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45
◈ 245화 이걸 어떻게 알아. (2)
미궁주의 집무실.
그곳에서 한동안 길잡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주혁은 곧 입을 열었다.
“결론은 지금 당장 칼파에는 갈 수 없다는 거네?”
“그렇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칼파에 가기 위해서는 만다라(曼茶羅)에서 보관하고 있는 ‘다리’가 필요해.”
“다리?”
“아, 물론 다리라고 해서 진짜 다리는 아니야. 손바닥만 한 크기의 조각상이지. 그게 열쇠 역할을 하거든.”
길잡이는 김주혁의 앞에서 대충 자신의 손바닥을 펼치며 이야기했고, 그에 김주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그럼 결국 만다라가 봉인에서 풀리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소리잖아?”
“아니, 그건 아니지.”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당연하지만 너한테 필요한 건 칼파에 갈 수 있는 열쇠인 다리잖아? 그렇다면 다리만 가져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소리이기도 하고 말이야.”
“……만다라는 봉인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어?”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봉인당해 있지. 저번에도 말했듯이 현재 만다라는 봉인당했어. 더 정확히는 내가 나눠놓은 섬에 갇혀 있다고 보면 돼.”
“그럼 지금 네 말은 그 섬에 들어가서 다리를 가지고 나오면 된다는 이야기야?”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우선 다리만 있으면 칼파로는 이동할 수 있으니까.”
“……봉인이 되어 있다고 했는데 내가 들어갈 수 있어?”
“원래라면 없지. 심지어 나도 내가 그 녀석들을 봉인하긴 했지만 녀석들을 봉인한 곳에는 못들어가.”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아무도 못들어간다는 소리 아니야?”
“원래라면 그렇지, 그런데 지금 네게는 그게 있잖아?”
길잡이는 그렇게 이야기하면 김주혁의 허리춤에 차여져 있는 백색의 칼을 손가락질 했다.
“……이 검?”
“그래, 지금 네가 들고 있는 검은 내 봉인이라도 강제로 헤집고 들어갈 수 있거든.”
“……그렇게 봉인을 헤집고 들어가다 붓다랑 만나면 어떻게 해?”
“걱정 마, 붓다는 그 봉인된 곳에 있는게 아니라 그 봉인된 곳 중에서도 제단 내부에 또 한번 엄중하게 봉인되어 있으니까.”
“2단 봉인이나 해놨어?”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답했다.
“애매하게 그 섬에만 가둬놓으면 분명 자기들 부하를 밖으로 빼내서 헛짓거리 할 게 눈에 보였으니까 우선 가능한 대로 신체까지 봉인해 놨지.”
길잡이는 이야기에 김주혁은 잠시 고민하다 물음을 던졌다.
“네가 거기에 들어가라고 하는걸 보면 만다라 놈들은 그렇게 강하진 않은가 보지?”
“완벽하게 강하지 않다, 라고 말할 수는 없긴 해.”
“왜?”
“직접적으로 붓다에게 힘을 받은 네 명은 아마 한 명 한 명이 지금의 네가 상대하기에는 조금 벅찬 실력을 가지고 있을 거니까. 거기에…… 사실 그 안에 있는 물량도 어마무시하기도 하고.”
길잡이는 그렇게 말하며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설령 붓다가 봉인돼서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녀석들은 충분히 강하거든.”
“그럼 조금 힘을 키우고 가야 하나?”
“그렇지.”
“……그럼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 그 방법도 있으니까.”
“방법이 있다고?”
“그래. 지금 너한테는 불가살이한테 받은 검이 있잖아?”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백색의 검을 빤히 바라봤고, 그 모습에 길잡이는 이야기했다.
“그 검이 열쇠야.”
“이 검이?”
“그래, 그 검만 있으면 너는 지금보다도 훨씬 강해질 수 있거든.”
“어떻게?”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잠시간 김주혁이 들고 있는 검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고, 곧 그렇게 검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뒤.
“혹시 모아놓은 동료들 있어?”
“……모아놓은 동료들?”
“그래. 앞으로 네 편이 되어줄 동료들 말이야.”
그 말에 김주혁은 그녀가 동료를 모아놓으면 좋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떠올렸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돌아다니면서 동료를 모으진 못했는데…… 뭐, 굳이 전력으로 쓸 만한 녀석들이라고 하면 내 제자들이랑 아래에 있는 몇몇 녀석들 정도?”
김주혁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슬쩍 최아린과 옌랑을 떠올렸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 둘은 이곳에 끼기에는 그 힘이 너무 미약했으니까.
“으음…….”
그런 김주혁의 말에 잠시 고개를 끄덕인 길잡이는 이내 나쁘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우선 네가 쓸 만하다고 했던 그 녀석들도 모두 모아줘.”
“전부?”
김주혁의 물음.
“그래, 우선 인원이 없으면 없는 대로 대비는 해야지.”
길잡이는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부르는 거야 어렵진 않은데, 지금 당장 전력으로 사용하기는 조금 힘들 수도 있긴 한데.”
물론 김주혁이 데려올 수 있다는 제자들과 도왕, 그리고 설난신과 무광은 강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궁 내부에서의 강함.
그렇기에 김주혁은 조금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냈으나.
“괜찮아.”
“……그래?”
“나한테 남은 이름은 ‘길잡이’ 하나지만, 이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꽤 있거든. ”
그런 김주혁의 우려스러운 목소리에 길잡이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XXXX
멸망의 탑 내부에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지도 어느 정도 지난 시점.
도왕은 현 상태가 꽤 마음에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멸망의 탑 내부는 굉장히 평화로웠으니까.
