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81
◈ 281화 정정당당 (2)
빙신검을 이용해 봉인을 가르고 들어온 김주혁은 곧 끝없이 펼쳐져 있는 넓은 바다를 한번 바라보았다.
정말 깨끗한 바다…… 아니.
“호수라 그랬나?”
호수를.
김주혁은 아까 전 길잡이에게 들었던 사전정보를 떠올리곤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봉인지 내부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이가 있나 확인한 뒤.
“그럼 끌 거 없이 곧바로 시작하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호수를 바라보았다.
역시 봉인지 내부라 그런지 일반적인 호수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고요한 호수.
김주혁은 시선을 돌려 종리권을 바라봤다.
“이곳에는 딱히 집단이 없다고 했나?”
“맞소. 쿠르마는 딱히 집단이 없는 화신이라고 했소.”
“파라슈라마랑 비슷하네.”
종리권의 말에 김주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넓은 호수를 바라본뒤 곧 의문을 표했다.
“근데. 얘는 어디에 있는 거야?”
김주혁의 물음.
그에 종리권은 답했다.
“아마 쿠르마라면 저것일 거요.”
“?”
종리권에 말에 따라 시선을 돌린 김주혁은 곧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 자그마한 섬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섬과는 다르게 초록빛의 섬.
“저기에 있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저 자체일 거요.”
“……저 자체라고?”
종리권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고 김주혁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섬을 바라보다 이야기했다.
“……저거 섬 아니야?”
“아니다.”
김주혁의 물음에 이번에는 그 뒤에 있던 백호가 입을 열었다.
그는 호수 한가운데에 떠 있는 섬을 바라보며 흠, 하는 느낌으로 바라보더니 이야기했다.
“저렇게 보면 확실히 섬으로 보이기도 하는군, 하지만 저건 섬이 아니다.”
“그럼?”
“……아마 등이겠지.”
“등?”
“저 녀석의 모습이 궁금하면 한번 호수 안쪽에 들어갔다 나와봐라.”
백호의 말.
“흐음…….”
그에 섬을 가만히 바라보던 김주혁은 이내 호기심이 동했다는 듯 가볍게 뛰는 것으로 곧바로 물로 들어갔고.
풍덩-!
김주혁이 물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었던 것은.
“!”
이 호수를 거의 꽉 채울 정도로 거대한 초록색 벽이었다.
아니, 초록색 벽이 아니다.
‘이건…….’
등껍질.
김주혁이 호수 속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초록색의 벽이 아닌, 거대한 거북이의 등껍질이었다.
촤아아악!
등껍질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물속에서 튀어나온 김주혁.
“확인했나?”
그런 김주혁을 바라보며 묻자 김주혁은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아니, 저 새끼는 왜 무기 같은 데 봉인되어 있지 않고 거대한 등껍질에 봉인당해 있는 거야?”
“쿠르마는 등껍질이 유일한 무기일 거요. 게다가 저 등껍질이 쿠르마의 능력인 불사를 가능케해 주지.”
“……그럼 쿠르마의 정체는 거대한 거북이라고?”
“맞소. 아마 크기로만 따지면 사신수 중 한 명인 현무보다도 거대하지.”
종리권의 말에 김주혁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말도 안 되는 크기에 불사의 능력까지 있으면 그냥 전략병기 수준이네.”
별다른 능력을 쓸 것도 없이 기어 다니기만 해도 압도적인 질량으로 도시는 가볍게 박살 내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에 김주혁은 그렇게 중얼거렸고.
“스승님, 저기다가 가져다 놓을까요?”
곧 이어지는 지랄이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김주혁의 끄덕임과 함께 곧바로 쿠르마의 등껍질로 넘어간 일행들은 곧 등껍질 한가운데에 거대한 목함을 놔둠과 동시에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후…….”
김주혁은 긴장한 표정으로 거대한 목함 위에 윤회의 연꽃을 올린 뒤.
스으으으-!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쿵!
순간 김주혁의 주변으로 터져나간 마력이 순식간에 윤회의 연꽃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당황하는 김주혁.
‘아니, 이렇게까지 빨아들인다고?’
연꽃에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하자 어느 시점부터는 김주혁이 마력 컨트롤을 하지 않아도 마치 물을 흡수하는 스펀지처럼 마력을 빨아들이는 윤회의 연꽃을 보며 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우우우웅-!
곧 김주혁이 자신의 마력을 절반 이상 빼앗겼을 때, 윤회의 연꽃은 서서히 김주혁의 마력을 빨아가는 것을 멈추기 시작하더니.
화아악-!
곧 화려하게 개화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연꽃 위에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기하학적인 진법.
그 진법이 생김과 동시에 목함 주변에도 길잡이가 미리 새겨둔 기하학적인 진법들이 생성되기 시작했고.
곧 그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진법들은 순식간에 푸른 빛을 발하기 시작하며 기이한 구동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아아앗-!
윤회의 연꽃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함과 동시에.
호수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XXXX
쿠르마.
그는 신이 만든 열 명의 화신 중에서도 두 번째로 만들어진 화신이자.
신이 지키라고 한, 그 누구든 불사와 영생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고 전해지는 암리타를 먹어치워 불사의 존재가 되어 버린 화신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는 웃고 있었다.
