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29
◈ 229화. 지하지인(地下之人) (1)
“그래서, 암옥에는 어떻게 가야 하는데?”
김주혁의 물음에 종리권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휘적이며 이야기했다.
“그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무방하오, 어차피 내가 그곳으로 보내줄 테니.”
“그럼 가는 문제는 해결됐고, 그럼 그다음 질문인데 혹시 그 암옥이라는 곳은 많이 위험한가?”
이어지는 김주혁의 물음에 종리권은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위험한 건 없소. 굳이 위험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암옥에 숨어 들어가 있는 지하지인 정도지.”
“많이 강한가?”
김주혁의 말에 종리권은 답하지 않고 한동안 김주혁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이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건 이야기하기가 애매한 것 같군. 우선 내 입장에서 봤을 때 지하지인은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니니까. 다만-”
종리권은 김주혁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만약 당신이 지하지인과 싸운다면…… 동수라는 생각이 드는군.”
“동수?”
“그렇소.”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종리권.
“뭐, 그래도 시간 끌 필요는 없어서 다행이네.”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저 이야기했다.
“그럼 곧바로 암옥으로 갈 수 있게 준비할 수 있나?”
“그거야 어렵지 않지.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암옥으로 보내줄 수 있소.”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보내줘.”
김주혁의 말.
그에 종리권은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럼 바로 준비하도록 하지. 아마 30분 정도 걸릴 테니 그동안은 기다려 주시길 바라겠소.”
“그 정도야.”
김주혁의 말에 곧바로 자신의 품에서 부적을 꺼내기 시작하는 종리권.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던 김주혁은 이내 문득 더올랐다는 듯 이야기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이걸 물어보지 않을 뻔했는데.”
“무엇을 말이오?”
“선과에 대해서 묻고 싶은게 있어서 말이야.”
김주혁의 말에 종리권은 부적을 꺼내 들곤 이내 허공에 한번 던졌다.
그와 함께 푸른 불길에 휩쌓여 순식간에 타오르는 부적.
허나 부적이 타오름과 함께 생긴 푸른 불꽃은 그대로 땅바닥으로 떨어져 기이한 진법진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한번 확인한 종리권은 시선을 돌려 이야기했다.
“어디 한번 이야기해 보시오.”
“나는 선과를 두 개 먹으면 안되나?”
“……뭐, 선과를 한번 먹으면 최소 1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맞소?”
종리권의 물음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건 알고 있는데 전에 듣기로 미궁주는 선과를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다고 들어서 말이야.”
김주혁의 물음에 종리권은 지체할 것 없이 말했다.
“그건 맞소. 미궁주는 선과를 제한 없이 먹을 수 있지. 아마 지금의 당신도 선과를 먹고자 한다면 먹을 수 있소. 이미 당신은 미궁주가 되었으니까.”
“그래? 그럼 먹어도 되는거 아니야?”
“……음, 확실히 먹어도 되기는 하지, 딱히 이름을 찾으려는 생각이 아니면 말이오.”
“뭐?”
“기본적으로 선과는 영약이오, 그것도 굉장히 좋은 영약이지. 그러나 선과의 본질은 수많은 이름들의 힘이 담긴 과육. 그 과육은 분명 섭취한 이의 힘을 상승시켜 주오, 하나까진 말이지.”
김주혁의 되물음에 종리권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설명을 이어나갔고.
곧 한동안 종리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주혁은 이내 이해했다는 듯 답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일축해 보자면 선과를 계속해서 먹으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이름의 정체성이 서서희 희미해진다는 소리네?”
“정확히는 ‘망각’하게 되는 거지만…… 요점은 그렇소. 그런데 하물며 아직 이름도 제대로 못 찾은자가 선과를 몇 개나 먹었다간.”
“이름이랑 기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거고?”
“제대로 알아들었소. 사실 미궁주들은 대부분 그것을 감안하고 선과를 먹기도 하지, 미궁주는 그나마 선과를 먹어치워도 이름의 ‘망각’이 조금 조금 덜한 편이니까.”
“만약에 미궁주가 아닌 사람이 한번에 두 개 이상의 선과를 먹으면?”
“아마 높은 확률로 망귀가 되겠지. 뭐 그나마 강한 이들이야 조금 힘을 들여 정체성을 유지할수도 있겠지마는…… 그렇게 되면 선과를 먹느니만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니. 거기다-”
종리권은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지금 당신이야 조금 급한 느낌이 있다만 애초에 선과라는 것은 1, 2년의 텀을 두고 먹어 치우면 두고두고 영약이 되니 그렇게 아쉬운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소.”
종리권의 말에 김주혁은 아쉽다는 표정을 짓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긍했고.
그렇게 종리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지 얼마나 되었을까.
화르르륵-!
푸른 불꽃이 순식간에 치솟아 오르며 장지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만들어졌군, 이 장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암옥이오.”
“암옥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그 지하지인인지 뭔지 하는 녀석을 만날 수 있나?”
“아마 곧바로 만날 수 있을 거요. 당신이 암옥으로 들어간 순간 그 녀석은 당신을 찾아올 테니까.”
종리권의 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한숨을 내쉰 뒤.
탁-!
이내 힘차게 장지문을 열어젖히며 그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암옥의 문은 넉넉 잡아 다섯 시간 뒤에 열도록 하겠소.”
이내 종리권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스르르륵-! 탁!
김주혁이 넘어간 장지문이 닫혔다.
“…….”
