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15
◈ 215화.좀, 많네요. (3)
“지금…… 뭐라고 했지?”
“…….”
미궁주의 물음에도 침묵하는 창주.
그는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런 창주를 빤히 바라보던 미궁주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팔걸이를 만지작거리더니-
콰드드드득!
이내 팔걸이를 종이처럼 찢어버리고는 악귀 같은 표정으로 창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뭐라고 했느냔 말이다!”
쾅!
팔걸이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채 창주를 바라보며 묻는 미궁주.
그에 창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열었다.
“아까 전, 보고를 하러 미궁주님에게 들렀을 때, 아무래도 침입자가 들었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레귤러인 것 같습니다.”
미궁주는 아드드득! 하면서 자신의 이를 꽉 물더니 창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지금 그딴 걸 진심으로 물어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대답한 건 아니겠지? 응!?”
“……죄송합니다.”
“도대체 그 빌어먹을 이레귤러가! 어떻게 미궁에서 윤회소에 올라와 그딴 개짓거리를 하고 갔냐 이 말이다!!!!”
마냥 눈빛으로 창주를 죽일 수 있다면 금방이라도 죽여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눈빛으로 미궁주를 바라보는 창주.
그러나 창주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침묵하더니, 곧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조력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조력자?”
“예. 제가 조금 전에 보고드렸다시피 윤회소에 침입한 것은 틀림없이 이레귤러입니다. 그리고, 절대로 이레귤러는 홀로 미궁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조력자가 있다?”
“예.”
“그 조력자가 누군데?”
“…….”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다시금 침묵을 유지하는 창주.
그에 미궁주는 너무나도 짜증이 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채 그를 노려봤으나.
“쯧.”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짧게 혀를 차고서는 다시금 자리에 앉아 창주를 굉장히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허나 미궁주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 잘못은 창주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애초에 창주는 자신이 정해준 시간에 맞춰 보고를 하러 왔을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윤회소에 이레귤러가 몰래 침입했을 거란 생각은 미궁주 또한 하지 못했다.
애초에 미궁 내에 있는 이레귤러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이런 식으로 한 번에 위로 올라오는 것은 그가 ‘연회’에 참석했을 때도 전혀 듣지 못했던 이야기였으니까.
“씨발…….”
하지만 그런 이유를 알고 있다고 해도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미궁주는 한동안 인상을 찡그린 채 몇 번이고 화를 삭이듯 한숨을 내쉬었고.
“멸망의 탑의 준비는 어떻게 됐지?”
“……우선 준비를 해놓으라고 말해두신 터라 준비는 거의 끝나갑니다.”
“더 정확히, 멸망의 탑을 내려보내기까지 얼마나 걸리냐 이 말이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대략 3일 정도면 완전히 준비가 끝날 것 같습니다.”
창주의 말.
그에.
“정해졌군.”
미궁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여전히 불편해 보이는 기분을 숨기지 않은 채 이야기했고.
“3일 뒤, 우선 멸망의 탑을 내려보낼 준비가 끝나면 별다른 보고 없이 곧바로 멸망의 탑을 내려보내라.”
그런 미궁주의 말에.
“알겠습니다.”
창주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XXXX
다음 날의 단련실.
“그러니까…… 이게 미궁주가 지금까지 이름을 수확하고 있던 이유라 이건가?”
바르체가 선과를 바라보며 입을 열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명목이라는 나무에 이름을 저장하면 나오는 선과라고 하더라고.”
“이걸 먹으면 네가 이름을 흡수하는 것처럼 단시간에 강해질 수 있다 이건가?”
“그런 거지.”
김주혁의 대답에 바르체는 묘한 표정으로 선과를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이 과일 하나를 얻기 위해 미궁을 운영하고 있었던 거군.”
“그래. 우선 들어보니까 미궁주가 이 지랄을 할 정도로 효과는 확실할 거라고 하더라.”
김주혁이 바르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선과를 한번 슥 보고는 이야기하자 그는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이건 총 몇 개가 있는 거지?”
“우선 죽창이가 챙겨준 걸 확인해 보니 총 19개 정도? 원래는 양이 더 많은 줄 알았는데 세보니까 19개 정도더라고.”
“그럼 이 선과는 네가 다 먹을 생각인가?”
“아니.”
바르체의 질문에 고개를 젓는 김주혁.
그에 바르체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곤 물었다.
“그런가? 오히려 내 생각에 이 선과가 그렇게 능력을 뻥튀기하는 능력이 있는 걸 보면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기보단 한 명이 모두 먹어 치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건 그렇지.”
확실히 바르체의 말은 일리가 있긴 했다.
다만 거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한 가지.
“이거, 한 번에 먹어 치우면 죽는다는데?”
“……뭐?”
“한 번에 먹어 치우면 죽는다고.”
“……어째서지?”
“1개째는 괜찮겠지만 2개째부터는 몸이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한마디로 혼자 다 먹어 치우고 싶어도 전부 먹어 치울 수가 없는 상황이라 이 말이군.”
정말 당연하게도 김주혁은 이 선과를 홀로 전부 먹어 치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허나 그가 섣불리 선과를 먹어 치우지 못한 이유는 바로 길잡이가 했던 말 때문.
‘이 선과는 분명 먹기만 하면 네 능력을 말도 안 되게 올려줄 거야. 괜히 미궁주들이 선과를 만드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심해야 해. 선과는 미궁주가 아닌 이상 연속으로 먹어 치울 수 없어. 무조건 한 개, 그 이상 먹으려면 최소한 1년 정도의 텀을 두고 먹어야 해.’
