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08
◈ 208화. 이름 되찾기 (2)
성좌.
어느 소설이나 기타 판타지 매체에서 성좌들은 어떠한 업적을 달성해 신좌에 오른 이들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되지만 이 세계의 성좌들은 다르다.
애초에 이 세계에서 통용되는 성좌들은 여타 매체처럼 위대한 업적을 쌓아 신좌에 오른 이들이 아닌, 300년 전 미궁주에게 이름을 빼앗긴 이들이 된 것이었으니까.
“……이름을 되찾을 수 있다고?”
조금은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되묻는 바르체.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르체에게 길잡이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쭉 하기 시작했고.
곧 그 이야기를 전부 들은 바르체는 한동안 침묵하며 김주혁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정리하듯 침묵했다.
그리고 그런 바르체의 모습을 보고있던 김주혁은 아까 전 길잡이에게 들었던 내용을 다시 한번 회상했다.
‘지금 네가 들고 있는 침은 바로 네가 마력을 불어넣기만 하면 단번에 네가 있는 미궁의 밖으로 보내줄 수 있는 물건이야. 정확히 말하면 너를 미궁주가 관리하는 윤회소에 보낼 수 있는 물건이지.’
‘그리고 동시에, 네가 내 생각대로 그 물건을 사용해 미궁의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면 너는 지금 너희 세계에서 성좌라고 불리는 이들의 이름을 되찾아 줄 수 있어. 물론 너와 함께 있는 바르체도…… 내 생각이 맞다면 아마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네가 모든 성좌의 이름을 되찾아 줄 수 있는 건 아니야. 애초에 너 혼자서 대공동에 있는 이들의 이름을 모두 찾아서 내려보낼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다만, 우선 그렇게 해서 네가 미궁의 밖에서 이름을 되찾아오게 된다면 그때부터 돌이킬 수 없어. 미궁주는 우선 네가 미궁 밖으로 빠져나와 이름을 가져갔다는 것을 알게 될 거고, 아마 녀석은 틀림없이 그냥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들 거야.’
‘별반 다를 거 없지 않냐고? 아니, 확실히 달라. 미궁주는 지금 ‘너’를 죽이기 위해 여러 가지 수작질을 부리긴 했지만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하지 않았어. 이름이 아까우니까. 다만 이제 네가 이름까지 훔쳐 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녀석은 망설이지 않을 거야.’
그때부터 너는 미궁주가 정해놓은 선을 넘는, 굉장히 위험한 인물이 될 테니까.
김주혁은 길잡이의 마지막 말을 떠올림과 동시에 준비가 되면 보석을 사용해 찾아오라고 하던 그녀의 얼굴을 한번 떠올리고는 바르체를 바라봤고.
“…….”
바르체는 한참이나 말을 하지 않고 숨을 죽이고 있더니 곧 정리가 끝났다는 듯 이야기했다.
“과연, 그래서 선전포고라고 말하는 건가.”
“그래, 우선 나침반을 사용해 미궁주가 가지고 있는 이름을 털고 나면 그때부터는 돌이킬 수 없다 이거지.”
“만약 미궁주가 이 세계를 그냥 멸망시키려고 한다면…… 멸망의 탑을 내려보내겠군.”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마 그렇겠지? 우선 길잡이도 내가 윤회소에 들러 이름을 터는 그 순간부터 미궁주가 멸망의 탑을 내려보낼 거란 말을 하더라고.”
김주혁의 대답에 바르체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물었다.
“그럼 우선 네가 그 바늘을 쓴 시점부터 너는 미궁주랑 한판 붙게 되는 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김주혁은 그렇게 말하며 바르체가 보고 있는 바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바르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 바늘을 써서 윤회소에 가게 되면 네가 있을 수 있는 시간은 5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군.”
“5분이 지나면 강제적으로 귀환하게 된다고 하더라고.”
김주혁의 말에 바르체는 한동안 바늘을 바라보더니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미궁의 벽을 뛰어넘어 윤회소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아티팩트가 제약이 없는 게 더 이상하긴 하군. 아니, 오히려 이 경우에는 제약이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역시 지금 상태에선 혼자서 미궁주를 조지는 건 불가능하겠지?”
김주혁의 물음.
그에 바르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했다.
“아마 혼자서 미궁주를 처리하는 건 지금의 너로서는 힘들 거다.”
“……종리권, 그 녀석보다 미궁주가 강하려나?”
“유감이지만 나는 미궁주가 얼마만큼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이걸 물어보려면 나한테 묻는 것보다는 무광한테 묻는 게 낫지 않나? 애초에 녀석은 어느 정도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그걸 내가 몰라서 안 물어봤겠냐? 쟤는 아무리 물어봐도 별 도움이 안 되니까 안 물어보는 거지.”
“그것도 그렇긴 하군.”
김주혁과 무광이 대화하는 모습을 한번 확인했던 바르체로서는 그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미궁주가 얼마나 강한지 좀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김주혁.
그에 바르체는 이야기했다.
“뭐,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거라 섣불리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마 미궁주의 강함은 여동빈과 종리권 그 사이라고 잡고 보면 될 것 같긴 하군.”
“……여동빈과 종리권이면 그 차이가 좀 심하지 않나?”
“많이 심하지만 어쩌겠나?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타당한데.”
“그것도 그렇긴 하네.”
김주혁의 대답을 들은 바르체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화제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선전포고는 언제 할 예정이지?”
“…….”
바르체의 물음에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고민하는 김주혁은 곧 이야기했다.
