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32
◈ 232화. 무명(無明) (1)
미궁주의 집무실.
“아, 역시 이야기하기가 좀 그런 내용인가?”
하하, 하는 웃음으로 가볍게 말을 돌리려는 종리권.
그러나 바르체는 오히려 그 시점에 완전히 뇌정지가 와버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종리권을 바라봤고.
오히려 지금 이 순간 바르체는 물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바르체는 그 말이 목구멍을 넘어 입안에 맴돌기 시작했다.
말할까?
그냥 말해버릴까?
아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질문해?
순간 바르체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종리권은 슬슬 그의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전환하려는 틈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바르체는 확신이 섰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물어보지 않으면 더 이상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못한다는 것을.
거기에 더해서, 자신이 기억을 잃은 상태라는 것을 밝히는 것도 딱 지금 타이밍이 좋겠다는 확신을.
……물론 바르체의 선택은 최선이 아니었다.
이미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하기에 바르체는 너무 멀리 왔으니까.
그러나 종리권이 던진 아내에 대한 궁금함이 바르체의 머리를 일시적으로 뇌정지 상태로 만들어버렸고.
결국 바르체는 종리권이 이야기를 돌리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아내가 누구지?”
한마디.
그 말에 종리권이 말을 돌리려다 말고 바르체를 바라봤고.
순간 바르체의 머릿속에 한 가지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저질렀다.’
바로 저질렀다는 그 단어.
그것이 바르체를 스치고 지나감과 함께 오만가지 감정이 바르체를 스쳐 지나갔다.
과연 이게 정말 잘한 짓인가 싶었던 생각부터 시작해 오만가지 어지러운 감정이 바르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으나 그럼에도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어차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가 종리권에게 도움을 받으려면 이 사실은 말을 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바르체는 곧 긴장한 표정으로 종리권을 바라봤고.
그런 그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종리권은.
“아, 음…….”
곧 굉장히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말했다.
“확실히, 아직 싸움이 끝난 것 같진 않군.”
“……?”
“그래 뭐, 확실히…… 그 싸움이 그렇게 쉽게 끝날 만한 싸움은 아니긴 하지. 애초에 몇백 년이나 된 싸움인데 말이야. 좀 사이가 많이 틀어진 것 같군.”
“???”
종리권의 말에 머리 위에 갈고리를 찍는 바르체.
그러나 그런 바르체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리권은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네만, 발언은 좀 조심하게나. 잘못 걸리면 바로 천계로 후송당할걸세.”
그 말을 끝으로 바르체는 종리권이 자신의 말을 전혀 곡해해서 알아들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아니,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진짜 몰라! 진짜 모른다고!
그러나 종리권은 그런 바르체의 표정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는지 전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그래, 뭐 이 이야기는 내가 참견할 이야기는 아니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너무나도 가볍게 그 이야기를 넘겨 버렸고.
그에 결국 자신이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질문을 던졌던 바르체는, 결국 김주혁이 지하지인을 잡고 돌아오기 전까지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XXXX
[봐, 잘하잖아? 무명(無明).]그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김주혁은 자신이 한번 기억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이는 것은 여전히 모든 곳이 산과 나무로 둘러싸인 곳.
그곳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는 썩 유쾌한 목소리로 검을 집어넣으며 이야기했다.
[오만과 교만을 버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인드로 접근하라는 말이야. 지금의 너는 아직 무를 제대로 완성조차 하지 못했으니까.]남자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은 없다는 듯.
[자, 그럼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자.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은 이게 다야. 이제부터는 네가 스스로 해 나가야 하지.]그와 함께 걸음을 돌려 걸어가는 남자.
그런 그를 바라보며 김주혁은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으나 스스로가 질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글쎄다. 아마 네가 개화를 할 때쯤이면 또 한번 얼굴을 보지 않을까 싶네.]남자는 그렇게 말하는 것을 끝으로, 몸을 돌려 산속으로 사라졌다.
“!”
그와 함께 다시금 현실로 돌아온 김주혁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동굴은 은은하게 주변을 비추고 있었고, 수백 수천 개의 사슬은 동굴 천장에 매달려 이리저리 섞여 있을 뿐이었다.
바뀐 것은 단 한 가지.
“…….”
김주혁은 자신의 아래에 있는 지하지인을 바라봤다.
정확히 몸이 상 하체로 양분된 채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지하지인을.
‘죽었나?’
김주혁은 그의 탁기 어린 눈빛을 바라보며 생각하던 도중 문득 지하지인에게 죽었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김주혁이 그를 상대할 때, 지하지인은 이미 죽어있는 듯했었으니까.
‘생각해 보니까 조금 신기한 놈이기는 하네.’
김주혁은 지하지인이 자신과 연관이 되어 있는 녀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반으로 갈라져 있는 그를 바라보았으나.
으쓱.
김주혁은 곧 어깨를 으쓱하고는 지하지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적어도 자신의 옛 이름 중 하나인 무명을 찾은 시점에서도, 지하지인에 대해서는 생각나는 게 없었으니까.
‘사실 그것보다도 조금, 정리해야 할 일도 있고.’