‘뭐? 만약 그냥 먹어 치우면 어떻게 되냐고? 그건…… 상상에 맡길게, 다만 한 가지 명심해. 절대로 선과를 한 개 이상 먹으면 안 돼, 너는 미궁주가 아니니까 말이야.’
그런 길잡이의 말 때문에 김주혁은 선과를 홀로 먹어 치우는 것을 포기하고 지금 당장 선과를 나눠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먹는데 1년 이상 걸린다면 그냥 썩혀두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전력이 되는 녀석들에게 나눠주는 게 이득이었으니까.
‘뭐, 그래도 너끈히 5개는 남을 것 같으니 그건 내가 챙기는 걸로 하고.’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뭐, 미궁주는 우리랑 뭐가 다른지 이걸 혼자 다 처먹어도 능력만 강화되는 것 같긴 한데. 나는 아니라니까 못 먹는 거지 뭐.”
김주혁이 어깨를 으쓱이자 바르체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선과를 한번 확인하고는 물었다.
“그럼, 이건 내가 먹으면 되는 건가?”
“그럼 먹이지도 않을 건데 주겠냐?”
“……그렇군.”
그렇게 말하며 선과를 바라보던 바르체는 문득 시선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김주혁을 바라보았다.
마치 관찰자의 시점으로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김주혁의 시선.
“……그 눈빛은 뭐지?”
바르체가 묘하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김주혁은 상관할 거 없다는 듯 손을 휘적이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먹어봐.”
“아니, 왠지 관찰하고 있는 표정이다만.”
“거 아니라니까? 빨리 먹어봐.”
“…….”
척 봐도 왠지 먹이면 안 되는 것을 누구 대신 먹어보려고 하는 것 같은 모습에 바르체는 묘한 찝찝함을 느꼈으나 이내 들고 있던 선과를 망설임 없이 입안으로 집어 넣었고.
우물우물-
곧 한동안 선과를 우물우물 씹던 바르체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으나 망설임 없이 선과를 먹어 치워 버렸다.
“……맛은 좀 별로군.”
그렇게 평가하는 바르체.
“뭐 달라진 점 같은 거 없냐?”
그런 바르체를 보며 김주혁이 묻자 그는 잠시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듯 확인해 보는 듯하다.
“미친…….”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면 깜짝 놀랐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왜 그래? 어떻길래?”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김주혁.
그런 김주혁의 물음에 바르체는 이게 진짜인지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몇 번이나 마력을 주변으로 흩뿌리기를 반복하다 곧 입을 열었다.
“이거, 정말 말도 안 되는 물건이로군.”
“……그 정도야?”
“그 정도다. 고작 선과를 하나 먹었다고 이 정도까지 능력이 상승한다면…… 거기다 그 제한이 고작 1년이라면 도대체 미궁주가 얼마나 강할지 감도 안 오는군.”
진심으로 말도 안 된다는 듯 몇 번이나 자신의 마력을 확인하는 바르체를 보며 김주혁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이야기했다.
“확실히 길잡이 말대로 성능은 확실한가 보네.”
“그런 것 같군. 그리고 이렇게 선과를 먹고 나니 새삼스레 느끼는 것이다만.”
바르체는 김주혁의 손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역시 그 영험은 심상찮은 물건이군.”
“갑자기?”
“갑자기도 아니다. 애초에 영험도 결국에는 이 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뭐 효율이 그다지 좋지 않기는 하지만 엄연히 말하면 그렇지?”
“그러니까 대단하다고 하는 거다. 이 선과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지?”
“그런데 네 반지에 있는 영험은 효율이 좋지 않기는 하다만 곧바로 이름을 흡수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바르체의 말.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그렇긴 하네.”
그렇게 대답한 김주혁은 문득 자신의 과거가 또 한번 궁금해지기 시작했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과거에 대해서는 더 강해지면 알게 되겠지.’
길잡이는 분명 김주혁에게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과거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었기에 그는 이내 떠오르는 생각을 잠재우고는 곧 자신이 쥐고 있는 선과를 입 안에 밀어 넣었다.
우물.
선과를 한번 씹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무척이나 신맛.
“윽.”
300년 전,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물건(?)들도 별생각 없이 먹었던 김주혁마저도 조금은 시다고 느껴지는 맛에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입을 움직였다.
선과를 뱉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몇 번이고 우물거린 김주혁은 곧 선과가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잘게 부서진 시점이 되자 망설임 없이 내용물을 자신의 입속으로 집어 넣었고.
꿀꺽.
그렇게 김주혁이 씹던 선과가 그의 입속으로 들어간 순간.
화아아악-!
김주혁은 저번과 같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온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 아닌,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김주혁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었고.
곧 얼마의 시간이 지나 저번과 마찬가지로 김주혁의 앞에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김주혁의 시선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저번에 보았던 멸망해 버린 세상이 아닌 모든 것이 굉장히 푸르러 보이는, 굉장히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산.
그 아름다운 풍경에 김주혁은 한때 자신의 옛 기억이라는 것을 잃어버리곤 멍하니 그 풍경을 감상했고.
그렇게 김주혁이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 때.
“스승님, 천군 녀석들이 요즘 겁대가리 없이 머리를 들이밀던데 싹 밀어버릴까요?”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