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54
◈ 254화 성격이 좀……(2)
김주혁은 기본적으로 성격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그렇지 않은가?
애초에 성격이라는 것은 모두가 같을 수 없다.
성격이나 성향이 정해지는 것은 분명 타고난 게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타고난 성향이 강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본인이 살아온 환경에 따라 정해지니까.
거기에 무엇보다도 김주혁 본인도 스스로의 성격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기본적으로 성격의 다양성을 존중했다.
그래,
그런데.
김주혁은 빙신검을 보며 자신의 생각이 아주 조금이지만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침묵.
그리고 또 침묵.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얼을 탄 김주혁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금, 말한 거 맞지?”
김주혁의 물음.
그에 잠깐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빙신검은 곧 입을 열었다.
[말하는 건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말하는 건 맞아.]고우면 충분히 곱다고 할 수 있는 미성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어지럽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진심이야?”
[……뭐가?]“내가 매도해 준다고 말하니까 대답하는 거 진심이냐고…….”
[……안 해줄 거야?]오히려 조금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검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기본적으로 성격과 성향의 다양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하는 김주혁의 입장에서도 이건 뭐랄까…….
마치 노인의 입장에서 본 굉장한 신물문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동안 침묵하고 있던 김주혁은 이내 슬쩍 앞에 있는 우두천왕을 바라보았다.
“…….”
굉장히 오묘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두천왕.
김주혁은 다시 시선을 내려 빙신검을 쳐다보았다.
“…….”
그냥 검을 한번 본 것만으로도 굉장히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에 김주혁은 한동안 침묵했고.
“뭐, 슬슬 검이랑 이야기가 통한 것 같으니 우선 이야기 좀 나누고 있도록 하게.”
“?”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게, 잠시 볼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는 것뿐이니, 어차피 금방 다시 돌아올 테니 그동안 이야기나 나누고 있게. 그래야 우선 최소한의 힘은 찾지 않겠나.”
우두천왕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그의 말은 틀린 게 없었으니까.
“그럼, 잠시 다녀오도록 하지.”
그런 김주혁의 끄덕거림을 본 우두천왕은 그렇게 말을 남기더니 곧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고.
“…….”
김주혁은 조금은 복잡한 표정으로 검을 바라봤다.
‘이걸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제일 먼저 드는 생각.
왜 성격이 그런지부터 물어야 하나, 아니면 곧바로 내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김주혁은.
“……솔직히 말해서, 좀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왜 지금까지 말을 안 한 거야?”
우선 자신이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말을 안 한 이유?]“그래, 분명 저번에도 몇 번이고 말을 걸었는데 대답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잖아?”
김주혁의 목소리에 빙신검은 한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게, 보통 말을 안 하잖아?]“어.”
[말을 안 하면 보통 나한테 자아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화를 내더라고]“……그래서?”
[화를 내면 욕을 하니까…….]“욕을 먹기 위해서 그랬다?”
[그렇지?]분명 쾌활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째서 김주혁의 귓가에 들려오는 내용은 쾌활하지 않은 걸까.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물음을 던졌다.
“……왜 욕을 먹으려고 하는데?”
[왜 욕을 먹으려고 하냐고?]“그래.”
[그야 당연히 꼴-]“그만, 알았어.”
김주혁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들을 것 같은 기분에 망설임 없이 빙신검의 말을 끊어 버리고는 진한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했다.
“그럼 네 이름이 빙신인 이유도?”
[아.]“갑자기 왜 그래?”
[조금, 달아오르는-]미친 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 김주혁은 솔직히 조금은 질색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몇 번이나 내뱉었는지 모를 한숨을 또 한번 내쉬었고.
[흠흠, 제 이름이 그렇게 된 이유는 순전히 제가 만족스러워서죠.]“이름이 만족스러운 이유가…… 아니, 뭐…… 됐다.”
정말 얼마 대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빙신검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아차린 김주혁은 더 이상 그녀에게 이와 관련된 정보를 묻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물어봤자 좋은 답변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화제를 바꿨다.
“우선 과거 이야기를 좀 해줘 봐.”
[과거 이야기라면?]“예전의 나랑 있었던 일 같은 거 말이야. 너도 자아가 있었으니 아까 전의 내용을 들었겠지만 아무래도 과거의 나에 대해서 조금 알아야 할 것 같거든.”
[음. 과거에 대해서라고 이야기해도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얼마 없는데…….]“그럼 그 얼마 안 되는 거라도 좋으니 우선 이야기를 해줘.”
[그렇다면야…….]김주혁의 말에 대답한 빙신검은 곧 김주혁의 과거로 보이는 이야기를 그에게 해주기 시작했다.
다만.
[그래서 나랑 계약을 한 거지. 전투 상황에서 자기를 도와주면 매도해 주는 계약을 말이야.]“아니 잠깐, 내가 저번에 듣기로는 너는 아예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하던데?”
[예전의 네가 내 힘을 빌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쯤 되고 나서는 나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했지.]그 이야기는.
[으음, 그래서 그때는 내가 차라리 이런 방식으로 매도하는 것보다는-]그렇게 듣기에,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내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건 이 정도?]빙신검의 말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예전의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을.
