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34
◈ 234화. 무명(無明) (3)
“나는 아내 없지?”
“……그게 무슨?”
“다른 건 모르겠고 그것만 말해줘 봐.”
미궁주의 집무실에 돌아오자마자 그렇게 질문하는 김주혁을 떨떠름하게 바라보던 종리권은 곧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내가 알기로 딱히 정혼을 한 적을 없는 것 같은데.”
“역시 그렇지……?”
뭔가 묘하게 안도했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김주혁.
그에 종리권이 슬쩍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왜 아내가 없다는 것에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거요?”
종리권의 물음.
“그야-”
그에 김주혁은 대답을 하려고 하다…….
“……음? 그러게?”
문득 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바르체를 한번 바라봤다.
조금 멀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바르체.
‘생각해 보면 딱히 과민반응할 일은 아니긴 한데…….’
그렇게 생각한 김주혁은 자신이 왜 갑작스레 과민반응했는지를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한번 내저으며 이야기했다.
“뭐, 아무튼 이건 됐고. 볼일은 전부 끝내고 온 거야?”
김주혁의 물음에 종리권은 잠시 고민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야기했다.
“우선 당장 볼일은 끝났소. 이제 슬슬 마저 궁금증을 풀어주도록 하지. 무엇이 궁금하오?”
종리권의 물음에 김주혁은 망설임 없이 이야기했다.
“한 개는 호랑이 수인에 관해서고 다른 한 개는 바르체의 이름에 관해서, 사실 지금 시점에서는 이것만 물어보면 더 이상 너한테 물어볼 건 없는 것 같네.”
김주혁이 그렇게 말하며 종리권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슬쩍 시선을 돌려 바르체를 바라보았다.
스윽.
그에 은근슬쩍 시선을 돌리는 바르체.
그 모습에 종리권은 저도 모르게 허허, 하는 웃음을 짓더니 이야기했다.
“정말 놀랍군.”
“뭐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상황이 썩 신기해서 말이오. 물론 기본적으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성격도 조금씩 바뀌는데…….”
“바르체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김주혁의 물음에 종리권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래,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침묵하는 건 옛날에도 똑같아서 말이오. 그 덕에 옛날에는 나만 떠들었지.”
“……전부터 조금 궁금했던 건데 너랑 바르체는 친구 사이였던 거야?”
김주혁의 물음에 종리권은 고개를 저었다.
“뭐랄까. 친구 사이라고 하기보다는 관계가 관계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지.”
“……뭔 관계인지 짐작도 안 가지만 우선 알았어.”
종리권과 바르체가 옛날에 어떤 사이였는지는 딱히 관심이 없었기에 김주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종리권은 바르체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흐음…….”
마치 머릿속으로 어떠한 퍼즐을 짜 맞추는 듯 으음, 하는 침음을 내며 몇십 초간 곰곰이 고민하고 있던 종리권은.
“그렇군.”
불현듯 알 수 없는 소리를 입으로 내뱉더니 곧 바르체를 바라보곤 이야기했다.
“아마 지금 자네가 찾은 이름은 산군 정도겠지? 아니면 신군 정도거나 말이야.”
“……그걸 어떻게 알았지?”
바르체의 말.
그에 종리권은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뭐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자네는 침묵을 자주 하기는 했으나 행동이 참 알기 편했거든.”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하며 피식 웃은 종리권은 이야기했다.
“보나마나 할 것도 없군. 아마 자네의 원래 이름은 이곳이 아니라 ‘서금태산(西金泰山)’이라는 곳에 있을걸세.”
“……서금태산?”
“그래, 아마 그곳에 가면 자네의 이름도 찾을 수 있겠지.”
“혹시 그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나?”
바르체의 물음.
그에 종리권은 어렵지 않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정도야 어렵지 않게 해줄 수 있지. 다만 그 서금태산에 도착한 이후 나는 도움을 줄 수 없다네.”
“데려다주기만 하면 충분하다.”
종리권의 말에 그렇게 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바르체.
“그럼 지금 바로 가도록 하겠나?”
종리권의 물음.
그에 바르체는 슬쩍 김주혁을 바라봤고.
“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가고 싶으면 지금 바로 갔다 와.”
“……그러도록 하지.”
“그럼 조금 이따 나와 함께 나가는 것으로 하지.”
김주혁의 이어지는 말에 종리권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김주혁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럼 이다음은 호랑이 수인에 대해서요?”
“맞아.”
김주혁의 대답에 종리권은 어렵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다.
“아마 당신이 말하고 있는 호랑이 수인은 금발을 가지고 있는데다 당신을 굉장히 잘 따르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 아니오?”
“잘 알고 있네? 누군지 알아?”
김주혁의 질문.
그에 종리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알고 있소. 그녀는 나와 조금…… 뭐, 미묘한 관계였으니까 말이오.”
“……미묘한 관계?”
김주혁이 되묻자 종리권은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뭐 나와의 관계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긴 하지. 아무튼 알려주자면 그 호랑이 수인은 흑몽이라는 집단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요.”
“……흑몽?”
“그렇소.”
“그럼 거기로 가면 그 녀석을 만날 수 있는건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마 불가능할 확률이 조금 높다고 생각되는 바요.”
“왜?”
“나도 꽤 오래전에 소식을 들은 바로는 흑몽의 수장인 그녀는 꽤 오래전부터 은거했거든.”
“……은거했다고?”
“그렇소, 그덕에 우선 나타나기만 했다면 천군이고 뭐고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던 흑몽은 그녀가 은거한 뒤부터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상태지. 그 이상의 소식은 나도 모르오.”