물론 맨 처음 그가 칼키에게 봉인당했을 때는 한없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절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봉인당한 지도 수백 년.
이 시간마저도 제대로 감을 잡을 수 없는 이곳에서 쿠르마가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봉인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의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봉인이 얼마 있지 않아 자연스레 풀릴 것이라는 생각에 쿠르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그는 정말 간절히 밖에 나가고 싶었다.
밖으로 나간 그 순간, 그는 그 누구보다도 강해지니까.
물론 그에게는 다른 화신들처럼 집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여타 다른 이들처럼 강력한 무기나 특이한 강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육체가 가지고 있는 불사의 특성은 다른 화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장점을 깔아뭉갤 정도로 좋다고, 쿠르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화신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자신을 죽일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밖으로 나가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칼키를 죽이고 다른 화신들보다도 위에 서는 그날을 고대하며 말이다.
그런데.
“응?”
그렇게 나갈 날을 고대하고 있던 쿠르마는 분명 봉인이 미처 깨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봉인이 깨져나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봉인이 깨져나간다.
그것은 자신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쿠르마는 의문을 가졌다.
‘봉인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 봉인이 완전히 깨지려면 시간이 남았기에 쿠르마는 어째서 이 봉인이 깨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으나.
“!”
그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봉인은 완전히 깨져 버렸고, 쿠르마가 이렇다 할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그는 봉인에서 강제로 빠져나오게 됐다.
그리고 그가 봉인에서 빠져나옴과 동시에.
‘이 마력은……!’
그의 기억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마력을 느끼며 눈앞을 바라봤고.
“잘됐네.”
자신의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비웃음을 담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허나 쿠르마는 어렵지 않게 눈앞의 존재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아니, 유추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
애초에 쿠르마의 앞에서 그를 비웃고 있는 남자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마력은 그가 도저히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녀석의 것이었으니까.
“칼키……!”
쿠르마가 그 이름을 부르며 남자를 노려보자 그는 씨익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름을 아는 거 보니 작전은 성공이네.”
칼키의 환생으로 보이는 남자의 말을 들으며 쿠르마는 그 말 한마디로 현 상황을 파악했다.
갑작스레 봉인에서 빠져나온 자신.
그 앞에 서 있는 칼키의 환생.
그 주변으로 보이는 것은 그런 칼키의 동료들로 보이는 이들이었다.
‘신수에 신선…… 거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들까지.’
쿠르마는 거기까지 확인하고는 현재 이 일련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바로 파악하고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렇군, 네가 내 봉인을 깼나.”
“잘 아네.”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하는 쿠르마에게 답하는 김주혁.
그에 쿠르마는 여전히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보아하니 내 봉인을 풀어서 나를 죽이려고 온 것 같은데…… 환생을 해서 아직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건가?”
“뭐, 기억이 아직 다 안 돌아오기는 했지.”
김주혁의 말에 쿠르마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곤 이야기했다.
“나는 불사다. 너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이거지! 한마디로 너는 죽일 수 없는 존재의 봉인을 풀어준 거라 이 말이다!”
“?”
“흐흐흐흐! 안 됐군, 칼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 이런 멍청한 실수를 저지르다니! 네 녀석의 무지 덕분에 내가 다른 화신들보다도 먼저 더 빠르게 봉인에서 풀려나게 됐구나!”
김주혁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바라보며 무척이나 신이 난다는 듯 말하는 쿠르마.
그에 김주혁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아.”
이내 깨달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저기, 지금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건 너 아니야?”
“……뭐?”
쿠르마의 반문에 김주혁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턱짓했고.
“네 몸.”
“내 몸? 내 몸이 뭘 어쨌……?”
그제야 쿠르마는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쿠르마는 자신의 손발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것은 자신의 육체와는 다른, 비쩍 마른 팔과 다리.
심지어 배는 누가 봐도 흉하게 나와 있었고, 손가락의 마디마디는 마치 뼈에 색칠을 해놓은 것처럼 깡말라 있었다.
마치, 난쟁이처럼.
“!”
그렇게 떠오른 생각에 쿠르마는 본능적으로 그 깡마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 육체가 자신의 것이 아닌 난쟁이의 육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쿠르마는 그제야 오랫동안 봉인에 들어있어 깨닫지 못했던 점들에 대해 하나둘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태산같이 크고 강직한 그의 육체는 언제나 다른 인간들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인간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마력은 예전만 하지 못할뿐더러, 암리타를 먹어 치우고 얻었던 그 압도적인 생명력과 절대로 꺼지지 않는 불사의 능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가 돼서야, 쿠르마는 제대로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육체가,’
바뀌었다.
쿠르마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담백한 사실에 그는 저도 모르게 정신이 아득히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고.
그다음 순간.
“표정을 보아하니 이제 상황 파악은 전부 끝난 것 같네.”
쿠르마는 자신의 앞에서 사악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는 칼키…… 아니, 김주혁을 바라보며 두 눈을 부릅떴고.
“자 그럼 상황 파악은 끝낸 것 같으니.”
다음 순간, 쿠르마는 자신을 향해 일제히 전투를 준비하는 김주혁과 그 일행들을 보며.
“진상부리지 말고 깔끔하게 가자.”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