김주혁은 멈추지 않고 출혈이 계속되고 있는 환부를 짓누른 채 한숨을 내쉬었다.
지하지인의 싸움에서 김주혁은 승리했다.
이름 또한 얻었고, 기억 또한 아주 조금이지만 희끗희끗하게 떠오르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처음으로 직접 생각한 무술이 하나 생겼으며 마지막으로 남자가 해준 ‘개화’라는 말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관심이 갔다.
그러나, 김주혁은 그 모든 궁금증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어우…….”
이유는 바로 지하지인이 그에게 남긴 상처 때문.
“존나 아프네.”
당장 지하지인에게 당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웠던 것 같지는 않았으나 긴장이 풀리고 나니 본격적으로 찾아온 고통은 김주혁이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게 할 정도였기에.
‘……우선은 정신 차리면서 고통 조절이나 좀 하고 있어야겠네.’
김주혁은 결국 종리권이 다시금 암옥의 문을 열 때까지 식은땀을 흘리며 기다려야 했다.
XXXX
미궁주의 집무실.
“오.”
김주혁은 자신의 환부에 붙어 환한 빛을 내고 있는 부적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게 부적이 빛나서 때문이 아닌, 상처 부위에 달라붙은 부적이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상처를 회복시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상에도 회복능력을 가진 성좌들과 계약자들이 몇 명 정도 있기는 했으나 그 회복능력의 수준이 이렇게 빠른 정도까지는 아니었기에 김주혁은 감탄했고.
“다 됐군.”
곧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김주혁의 상처에 붙였던 부적을 뗀 종리권은 살점이 떨어져 나간 곳이 매우 깨끗하게 아물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신기하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피가 줄줄 흐르던 환부를 만지작거리며 감탄하는 김주혁.
분명 상처가 있던 곳이었기에 환통이 조금 있지 않을까 싶어 주변을 괜스레 한두 번 눌러보았으나 치료된 곳은 그 어느 통증도 남지 않았고.
“뭐,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만 이렇게 한두 번 정도 치료를 할 땐 이게 썩 나쁘지 않지.”
종리권은 그런 김주혁을 향해 그의 몸에 달라붙었던 초록색의 부적을 한번 흔들어 보이더니 이내 품 안에 집어넣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표정을 보아하니 이름은 찾은 것 같은데, 맞소?”
종리권의 물음.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맞아. 덕분에 이름은 찾았어.”
김주혁은 그렇게 말하며 종리권과 바르체에게 지하지인과의 싸움에서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고.
곧 김주혁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종리권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일이 잘 풀린 듯하군.”
“잘 풀리긴 했지.”
“그래서, 이름을 얻고 난 뒤에 생각난 것은 있소?”
종리권의 물음.
김주혁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
“뭐, 생각나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 조금 미미하기는 하지만.”
“차분히 기다린다면 점차 기억이 서서히 돌아올 것이오. 원래 기억이라는 것은 그렇게 확확 돌아오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천천히 돌아오는 법이니 말이오.”
종리권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이더니 이내 화제를 전환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까 들어보니 물어볼 게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또 무엇이오?”
“이번에 이름을 얻게 되면서 생긴 궁금증이지.”
김주혁은 그렇게 말하며 무엇을 먼저 물어볼지 잠시 고민하다 물음을 던졌다.
“우선, 먼저 묻고 싶은 건 지하지인에 관한 이야기인데.”
“지하지인?”
“네가 나와 지하지인이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잖아? 예전에 나한테 덤볐다가 뒤지게 처맞고 암옥으로 숨어들었다고 말이야.”
김주혁의 말에 종리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럼 지하지인은 원래 괴물이었나?”
“……원래 괴물이었냐고?”
“그래, 내가 아까 말했다시피 그 녀석은 이미 내려가서 봤을 시점에는 인간의 모습은 없다시피 했거든. 게다가 전투에서 나도 굉장히 고전할 정도로 똑똑했지만 이미 이지는 사라져 버린 뒤인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그냥 궁금증이 들었거든”
김주혁의 말에 종리권은 고개를 끄덕이곤 이야기했다.
“확실히 그럴 만도 하겠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이야기해 줄 만한 건 없소.”
“왜?”
“정말 유감스럽게도 나는 당신과 지하지인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과 더불어 지하지인이 암옥으로 도망가 있다는 것을 아는 정도니까 말이오. 뭐 그래도 하나 정도 알려 주자면.”
종리권은 잠시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더니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지하지인의 옛 이름은 선도(善道), 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것 정도지.”
“선도?”
“그렇소. 내가 알기로 지하지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기 전의 그는 선인들을 가르치는 존재였으니까 말이지.”
“……선도라,”
김주혁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화제를 넘겼다.
“우선 그건 알겠고, 곧바로 다음 질문을 해도 되나?”
“얼마든지 하시오. 내가 아는 한은 전부 이야기해 주는 것으로 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종리권.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개화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혹시 알고 있나?”
그렇게 이야기했고.
“……개화라.”
그런 김주혁의 물음에 종리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것에 대해서라면 조금 해줄 이야기가 있을 것 같군.”
그에게 답하며 곧 개화에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