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16
◈ 216화. 멸망의 탑이라는데요? (1)
김주혁이 기억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김주혁은 신기함을 느끼고 있었다.
현재 김주혁은.
[흐음.]지금까지 기억 속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있었으니까.
[정말 그냥 놔둬요?]기억 속의 자신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김주혁은 빤히 바라봤다.
그중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치아.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날카롭게 나 있는 상어 이빨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뒤로는 마치 옌랑처럼 독특한 무늬 패턴이 만들어져 있는 금발의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마치 동물로 표현하자면 호랑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
그녀는 현 상황이 불만이라는 듯 굉장히 인상을 찌푸린 채 호랑이의 손과도 같은 손가락을 몇 번이고 쥐었다 피고 있었고.
[그냥 놔둬라.] [하아~ 스승님은 뭐 맨날 그냥 놔두라고 그러세요? 이놈도 놔둬라, 저놈도 놔둬라. 전부 놔두라고 하니까 저 새끼들이 저러는 거잖아요?]불만이라는 듯 말하는 그녀.
그러나 기억 속의 김주혁은 굉장히 점잖은 말투로 이야기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세 번이다.] [……세 번이나 참으라고요?] [정확히 이야기하면 세 번이나 참는 게 아니라 두 번이지.] [하아…….]그 말을 듣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은 그녀는 곧 자신의 꼬리로 바닥을 툭툭 치며 이야기했다.
[알겠어요, 스승님. 이번까지는 참을게요. 다음에는 조져버려도 되죠?] [그때는 세 번이니 마음대로 하거라.] [알겠어요. 어떻게 제가 스승님 말씀을 거역하겠어요. 다 들어야지.]그녀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이내 조금은 뚱한 표정으로 한동안 자신의 꼬리로 바닥을 쳤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게 끝인가?’
슬슬 김주혁이 이 장면까지가 기억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저기 스승님.] [왜 그러느냐?]불현듯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 그거 할까요?] […….] [네? 그거 해요 그거♥]그와 함께 확 김주혁이 보는 시야 앞으로 달려드는 그녀.
그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지만.
“아.”
그다음에 보이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바르체의 얼굴이었다.
“…….”
한마디로 기억이 끝났다는 것.
“무슨 일 있나?”
그런 김주혁의 모습을 보며 궁금하다는 듯 묻는 바르체.
그러나 김주혁은 굉장히 떨떠름함과 동시에 아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기억을 되찾았어.”
“역시 그런가? 보니까 선과를 삼킨 순간 멍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그런 줄을 알았다만……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기억이었지?”
바르체의 물음.
그에 김주혁은.
“……굉장히 아쉬운 기억.”
“굉장히 아쉬운 기억……?”
그렇게 이야기했다.
XXXX
잠시 뒤.
“……호랑이 소녀라.”
김주혁의 말을 들은 바르체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자 그는 물었다.
“혹시 기억나는 거 없냐?”
“흐음…….”
길게 신음하며 생각하는 바르체.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유감이군. 아무리 생각해도 호랑이 소녀에 대한 기억은 없네. 조금 엇비슷한 거라도 찾아보려고 했지만 마찬가지로 모르겠군.”
바르체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김주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그 이외에 다른 특징은 없었나?”
“다른 특징?”
“이번에는 딱히 먹물처럼 가려진 게 없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다른 눈에 띄는 특징은 없었나?”
“흠…….”
바르체의 질문에 마찬가지로 짧게 고민하던 김주혁은 문득 떠올랐다는 듯 아, 하는 소리를 내뱉더니 이야기했다.
“얘는 목 옆에 태양 문양이 있던데.”
“……태양 문양?”
“그래, 저번에 내가 이야기했던 것 있잖아.”
김주혁의 말에 바르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번 기억에서는 태양 문양만 기억이 난다고 했었지.”
“맞아.”
“흐음…….”
김주혁의 말에 또 한번 고민하는 바르체.
그러나 조금 뒤. 마찬가지로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했다.
“우선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정보를 얻기가 어려울 것 같군.”
“……역시 그렇지?”
김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바르체.
“만약 위에서 얻은 이름이 내려와서 내가 추가적으로 기억을 찾는다면 모르겠다만 우선 지금 당장 상황에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보이는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생각을 한쪽으로 밀어버렸다.
분명 이번 기억은 너무 선명하게 기억이 나서 그런가 다른 기억을 찾았을 때보다도 더 조바심이 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당장 지금 시점에서 기억 속에 나왔던 그녀가 누구인지 찾을 수는 없었으니까.
“우선 그럼 이건 넘겨놓고…… 본격적으로 아군을 좀 강화해 볼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조금 전 머릿속에 떠올렸던 기억을 한쪽으로 밀어 넣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XXXX
김주혁이 가지고 있는 선과는 총 19개였다.
그중에서 2개는 이미 김주혁과 바르체가 먹어버렸고 남은 것은 17개.
김주혁은 이 17개의 선과를 어떻게 쓸까 고민한 결과.
“이걸 먹으면 되는 거야?”
“먹을게.”
김주혁은 가지고 있는 선과들을 가르치고 있는 제자들에게 하나씩 먹이기로 했다.
