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4
◈ 024화. 너는 또 뭐야? (1)
발할라는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외출이 가능하다.
허나 그 이외에도 외출이 가능한 경우가 두 가지 정도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특별한 사정 때문에 외출을 할 수 있는 특별 외출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른 이후 원하는 학생에 한해 외출을 시켜주는 고사 외출이 있었다.
그런 외출 시스템 덕분에 이제 막 중간고사가 끝난 학교의 주말에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외출을 나가 있는 상태였다.
발할라 안에 모든 시설이 있는데 왜 굳이 밖으로 나가냐고?
“발할라에 다 있으면 뭐 하냐, 노는 기분이 안 드는데, 인정?”
“인정인 부분~”
“나가서 PC방이나 때리자.”
김주혁은 굳이 왜 학생들이 밖으로 나도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조금 전 그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학생들의 대화로 그들이 대충 어느 기분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뭐, 나야 발할라 안이나 밖이나 그게 그건 것 같은데.’
김주혁은 발할라의 입구를 슬쩍 돌아보았다.
말은 그렇게 하기는 했으나 그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고사 외출을 신청해 밖으로 나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온 이유가 다른 학생들처럼 발할라 안에서 놀기가 싫어 밖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
김주혁이 고사 외출을 사용해서 나온 이유.
그것은 바로 발할라 외부에 있는 비고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300년 전 김주혁이 묻어 놓은 비고들 대부분은 이미 박살 났을 확률이 높았으나.
‘아직 발견이 되지 않은 곳이 있으니까.’
발할라 부지에 남아 있던 비고처럼 30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발견이 되지 않은 장소들은 아직 비고가 남아 있을 수도 있었기에 김주혁은 그것을 알아보고자 했다.
‘비고 안에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김주혁은 멸망의 탑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비고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분산해서 넣어 놓았다.
당장 발할라 부지 비고에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예물들과 저장석(貯藏石).
사실 그 하나의 비고만 해도 이미 김주혁이 비고를 찾으려던 당초의 목적은 해결한 셈이긴 했다.
원래 그가 비고를 찾으려는 첫 번째 목적은 금전과 저장석을 찾으려는 것이었으니까.
허나 이번에 그가 비고를 찾는 이유는 금전과 저장석 때문이 아니었다.
‘……그게 있으려나?‘
단련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하던 김주혁이 굳이 나와서 비고를 찾는 이유는 바로 그의 기억 속에 있는 하나의 물건 때문이었다.
그때는 멸망의 탑에 올라가는 게 워낙 급한 일이었고 사실 그때의 김주혁에게는 딱히 필요하지 않아서 아무 데나 처박아 놨었기에 기억에서 잃어버리고 있었는데.
’만약 그게 지금 있으면 엄청나게 도움이 될 텐데.‘
그가 비고 어딘가에 아무렇게나 처박아 놓은 그것은 만약 지금 찾기만 하면 그에게 굉장히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었기에 그는 굳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온 것이었다.
’뭐, 겸사겸사 내 노후자금도 챙기고.‘
비고 여기저기에 박혀 있을 보석류나 반지들을 생각하며 씨익 웃은 그는 이내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처음 가볼 곳은 수원인가.’
외출을 나오기 전 기숙사 내에서 미리 어플리케이션으로 포인트를 찍어두었던 세 개의 포인트 중 제일 가까이 찍혀 있는 곳이 수원임을 확인한 김주혁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얼마의 시간이 지나 김주혁이 수원에 있는 외딴 산에 도착했을 때.
“반갑다.”
“이건 또 뭐야?”
XXXX
마켓(MARKET)은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지역구로 나누어져 있다.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 지역구부터 시작해서, 마켓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마켓 지역구, 그 이외에도 상인이 물건을 사고파는 구역도 있고, 아예 물물교환을 하는 지역구도 있다.
허나 그중에서도 마켓의 7 지역구는 종업원들도 들어올 수 없는, 오로지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되어 있는 구역이었다.
마켓의 가장 중심이라고 봐도 되는 7지역구.
그곳의 중앙에는 이 묘하게 펑크한 세계관과는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 높은 빌딩이 세워져 있었다.
맨 끝 층에만 창문이 있는, 기이할 정도로 신기한 빌딩.
그리고 그 끝에 층에는.
“후…….”
굉장히 피곤한 표정으로 노곤하게 앉아 있는 마켓의 주인, 블랙켓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켓의 전경을 담고 있었다.
그는 가면의 안쪽으로 손을 넣어 어느새 다크서클이 만들어진 눈을 몇 번이고 문질거린 뒤 떴고.
[이면의 지배자가 반지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냐고 묻습니다.]자신의 앞에, 보란 듯 떠 있는 문구에 블랙 캣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성좌님, 조금만 기다리시면 정상적인 수속이 끝난 뒤 텔레포트로 도착할 겁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반지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냐고 묻습니다.]“…….”
또 한번 떠오르는 문구에 블랙 캣은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반지 때문에 무슨 개고생이냐.’
솔직히 말해서, 블랙캣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반지가 괜스레 원망스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블랙 캣은 요 몇 주 동안 그 반지 때문에 성좌에게 휘둘려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반지가 뭐길래.’
블랙 캣은 모리스의 가게에서, 그리고 아까 전 경매장에서 본 반지를 떠올리고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대체 무슨 반지지??’
블랙 캣은 멸망의 유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고.