종리권의 말에 김주혁은 이어서 이야기했고.
“그럼 그 흑몽이라는 집단은 어디에 있는데?”
그에 종리권은.
“지금도 그곳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알기로 흑몽은 ‘괴산(怪山)’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렇게 이야기했다.
XXXX
그렇게 종리권과 바르체가 떠난 뒤.
“…….”
김주혁은 줄곧 침묵하며 종리권이 마지막에 남긴 말을 떠올렸다.
그가 바르체를 먼저 보내고 난 뒤 자신에게 했던 말.
“만다라를 조심해라……라.”
만다라라는 집단을 조심해라.
종리권은 그렇게 말하며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물론 지금 당장 그들이 당신을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오, 만다라의 대부분 집단은 현재 봉인당해 있는 상태니까.’
‘그러나 그 봉인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사실. 당신이 살아남고 싶다면 필시 당신을 도울 힘을 그때까지 충분히 모으는 것이 좋을 것이오.’
종리권은 그 말을 끝으로 할 말은 끝났다는 듯 바르체가 기다리고 있는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했지?’
종리권은 또한 김주혁에게 바르체가 자신의 이름을 찾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거라는 말을 했기에 그렇게 생각하곤.
“후…….”
가벼운 한숨과 함께 몸을 뒤로 젖혔다.
무명(無明).
지하지인을 죽인 뒤 처음으로 생각이 난 자신의 이름 중 하나.
‘이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진리를 깨닫지 못한 자’라…….’
도대체 어째서 자신의 머릿속에 무명이라는 이름과 함께 그런 기억이 잔재처럼 남아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김주혁은 무명이라는 이름의 뜻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름이 없어서 무명이 아닌, 진리를 깨닫지 못했기에 김주혁은 무명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흐음…….”
그렇게 무명이라는 이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무렵.
“!!”
김주혁은 자신의 눈앞이 하얗게 빛남과 동시에 매우 익숙한 판잣집이 눈앞에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몸을 돌리며 이야기했다.
“안 그래도 딱 좋은 타이밍에 불렀네.”
김주혁의 말.
그에 여느 때와 같이 낡은 판잣집에 앉은 그녀는 김주혁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름을 찾았구나.”
“덕분에.”
김주혁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길잡이의 앞에 앉고는.
“그럼, 이제 슬슬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는데, 맞겠지?”
곧바로 본론을 이야기 했고.
그런 김주혁의 말을 들은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안 그래도 이야기해줄 거야, 이미 이름을 찾은 너라면 이 이야기는 꼭 들어야 하기도 하고 아마 지루하지도 않을 거야.”
“저번에는 엄청나게 옛날부터 설명해야 한다더니.”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이야기했다.
“나도 네가 이름을 찾을 때까지 놀고 있던 것만은 아니야, 어떻게 해야 조금 더 효율이 좋게 너한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거든.”
“그럼 곧바로 이야기해 줘.”
길잡이의 말에 곧바로 대답하는 김주혁.
그에 길잡이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뒤, 잠시 큼큼거리며 목소리를 정돈한 후.
“아바타라……라고, 알아?”
김주혁에게 질문을 던졌다.
XXXX
거대한 산.
그러나 그 거대한 산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돌과 바위, 그리고 말라붙은 몇몇 개의 나무밖에 없었다.
“…….”
정말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바위와 돌, 그리고 굉장히 험난해 보이는 지형뿐.
그 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바르체는 조금은 멍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여기가 서금태산(西金泰山)인가?”
“맞네.”
그의 옆에 있던 종리권은 그렇게 대답하며 바르체와 같이 서금태산을 바라봤다.
“아마 이곳에 자네의 이름이 있을걸세. 사실 이곳이 아니면 자네의 이름이 있을 곳이 없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지?”
바르체의 물음.
그러나 종리권은 스윽 웃으며 이야기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일세, 나머지는 직접 이름을 찾아보게나. 아마 이름을 찾게 되면 자네가 지금까지 궁금했던 것들은 모두 알 수 있을걸세 아마-”
“…….”
“자네가 왜 거기서 이름을 여기다가 놔두고 그러고 있었는지까지, 전부 알 수 있겠지.”
종리권은 그렇게 말하며 바르체의 어깨를 툭툭 치곤.
“그러니 한번 잘 찾아보게.”
그 말을 남긴 뒤 곧바로 몸을 돌리려 했으나.
“잠깐.”
“왜 그런가?”
그렇게 몸을 돌리려던 종리권은 곧 바르체의 목소리에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
그렇게 종리권을 바라보던 바르체는 잠시 조금은 힘든 이야기를 하려 한다는 듯 몇 번이나 고개를 슬쩍슬쩍 돌리더니.
“후…….”
이내 크게 한숨까지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 아까 전에 이야기했던 것 말이다.”
“아까 전에 이야기했던 것?”
“그…… 내 아내에 대해서 말하는거다.”
바르체의 말에 종리권은 순간 눈을 멀뚱하게 뜨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내 기억이 났다는 듯 아아! 하는 탄성을 내지르며 입을 열었다.
“아 그랬었지.”
종리권은 바르체를 바라보며 확실히 이해한다는 듯한 느낌으로 입을 열었다.
“확실히, 생각해 보니까 이름도 찾지 못해 기억을 못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조금 혼란스러운 소리였을 것 같긴 하군. 그래서, 궁금한건 아내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는 건가?”
조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여는 종리권의 물음에 바르체는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종리권은 씨익 웃으며.
“불새.”
“……뭐?”
“불새라고 했네.”
그렇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