선과를 홀로 전부 먹을 수 있었다면 먹어치워 버렸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선과는 아무리 못해도 1년에 한 개라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물론 김주혁에게 시간이 충분했다면 홀로 선과를 전부 먹어 치웠을 수도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김주혁에게는 선과를 홀로 먹어 치울 만한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결국 김주혁이 선택한 것은 선과를 제자들에게 뿌리는 것.
물론 누군가는 이런 귀한 선과를 뿌리는 게 아깝지 않나? 하는 의견을 낼 수 있었으나 김주혁은 딱히 선과를 제자들에게 내어주는 것이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선과는 그가 직접 열심히 만들어 낸 것도 아니며 그가 지금 당장 전부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더해서.
‘어차피 제자들에게 전부 돌려도 나한테는 몇 개 정도는 남을 것 같고.’
선과를 줄 이들은 당장 눈앞의 최아린과 옌랑.
거기에 더해 아델리아 벤트릭과 블랙캣이 있다.
‘여기에 무광도 포함.’
거기에 이제 곧 이름을 받아 이곳으로 내려올 제자와 도왕, 그리고 설난신에게 선과를 내어줘도 김주혁에게 남아있는 선과는 꽤 많았다.
‘뭐, 우선 멸망의 탑이 내려왔을 때 해야 하는 계획을 생각하면 다른 애들도 강해지면 좋을 테니까.’
김주혁은 그렇게 길잡이와 이야기했던 계획을 떠올리며 자신의 앞에서 선과를 바라보고 있는 최아린과 옌랑을 바라봤고.
“이, 이런 귀환 물건을 제가 정말 받아도 되겠습니까?”
“그래.”
그 옆에 있던 무광은 김주혁이 넘겨준 선과를 받아든 채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선과가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알고 있는 듯한 모습.
그에 김주혁 물음을 던졌다.
“선과에 대해서 좀 알고 있나 보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바르체 님처럼 이름을 빼앗긴 채 들어온 게 아니다 보니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광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이 쥐고 있는 선과를 황홀하게 보다가.
“이 과실의 이름은 선과!”
이내 마치 방송을 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선 한번 먹는 순간 자신의 잠재능력과 더불어 전체적인 능력치를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주고!”
“오.”
“거기에 더해 그 어떤 병이라도 우선 한번 먹는 순간 나아버리는 만병통치약 같은 능력도 가지고 있으며!”
“오!”
“남자가 먹게 되면 절대 마르지 않는 태산과도 같은 정력을 얻게 되고!”
“……오?”
뭔가 이상한데?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김주혁.
그러나 그런 김주혁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광은 마치 신에 들린 듯 선과를 높이 쳐올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자가 먹게 되면 아무리 추녀라도 경국제일의 미녀나 가질 수 있는 미백효과를……!”
“어째 점점 말이 지날수록 어디 광고 상품 같은 멘트가 나오는데?”
김주혁인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무광은 격하게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아닙니다! 선과에는 분명 제가 말씀드린 모든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제가 설마 스승님에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무광.
그에 김주혁은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어깨를 한번 으쓱이는 걸로 이야기했다.
“알았으니까 먹기나 해.”
“감사히 먹겠습니다!”
김주혁의 말에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곧바로 선과를 입에 집어넣는 무광.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최아린과 옌랑도 그것을 바라보고는 이내 자신이 넘겨준 선과를 입 안에 집어넣었고.
그들이 선과를 인상을 찌푸리며 삼키는 것까지 확인한 김주혁은.
“야. 있냐?”
[무신문의 도살자가 힘차게 여기 있다고 대답합니다!]이내 무신문의 도살자를 불렀다.
“구멍은 이미 열렸지?”
[무신문의 도살자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스승님이 죽창이에 대한 소식을 전해줬을 때부터 열렸다고 이야기합니다!]지랄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름이 내려올 때 또 이야기해라.”
[무신문의 도살자가 힘차게 알겠다고 대답합니다!]‘이제 제자들이랑 다른 녀석들은 이름을 가지고 내려오면 넘기면 되고.’
그 말과 함께 더 이상 알림창이 뜨지 않는 것을 보며 김주혁은 생각한 김주혁은.
“말도 안 돼…….”
“이거…… 진짜?”
선과를 먹어 치우자마자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최아린과 옌랑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러던 중.
“김주혁 님……!”
“블랙캣? 오늘은 좀 늦었네?”
김주혁은 곧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렇게 이야기 했으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블랙캣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금세 입을 열었다.
“뭐야, 무슨 일 있어?”
묻는 김주혁.
그에 블랙캣은 이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인상을 찌푸리다 이내 조심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우선 밖에 나와서 한번 확인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밖?”
김주혁의 물음에 굳게 고개를 끄덕이는 블랙캣.
그에 김주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블랙캣과 함께 단련실의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곧 김주혁은 볼 수 있었다.
분명 아까 전만 해도 푸르른 하늘밖에 보이지 않았던 하늘에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는 보랏빛의 거대한 포탈을.
“…….”
그리고 김주혁은 저 보랏빛의 거대한 포탈이 무엇을 불러내는 것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유추하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300년 전 저 거대한 포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봤었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알고 있었다.
저 보랏빛의 거대한 포탈이, 멸망의 탑을 불러내는 포탈이라는 것을.
그러나.
김주혁은 포탈이 만들어지는 상황에도 딱히 심각한 표정을 짓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작인가.”
이미 김주혁은 모든 계획을 전부 짜 놓은 상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