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2
◈ 022화. 중간고사는 혼자서 (4)
돔 경기장 안쪽에 있는 거대한 방.
[3: 38]타임 워치가 30분을 넘겼을 때 혼란에 빠진 모든 학생들이 인공 던전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교관들은 그 방 안에서 제각각의 방법으로 들어간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3번에 들어간 녀석들은 12명이나 들어갔는데 아직 제대로 된 진척조차 못하고 있군.”
“그러게 말이야. 이쪽은 딱 봐도 낙제점인데.”
누군가는 거대한 방 안에 있는 CCTV로 다른 교관과 이야기를 나누며 학생들을 체크하는 교관도 있었고.
“…….”
그저 말없이 타블렛 속에 비추는 화면을 통해 조용히 채점을 이어나가는 교관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이 교관들 중 가장 최고선임인 이상철은.
“…….”
거대한 방 안에 걸려 있는 제일 큰 화면으로 터치패드를 이리저리 조작하며 학생들을 채점하고 있었다.
탁. 탁. 탁.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만약 그 모습을 학생들이 본다면 그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이상철에게 불만을 토해냈을 정도였다.
이상철의 채점은 너무나도 빨랐으니까.
그가 관리하고 있는 화면이 다른 화면으로 바뀌는 것은 채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어느 부분에서는 불과 20초도 되지 않아 화면을 넘기는 일도 부지기수.
그 모습은 언뜻 보면 중간고사를 치르는 학생들을 제대로 채점하기보다는, 그냥 귀찮아서 마구잡이로 채점을 하는 모습과도 같아 보였다.
허나 그런 이상철의 모습에도 교관들은 누구 하나 그에게 불만을 표하는 이가 없었다.
이상철이 최고선임이기에?
아니었다.
교관들이 이상철의 그런 비정상적인 속도를 보고도 가만히 있는 이유는 그가 틀린 채점을 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교관들 사이에서 30초 내로 화면을 돌려가며 학생들을 채점하고 있는 이상철 교관은.
탁-
은퇴 전, 모든 계약자들에게 클리어 마스터(clear master)라 불린, 던전 공략 실패율이 1% 이상 올라간 적이 없는, 전설적인 계약자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화면을 넘기며 학생들을 채점하고 있는 이상철은.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군.’
썩 나쁘지 않다는 표정으로 손과 눈을 움직이며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중간고사의 과목은 ‘던전 공략’.
그러나 사실 던전 공략이라는 과목과는 다르게 이 시험에서는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던전 공략은 말 그대로 싸움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던전 공략에 필요한 것은 당연히 무력이다.
애초에 무력이 없다면 공략은 시작조차 할 수 없으니까.
그러나 반대로 무력만 있다고 해서 던전공략을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팀원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서 팀의 밸런스를 제대로 맞출 수 있는 역할 배정, 던전 내에서 일어나는 전투를 관리할 리더.
그 이외에도 던전 공략에는 수많은 불특정 요소까지.
그 모든 것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던전 공략을 할 수 있다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학년들은 똘똘한 녀석들이 많아.‘
이상철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떤 팀은 한 던전에 20명이 넘게 들어가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8명이라는 인원을 맞추기는 했으나 제대로 된 역할 분담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이상철의 생각보다도 침착하고 확실하게 팀을 꾸려서 던전에 입장한 이들도 있었고, 그들 중에서도.
’……유소연은 확실히 주목할 만해.‘
이상철은 유소연의 팀에 잠시 화면을 멈추고 그들이 던전을 공략하는 것을 감상했다.
“탱커 한 명 앞에 가서 입구 막고! 나머지 둘은 옆에 몬스터들 못 넘어오게 견제해! 원딜은 맞추지는 않아도 되니까 마찬가지로 견제! 탱커가 뚫리게 두지 마!”
순식간에 전황을 파악하고 쉴새 없이 명령을 내리며 던전 공략에 거침없이 속도를 내고 있는 유소연의 모습.
’대단하군‘
마치 이미 몇 번이고 던전을 경험해 봤다는 듯 내려지는 확신이 찬 명령에 다른 팀원들은 충실하게 따르는 것도 따르는 것이었으나 그녀는 팀원 초이스를 굉장히 똑똑하게 했다.
’……전부 중위권 정도인가‘
그녀의 팀원들은 전부 중위권.
그녀는 자신보다 확실히 아래급의 팀원들을 보충함으로써 리더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고, 그와 동시에 이 시험의 채점 기준인 기여도를 대부분 자신에게 몰아주고 있었다.
마치 이상철이 생각한 중간고사의 만점 답안지를 보기라도 한 듯 거침없이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유소연이 이 중간고사에서 1위를 차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이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입학식 때 김주혁을 만나지만 않았더라도…….’
지금 온몸으로 자신의 재능을 내뿜고 있는 유소연이었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입학식 순위는 992위였다.
어째서냐고?
그녀는 입학식 첫날에 김주혁에게 지고 말았으니까.
그렇기에 아마 지금 이 순위에서 그녀가 1등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 번에 100위권 내로 들어올 수는 없을 것이라는 데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어떻게 하고 있지?’
이상철은 곧 중간고사를 보고 있을 김주혁에게 생각이 닿았다.
유소연과 5대 가문의 자제들을 쓰러뜨리고 신입생 중 1위로 발할라에 입학한,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건지 모를 신기한 강자.
