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40
◈ 240화 천악산 (3)
묵색의 검이 슈텐의 목을 벤다.
그다음은 팔을.
그다음은 다리를.
그다음은 배를.
그다음은 심장을.
반대로, 슈텐은 재생한다.
자신의 머리를.
자신의 팔을.
자신의 다리를.
자신의 배를.
그리고 심장을.
수십, 수백, 수천.
이미 천살검(千殺檢)이라는 이름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참격이 김주혁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베고.
베고.
베고.
벤다.
더 이상 눈앞의 요괴가 재생하지 못하게.
그리고, 그렇게 참격과 재생의 끝에서.
“하, 하하하하!! 터무니없는 괴물이군! 터무니없는 괴물이야!”
슈텐은 사지가 잘린 채 김주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분명 그의 몸은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었으나 그 속도는 이전보다도 확연하게 줄어 있었다.
아까 전까지 슈텐의 몸이 마치 죽지 않는 불사자였다면, 지금의 슈텐은 불사자에서 내려와 대요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
그런 슈텐을 보며 김주혁은 입을 열었다.
“내가 이긴 건가?”
한마디.
그리고 그런 슈텐의 반응은.
“당연하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최고로군! 최고야! 나를 이기다니! 정말 오랜만이라고!”
자신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신이 난다는 듯 아직 전부 재생되지 않은 양팔로 박수까지 짝짝 치는 모습에 김주혁은 순간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김주혁의 눈에 보이는 슈텐은 정신이 조금 이상해 보였으니까.
그러나 그런 김주혁은 상관없다는 듯, 슈텐은 여전히 재미있다는 듯 이제는 재생이 된 자신의 팔로 박수를 짝짝 치더니 이야기했다.
“자, 내가 패배했으니 네가 원하는 걸 말해라!”
“네가 아는 정보를 전부 뱉어.”
“그러도록 하지! 패자는 이의가 없어야 하니까!”
“그럼 첫 번째로, 내가 이름을 찾으러 왔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곧바로 질문에 들어가는 김주혁.
그에 슈텐은 곧바로 답했다.
“일악(一惡)이 이야기해줬다. 이제 곧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한 남자가 찾아올 거라고 말이야.”
“……일악?”
김주혁의 되물음에 슈텐은 자신의 엄지로 천악산 끝에 있는 하얀 봉우리를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저곳에 사는 녀석이다.”
“저곳에 사는 놈이 이름을 찾기 위해 한 남자가 찾아올 거라 이야기했다고?”
“그래, 원래 평소라면 세상이 어떻게 되든 관심도 없는 녀석인데 문득 나한테 찾아오더니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 그래서.”
씨익.
“분명 평범한 놈이 오는 게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지.”
슈텐의 말에 김주혁은 곧바로 다음 질문을 계속했다.
“그럼 내 이름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마찬가지다, 저곳에 사는 일악에게 올라가 보면 알게 되겠지?”
“너는 모르고?”
김주혁의 물음에 슈텐은 이야기했다.
“아까 전의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일악은 한 남자가 찾아올 거라고 이야기한 동시에 그 남자를 보면 산 정상으로 올라오라는 이야기를 전하라고 했다.”
“……한마디로 너는 그냥 안내인이었다는 거잖아?”
“뭐, 안내역 일을 해주는데 이 정도 재미는 괜찮지 않나?”
피식 웃으며 이야기하는 슈텐.
그에 김주혁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어깨를 으쓱였다.
웃고 있는 슈텐에게 굳이 면박을 줄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윽-탁!
그렇기에 김주혁은 조금 전까지 쥐고 있던 촌검을 검집에 집어넣고는 미련 없이 올라가려다.
“아, 나한테 덤벼드는 요괴들은 컨트롤할 수 있냐?”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그럼 통제 좀 해봐. 덤벼드는 놈들 상대하면서 올라가기 귀찮을 것 같으니까.”
