 처리했다는 듯 비안에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
종리권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창주.
그의 시선은 종리권에 향해 있었으나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비안으로 걸음을 움직이고 싶었다.
그는 지금 당장, 그분의 생사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그분의 생사를 확인한 뒤에는-
창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종리권을 노려보고 있자 그는 재미있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더니-
“역시, 똘똘한 놈으로 잘 뽑았단 말이야.”
-이내 그렇게 이야기했다.
“……?”
“아, 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래에 있는 녀석이랑 이야기는 잘 끝내 놨으니까.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
“?”
“그보다, 위에서 혼자 작업치느라 고생 좀 했겠군, 원래 혼자 작업치는 게 쉽지 않은데 말이야. 그렇지?”
“??”
“허, 너나 그 녀석이나 아주 조심성이 대단하구만? 그 머저리가 이곳을 굳이 들여다볼 것 같나? 내가 볼 때는 절대로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겠다는 듯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종리권을 바라보는 창주.
그러나 종리권은 창주가 자신을 어떻게 보건 말건 피식 웃으며 그의 팔에 손을 얹고는.
“자.”
“……?”
그의 손에 무엇인가를 쥐어주었다.
“아마 일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종리권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곧바로 자리에서 떨어지더니 이내 비안의 너머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거, 나중에 일처리 잘 끝나면 내 이야기 좀 잘 해줘라. 알았지?”
종리권은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곧 비안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포탈으로 향해 미궁주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거기에 남은 창주는.
“……??”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한 장의 부적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