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80
◈ 280화 정정당당 (1)
“쿠르마를 처리하겠다고?”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답을 도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김주혁은 자신의 선택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약 종리권의 말대로 쿠르마를 소멸시키지 않고 다른 둘을 소멸시켰을 때 이야기가 잘 흘러간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이야기가 종리권이 이야기한 것처럼 잘 흘러간다면 당연히 무력이 강한 둘을 먼저 소멸시키는 게 좋았다.
허나 만약 일이 꼬인다면?
만약에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김주혁은 죽지도 않는 화신들과 싸워야 했고, 불사를 빼앗기 위해 그 화신들에게 지킴을 받고 있는 쿠르마를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그건 굉장히 높은 확률로 골치 아픈 일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럴 바에는 애초에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발판을 없애 버리는 게 낫지.’
물론 화신중에서도 최상위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 확정적으로 한 명 살아남는 건 조금 불편하긴 했으나 어차피 선택을 하기는 해야 했다.
‘거기다.’
애초에 김주혁은 원래라면 여덟 명의 화신을 전부 상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 상황은 사실 김주혁이 어떤 화신을 처리해도 효율적인 측면만 보면 무조건 이득이라는 소리였기에 김주혁은 조금 전 생각한 내용을 길잡이와 종리권에게 전했고.
“확실히, 맞는 말이네.”
“나도 그렇게 생각되오.”
“그럼 쿠르마를 제일 먼저 소멸시키는 걸로 하자.”
길잡이의 동의.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기다려야지, 쿠르마가 현신할 육체를 만들어야 하니까.”
“육체를 만들어? 그냥 아무 곳에나 집어넣으면 되는 거 아니야?”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럴 거야.”
“그럼 그냥 시체 하나 들고 가서 현신시키면 되잖아?”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고개를 한번 젓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다만 아무런 시체 가지고는 안돼. 만약 아무런 시체나 들고 가서 현신시켰다가는 애초에 화신이 현신하기도 전에 육체가 못 버티고 터져 버릴 테니까.”
“그럼?”
“육체가 터지지 않게 해야지.”
길잡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파편을 세 개 꺼내며 이야기했다.
“이걸로 말이야.”
“이건……?”
“내가 다른 화신들을 봉인하고 난 뒤 남은 파편이야. 원래는 이걸로 난쟁이들을 막기 위해 사용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잘 돌아가서 결국 안 썼거든.”
길잡이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걸 이용할 거야. 내 파편을 이용해 육체를 화신이 현신할 때 내뿜는 마력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드는 거지.”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은?”
“음, 길게 걸리지는 않을 거야. 이번에는 2일 정도?”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곧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면 내 제자 녀석들은 언제쯤 올 것 같아?”
“네 제자들?”
“그래, 저번에 이름 동화를 하러 간 녀석들도 아직 안 왔고, 흑몽이랑 같이 갔던 녀석들도 아직 안 돌아왔잖아?”
김주혁의 이야기에 길잡이는 음…… 하며 한참이나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이야기했다.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이건 내가 답해주기가 조금 힘들어. 애초에 이름과 동화해 그 힘을 얻는 건 어디까지나 노력의 문제니까.”
“흠…….”
“한마디로 네 제자들이 지금 이름을 얻어서 돌아오는 상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직도 이름을 얻기 위해 열심히 구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야. 다만…….”
“다만?”
“괴산에 있는 네 제자들이라면…… 아마 네가 쿠르마를 쓰러뜨렸을 때쯤에 기억을 되찾지 않을까?”
“그래……?”
길잡이의 말에 대답하는 김주혁.
그에 옆에 있던 종리권은 그 둘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야기했다.
“정 궁금하면 내가 한번 더녀오는 걸로 하겠소. 어차피 위치는 다 알고 있기도 하니 말이오.”
“그래주면 고맙고.”
“그럼 곧바로 다녀오도록 하지.”
종리권은 김주혁의 말을 듣곤 더 이상 지체할 것은 없다고 판단했는지 곧바로 자신의 개화능력을 이용해 사라져 버렸고.
문득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주혁은 길잡이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개화능력을 얻으려면 또 뭔가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김주혁의 질문.
그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기는 한데 상황이 이런 상황이라 당장 하기는 힘들 것 같네. 사실 개화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너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그런 시간도 없을 것 같고.”
길잡이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결정했다는 듯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는 쿠르마를 잡고 난 뒤에 하면 될 것 같네, 어차피 윤회의 연꽃은 사용하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길잡이의 말에 김주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 상태에서 그녀와 몇 마디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우선은 쉬어. 쿠르마를 잡으려고 움직이기 시작할 때부터는 완전히 쉴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이내 길잡이의 그런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렇게 김주혁이 자리를 뜨려 한 그 순간.
“저 왔습니다. 스승님!”
“?”
김주혁은, 지랄이를 볼 수 있었다.
XXXX
“저는 광인선의 힘을 얻었습니다!”
“길잡이나 종리권 말로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하던데 빨리 했네?”
“당연하죠. 제가 누구 제자인데 느리겠습니까!”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기쁘다는 듯 이야기하고 있는 지랄이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와 이야기하고 있는 김주혁.
그리고 집무실 한쪽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길잡이와 종리권은.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말이오?”
“쟤 말이야.”
길잡이가 지랄이를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종리권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확실히 너도 처음 봤을 때는 놀랐소, 다른 녀석들이라면 몰라도 광인선의 이름을 얻으러 간 녀석이 저렇게 빠르게 이름과 동화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말이오.”