김주혁의 말에 슈텐은 씨익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이미 아까 전의 싸움으로 내 마력이 잔뜩 남아 있는 네 녀석을 건들 간 큰 녀석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없을 테니까.”
슈텐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일악이 있다는 꼭대기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박살 난 나무동이에 주저앉아 있던 슈텐의 앞에 한 명의 여성이 나타났다.
창백한 검은빛의 피부를 가지고 있는, 마치 불꽃처럼 흩날리고 있는 한 여성이.
그녀는 나무동이에 앉아있는 슈텐을 바라보고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고는 이야기했다.
“그래서 감상은?”
여성의 물음.
“네가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어때?”
그런 여성의 물음에 슈텐이 씨익 웃으며 답하자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나는 귀찮아서 싫어, 그리고 이미 너랑 무식하게 싸우는 걸 보면서 이미 어느 정도 생각은 끝내뒀거든.”
“그럼 굳이 내 답변을 듣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직접 싸운 감상은 또 다를 거 아니야?”
“흠…… 나랑 하룻밤 정도 같이 지내 준-”
빠아아아악!
슈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순식간에 다가와 그 머리를 날려버리는 여성.
그에 슈텐은 다시금 머리를 재생하곤 이야기 했다.
“역시 어둑시니의 손은 맵단 말이야. 이악(二惡)이라 그런가?”
“닥치고 감상이나 이야기해.”
여서, 아니 두억시니의 물음에 슈텐은 씨익 웃음을 짓더니.
“확실히 강해! 이름을 찾기 전이라고는 생각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그래서, 나도 마음을 정했지.”
곧, 그렇게 이야기했다.
XXXX
산봉우리 위.
“흐음.”
슈텐의 말대로 그와 싸움을 벌인 뒤 요괴들은 단 한 명도 길을 걷는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
물론 그럼에도 슬쩍슬쩍 모습을 보이는 요괴들도 있었으나 그들도 김주혁에게 덤비지 않는 것은 똑같았고 그 덕분에 김주혁은 꽤 편하게 산봉우리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생각과는 좀 다른데?”
김주혁은 이제 막 도달한 산봉우리의 정상을 한번 바라보고는 이질적이라는 듯 중얼거렸다.
아까 전 슈텐과 대화할 때 보았던 산봉우리는 새하얀 눈에 가득 쌓여 있었고, 실제로 김주혁은 걸어올 때 무척이나 많이 쌓여 있는 눈길을 헤치고 올라왔다.
그러나 정작 눈길을 헤치고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철?”
철이었다.
그것도 여기저기 원석처럼 박혀 있어 빛을 내고 있는 철.
그렇게 철원석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산봉우리의 꼭대기에는 눈이 전혀 쌓여 있지 않았고, 곧 김주혁이 거기에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을 때.
“왔군.”
김주혁은 목소리를 듣고는 시선을 앞으로 돌려.
“?”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등에 족히 수십 개는 되어 보이는 칼날을 꽂고 있는 남자를.
그러나 정작 김주혁에게 말을 건 남자는 자신의 등에 꽂혀 있는 칼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김주혁에게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반갑소. 이름이 무엇이지?”
남자의 물음에 김주혁은 순간 김주혁이라는 이름을 내뱉으려다 입을 다물고는.
“무명.”
이내 그 이름을 내뱉었다.
그에 남자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했다.
“반갑소. 무명.”
“네 이름은?”
이번에는 김주혁이 이름을 묻자 그는 흠, 하는 표정을 짓고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야기했다.
“이 상황에서 내 이름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는 듯하니, 다른 이들이 잘 알고 있을만한 이름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불가살이(不可殺伊)라고 하오.”
“……불가살이? 혹시 그 등에 잔뜩 꽂고있는 칼이랑 연관된 이름이야?”
김주혁은 불가살이의 등 뒤에 있는 칼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는 스윽 하는 웃음과 함께 이야기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아무튼 당신이 이곳에 온 이유는 알고 있소, 아마 이름 때문이겠지?”
“그 이유가 맞기는 한데, 우선 다른 걸 질문하고 싶은데. 물어도 되나?”
