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11
◈ 211화. 선전포고 (2)
길잡이에게 한동안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김주혁은 곧 이야기했다.
“자 그럼 정리.”
“이야기해 봐.”
“첫 번째, 우선 바늘에 마력을 집어넣어 한 방에 윤회소로 텔레포트한다.”
“음.”
길잡이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해보라는 듯 눈빛을 보내자 김주혁이 이어서 이야기했다.
“두 번째, 윤회소라는 곳으로 텔레포트 한 뒤 곧바로 가운데에 있는 석판의 오른쪽 끝을 눌러 내부에 있는 나무를 찾는다.”
끄덕.
“세 번째, 그렇게 나무를 찾은 뒤에는 길잡이 네가 이야기한 대로 성좌가 되어 있는 제자들의 무기를 들고 가 수많은 나무에 열린 과실 중 내가 찾아야 하는 과실을 찾는다.”
“맞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번째, 그 과실을 찾은 직후 곧바로 윤회소 중앙의 석판 아래에 있는 구멍에 넣고 귀환한다…… 틀린 거 있나?”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완벽해. 다만 어느 정도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건 있겠네.”
“어느 부분이?”
“우선 첫 번째로 윤회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네게 주어진 시간은 끽해야 5분 정도야, 물론 그보다 조금 더 버틸 수도 있지만 그래봤자 6분이 한계란 소리지.”
“무조건 6분 이내에 모든 일을 끝내야 한다?”
“맞아.”
“두 번째는?”
“이건 내가 아까도 설명했지만 너는 네가 찾으려고 하는 녀석들의 무기를 모조리 들고 가야 해. 윤회소 내부에 있는 나무들은 그 수도 많을뿐더러 과실은 나무보다도 많으니까.”
“성좌들의 무기를 들고 가면 과실이 빛난다고 했나?”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정확히 이야기를 하자면 그냥 빛이 난다기보단 서로의 마력 파장에 끌리게 돼서 고유의 색이 발산되겠지.”
길잡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김주혁은 확인하듯 되물었다.
“주의할 점은 이걸로 끝인가?”
“맞아. 이제 네가 할 일은 나침반으로 윤회소에 가서 확실하게 선전포고를 하기만 하면 돼.”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곤 곧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렇게 선전포고를 한 뒤에는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선전포고를 한 뒤에?”
“그래, 우선 선전포고를 하게 되면 미궁주도 나를 망설임 없이 죽이려고 할 거라며? 그럼 멸망의 탑을 내려보내려고 할 텐데 그때부터는 어떻게 할 거냐 이 말이지.”
김주혁의 물음.
그에 길잡이는 기다렸다는 듯 스윽 웃으며 이야기했다.
“당연히 선전포고 이후에도 계획이 있지. 설마 내가 정말 미궁주를 열받게 하는 거 하나만을 바라보고 이런 일을 벌일 줄 알았던 거야?”
“뭐어, 그렇지 않을 거라는 짐작을 하기는 했지.”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여전히 입가에 지은 웃음을 지우지 않고는 곧 그에게 무엇인가를 넘겨주었다.
“이건?”
“안 그래도 네가 떠나기 전에 넘겨주려고 했어.”
길잡이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받은 내용물의 정체를 파악한 김주혁은 곧 고개를 갸웃거렸다.
“……씨앗?”
씨앗.
현재 길잡이가 넘겨 김주혁의 손 위에 놓여 있는 것은 불그스름한 빛의, 조금은 거대하다는 표현을 해도 될 정도의 씨앗이었다.
“그걸 윤회소 안쪽에 있는 토지에 심어놔.”
“안쪽이라면…… 네가 말했던 나무들이 자라는 곳에 심어 놓으라는 거지?”
“맞아.”
“어디에? 그냥 아무 데나 심어도 되나?”
김주혁이 씨앗을 바라보며 묻자 길잡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음, 하는 소리를 내며 말을 멈추더니 곧 답했다.
“아무 데나 심어도 되기는 한데 되도록 토지 중앙에 심는 게 좋긴 하지.”
“이게 뭔데?”
“내 비밀병기야.”
“……네 비밀병기?”
김주혁이 묘한 표정으로 되묻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래, 내 비밀병기, 선전포고 이후에 미궁주한테 엿을 제대로 먹임과 동시에 우리의 계획을 더 확실하게 만들어 줄 물건이지. 그러니까 되도록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심어두고 와줘.”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이 씨앗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싶었으나 곧 어깨를 으쓱이며 씨앗을 집어넣었다.
어차피 자세한 설명은 윤회소에 씨앗을 심어 놓고 들으면 될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곧 씨앗에 대한 화제를 덮어놓고 지난 일주일간 길잡이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화제를 꺼냈다.
“내가 이번에 새롭게 기억을 찾았는데 말이야…….”
그것은 이번에 되찾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
물론 길잡이는 김주혁의 기억에 제대로 답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몇 번 이야기 했었으나 그럼에도 김주혁은 물음을 던졌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에 대해서라면 길잡이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길잡이는 내가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를 듣는 것을 경계한다.’
허나 말 그대로 길잡이가 경계하는 것은 그것뿐, 그녀는 김주혁이 이런저런 정보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아 나가는 것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실제로 그녀는 저번에도 김주혁에게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아야만 한다고 이야기했었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질문을 던졌고.