……물론 가끔 성좌들끼리 치고받는 경우가 생기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 평화로움이 깨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도왕은 이 평화로움이 마음에 들었다.
허나 한편으로는 가끔 위의 상황이 조금 궁금했다.
그가 평화로움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도왕은 이미 김주혁의 제자들에게 어느 정도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 들은 상태였으니까.
그러다 보니 도왕은 갑작스레 지상으로 내려온 부리가면이 설난신과 자신, 그리고 맨날 멸망의 탑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수련을 반복하고 있는 무광을 부를 때 별생각 없이 올라갔다.
당장 꽤 오랜 시간 내려오지 않은 현오 형을 볼 생각이기도 했고 거기에 더해 위의 상황이 조금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올라와서 도왕은 자신을 길잡이라고 소개한 이에게 김주혁의 현 상황에 대해 빠르게 설명을 들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여자의 이름은 길잡이고, 김주혁은 지금부터 자신들을 노리는 녀석들과 싸우기 위해 같이 싸워줄 만한 동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를.
“우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고, 내가 굳이 너희들을 불러 달라고 한 이유는 바로 너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야.”
길잡이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말을 덧붙였다.
“그를 도우려면 너희는 더 강해져야 하거든.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정도 묻고 싶은데 혹여나 여기에서 빠지고 싶은 사람 있어?”
“우선 그의 말로는 딱히 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빼달라는 말을 들었거든. 그래서 물어보는거야. 혹여나 빠지고 싶다고 한다면 지금 나오면 돼.”
이어지는 길잡이의 말.
그 말에 정말 당연하게도 도왕은 침묵했다.
그는 분명 평화를 좋아한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에게 준 은혜를 그대로 넘겨 버릴 정도로 지키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도왕은 300년 전 김주혁에게 차고 넘칠 정도로 은혜를 받았으니까.
그렇기에 도왕은 침묵했고.
도왕을 포함한 그 누구도 길잡이의 말에 반응을 보이는 자는 없었다.
“역시…….”
그에 앞에 서있던 길잡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묘하게 뿌듯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나한테 할 이야기는 없는 것 같으니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그렇게 이야기한 길잡이는 흠흠,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고.
“나는 이제부터, 너희들한테 이름을 찾아줄 거야.”
그렇게 이야기했다.
XXXX
길잡이가 김주혁에게 제자들을 포함한 쓸 만한 녀석들을 모아달라고 말한 직후.
제자들을 통해 도왕과 무광, 그리고 설난신을 데리고 올라오게 한 김주혁은 정말 간만에 미궁 아래로 내려가 단련실에 와 있는 상태였다.
그가 굳이 단련실에 온 이유.
그것은 바로 길잡이가 우선 지금 네가 있던 곳 중에서 최대한 편한 곳을 찾으라는 말 때문이긴 하지만.
‘역시 너무 늦어서 그런가 녀석들이 없네.’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김주혁은 최아린과 옌랑을 포함한 아델리아 벤트릭과 블랙 캣이 없는 시간대에 단련실에 왔다.
‘뭐, 떠들러 온 건 아니니까 상관없기는 한데.’
애초에 김주혁은 지금 이곳에 떠들러 온 것이 아니었기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휘젓곤 자신이 들고 있는 백색의 검에 시선을 두었다.
‘이 검이 열쇠라…….’
김주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까 전 길잡이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너도 정말 당연하게 짐작하고 있겠지만 지금 네가 차고 있는 그 검은 원래 네 거야.’
‘어떻게 생각하면 네 이름을 가장 빠르게 찾아줄 수 있는 도구이기도하면서, 동시에 네 편린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것도 그 검이지.’
‘한마디로 네가 그 검에 대한 기억만 제대로 떠올리면 분명 지금보다 얻는 게 많아질 거야.’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명심해, 너는 뭔가를 배우거나 하는 게 아니야. 그저 되찾을 뿐이지.’
‘아, 그리고 조금 힌트를 주자면 네가 그 검한테 무슨 이름을 붙여줬을지 생각해 보는 게 아마 가장 도움이 될 거야.’
“이름이라…….”
김주혁은 길잡이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백색의 검을 바라보았다.
마치 하얀 물감을 그대로 칠해놓은 것 같은 백색의 검.
‘이름, 이름이라.’
사실 김주혁은 지금까지 이름을 되찾고 있기는 했으나 딱히 과거의 자신에 대해서 그리 집착하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과거의 자신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어찌됐든 지금의 자신은 지금의 자신일 뿐이다. 라는 게 기본적인 김주혁의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옛날의 내가 지어준 이름을 생각해 봐라……라.’
“……백검?”
김주혁은 생각을 하다 조심스래 중얼거려 봤지만 딱히 반응이 없는 검.
그에 김주혁은 또 한번 고민하다 이야기했다.
“백아.”
이번에도 반응이 없는 검.
“백도검?”
김주혁은 또 한번 생각하다 이야기했지만 역시 검은 반응이 없었고.
그때부터 김주혁은 내키는 대로, 그리고 생각나는대로 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백섬, 백조, 백촌, 백건”
한 시간.
“백주검, 아신검, 혜검, 제검”
두 시간.
“소검, 종백검, 이산검, 촌백혜검.”
세 시간.
김주혁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검들의 이름을 미친 듯이 나열했으나 검은 반응하지 않았고.
마침내 김주혁이 검의 이름을 구절처럼 왼지 다섯 시간이 지나는 시점에.
“아이 이런 시발 내가 과거의 이름을 뭐라고 지었는지 도대체 어떻게 알아!?”
김주혁은 결국 사정없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런 개빙신검아!”
그렇게 외쳤고.
우우우웅-!!!
검이 빛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