“당연히 물어도 상관없소.”
“내가 여기에 온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김주혁의 물음.
그에 불가살이는 잠시 의문인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이해했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이야기했다.
“확실히, 그게 궁금할 수도 있을 것 같군.”
“알려줄 수 있나?”
“당연히, 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
불가살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한 몸짓을 하며 이야기했다.
“아마 당신이 이름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왓으면 아마 최소한의 사전지식은 갖췄을 거라 생각하는데 맞소?”
“화신들 이야기?”
“그것까지 알고 있다면 더 이야기하기가 편하지.”
불가살이는 그렇게 답하곤 곧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는 같은 편이었소.”
“……같은 편?”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일방적으로 구해진 쪽이라고나 할까.”
불가살이는 오래전의 추억을 생각하는 듯 침묵하다 이야기했다.
“화신들은 오만하고 이기적이었지. 또한 잔학하기도 했소. 그들은 자신을 따르지 않으려 하는 이들을 맹목적으로 배척하고 멸절시키려 노력했으니까.”
“그리고 그중에는 나도 있었지.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나를 포함한 요괴들이.”
“요괴들은 누군가를 신앙하지 않소. 거의 대부분의 요괴들이 천성적으로도 그렇지만 그 존재 자체가 믿음으로 생긴 존재들이거늘 어떻게 다른 남을 또 신앙하겠소? 그 덕분에 우리 요괴들은 화신들에게 척살 대상이었지.”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한 명의 화신이 요괴들을 도왔소. 아니, 정확히 그의 말을 빌리자면 ‘저 새끼들 엿맥이려고 한 일일 뿐이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소만. 아무튼 그에게 구해진 것은 변함이 없지.”
불가살이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이내 후, 하는 한숨을 내쉬곤 이어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구한 그 화신을 따랐소, 그리고 대부분 그 화신의 죽음과 맞춰 최후를 함께했지.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면 말이오.”
“너는 그 살아남은 생존자 중 한 명이고?”
불가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나는 생존자 중 한 명임과 동시에 우리를 이끈 그 화신이 다시 나타날 때를 기다리며 그의 단서 중 하나를 가지고 있었지.”
불가살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곤 이야기했다.
“그럼 지금 내가 이곳으로 올거란 건 어떻게 알았는데?”
“목소리가 들리더군.”
“……목소리?”
“그렇소. 당신이 깨어나 곧 이곳으로 향할 거라는 목소리가 말이오. 물론 그것도 꽤 오래되긴 했지만.”
불가살이의 말에 김주혁은 목소리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다 곧 그 생각을 치웠다.
그 목소리의 정체가 궁금하기는 했으나 그 목소리는 결국 자신을 도와주고 있었고, 김주혁에게는 현재 묘한 확신이 생긴 상태였다.
계속해서 이렇게 나아가면 언젠가 그 목소리의 정체에 대해서 알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그렇기에 김주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건 이해했어.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 이름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하지? 이번에는 너랑 싸우면 되나?”
김주혁의 물음에 불가살이는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또 멍한 표정을 짓다 잠시 뒤.
“아무래도 슈텐과 싸웠나 보군. 뭐 그쪽도 나름대로 판단을 해야 했을 테니…….”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김주혁을 바라봤다.
“뭐, 우선 먼저 이야기해 보자면 나랑 싸우는 것은 아니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물건이니까. 그저 그 물건만 당신에게 내주면 될 일이지.”
불가살이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곧 손을 움직여.
푹-!
자신의 등 뒤에 꽂혀있는 수 많은 검 중 하나를 뽑았다.
김주혁이 현재 들고 있는 촌검과는 다르게, 순백색의 색을 간직하고 있는 검.
불가살이는 말 없이 그 검을 내밀었고.
김주혁은 그런 불가살이를 한번 바라보다 곧 그가 내민 흰색 검을 붙잡았다.
그리고.
“!”
[말해라, 너는 무엇이지 무명(無明)?]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