그런 생각을 하며 김주혁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대단한 취향이구나.”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XXXX
그 뒤에도 김주혁은 빙신검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를테면 어째서 빙신검이 그런 취향을 가지게 되었나부터 시작해서, 어째서 지금까지는 별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는지에 대해서까지.
그 이야기를 통해 김주혁은 빙신검에 대해 간단한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첫 번째로 빙신검이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된 건 그녀가 만들어진 이유 때문이라고 했고.
두 번째로 지금까지 별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언젠가 자신이 이런 식으로 딜을 칠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빙신검과 하나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미 이야기는 전부 끝낸 것 같군.”
조금 전까지 어딘가에서 사라져 있던 우두천왕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뭐, 우선 말한 대로 이야기를 하기는 했는데, 이걸로 정말 되는 건가?”
그에 입을 여는 김주혁.
사실 그는 우선 우두천왕이 말한 대로 빙신검과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딱히 강해진 듯한 감각을 느끼지는 못했다.
‘애초에 지금까지도 기억을 찾을 때는…… 기본적으로 깨달음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기에 김주혁은 그렇게 물음을 던졌고, 그에 우두천왕은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상관없네. 자네는 배우는 게 아니니까.”
그와 함께 손을 한번 휘적이는 우두천왕.
동시에.
촤라라라라락-!
우두천왕의 옆으로 계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땅이 올라오듯 촤라라라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올라오기 시작한 계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에 닿았고.
“예전, 맨 처음 고행자로서 이곳에 도달한 자네라면 애초에 대화 가지고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겠지.”
쿵!
끝에 닿은 계단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멈춤과 동시에 그곳에는 새로운 문이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의 자네는 아니야. 자네는 그저 되찾는 것뿐이니까. 그저 되짚는 것으로 얻었던 것을 확인하러 온 것이지 않나?”
우두천왕은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향해 슬쩍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지금의 자네에게 필요한 건, 그저 과거의 자신을 어느 정도로 이해하고 있느냐 정도일 뿐이지.”
우두천왕은 그 말을 끝으로 더는 말하지 않겠다는 듯 웃음을 지었고.
그에 김주혁은 그런 우두천왕을 바라보다.
“…….”
이내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계단을 향해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중요한 시기인 거 같으니까 계약금은 나중에 받을게.]계단을 올라가는 중 들리는 빙신검의 목소리.
그에 김주혁은 답하지 않고 곧바로 계단의 끝에 올랐고.
그곳에서 김주혁은 거대해 보이는 문을 볼 수 있었다.
“후-”
그에 가볍게 한숨을 내쉰 김주혁은 척 봐도 거대해 보이는 문을 열었고.
그곳에서.
“……?”
김주혁은, 계단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XXXX
김주혁이 만다라 내부를 박살 내버린 지도 일주일.
만다라는 현재 좋게 표현해도 절대로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을 정도로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그것도 그냥 박살 난 게 아니라 사실상 이제 복구가 불가능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박살 나 버린 마을.
물론 그렇다고 해도 네 명의 천왕들이 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광목천왕, 증장천왕, 지국천왕, 그리고 평소에는 밖을 돌아다니고 있던 다문천왕까지.
그 넷은 만다라가 작살나자마자 마을을 어떻게든 복구하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었으나 정말 유감스럽게도 만다라는 복구하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아니, 설령 마을을 복구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부처에게 신앙을 넣어야 하는 돌상들이 9할,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개박살이나 버렸기에 사실 지금 와서 마을을 복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마을을 복구해 부처의 위상을 높인다고 해도, 더 이상 신앙을 만들어 줄 돌상들은 완전히 박살나 버린 상황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현실을 사대천왕이 온전히 깨닫고 받아들일 때까지 걸린 시간이 정확히 일주일.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인 사대천왕 중 한 명인 다문천왕은.
까득……!
척 봐도 굉장히 화가 난 표정으로 이를 악물며 부서진 건물 잔해 한가운데에 있던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려 하는 게지?”
그에 조금은 힘이 빠진 표정으로 되묻는 지국천왕.
그에 다문천왕은 망설임 없이 몸을 돌리며 이야기했다.
“지금부터 산저(山猪)를 만나러 갔다 오겠다.”
“……산저? 그 돼지놈들을 말하는 건가?”
“그래.”
“거기 가서 뭘 하려고.”
“당연히 도움이다.”
“도움……?”
지국천왕의 말에 다문천왕은 분노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산저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그분이 강림하시기 전에 그 미궁주 녀석을 잡아 족쳐 버리겠다.”
다문천왕의 선언과도 같은 말.
“……진심인가?”
“진심이다.”
“애초에 그 자신들밖에 모르는 녀석들이 우리를 도와줄 거라고 보는가?”
지국천왕의 말.
그에 다문천왕은 길게 대답하고 싶지 않은 듯 몸을 움직이며 이야기했다.
“걱정 마라. 방법이라면 있으니까.”
“……방법이 있다고?”
“그래, 그러니 너희는 내가 이야기할 때까지 우선은 마을을 복구시켜라,”
다문천왕은 그렇게 말하고는 순식간에 자신의 석장을 땅바닥에 한번 내리치곤.
“그 빌어먹을 개자식은,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서 그분이 내려오실 때 대령할 테니까.”
이내 곧바로 만다라의 외각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