“……확실히 이름과 동화한 거야?”
“저 손에 채워져 있는 권갑을 보며 모르겠소?”
종리권의 말에 길잡이는 시선을 내려 그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붉은 윤기가 감도는 팔찌를 보고는 허, 하는 소리를 냈다.
“……진짜 그 짧은 시간 내에 광인선의 이름과 동화했다고?”
“솔직히 믿기진 않지만, 그런 것 같소.”
“차라리 그 첫 번째 제자나 두 번째 제자가 조금 이르지만 이름과 동화했다고 하면 대단하다라고 생각했을 텐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부리가면과 이면의 지배자에게 동화할 이름이 광인선보다 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길잡이와 종리권이 지랄이가 광인선의 이름과 동화했을 때 놀란 이유는 바로 그 난이도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름에 동화하기 위해서는 이해도가 필요하다.’
동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동화하려는 대상의 생애를 이해하는 것이 정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런 시점에서 봤을 때 광인선의 난이도는 굉장히 높다.
아니, 높다 못해 극악이다.
결국 광인선의 이름을 쓰기 위해서는 미친 광인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의미로 봤을 때 부리가면과 이면의 지배자가 동화해야 하는 이들은 광인선보다는 분명히 상황이 나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길잡이가 일부러 지랄이가 엿을 먹으라고 광인선을 잡아준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지랄이에게 광인선의 이름과 동화하라 이야기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녀의 능력을 통해 그에게 광인선의 능력이 가장 어울린다는 것을 알아챈 것뿐이었으니까.
아무튼, 결론을 정리해 보자면 결국 지랄이가 이름 동화를 하러 간 광인선은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동화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렇게 빠르게 이름을 동화했다면.”
“……정신상태가 어떤 건지 좀 궁금하군.”
길잡이와 종리권은 김주혁의 앞에서 평범한 정상인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지랄이를 보며 한동안 침묵했으나.
“그래서, 사저들이랑 사제는 아직 안 온 겁니까?”
“뭐, 조금 늦을 것 같네.”
“흐음. 사저들이랑 사제들 대충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저도 이렇게 빨리 끝냈는데 말입니다.”
지랄이는 그런 길잡이와 종리권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주혁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종일관 웃음을 지었다.
XXXX
그렇게 지랄이가 미궁으로 복귀하고 2일 뒤.
“완성이야.”
지랄이와 만난 뒤, 길잡이가 미리 일러 놓은 대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주혁은 그녀가 준비한 걸 바라봤다.
“이건?”
“난쟁이의 시체가 있는 상자야. 이걸 들고 가서 거기서 연꽃을 사용하기만 하면 돼.”
길잡이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조금 전까지 자신이 들고 있던 윤회의 연꽃을 김주혁에게 넘겨주었다.
“그러고 보면 이거 사용 방법은 뭔데?”
“굳이 사용 방법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 어차피 사전준비는 다 해놨으니까 너는 그 난쟁이가 봉인되어 있는 곳 앞에다 그 상자를 놓고 연꽃에 마력을 불어넣기만 하면 돼.”
“그럼 끝?”
고개를 끄덕이는 길잡이.
“그래, 이미 해야 할 건 내가 상자와 시체에 모두 해놓은 상태니까 마력만 불어넣으면 돼.”
“그렇게 마력을 불어넣고 이 시체에 쿠르마가 현현하게 되면 죽이면 된다?”
“응, 애초에 불사의 능력은 쿠르마의 육체에 깃든 전승이거든. 난쟁이와 다르게 그 녀석은 육체를 제외하면 다른 화신들보다도 약해져.”
“처리하는 것도 쉽겠네.”
김주혁의 말에 길잡이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방심하지는 마. 아무리 육체를 잃었다고 해도 그 녀석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화신이니까. 게다가 네가 윤회의 연꽃을 사용하게 되면 마력을 많이 빼앗길 거야.”
“그건 당연히 생각하고 있지. 그러니까-”
씨익.
“다 데려가잖아?”
김주혁은 입가에 웃음을 지은 채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백호, 그 양옆에는 주작과 봉황이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얼마 전 이름과 동화하는 데 성공해 돌아온 지랄이와 무광, 그리고 도왕이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집무실 옆에서 부적을 이용해 열심히 무엇인가를 펼치고 있는 종리권까지.
“확실히…….”
길잡이는 쿠르마를 처리하러 갈 때 김주혁과 같이 갈 인원들을 한번 바라보고는 웃음을 지었고.
김주혁은 이내 종리권을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슬슬 가자.”
“문을 열도록 하지.”
김주혁의 말에 곧바로 반응해 문을 열기 시작하는 종리권.
우우웅-!
바닥의 진법과 부적이 떠다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주혁은 종리권의 앞에 사람 대여섯은 지날 수 있을 것 같은 장지문이 생기는 것을 바라봤고.
곧 길잡이는 어느새 도왕과 같이 있던 지랄이가 가까이 다가와 거대한 상자를 챙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탁-!
지랄이가 거대한 상자를 챙기자마자 열린 장지문.
장지문의 안쪽에는 다른 풍경이 보이고 있었고. 김주혁은 망설임 없이 장지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며.
“자, 그럼 이번엔 내가 한번 다구리를 쳐 볼까.”
익살스러운 미소와 함께 중얼거리며 장지문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