거기에 더해 발할라에 입학하기 전이나 입학한 뒤로도 몇 개의 일을 더 터트렸기에 그는 교관들에게나, 밖에 있는 길드에게 꽤 관심을 받고 있는 학생 중 한 명 이었다.
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말이다.
그렇기에 이상철은 곧 김주혁을 찾기 위해 터치패드를 움직여 그가 들어간 던전을 찾기 시작했고.
‘……왜 없지?’
곧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터치패드를 뒤적거렸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터치패드에는 번호로 순서가 매겨져 있는 던전에 누가 들어갔는지부터 시작해 던전공략을 얼마나 진행했는지까지 모두 나오고 있었다.
거기에 심지어 검색기능까지 달려 있는 신형 기기!
‘왜 안 나와?’
그러나 이상철은 ‘김주혁’이라는 이름을 검색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에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 있던 이상철은.
“뭐?”
어째서 김주혁의 이름을 검색해도 화면이 나오지 않았는지.
“그, 김주혁 학생은 이미 던전을 클리어한 것으로 나옵니다.”
“…….”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XXXX
[2: 59]타임워치가 이제 막 2시간 대로 떨어진 중간고사.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여도로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었고, 교관들은 그런 학생들을 채점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 원래라면.
그러나 한참 터치패드를 움직이며 학생들을 채점하고 있어야 할 교관들의 손은 멈춰 있었고, 모니터와 패드에서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눈은 마찬가지로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
교관들이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곳.
그곳은 바로 이상철이 조작하고 있는 거대한 스크린 속 화면이었다.
그 기묘할 정도로 깊은 침묵.
그 속에서 이상철은 이미 꺼져버린 화면을 멍하니 보다 마치 홀린 듯한 표정으로 타블렛을 조작해 영상을 되감기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처음부터 재생되는 영상.
그곳에는 느긋한 표정으로 던전으로 걸어 내려오는 김주혁와 모습과.
[23: 32: 11] CLEAR.23분이라는 클리어 타임이 영상 한쪽에 떠올라 있었다.
23분 32초.
그래, 어찌 보면 그 시간은 굉장히 길어 보였다.
당장 20분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았으니까.
그러나 적어도 발할라에서 준비한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에 20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짧다 못해 말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이상철은 처음 영상 위에 떠 있는 김주혁의 클리어타임을 보며 그 사실을 믿지 못했다.
김주혁이 유난히 강하기는 했으나 던전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혼자 들어간 학생이 일반 던전과 별 차이 없이 만들어진 인공 던전을 저렇게 빠르게 공략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래.
이 영상을 보기 전까지 이상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영상 속의 김주혁은 그가 평소 보아 오던 김주혁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느긋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김주혁.
그리고, 이변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찰칵-
마치 이곳이 어떤 곳인지 가능하겠다는 듯 몇 번이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본 김주혁은 곧 검집에서 검을 꺼내 들고는.
탁!
곧바로 던전 안을 달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앞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던전을, 그는 그저 한번 슥 둘러보는 것을 끝으로 망설임 없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이상철의 상식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런 정보도 존재하지 않는 던전을 뛰어간다는 것은 그냥 던전 안에서 죽겠다고 시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던전에는 무엇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마찬가지로 무슨 함정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상철의 상식대로라면 김주혁은 이번 시험에서 실격해야 했다.
그러나 영상 속의 김주혁은 이상철의 상식이 잘못되었다는 듯.
“컷! 컷! 컷! 컷!”
던전 내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을 모조리 칼로 썰어버리며 달려가고 있었다.
몬스터를 만나도 멈추지 않고 달려가면서 베어버린다.
한 마리가 나오면 한 마리를 베고
두 마리가 나오면 두 마리를.
세 마리가 나오면 세 마리를 벤다.
마치 어떻게 싸울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듯 김주혁은 컷컷컷컷컷! 같은 우스꽝스러운 효과음을 내며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들을 모두 도륙해 버렸고.
“……허.”
그 모습을 보고 보고 있는 교관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교관 모두가 멍을 때리고 있는 와중에도 김주혁은 몬스터들을 죽이고 함정들이 가득한 구간에 들어섰고.
탓! 탓! 탓! 탓! 탓! 탓!
분명 교관들이 무척이나 공을 들여서 준비했던 함정 구간을, 그저 여덟 번 즈음의 도약으로 순식간에 탈출해 버렸다.
그다음 도달한 곳은 바로 인공던전의 보스인 대형 골렘이 있는 곳.
일반적인 학생들이라면 적정인원 8명을 채워야 어느 정도 힘을 들여가면서 잡을 수 있는 골렘은, 학생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교관들의 의견에 의해 일반 던전에 나오는 골렘과는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갑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단단해 보이는 외형을 가진 골렘.
그러나.
“대가리 딱 대!”
푹!
달려간 김주혁은 순식간에 뛰어올라 골렘이 육중한 손을 미처 움직이기도 전 그 목에 검을 박아 넣었고.
“컷!”
우지지지지지직!
단 한 방에 골렘의 몸과 머리를 분리하고는 그대로 골렘의 몸을 지지대 삼아 뛰어 던전의 출입구로 빠져나갔다.
그와 함께 꺼진 영상.
교관들은 그 상식 외의 광경에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꺼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제일 앞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이상철은.
“……아무래도 1등은 정해진 것 같군.”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꺼진 화면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