“내가 확실히 생각을 좀 해봤는데 말이야. 결국 미궁주를 죽이지 않는 이상에야 계속 위쪽에서 나를 죽이러 오는 녀석들이 내려올 거 아니야?”
“그렇지.”
“그리고 그중에서는 종리권처럼 내 실력을 철저하게 웃도는 녀석이 올 수도 있고.”
“그것도 맞다.”
“만약 그때에도 이번처럼 운이 좋아 어떻게 넘어간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기적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하리라는 법도 없잖아?”
“뭐…… 그렇지?”
“그러니까.”
김주혁은 바르체를 바라보며.
“지금부터 일주일 뒤에, 바로 시작할 거야.”
그렇게 이야기했다.
XXXX
모든 것이 흑단으로 이뤄져 있는 방.
그곳에서 미궁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으나.
“…….”
최근 미궁주를 만난 이들은 현재 그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매우 잘 알 수 있었다.
‘……어째서 호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는 거지?’
그 이유는 바로 파수꾼 때문이었다.
파수꾼.
그들은 기본적으로 미궁주들의 의뢰를 받아 일을 처리하고 그 보답으로 이름을 가져가는 이들이다.
그리고 대부분 미궁주들은 파수꾼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유는 두 가지.
한 가지 이유는 이미 파수꾼을 불러야 하는 시점이면 미궁주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었고.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바로 파수꾼을 불러 의뢰를 주는 데에 필요한 비용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거의 대부분의 미궁주들은 파수꾼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파수꾼과의 거래를 끊지 않았다.
결국 좋고 싫음을 떠나 파수꾼은 미궁주의 입장에서는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미궁주가 파수꾼을 필요로 하듯, 파수꾼도 미궁주를 필요로 한다.
우선 미궁주의 의뢰를 한번 들어주면 그들은 과하다 못해 불공정하다고까지 생각되는 보수를 한 번에 받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파수꾼들은 미궁주의 의뢰를 매우 달가워한다.
그런데.
“…….”
그렇게 미궁주의 의뢰를 받고 싶어하는 파수꾼이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고.
그렇게 그가 소리 없는 짜증을 내던 도중.
“이곳의 미궁주가 의뢰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맞나?”
한 남자가, 미궁주가 있는 공간에 발을 들였다.
“……파수꾼인가?”
“의뢰를 찾아왔는데 당연하지.”
미궁주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간의 두개골을 꿰어 만든 목걸이.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그의 오른손에 쥐여 있는, 족히 3M는 넘어 보이는 크기를 가진 선장(禪杖)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궁주는 자신을 찾아온 남자의 정체를 간파할 수 있었다.
“……유사하(流沙河)의 망령인가.”
“그런 이름으로도 많이 불리기는 하지.”
미궁주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미궁주의 앞에 앉는 유사하의 망령으로 불리는 남자는 곧 그를 마주보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의뢰 내용을 들어보고 싶은데. 가능한가?”
“당연히 가능하다.”
미궁주는 그렇게 대답하며 곧 그에게 종리권 때와 같이 의뢰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이번 수확량의 50%를 넘기도록 하지.”
곧 이어지는 미궁주의 말투에 남자는 매우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이 꽤 괜찮군. 처리해야 할 녀석이 셋이라는 건 조금 귀찮지만 그걸 제외하고 생각해 봐도 나쁘지는 않아.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군.”
“……무엇이 이상하다는 거지?”
미궁주의 물음.
그에 유사하의 망령은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렇게 좋은 조건인데 왜 아무도 의뢰를 수행하지 않았지? 내가 이런 말을 하기에는 조금 뭣하다만 나는 이곳에 조금 늦게 도착해 이미 의뢰를 받은 자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남자의 말.
그에 미궁주는 대답하려 했으나.
우우웅-!
“……이런, 잠시 실례하도록 하지.”
곧 그 남자는 자신이 목에 걸고 있는 해골 목걸이 중 하나에 보랏빛의 불꽃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미궁주의 말을 제지한 뒤 손가락을 움직였다.
우웅-!
남자가 손가락을 움직이자마자 보랏빛 불꽃을 내고 있던 해골은 일순 크게 불꽃을 내뿜더니 곧 남자의 귀를 불꽃으로 덮어버렸고.
그 상태에서 남자는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무슨 일이지 오능? 지금은 일 중이니 사적인 이야기라면 나중에 하도록 하지.”
“그래, 지금 일 중이다.”
“뭐,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있기는 했으나 아직 의뢰자가 아무도 없어 우선 계약을 체결하려는 중이지.”
“혹시라도 얻어먹을 생각하진 마라.”
평범하게 진행되는 대화.
그러나.
“……뭐?”
곧 남자는 이상한 것을 들었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고.
유사하의 망령은 시선을 돌려 미궁주를 한번 바라보았으나.
슥-
이내 시선을 돌린 그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게 정말이냐? 거짓말이 아니고?”
“조금 더 자세히 말해봐라.”
이어지는 대화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미궁주.
그러나 그는 그저 잠자코 파수꾼의 용무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알겠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귀를 덮었던 불꽃을 회수한 유사하의 망령은.
“미궁주.”
“용무는 다 끝났나?”
“미안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그게 무슨?”
“의뢰를 받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거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잠깐……!”
그에 저도 모르게 유사하의 망령을 불러세우는 미궁주.
그러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채 조금은 떨리는 눈동자로 한번 미궁주를 쳐다보고는 망설임 없이 등을 돌리더니.
“잘 있어라.”
망설임 없이 사라져버렸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미궁주는.
“…….”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망령이 사라진 곳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