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26
◈ 226화 화신에 대해서 (1)
세계가 파멸해가고 있는 와중에도 발할라 아카데미는 신학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던전 폭주로 인해 개판이 나버린 상황이기는 했으나, 성좌들이 이름을 찾게 되면서부터 전 세계는 순식간에 복구되고 있었고.
그 덕분에 발할라 아카데미는 개학 일정을 미루지 않고 순조롭게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개학을 준비하고 있는 발할라 아카데미 한쪽에 있는 단련실에는.
“아무도 없네?”
조금 전 설가에 관련한 일을 모두 처리하고 온 옌랑이 주변을 돌아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정말 아무도 없나……?”
묘하게 실망한 표정을 짓는 옌랑.
사실 그녀는 발할라 아카데미에 돌아오는 것을 묘하게 기대하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김주혁 때문.
‘얼굴을 못 본 지가 좀 돼서 보고 싶었는데…….’
물론 김주혁의 얼굴을 보더라도 옌랑이 뭔가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한다고 하면 그저 평소처럼 이야기하다가 빡세게 훈련을 시키는 김주혁에게 볼멘소리나 했겠지.
허나 별다른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옌랑은 김주혁이 보고 싶었다.
보고 싶은 이유?
이유야 만들자면 많지만 사실 옌랑이 김주혁을 보고싶어 하는 데는 딱히 그렇게 이유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냥 보고 싶다.
옌랑은 최근 김주혁이 미궁주를 처리한 이후부터 묘하게 이런 마음이 더더욱 커지는 것을 느끼며 스스로도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김주혁을 좋아하는 것은 맞았다.
그리고 그 마음이 변치 않는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렇게 집착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옌랑은 그렇게 생각하며 괜스레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거렸고.
덜컥!
그러던 순간, 그녀는 뒤쪽에서 들리는 문소리에 저도 모르게 묘한 기대감을 품으며 시선을 돌렸으나.
“……아, 너였어?”
곧 옌랑은 단련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최아린을 바라보며 노골적으로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도 실망.”
그런 그녀를 보며 최아린은 마찬가지라는 듯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살짝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옌랑.
그러나 얼마 뒤.
“에휴…… 단련이나 하자.”
결국 옌랑은 실망한 마음을 어거지로 삼키며 김주혁이 돌아올 때가지 단련을 하기로 정했고.
그렇게 단련을 하던 중.
“?”
옌랑은 묘한 기억이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XXXX
멸망의 탑.
“뭐 하나 물어도 되나?”
“뭔데?”
김주혁이 거래를 끝냄과 동시에 다시 그가 시킨 일을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부리가면은 설난신을 바라보며 답했다.
“생각해 보면 왜 서로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거지?”
질문하는 설난신.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우리는 이미 무신이 이름을 나누어 줘서 각자의 이름을 찾은 상태 아닌가? 그런데 왜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설난신의 질문에 부리가면은 아, 하고 무슨 질문인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 뒤에.
“딱히, 지금도 괜찮지 않나 싶어서?”
“……지금도 괜찮다고?”
“지금도 서로 부르고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크게 불편한 거 없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그럼 된 거 아니야?”
“……그런 건가?”
“그런 거지. 게다가 애초에 우리들은 서로를 딱히 이름으로 부르지 않기도 하고, 스승님도 우리를 이름으로 부르기보다는 항상 별명으로 부르시니까.”
스승님 이야기를 할 때 조금 얼굴이 풀어지는 부리가면을 본 설난신은 굉장히 기묘하다는 느낌으로 그들을 바라봤고.
도왕은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확실히 이름을 되찾기는 했는데 이제는 옛날 이름보다 도왕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하긴 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오히려 설난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도왕.
그에 설난신은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조금 그런 면이 없잖아 있긴 하지.”
확실히 300년 전 설난신이 막 이름을 잃어버렸을 때는 뭔가 굉장히 허무한 느낌이 들기는 했으나 그것도 300년이 지나고 나니 별 느낌이 안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거기다…….’
확실히 이름을 되찾았다고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이미 다른 이들을 이명으로 부르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기에 설난신은 곧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XXXX
김주혁은 순간 자신의 눈앞이 하얗게 변했을 때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이유는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 때문.
‘분명 그때도 감각은 길잡이가 소환하는 감각이었는데.’
그런 김주혁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는 길잡이에게 소환된 것이 아닌 이상한 놈한테 소환이 됐었기에 그는 긴장하며 마력을 끌어올렸으나.
새하얀 빛이 걷힌 뒤 굉장히 익숙한 판잣집이 보이는 순간 김주혁은 마력을 그대로 흩어버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왜 긴장하고 있어?”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길잡이의 모습.
그런 그를 바라본 김주혁은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한번 내쉬곤 그녀의 앞에 가서 앉았다.
“긴장할 일이 있었거든.”
“긴장할 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길잡이.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얼마 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길잡이는 김주혁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뭐, 대충 이런 상황 때문에 그런데, 표정이 그런 걸 보니까 역시 아는 게 있는 거 같은데. 맞아?”
김주혁의 물음.
그에 길잡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확인하듯 입을 열었다.
