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12
◈ 212화. 선전포고 (3)
김주혁은 잠시 아까 전을 회상했다.
그는 길잡이가 있는 낡은 판잣집에서 빠져나와 단련실에 온 뒤 곧바로 윤회소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당장 맨 처음에 시작한 것은 제자들의 무기를 챙기는 것.
물론 그 이외에도 추가로 이름을 빼올 수 있으면 빼 오고자 도왕과 설난신의 무기도 챙겼다.
그 이외에 챙긴 것은 바로 김주혁 본인의 무기인 촌검.
물론 이것은 김주혁의 무기라 전혀 가져갈 필요가 없었으나 그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 바르체였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겼다.
물론 그러다 보니 무기의 부피가 꽤 나가기는 했으나 상관없었다.
김주혁에게는 이면의 지배자에게 받은 아공간 주머니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해서 모든 준비를 끝낸 김주혁이 한 일은 단련실에 앉아 길잡이가 그에게 넘겨준 또 하나의 장비인 마법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길잡이가 알려주기로 윤회소에는 윤회소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한 명 있다고 한다.
그 윤회소를 지키고 있는 관리자의 강함은 미지수.
그렇기에 그녀는 김주혁에게 검정색의 마법구를 넘겨주며 이 마법구가 켜지는 순간 바늘에 마력을 넣고 움직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 말은 한마디로 마력구가 빛날 때가 관리자가 윤회소를 비워놓았다는 소리였기에 김주혁은 차분하게 마력구가 빛나기를 기다렸고.
곧 김주혁의 머릿속에 이 마력구는 도대체 어떻게 만든걸까 하는 의문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을 때, 검은색의 마력구가 어두운 광채와는 모순되는 새하얀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봄과 함께 김주혁은 곧바로 바늘에 마력을 불어넣었고, 곧 그는 성공적으로 윤회소로 갈 수 있는 포탈을 열었다.
다만 문제는 그다음.
그가 들어가기 위해 포탈로 향하는 순간 환하게 들어오고 있었던 마력구에 빛이 꺼져 버렸고 김주혁은 그 마력구의 모습을 보며 찰나 고민했으나 곧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어차피 포탈은 열렸고, 무엇보다도 이름을 훔치기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윤회소로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스승, 님?”
김주혁은 윤회소에서 자신의 제자를 만날 수 있었다.
다섯 번째 제자를.
‘잘못 본 건가?’
김주혁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그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회색빛의 머리.
그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역시나 300년 전에 그가 수도 없이 보아왔던 제자가 맞았다.
그리고 그 즉시 김주혁은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대공동에는 없었지.’
김주혁은 예전을 떠올렸다.
제자들을 모아 놓기 위해 대공동을 합쳐놓은 그때를.
그때 기준으로 김주혁은 지랄이를 포함해 네 명의 제자를 찾을 수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다섯 번째 제자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덕분에 김주혁은 혹시 다섯 번째 제자가 성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그또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다섯 번째 제자는 다른 녀석들에 비해서 충분히 강했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지금까지 와서도 어째서 대공동에 자신의 다섯 번째 제자가 없었는지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여기에 있었나.’
김주혁은 다섯 번째 제자를 바라봤다.
자신을 이곳에서 만날 줄은 전혀 몰랐다는 듯, 동그랗게 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자.
물론 당황스러운 것은 그의 제자뿐만이 아니라 김주혁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이름을 빼내러 적진에 들어왔더니 그 적진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곳의 관리자가 제자다.
당황스럽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떻게 스승님이 이곳에?’
김주혁의 제자…… 아니, 창주는 그보다도 더 당황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것은 창주가 스승님을 이곳에서 만날 줄은 아예 상상도 못하고 있었던 것 때문이기도 했으나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상황 때문이었다.
어찌보면 정말 명확하다고 할 수 있는 적진에서 스승님을 만났기에, 창주는 문득 두려움을 느꼈다.
이 상황이라면 정말 그 누구도 오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창주는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분명 언젠가 스승님을 만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언젠가라는 추상적인 말보다는 정말 반드시 스승님을 만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창주의 계획끝에서 스승님과의 만남은 자신이 하려던 모든 일이 끝난 뒤의 만남이었다.
이런 식의 만남은 전혀 예정에 없었던 것.
그렇기에 창주는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 필사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으나.
“오랜만이네.”
“!”
곧 창주는 김주혁의 한마디를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외견은 분명 달라지기는 했으나 그 모습은 틀림없이 예전 자신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던 스승님의 모습이 맞았으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는 한데 시간이 없으니까 좀 도와줘라. 이곳 관리자면 여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고 있는거지?”
이어서 나오는 김주혁의 말.
그에 창주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틀림없이 스승님이 적진에 있는 자신을 바라보고 오해를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니, 오해뿐만이 아니라 질책의 말과 더불어 스승님이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아 은연중 두려움을 가지기도 했다.
자신이 믿는 사람이 자신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은, 창주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끔찍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창주의 걱정과 다르게 그의 스승님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적진에 있는 창주를 나무라지도 않았고.
그는 적진에 있는 창주에게 배신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 대신.
“우선 제자들 이름 좀…… 아니, 이름이라고 해야 되나 과실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것 좀 따다줘라.”
믿음.
창주의 스승은 그 어떤 다른 감정보다도, 그저 믿음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감사해서.
“……예!”