특정 유물에 대해 성좌들이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블랙 캣은 그동안 자신의 성좌인 ‘이면의 지배자’가 멸망의 유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물론 누군가는 고작 유물도 몇 개 보지 않고 그렇게 생각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블랙 캣은 그동안 굉장히 많은 유물들을 보아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곳은 마켓이었고, 이 세상의 모든 귀중한 물품은 이곳에서 거래가 되니까.
그렇기에 블랙 캣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이면의 지배자는 딱히 좋아하는 유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블랙 캣이 ‘멸망의 유물이 시중 내에 돌면 무조건 한번 이상은 확인해야 한다’는 선대들의 말에 따라 유물을 확인하러 갔을 때, 이면의 지배자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애초에 말을 걸거나 보고를 하려고 해도 한 달에 두 번 이상으로는 절대 입을 열지 않는 이면의 지배자가 그의 눈 앞을 가릴 정도로 도배를 한 것이었다.
그 뒤로 블랙 캣은 이면의 지배자가 원하는 유물이 있다는 것에 신기해했으나.
‘……차라리 보러 가지 말걸.’
그는 지금에 와서는 차라리 유물을 보러 가지 않는 것이 좋았다며, 홀로 후회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반지가 이면의 지배자의 눈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이면의 지배자는 한시도 쉬지 않고 그 반지를 내놓으라 협박했기 때문이다.
“……으.”
이면의 지배자한테 시달렸던 그 시간을 떠올리던 블랙 캣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으나, 이내 미소를 지었다.
결국 반지를 손에 넣었으니 성좌님의 손에 쥐여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웅!
‘그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블랙 캣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앞에 생성되기 시작하는 물건용 포탈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이내 포탈 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이면의 지배자가 빨리 열어보라며 재촉합니다!]“알겠습니다, 성좌님.”
블랙 캣은 그렇게 대답하며 곧바로 케이스 위에 정성스레 묶여 있는 끈을 풀어버리고 곧바로 뚜껑을 개봉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성좌님의 갈굼에서 해방되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오셨다.]“……저.”
[오셨다.] [오셨다.] [오셨다.] [오셨다.]……
..
.
“성좌님……?”
블랙 캣은.
[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오셨다.]─────────────“…….”
자신의 눈 위에 엄청난 속도로 떠오르는 알림창의 향연을 보며.
‘……뭐, 뭐야 이게…….’
자신의 성좌에게 처음으로 경외와 두려움이 아닌, 공포를 느꼈다.
XXXX
김주혁은 새삼스레 이 세계의 이동수단에 감탄했다.
‘포탈이 좋기는 좋네.’
그는 처음으로 발할라 근처에 있는 포탈을 이용해 불과 2분도 채 되지 않아 수원으로 넘어 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알기로는 여러 가지 제한이 있어서 국내에도 갈 수 있는 곳이 지정되어 있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제한 때문에 해외에 갈 때는 아직까진 탈것을 타고 이동해야 하고 포탈을 한번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비싸기는 했으나.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정도로 빠르게 긴 거리를 오갈 수 있다는 데에 김주혁은 순수하게 감탄하며 찍어둔 포인트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래.
이동하는 중이었는데.
“반갑다.”
이제 막 비고가 있을 만한 산지로 들어선 그의 앞에 나타난 남자를 보며 김주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또 뭐야?”
“알고 싶나?”
마치 어른이 어린 애를 바라보듯 긴장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이 느긋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남자.
그는 괜스레 큰 덩치를 자랑하듯 김주혁의 앞으로 다가섰고.
김주혁은 그런 그를 보며 잠시 생각하다 이야기했다.
“나한테 볼일이 있어서 온 거야?”
“당연하지, 너한테 볼일이 없었다면 이 촌구석에 내가 왔을 리가 없잖아?”
“그 볼 일이라는 건 나를 손봐주는 거고?”
“잘 알고 있네?”
“잘 알고 있기는, 딱 생긴 거하고 눈깔만 보면 알지.”
“뭐……?”
김주혁의 말에 순간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남자.
허나 그 남자.
정확히 말하면 록딜 벤트릭에게 의뢰를 받아 김주혁을 만나러 온 디세라는 이내 씨익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이 새끼 봐라, 말을 막 하는데? 발할라 1위라 그런가? 자신감이 조금 있나 보네?”
“자신감이 없을 수가 없지.”
“어이구 정말? 설마 이런 산골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 테고 말이야.”
“너 같은 호구가 나를 때려잡겠다고 왔는데 자신감이 없을 수가 없잖아?”
“……뭐라고?”
“그리고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오히려 그런 상황이 되면 내가 안 좋은데?”
김주혁의 말에 디세라는 인상을 굳혔으나, 김주혁은 씨익 웃은 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다른 놈이 구하러 올 수 있으면 제대로 못 패잖아. 안 그래?”
김주혁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더니 디세라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아’하는 짧은 탄성을 터트리곤 물었다.
“뭐 하나만 물어보자, 너 나 패러 왔냐 죽이러 왔냐?”
“하…… 말이 제 명을 단축시킨다는 소리는 알고 있냐?”
“너무 잘 알고 있지. 지금 네가 실제로 실천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츳-!
순식간에 디세라의 앞에 도달해.
“!”
“-제대로 생각해서 대답해. 내일 뒷방에서 향냄새 맡고 싶은 거 아니면.”
뻐어억!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