“……네가 만난 녀석이 두 눈 사이의 이마에 눈이 하나가 더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
“……거기에 천수화신을 봤다고?”
“처음에는 연꽃처럼 개화한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전부 손인 그게 천수화신이라면 맞아.”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동안 고민을 이어나가더니.
“아무래도, 이제는 정말로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네.”
“?”
이내 그렇게 이야기하며 김주혁을 바라봤다.
“정말로 이야기를 해줘야겠다고?”
되묻는 김주혁.
그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그래, 이제는 네가 충분히 알아도 될 상황이 온 것 같으니까. 하지만-”
길잡이는 김주혁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미리 이야기해 두자면 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네가 초반에 알아봤자 별로 좋을 게 없는 내용이라 일부러 말하지 않은 거니까 괜히 의심하지 않길 바랄게.”
“그럼 내 이름도 여기서 들을 수 있는 건가?”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저번에도 말했지만 네 이름은 네가 직접 찾아야만 의미가 있으니까.”
“그건 좀 아쉽네.”
김주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길잡이에게 이야기해 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고, 그에 한동안 할 말을 정리한다는 듯 침묵하고 있던 길잡이는.
“우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래, 내가 이야기했었잖아? 나는 미궁주한테 이름을 빼앗겼다고 말이야.”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그녀와 처음 만났던 것은 김주혁이 옌랑을 만났을 시점.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던 김주혁은 이내 길잡이가 이름을 빼앗겼다는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을 하긴 했지. 그런데 그 말을 하는 걸 보면…… 사실 이름을 빼앗겼다는 건 구라였다던가 하는 거야?”
김주혁의 물음.
그에 길잡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나는 틀림없이 이름을 빼앗겼어. 다만 거짓말인 건 이름을 빼앗은 게 미궁주가 아니라는 것뿐이지.”
“……이름을 빼앗은 게 미궁주가 아니다?”
“그래. 내 이름을 빼앗아간 녀석은 미궁주가 아니라 다른 녀석이야. 그 덕분에 나는 실제로 ‘길잡이’라는 이름 하나만 남아 있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야.”
“이름을 빼앗긴 것에 이 낡은 판잣집도 관련이 있는 거야?”
김주혁이 묻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내 상황만 이렇지 않았더라도 너를 이런 낡은 판잣집에서 만날 일은 아마 없었을 거야.”
“아무튼, 우선 네 이름을 빼앗은 게 미궁주가 아니라는 건 인지했어.”
김주혁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또 한번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을 침묵했다.
그에 김주혁은 조금 조바심이 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으나 침착함을 유지하며 길잡이가 이야기하기를 기다렸고.
그렇게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길잡이가 입을 열었다.
“미안, 어떻게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생각을 하다 보니까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네.”
“상관없어. 그럼 이제 슬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가?”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근데 우선 이야기하기 전에 한 가지 정도 묻고 싶은데 이야기는 간단한 쪽과 자세한 쪽, 어느 것을 선호해?”
“그건 갑자기 왜?”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이야기했다.
“……이게, 좀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까 이야기해야 할 게 아주 옛날부터 있어서 말이야.”
“그래서, 맨 처음부터 전부냐, 아니면 그냥 정말 필요한 핵심만이냐?”
“그렇지. 정확히 핵심만 이야기하면 조금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아무튼 딱 필요한 만큼만 설명할 수가 있거든.”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잠시 고민하다 이야기했다.
“자세하게 듣는 걸로 하지 뭐.”
김주혁은 자신의 정체에 대한 궁금함에 더해 저번에 보았던 천수화신의 정체에 대해서도 궁금함을 느꼈기에 그렇게 이야기했고.
그에 길잡이는 곧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입을 열-
“태초에-”
“잠깐.”
“?”
-려다, 김주혁에게 제지받았다.
조금은 불만이라는 표정으로 김주혁을 바라보는 길잡이.
그에 김주혁은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올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태초에 무슨무슨 신이 있었다…… 뭐, 이런 것부터 시작하려는 거 아니지?”
“……조금 느낌이 다르기는 하지만 맞는데?”
“거기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전부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우선 유래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 줘야 하거든.”
길잡이의 말.
그에 김주혁은 어우…… 하는 신음을 흘리더니 곧 곧바로 말을 바꿨다.
“그냥 간단하게 하자.”
“……간단하게?”
“그래, 그냥 내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답해줘, 그렇게 해서 내가 딱 궁금한 것만 알면 되잖아? 만약 내가 조금 아는 게 부족할 것 같으면 네가 추가적으로 설명을 해주면 되고 말이야.”
김주혁의 말.
“……음, 그런 식으로 설명을 하면 오히려 더 복잡해질 것 같긴 한데. 네가 그걸 원하니까 그렇게 하는 걸로 할게.”
그런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답변했고.
곧 김주혁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럼 곧바로 물어보고 싶은 건데, 대체 그 천수화신을 쓴 녀석은 누구야?”
그리고.
“부처.”
“……뭐?”
“부처라고,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고타마 붓다……라고 이야기해야 이해하기 편하려나?”
김주혁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