“……해골 머리로 만든 목걸이를 차고 있는 남자라.”
그에 길잡이는 반응했다.
“알려줄 수 있나?”
묻는 김주혁.
그에 길잡이는 잠시 김주혁을 바라보며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건 어렵지 않아.”
“?”
“왜 그런 표정이야?”
“아니, 은근히 알려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는 했는데 또 이렇게 시원하게 알려줄 줄은 또 몰랐거든.”
김주혁의 대답에 길잡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이건 알려줘도 괜찮을 것 같아서.”
길잡이는 곧바로 이어서 말했다.
“아마 네가 본 그 기억 속의 남자는 유사하의 망령일 거야.”
“……유사하의 망령?”
김주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말하는 길잡이.
“우선은 여기까지.”
“엥? 다 알려주는 거 아니었어?”
김주혁이 불평했으나.
“사실 이 정도만 알려줘도 전부 알려준 것과 다름 없는 거야. 이제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보는 걸로 해. 내가 저번에도 이야기했듯이.”
길잡이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네 스스로 정체를 깨닫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는 것보다는 무조건 혼자 깨닫는 것이 좋을 테니까 말이야.”
XXXX
미궁주의 기분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미궁을 방문한 파수꾼은?”
“아직 없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미궁주가 아무리 호출을 해도 일주일 전 그를 찾아왔던 유사하의 망령을 끝으로 파수꾼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었고.
“그렇다면 도주는?”
“마찬가지로 아직…….”
으득-!
바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오주(五主)중 한 명인 도주가 미궁주가 호출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코빼기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새끼들 진짜……!”
꽝 콰지지직!
정말로 신경질이 난다는 듯 주먹을 내리쳐 흑단으로 만들어진 책상을 개박살 내버린 미궁주는 화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 자신이 앉아있던 나무의자의 걸이를 잡아뜯어 버렸다.
우지지직-!
마치 종이를 찢듯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뜯어지는 나무.
그러나 그런 미궁주의 앞에 선 창주는 마치 석상이라도 된 듯 그런 미궁주의 앞에 가만히 무릎을 꿇고 있을 뿐이었고 한동안 화를 풀어내듯 여기저기를 내리치던 미궁주는.
“창주!”
“예.”
“지금부터 밖에 있던 나머지 주들을 모두 호출해라. 전부!”
“알겠습니다.”
곧 창주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하명하십시오.”
“‘탑’을 내려보내라.”
미궁주의 말이 들림과 함께 창주의 눈이 슬쩍 떠졌다.
“탑을…… 말입니까?”
“그래.”
창주의 되물음에도 더 이상의 번복은 없을 거라는 듯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미궁주.
그는 블라인드 너머로 고개를 돌려 창주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는 이야기했다.
“이번에 나타난 이레귤러는 여러모로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
“이레귤러의 무력은 높지 않을 거다. 그건 종리권이 돌아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하지만 그래도 그 녀석은 너무 위험해. 그 이름에 미친 파수꾼들이 미궁주의 호출을 듣지 않으니까 말이야.”
미궁주는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손에 묻어있는 나무 잔해들을 털어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다. 종리권이 그 녀석을 죽이지 않고, 그가 다녀간 뒤로 아무도 이 미궁에 의뢰를 받으러 오지 않는 걸 보면……!”
“그렇다면…… 탑을 내려보내면 되겠습니까?”
“그래, 거기에 기용할 수 있는 모든 이름을 내려보내라.”
미궁주의 말.
그에 창주는 고민했다.
이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 수 있는 선택지는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창주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탑을 내려보내면 되겠습니까.”
창주는 미궁주의 말을 듣기로 했다.
아직 지금은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매우 잘 알고 있었으니까.
“준비되는 대로 바로 탑을 내려보내라.”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창주.
그에 미궁주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손을 휘적이는 것으로 창주에게 나갈 것을 명령했고. 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미궁주가 있는 곳에서 빠져나왔다.
“…….”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온 창주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창주가 홀로 고민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
창주는 문득 윤회소 주변의 기류가 조금 이상하게 바뀌는 것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뭐지?’
살짝의 의문을 느끼는 창주.
그러나 창주는 곧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우우웅-!
창주의 눈앞에 거대한 마력구체가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윤회소의 주변에는 외부의 마력이 절대 간섭할 수 없게 되어있다.
허나 그런 법칙을 무시라도 하듯 갑작스레 창주의 앞에 만들어진 파란색의 구체는 맹렬하게 회전하며 그 범위를 늘려나가고 있었고.
창주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창을 부여잡고는 파란색의 구체를 노려보았다.
‘멈추기에는 늦었다.’
마력이 처음 생긴 시점이라면 창주가 마력에 간섭에 없앨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저 정도의 마력은 막을 수가 없었기에 창주는 어쩔 수 없이 전투자세를 취했고.
곧 주변의 마력을 찢어발기며 성장한 파란 구체는 순식간에 거대하게 변해 하나의 포탈을 만들어냈다.
그에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창을 들어 올리는 창주.
그러나.
“……!”
곧 창주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
“?”
“???????”
“???????”
조금 전에 길잡이에게 받은 바늘을 사용해.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윤회소로 올라온 김주혁도 마찬가지였고.
그에 창주는.
“스, 승님?”
멍하니, 눈앞에 나타난 김주혁을 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