그렇게 해서 넘어온 암옥.
그곳에서 김주혁은 우선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이곳이 거대한 동굴 안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겠다는 듯 콱 틀어막혀 있는 천장.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어디에서도 빛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이 동굴은 주변이 잘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주변이 보이는 동굴에서 제일 먼저 찾을 수 있는 것은.
“사슬……?”
바로 사슬이었다.
수십, 수백 개라고 말해도 부족할 정도로 낡은 사슬이 이 높은 동굴의 천장에 이리저리 얽혀 있거나 주르륵 내려와 있었다.
사슬을 바라본 것도 잠시.
───!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뒤로 돌리며 촌검을 뽑아 들었다.
그 어떤 것을 들었다거나 아니면 어떤 것을 눈으로 본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감각과 본능에 맡겨 이뤄진 행동.
그러나 그 짧은 행동에 대한 대가는 너무나도 값졌다.
“……이렇게 기습으로 튀어 나올 줄은 몰랐는데.”
김주혁은 자신에게 팔을 뻗으려다 촌검에 막혀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밀고 있는 존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제일 먼저 느껴지는 것은 짜증날 정도로 끔찍한 악취.
그 악취가 흘러나오는 몸은 마치 해골과도 같이 말라비틀어져 있었으며 그것보다 더 끔찍해 보이는 것은 그 뼈에 붙어 있는 살이 모조리 새카맣게 변해 있다는 것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스러움이 느껴지는 외견.
그러나.
카가가각-!
그 힘만은, 진짜였다.
마치 이 상태로 자신을 찍어눌러 버리겠다는 듯 그대로 힘을 주는 지하지인의 힘에 밀린 김주혁은 곧바로 몸을 뒤로 내빼며 그 힘을 흘렸으나.
마치 오히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김주혁에게 달라 붙은 지하지인은 다시금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있는 자신의 손을 김주혁에게 찔러넣었다.
카가각-!
다시 한번 막히는 지하지인의 공격.
허나 김주혁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몸을 앞으로 내밀며. 지하지인의 몸에 일점을 박아넣었다.
꽝! 콰가각!
김주혁의 검이 지하지인을 찌르자마자 튕겨나가는 그.
“…….”
일점을 썼음에도 검이 살갗을 뚫지 못했다는 것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고.
곧.
후두드득-!
처박힌 동굴 한쪽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나오는 지하지인의 모습을 보며 김주혁은 이번 싸움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직감할 수 있었다.
XXXX
“…….”
“…….”
그렇게 김주혁이 종리권이 장지문을 이용해 암옥으로 빠져나간뒤, 미궁주의 집무실에는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현재 집무실에 있는 것은 종리권과 바르체였으니까.
그러나 바르체는 곧 이 불편한 침묵을 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이름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물론 종리권은 현재의 바르체가 본인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실제는 아니었기에.
‘이 참에 오해를 풀고 내 이름에 대해서도 단서를 얻는다.’
바르체는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까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이 끝난 뒤 바르체가 종리권에게 입을 열려고 한 순간.
“성공했군.”
종리권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꽤 호쾌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는 바르체를 바라보더니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해서 성공할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성공할지는 몰랐는데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그를 미궁주 자리에 앉힌 거지?”
갑작스러운 물음.
그에 바르체가 순간 멍한 표정으로 종리권을 바라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역시 자네는 재미 없다니까. 예나 지금이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꼭 한마디를 안 해.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니까.”
조금은 불만이라는 듯 투덜거리는 종리권.
저기, 이야기하지 않는게 아니라 이야기를 못하는 건데요.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바르체였으나 이내 종리권은 그동안 할 이야기라도 있었는지 바르체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
이미 시간이 조금 지난 시점에, 바르체는 자신이 이름을 잃어버렸다고 밝힐 타이밍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말이야-”
정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종리권을 알고 있기에 그의 대화를 들어준다는 듯한 스탠스로 넘어가버린 상황.
바르체는 자신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조잘조잘 늘어놓는 종리권을 바라보며 굉장히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이라도 이야기해야 하나?’
이미 상황적으로는 기억을 잃어버려서 단서를 달라고 물어보기가 어려워졌다.
아니, 매우 어려워졌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김주혁이 돌아올 때까지 이 상황을 유지하면 나중이 더 어색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바르체는 곧 종리권에게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마음먹었고.
그러던 시점에-
“흠흠…….”
-돌연, 종리권이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바르체를 바라봤다.
조금은 불편하다는 듯한? 조금 눈치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바르체를 바라본 종리권.
그런 모습에 바르체는 의문을 표하다.
‘혹시, 알아차렸나?’
자신이 현재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 차린 것인가 하는 미약한 희망회로를 돌렸으나 곧 바르체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것 치고 종리권은 계속해서 목을 가다듬으며 무엇인가를 묻기 꺼려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그다음 순간.
“자네한테 이런 걸 물어보면 조금 그럴 수도 있겠다만 좀 궁금해서 말이야. 혹시 좀 물어봐도 되겠나?”
바르체는 종리권에게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를 바라봤고.
“혹시, 자네 이런 상황에서 묻는 건 조금 그렇긴 하네만…….”
그에 종리권은 마치 허락을 받았다는 듯 슬쩍 눈치를 보고는 그렇게 물음을 던졌다.
“아내랑은 어떻게, 화해했나?”
그리고.
“????”
바르체는 그런 종리권의 질문에 저도 모르게 머리 위에 수많은 갈고리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