창주는 저도 모르게 힘차게 대답했다.
XXXX
무척이나 거대한 산.
산 꼭대기에서 밖의 풍경을 한번 바라보는 순간 그 누구라도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는, 풍요로운 풍경이 보이는 그곳에서.
“후-”
두 남자가 대작을 하고 있었다.
한 남자는 바로 부채를 쥔 채 술을 들이키고 있는 팔선 중 한 명, 종리권이었고.
그런 그의 앞에서 마찬가지로 대작하고 있는 남자는 척 보기에도 굉장히 화려한 황금빛의 청룡갑을 입은 채 언월도를 들고 있는 한 남자였다.
“후…… 역시 이 풍경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단 말이야.”
정말 느긋한 표정으로 매우 편안하다는 듯 입을 여는 청룡갑을 입은 남자의 말에 종리권은 하하 하는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역시 풍경은 화산만 한 게 없단 말이야. 안 그렇나?”
“동감한다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기울이는 둘.
그러나, 어느 시점에 도달해 먼저 본론을 꺼낸 것은 바로 청룡갑을 입은 남자였다.
“그래서, 이번 일은 어떻게 된 건가?”
“이번 일이라니?”
“설마 모른 척하려는 건 아니겠지? 자네가 만악쪽의 미궁주의 의뢰를 받지 말라고 소문을 뿌렸다는 것을 듣고 왔는데 말이야.”
청룡갑을 입은 남자의 말.
그에 종리권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답했다.
“거 위에서 놀고 있으면서 그런 소식은 또 빠르군.”
“뭐, 세상을 살아가려면 정보에 능통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알고 싶나?”
“알고 싶지 않다면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이럴 때만 찾아오는 게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자네가 화딱지 난다고 박살내 버린 천궁 숫자만큼은 아니지 않겠나?”
“한마디도 지려고 하지를 않는군.”
“정보를 얻으러 왔는데 단 한마디 정도는 듣고 가야 하지 않겠나?”
청룡갑을 입은 남자의 말에 종리권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곧 이야기했다.
“뭐, 일이 좀 있었지.”
“그 일을 듣고 싶어서 온 거 아닌가.”
“꼭 듣고 싶나?”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조금은 조심스레 물어보는 남자.
그에 종리권은 잠시 생각하더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딱히 그 미궁만 관련되지 않으면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닐 것 같군.”
“그 미궁만 관련되지 않으면?”
“그래.”
“……그 미궁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러나? 아마 자네가 간 건 이레귤러 때문일 텐데 말이야.”
“그 이레귤러가 문제니까 그냥 그 미궁 근처에는 가지도 말게.”
“도대체 그 이레귤러가 누구길래?”
조금은 집요하게 묻는 청룡갑의 남자.
그에 종리권은 답했다.
“이쯤 말했으면 그냥 관심을 끄는 게 어떤가?”
“더 궁금해지는데 말이야. 그냥 이야기해 주면 안 되나?”
“우선 자네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성치 않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지금 내가 성치 않을지도 모른다 이야기하는 건가?”
“그래.”
종리권의 말에 남자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자네, 내가 이렇게 자네와 대작하고 있어서 가끔 잊어버리는 것 같네만, 내가 바로 하늘의 철좌군(哲左軍)일세.”
“그건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지.”
그에 답하는 종리권.
그에 철좌군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종리권을 바라봤으나.
곧.
“허나 아무리 철좌군이라도 흑몽(黑夢)을 거둘수는 없지않나?”
“……뭐?”
철좌군은 종리권의 말에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마치 잘못들었다는 듯 되묻는 그의 물음에 종리권은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했다.
“뭘 또 물어보고 있나? 자네가 귀머거리가 된 건 아닐 테고 말이야.”
“지금…… 흑몽이라고?”
“그래 우선 지금은 ‘흑몽’뿐이지.”
“…….”
종리권의 말에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는 굉장히 진중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 철좌군은 곧 상황을 정리하듯 입을 다물고 있다 말했다.
“그 말이, 정말인가?”
“만약 정말이 아니라면, 내가 그 쉬운 일을 하다가 다시 내팽개치고 올라왔겠나?”
“…….”
“거기에 더불어, 내가 굳이 파수꾼들한테 그렇게 귀찮음을 감수하면서 까지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었겠지.”
“미친.”
종리권의 말에 처음으로 입가에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은 철좌군.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본 종리권은 자신의 입가에 술을 한잔 털어놓고는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어지간해서는 절대로 그 미궁에 가지 마라, 아니 그냥 그 근처를 지나다니지 마. 괜히 시비가 걸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종리권의 말.
그런 그의 말에 철좌군은 처음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한참이나 유지하더니.
“아무래도, 이 이야기를 듣지 않는 편이 나을 뻔했군.”
이내 그렇게 이야기 하며 손을 자신의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
“내가 말했잖나. 듣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말이야. 이제 좀 알겠나? 세상에는 듣지 않아 좋을 것이 있다는 걸.”
“……평소에는 그 말에 몇 번이라도 반박해 줄 수 있었다만, 적어도 지금은 자네의 말이 맞는 것 같군.”
철좌군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종리권에게 가보겠다는 짧은 말만을 남긴 뒤 그대로 사라져버렸고.
그런 철좌군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종리권은.
“……나도 좀 안 건드렸으면 좋겠는데.”
괜스레 그렇게 중얼거리며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